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남기는 눈을 뜨고 보니 온몸이 개운하고 가슴이 답답하던 증상도 사라졌으며 몸에 따뜻한 기류가 흘렀다.“나 괜찮아.”우남기가 웃으며 말했다.강지원은 눈물을 닦고 한숨을 돌리면서 재빨리 서강빈에게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서 신의님.”서강빈이 차분하게 웃었다.“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에요.”그 시각 장내의 모든 이가 어안이 벙벙해졌다.서강빈이 의술에 능통할 줄이야.인파들 속에서 진기준의 얼굴이 한껏 일그러졌다. 그가 방금 내뱉은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으니 제 발등에 찍힌 격이 아니겠는가.“고맙네 서 신의,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하게. 지원이 찾아도 되고.”우남기가 감사의 뜻을 표했다.서강빈은 서둘러 그에게 말했다.“과언입니다. 어르신은 나라를 위하고 서민을 위해서 수없이 전장을 누비셨어요. 제가 마땅히 도와드려야죠.”우남기가 머리를 끄덕이며 온화하고 자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서강빈이란 젊은이가 몹시 마음에 든 모양이다.이 겸손한 태도만 봐도 미래가 빛날 인재였다.옆에 있던 강지원이 또다시 어르신께 나지막이 속삭였고 외손녀의 말을 들은 어르신은 흥분을 금치 못했다.“뭐라고? 너의 고질병을 치료한 신의가 바로 서강빈 씨란 말이야?”우남기는 화색을 띠며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말했다.“서 신의의 의술은 신의라는 두 글자에 걸맞은 실력일세. 지원아, 앞으로 서강빈 씨에게 제대로 고마움을 표하고 이분과 친하게 지내거라.”강지원이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네, 할아버지.”그녀는 어린 소녀처럼 수줍게 미소 지었다.우남기가 되살아나니 뭇사람들도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송해인의 안색도 훨씬 밝아졌다.한편 이세영은 여전히 혀를 끌끌 차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허세 부리는 것 좀 봐. 그냥 얻어걸린 거잖아. 칫.”“이 비서, 말 가려서 해.”송해인이 냉큼 그녀를 째려봤다.지금 이런 말을 하는 건 대놓고 심기를 건드리는 거나 다름없다.“제 말 맞잖아요. 대표님도
“그 말 무슨 뜻이야?”서강빈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진기준은 비아냥거리며 말을 이었다.“무슨 뜻이냐고? 왜 이 금오단은 하필 너의 침술을 결부해야 약효가 있고 네 침술이 없으면 독약이 되는 건데? 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그의 한마디에 장내가 술렁거렸다.한편 송해인은 서강빈이 권효정을 위해 선뜻 나서는 모습에 마음이 씁쓸했다.예전에 이 뒷모습은 오직 그녀만을 위한 것이었으니.뭇사람들이 의논하기 시작하자 진기준도 의욕이 생겨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내 말 틀려? 어서 해명해 봐, 어떻게 된 일인지.”서강빈은 싸늘한 눈길로 그에게 되물었다.“내가 왜 해명해야 하지?”“하하, 해명 못하겠나 봐!”진기준은 웃으며 우남기에게 말했다.“어르신, 방금 벌어진 상황은 전부 서강빈 저 자식이 꾸민 거예요! 어르신께 가까이 다가가려고 일부러 판을 짜서 어르신을 도와주는 척하는 거라고요.”“찰싹!”우남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강지원이 냉큼 그의 뺨을 후려치며 호되게 질책했다.“닥쳐! 너 따위가 서 신의를 의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저는...”진기준은 얼굴을 감싸고는 싸늘한 그녀의 눈빛과 마주한 순간 식겁하여 목을 움츠렸다.젠장!서강빈 이 빌어먹을 놈!강지원 씨는 대체 왜 저런 녀석을 도와주는 걸까?“진 대표, 남아일언 중천금이야. 날 건드린 대가가 어떤 건지 잘 생각해 봐!”강지원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그녀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진기준은 식겁해버렸다.솔직히 강지원이 아무리 송주 상업계 여왕이라 해도 진기준이 두려워할 정도까진 아니다.그가 두려운 건 강지원의 뒤에 있는 우남기 어르신이다.중앙 군관구 사령관 우남기야말로 리얼 빅 보스니까.“진 대표, 굳이 내 사람들이 나서야 무릎을 꿇겠어?”강지원이 퉁명스럽게 물었다.곧이어 뒤에서 덩치 큰 두 경호원이 두어 걸음 나섰다.진기준은 화들짝 놀라서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더니 서강빈에게 말했다.“서강빈 씨, 옛친구인 면
