공명진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육재호의 얼굴색이 크게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명진 어르신,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육재호는 마음속의 분노를 누르고 살짝 허리를 숙여 공명진에게 공손하게 예의를 차렸다.공명진, 송주 공씨 가문의 가주로서 송주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다.송주에서 조금이라도 명성이 있는 인물이라면 모두 공명진에게 예의를 차려야 했다.당연히 육재호도 예외는 아니다.“흥! 내가 안 왔더라면 서 거장을 망쳐놓았을 게 아닌가?”공명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불만스러운 기색이 얼굴에 역력했다.이 말을 듣고 육재호는 흠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의문스럽게 공명진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명진 어르신, 어르신도 이 자식을 위해 여기 행차하셨다는 말씀입니까?”“어딜 감히!”공명진은 손에 쥔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내리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꾸짖었다.“육재호! 네가 감히 이렇게 서 거장에게 말한다는 것은 나를 욕보이려 하는 것인가!”육재호는 깜짝 놀라 얼굴색이 변하더니 다급하게 말했다.“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의아한 점은 어르신도 이 사람과 친분이 있다는 말씀입니까?”“흥! 서 거장은 우리 공씨 가문의 모든 사람의 목숨을 구했어! 이래도 친분이 있는지 없는지 네가 말해봐!”공명진이 차갑게 말했다.이 말이 나오자 육재호는 몸이 떨리며 마음속으로는 망했다고 생각했다.공명진의 말대로라면 오늘 그는 서강빈, 이 자식을 건드리지 못하게 된다.육재호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미간이 떨렸다.겉으로는 공명진에게 공손하게 대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분노가 차올랐다.젠장!이런 자식과 시비가 붙다니 오늘 정말 재수가 없다.황규성과 공명진이 연이어 와서는 서강빈을 보호하려고 하다니.육재호는 조금 망설여졌다.이때 황규성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육재호, 어떻게, 나 황규성의 말이 말 같지 않은 것도 모자라 명진 어르신의 말도 말 같지가 않아? 당장 네 사람한테 꺼지라고 해!”성을 내는 목소리가 방안 전체를 울렸다.육재호는 미간을 치켜들고
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렸다.보아하니 이 고씨 가문의 세력은 보통이 아닌 것 같다.공명진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서 거장, 고 씨 어르신은 예전에 성회에 계셨던 분이라 권위가 엄청 높고 그분이 가르친 문생들은 지금 다 중요한 직위를 가지고 있습니다.”“고 씨 어르신은 쉽게 건드릴 사람이 아닙니다.”곁에 있던 육재호도 황규성과 공명진의 태도를 보고 차갑게 웃어 보이더니 말했다.“명진 어르신, 규성 형님, 이제는 어떤 얘기를 하실 겁니까? 두 분 계속 이 자식을 보호하려 하십니까, 아니면 이쯤에서 그만두겠습니까?”“저는 두 분을 곤란하게 할 생각 없습니다. 지금 사람들을 데리고 간다면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황규성과 공명진의 안색은 계속해서 변하더니 두 사람 모두 서강빈을 쳐다보았다.“서 선생, 아니면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둡시다. 어차피 송해인 씨도 무사하지 않습니까.”황규성이 이렇게 말했다.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서강빈은 덤덤하게 웃어 보이더니 미간을 치켜들고 도도한 눈길로 육재호를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저는 회장님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관심 없습니다. 오늘 저한테 자초지종을 제대로 말하지 않는다면 저는 당신이 이 세상에 온 것을 후회하게 할 것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방안 전체는 쥐죽은 듯 고요했다.사람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뜬 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강빈을 쳐다보았다.이 자식이 미쳤나?육재호는 자신의 뒷배가 고 씨 어르신이라고 밝혔다.황규성과 공명진도 경거망동하지 못하는 마당에 서강빈은 아직도 그만두지 않는다.“서 거장...”공명진은 다급해져서 설득하려고 했다.육재호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터뜨리며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그래, 좋아! 이 녀석이 정말 사납구나! 나는 오늘 절대 너에게 자초지종을 말해주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네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데?”서강빈은 미간을 꿈틀거리더니 시선이 날카로워져서 말했다.“당신은 아주 처참하게 죽을 것입니다.”“그래? 그렇다면 어디 한번 해봐!”육재호가 소리쳤다.
“송태호?”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사람일 줄 생각도 못 한 듯했다.“왜?”서강빈이 물었다.조규익은 바로 일의 자초지종을 빠짐없이 서강빈에게 말했는데 거기에는 송태호가 도박장에서 빚을 100억 진 사실까지도 포함되었다.“이 망할 자식! 죽고 싶어 환장했네!”서강빈은 크게 화를 내면서 뒤돌아 도박장을 떠나 황규성의 차를 몰고 송씨 가문의 저택으로 갔다.도박장의 방안에서는 황규성과 공명진의 시선이 마주치더니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그들은 서 거장이 큰 사고를 쳤다는 것을 알고 있다.육재호를 때렸다는 것은 고 씨 어르신을 욕보인 것이다!일이 복잡해졌다.이 시각, 송씨 가문 저택.이미 진기준이 송해인을 데려다줬다.진기준이 씩씩거리면서 사람들을 데리고 폐차장에 도착했을 때 도망쳐 나오는 송해인을 보고는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었다.송해인은 서강빈이 그녀를 구했다고 하면서 진기준을 보고 서강빈을 구하러 가라고 했다.진기준이 들어갔을 때는 바닥에 사람이 한 명 누워있었고 서강빈을 보지 못했다.한참 머리를 굴리던 진기준은 그 사람을 핍박하여 영상을 찍게 하였다.내용은 아주 간단했는데 진기준은 그 사람한테 이번 납치가 서강빈이 지시한 것이라고 말해라고 했다. 그러는 이유는 일부러 이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송해인을 구해주는 것을 연출하는 것으로 서강빈에 대한 송해인의 생각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모든 것을 마치고 진기준은 만족스럽게 송해인을 데리고 송씨 가문 저택으로 갔다.이때 저택 내에서는 송명옥과 송씨 가문의 사람들이 송해인을 둘러싸고는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었다.“해인아, 누가 너를 납치한 것인지 알고 있어?”송명옥이 물었다.이 말이 나오자 사람들 사이에 서 있던 송태호는 놀라서 소름이 끼쳤고 극도로 긴장한 눈빛으로 송해인을 보고 있었다.그는 조규익의 부하들이 이렇게 쓸모없을 줄 몰랐다.서강빈이 송해인을 구하게 하다니!쓸모없는 놈들!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할머니, 누가 저를 납치한 지는 저도 몰라요.
양미란은 다급하게 서강빈을 밀어내려고 했다.서강빈은 제자리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인파 속에서 당황한 기색을 띠고 있는 송태호를 보면서 말했다.“송태호, 나와서 해명 안 해?”송태호는 겁을 먹어서 눈을 피했다.“태호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네가 사람을 시켜서 나를 납치했어?”송해인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송태호를 바라보았다.송태호는 다급해져 삐딱한 마음을 먹고 나서서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닥쳐! 서강빈, 너 지금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거야! 무슨 근거로 내가 사람을 시켜서 우리 누나를 납치했다고 해?”“내 친누나야!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어!”“너... 너 증거 있어?”서강빈은 코웃음을 치더니 차갑게 말했다.“증거? 조규익이 이미 다 말했어. 네가 도박장에서 100억을 빚지고 궁지에 몰리니까 네 누나를 납치하여 회사를 손에 넣은 다음 회사에서 100억을 빼돌려 빚을 갚으려 했다고.”“닥쳐! 헛소리 지껄이지 마!”송태호는 그 말을 듣자 허를 찔린 듯 객기를 부렸다.“나 아니야, 나 진짜 아니야!”“누나, 나 믿어야 해. 나는 누나 동생이야,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어!”“서강빈이야, 지금 적반하장 하는 거야! 서강빈이 일부러 우리 가족한테 모순이 생기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송태호는 얼른 말을 돌렸다.송해인의 표정도 계속해서 변했는데 그녀도 송태호가 자신에게 이런 일을 저질렀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하지만 자신은 서강빈이 구해준 것이기에 또 서강빈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순식간에 송해인은 진퇴양난의 궁지에 빠졌다.바로 이때, 진기준이 시기를 봐서 다가와서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해인아, 의심할 필요 없어. 이 모든 건 서강빈이 설계한 거야! 서강빈이 사람을 시켜서 너를 납치하게 하고 일부러 적절한 때에 나타나서 너를 구하는 장면을 연출하려고 한 거야. 그것으로 너의 믿음을 얻고 네가 다시 감정이 생기게 하려고 말이야.”이 말을 들은 송해인은 어리둥절했다.“진기