홀 안에 순간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송해인의 안색이 한없이 어두워졌다.서강빈이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나올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그녀가 간절히 애원하는데도 전혀 물러설 기미가 없다니, 예전의 서강빈은 절대 이런 사람이 아니다.설마 이혼했다고 진짜 딴사람으로 변한 걸까?“강빈아, 꼭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나와야겠어?”송해인이 미간을 찌푸렸다.서강빈은 실소를 터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송 대표, 나야말로 묻고 싶네. 내가 만약 어르신을 못 구했고 진기준이 틈을 타서 날 궁지로 몰아넣었다면 그때도 똑같이 날 위해 사정해 줬을까?”“난...”송해인은 말문이 막히고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서강빈은 고개를 내저으며 가볍게 웃었다.“대답할 필요 없어. 망설인다는 자체가 이미 내게 답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나도 이 인간을 봐줄 필요가 없다는 거야!”송해인은 인상을 찡그리며 뭐라 더 말하려 했지만 서강빈이 진기준 앞으로 다가가며 거만한 자세로 발을 대뜸 내밀었다.“진 대표님, 구두가 더럽혀지긴 했네요. 깨끗이 핥아주길 부탁드려요.”진기준은 울화가 치밀어 미쳐버릴 지경이지만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자세를 낮추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서강빈 씨, 이렇게까지 나오실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도 한때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우리.”“우리가 언제 친했던가요?”서강빈이 되물었다.진기준은 흠칫 놀라서 표정이 얼어붙었다. 서강빈은 그를 망신 주려고 작정했다.“서강빈! 꼭 이렇게 날 망신 줘야겠어? 우리 아빠는 진성욱이야!”진기준이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그의 두 눈에 원한이 잔뜩 맺혔다!진짜 서강빈의 구두를 핥으면 앞으로 송주에서 머리를 들고 다닐 수가 없으니까!서강빈이 코웃음 치며 싸늘하게 말했다.“진성욱이면 뭐? 네 아빠가 여기 있어도 넌 똑같이 무릎 꿇고 내 신발을 핥아야 해.”“진 대표, 굴욕당하는 게 두려운가 봐요?”권효정이 야유조로 말을 내뱉었다.“거 참 남자답지 못하네요. 본인이 한 말을
“마음대로 생각해. 난 떳떳하니까!”서강빈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송해인은 이미 사리 분별도 구분 못 하는 엉망진창이 돼버렸다.이에 서강빈은 그저 씁쓸할 따름이었다.“넌 그냥 할 말이 없는 거야!”송해인은 그에게 소리치고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진기준을 쫓아갔다.이세영도 그를 사납게 째려본 후 쪼르르 달려갔다.서강빈은 숨을 깊게 몰아쉬며 차오르는 분노를 꾹 삼켰다.“강빈 씨, 괜찮아요?”권효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그는 머리를 내저으며 대답했다.“네, 괜찮아요. 나랑 함께 산책할래요?”“좋아요.”권효정이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이어서 그녀는 강지원 일행에게 몇 마디 말하고 서강빈과 함께 홀을 나섰다. 두 사람은 리조트의 정원으로 걸어갔다.홀 안의 분위기가 서강빈의 가슴을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그 시각 송해인은 진기준을 쫓아가며 외쳤다.“진 대표, 미안해, 내가 대신 사과할게. 강빈이가 오늘 저토록 모질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진기준은 한숨을 내뱉고 분노에 찬 눈길로 말했다.“송 대표, 이번 일은 송 대표와 아무 상관 없어. 다 서강빈 그 녀석 잘못이니까 대신 사과할 필요 없다고.”송해인은 미간을 살짝 구기고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어쨌거나 내 전남편이잖아. 오늘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빚다니, 내가 정중하게 사과할게.”귀 뒤로 머리를 넘기는 제스처에 진기준은 순간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송해인을 쳐다봤다.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해인 씨, 막말이 아니라 서강빈 씨 진짜 완전히 변했어.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고! 오늘 금오단 사건은 십중팔구 서강빈이 일부러 우릴 골탕 먹이려는 수작일 거야!”진기준이 대뜸 화제를 돌렸다.이세영도 마침 그들을 쫓아오더니 한마디 덧붙였다.“맞아요, 대표님, 저도 오늘 밤 금오단 사건이 너무 수상했어요. 서강빈 씨가 판을 짜고 우릴 망신 주려는 게 틀림없어요.”“설마, 아닐 거야...”송해인은 여전히 조금