짝!송해인은 손을 들어 서강빈의 뺨을 치고는 모든 걸 토해내듯 울부짖었다.“그만해! 더 변명하지 마!”“서강빈, 네가 이런 사람일 줄 정말 몰랐어!”송해인은 눈물을 머금고 서강빈을 쳐다보았다.지금 시각, 서강빈을 향한 그녀의 마음은 실망에 실망을 더했다.서강빈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한참 후, 그는 자조적으로 웃으면서 눈물범벅이 된 송해인을 보고 말했다.“내가 어떤 말을 하든 너는 다 믿지 않는 거야?”“너를 내가 어떻게 믿어? 증거가 여기 있잖아, 내가 너를 어떻게 믿을 수가 있어?”“너는 내 동생을 모함하기까지 했잖아!”“서강빈, 너 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송해인은 화를 내면서 통곡했다.그녀는 서강빈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서강빈은 도대체 뭐 하려는 걸까?“마지막으로 한번 말하는데 나 아니야. 이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송태호가 계획한 일이야.”서강빈은 차갑게 말했다.진기준은 콧방귀를 뀌더니 비웃으며 말했다.“서강빈, 이렇게 된 마당에 더할 말이 있어? 설마 내가 찍은 영상이 가짜라고 하는 거야? 그렇다면 왜 이 사람이 쓸데없이 너를 모함하는지 말해봐.”“맞아! 서강빈, 너는 인간쓰레기야! 우리 해인이를 가지고 이런 일을 꾸미다니,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양미란도 따라서 씩씩거리며 물었다.송태호도 서강빈을 가리키면서 온 힘을 다해 욕했다.“서강빈! 그래도 내가 예전에 너를 형부라고 불러줬었는데 감히 나를 모함해! 정말 너를 찢어 죽여야 분이 풀릴 것 같아!”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송태호를 보면서 그에게로 다가가 냉랭하게 물었다.“이 일이 네가 한 게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어?”송태호는 서강빈의 눈빛에 겁을 먹고는 뒷걸음질 치며 송해인의 뒤에 숨어서는 서럽다는 듯 말했다.“누나, 봐봐. 저 자식이 아직도 나를 협박하려고 하고 있어!”이를 본 송해인은 서강빈의 앞에 막아서면서 말했다.“그만해! 서강빈, 내 앞에서 내 동생한테 손까지 대려고 하는 거야?”“아니.”서강빈
자신이 모든 걸 걸고 송해인을 구하러 갔는데 돌아온 것은 불신과 질책이었다.서강빈은 울적한 마음에 계속 술을 마셨다.이와 동시에.육재호는 이미 부하들에 의해 병원에 실려 갔다.육재호가 깨어났을 때 병실에는 분노만 가득 찼다.“죽어! 죽어!”육재호는 연이어 화를 냈다.송주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 정도로 맞아본 적이 처음이었다.얼마나 큰 수모인가!얼마나 큰 수모인가 말이다!“서강빈, 내가 너 절대 가만 안 둬! 그리고 황규성과 공명진, 당신들도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육재호는 발악하면서 몸을 일으키더니 곁에 있는 부하에게 말했다.“당장 고씨 가문으로 가자!”“육 회장님, 지금 이런 모습으로 고씨 가문에 가는 건 안 좋지 않을까요?”부하 한 명이 말했다.짝!육재호는 손을 들어 그 부하의 얼굴을 내리치면서 호통쳤다.“네가 뭘 알아! 이런 모습이어야 고씨 가문에서 손을 쓸 거 아니야!”부하는 얼굴을 부여잡고 깨우쳤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네네, 알겠습니다.”부하는 빠르게 차를 운전하여 육재호를 데리고 송주 외곽의 성대한 리조트에 도착했다.고씨 저택.리조트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았는데 모두 전통적인 양식으로 장식되어 아주 장엄하고 기품이 넘쳤다.육재호는 차에게 내려왔는데 얼굴은 모두 붕대로 감싸고 있어 아주 처참해 보였다.문 앞에 있던 집사 한 명이 육재호의 차를 보고는 얼른 다가왔는데 육재호의 얼굴에 있는 상처를 보더니 무척 놀라며 물었다.“육 회장님, 이게 무슨 일이십니까?”“고씨 어르신을 뵈러 데려다주십시오.”육재호는 차갑게 말했다.“알겠습니다, 육 회장님 저를 따라오시지요.”집사는 대답하고는 요청하는 손짓을 했다.이윽고 육재호는 집사를 따라 리조트에 들어서서 한참을 빙글빙글 돌아서야 리조트 뒤편에 있는 서재에 도착했다.“육 회장님, 어르신께서 지금 서법을 연습하고 계셔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집사가 말했다.육재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손하게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서재 안에
서강빈은 아직도 만물상점에서 술을 마시며 속을 달래고 있다.문 앞에서 갑자기 검은색 세단이 몇 대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고 차에서 7, 8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내렸는데 사나운 모습을 하고 만물상점에 쳐들어가서는 바로 서강빈을 에워쌌다.“네가 바로 서강빈이야?”앞장선 그 남자는 꽤 위엄있는 모습이었는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본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수 있었다.주위를 둘러싼 남자들의 자리선정도 특이했다.딱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는데 군부대에서 나온 사람일 가능성이 아주 컸다.“볼 일 있어?”서강빈은 덤덤하게 한마디 묻고는 술을 홀짝거렸다.“우리 어르신께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해.”남자 한 명이 차갑게 대답하고는 바로 손을 들어 두말없이 서강빈의 어깨를 잡았다.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상대가 자신의 어깨를 잡는 동시에 어깨를 떨었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남자는 거대한 힘에 밀려서 뒷걸음질을 쳤는데 팔뚝 전체가 얼얼해 났다.“미친놈이 감히 반항해?”뒤로 밀려난 남자는 성을 내면서 허리춤에서 삼단봉을 꺼내 들고는 힘있게 흔들자 팍하고 소름이 끼치는 소리를 냈다.서강빈은 뒤에 있는 남자를 보지도 않고는 태연하게 자신에게 술을 따르며 차갑게 말했다.“그쪽 어르신을 뵈러 간다고 내가 승낙했었나?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서강빈은 지금 기분이 아주 불쾌했다.그 남자는 이 말을 듣고 바로 화가 나서는 소리쳤다.“곱게 데리고 가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 네가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말을 마치고 남자는 삼단봉을 휘두르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면서 서강빈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고 씨 어르신은 그저 그들에게 서강빈을 데리고 와라고 했지 산 채로인지 죽은 채로인지는 얘기하지 않았다.상대방의 삼단봉이 날아오는 것을 보면서 서강빈은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불만스럽게 말했다.“만나자마자 손을 쓰다니, 너무 상도덕이 없는 거 아닌가?”말을 마치고 서강빈은 손을 들어 흔들더니 술잔 하나가 뒤에 있는 그 남자한테 날아갔다.팍!술잔은 그 남자의
“이 녀석이 배짱이 대단하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감히 내 사람을 건드리는 이가 있을 줄은 몰랐어. 거기다가 내가 직접 만나러 가라고 혀를 함부로 놀리기까지 하고 말이야!”고정용은 분노하면서 손잡이를 세게 내리치고는 차갑게 말했다.“얘야, 차를 대기시켜! 이 자식이 목숨이 대체 몇 개인지 내가 직접 봐야겠어!”말을 마치고 고정용은 저택을 나섰다.백 명은 족히 넘은 검은 슈트의 타자들이 얼른 그 뒤를 따랐고 저택 문 앞에는 열몇대의 검은 세단이 세워졌다.고정용이 차에 올라타자 육재호도 뒤따라 올라타서는 말했다.“어르신, 저 녀석이 너무 건방집니다. 저는 이따가 어르신께서 저 자식에게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남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나도 알아.”고 씨 어르신이 차갑게 말하고 나서 차에 시동이 걸리고 신속하게 만물상점을 향해 달려갔다.육재호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건방진 자식! 이번에 너는 죽었어!”이와 동시에, 황규성과 공명진도 다급하게 만물상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고 씨 어르신의 뜻이니 그들은 감히 무시하지 못했고 어쩔수 없었다.만약 어르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들은 송주에서 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십여 분 후.기세가 높은 차량의 행렬이 만물상점의 문 앞에 서서 거리 전체를 점령했다.이 광경은 행인들의 관심을 끌어 구경꾼들이 생겼고 주위 가게 사장님들도 고개를 기웃거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만물상점 문 앞에는 사람들이 꽉 찼다.“무슨 일이야?”“이 가게 주인이 누구의 심기를 건드린 건가? 좀 전에도 사람들이 와서 시비가 생긴 것을 보았는데.”“얼른 봐봐, 차 문이 열렸어. 누군지 봐봐.”행인들과 가게 사장들은 모두 목을 쭉 뻗고 차량을 쳐다보았다.펑펑펑!열 몇 대의 검은 세단의 문이 열리면서 백 명이 넘는 검은 슈트의 타자들이 일제히 내리더니 만물상점 주변 500미터 범위를 통제했다.이윽고 제일 앞에 있던 검은 메르세데스에서 고 씨 어르신이 지팡이를 들고 흰색 개량 한복을 입고는 차에서 내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