송해인도 비오 그룹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서강빈을 다시 찾아가야만 한다.한편 서강빈은 한창 권효정과 함께 정원의 긴 복도를 거닐었다.권효정은 해맑은 소녀처럼 뒷짐을 지고 빠른 보폭으로 서강빈을 따라갔다.“강빈 씨, 방금 전처에게 그렇게 하면 전처가 앞으로 강빈 씨 미워할까 봐 걱정되지 않아요?”권효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서강빈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미워하면 하라죠. 나랑 그 여자 사이에 더 이상 사랑 같은 건 없어요.”권효정이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그럼 강빈 씨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생각 해봤어요?”뭐?서강빈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그게 어디 말처럼 쉽던가요. 나처럼 아무것도 없는 찌질이한테 누가 선뜻 시집오고 싶겠어요?”서강빈은 가볍게 웃으며 권효정이 아직도 어려서 소녀 감성으로 모든 걸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다고 여겼다.“나요, 난 그럴 마음 있는데요.”권효정이 재빨리 대답했다. 그녀는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진지하게 말했다.서강빈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날카로운 그의 눈빛에 권효정은 덜컥 겁이 나 감히 직시하지 못하고 작은 머리를 푹 숙였다.“강빈 씨는 내가 싫은가 보죠.”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서강빈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권효정은 아직 어려 일시적인 충동인 거라고.“효정 씨, 난 이젠 27살이에요. 근데 효정 씨는요?”서강빈이 목소리를 내리깔았다.권효정은 잔뜩 긴장해서 새하얀 목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감히 서강빈을 쳐다보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난 22살이에요. 하지만 우린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요. 게다가 난 원래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를 더 선호해요. 아저씨처럼 안정감이 있잖아요. 실은 나 연애경험이 없어요. 다른 남자들은 다 너무 유치해 보이거든요. 다들 내 집안 조건만 노리는데 강빈 씨는 달라요...”서강빈이 머리를 내저었다.“효정 씨, 나 방금 이혼했어요.
권효정도 처음엔 살짝 난처했는데 송해인이 이딴 식으로 서강빈을 모욕하자 대뜸 정색하며 그녀에게 쏘아붙였다.“그래요? 난 강빈 씨 참 괜찮은데요? 최소한 송 대표님 옆에 있는 진기준 씨보다 훨씬 뛰어난 거 아닌가요?”송해인은 미간을 구기며 차오르는 분노를 짓눌렀다.“강빈아, 나랑 얘기 좀 해.”잠시 침묵한 후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 사이에 할 얘기가 더 남았어?”서강빈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저쪽 가서 얘기하자. 여기 딴사람 있어서 말하기 불편하네.”곧이어 그녀는 옆에 있는 휴식실 쪽으로 걸어갔다.서강빈이 따라오지 않자 송해인은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일그러진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효정 씨는 딴사람 아니니까 할 말 있으면 그냥 여기서 해.”서강빈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옆에 있던 권효정은 순간 마음속에 꽃이 활짝 피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뒷짐을 지고 송해인에게 혀를 날름거리며 으스댔다.송해인은 울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그녀는 곧장 폭발할 것만 같았다.서강빈이 이토록 자신을 차갑게 대할 줄이야.마치 낯선 이가 된 기분이랄까.“송 대표, 우린 이미 이혼한 사이야. 그러니까 자중해. 나 같은 우물 안의 개구리랑 엮이면 너만 체면 깎이는 거잖아.”송해인은 험상궂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나 진짜 이해 안 돼서 그러는데 우리 사이에 꼭 이렇게까지 얼굴 붉혀야겠어? 친구로도 지낼 순 없는 거야?”서강빈은 한심하다는 듯이 실소를 터트렸다.“친구? 송 대표랑 원수지간이 안 된 것만으로도 난 이미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나 지금 너랑 싸우려고 온 거 아니야.”송해인은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내 침술을 뺏어가려고 온 거겠지!”그녀는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속내를 들켜버리니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그것도 하필 서강빈에게 들키다니.그의 야유 어린 눈빛에 송해인은 수치심이 밀려와 얼굴이 화끈거렸다.“맞아.”그녀는 결국 수긍하고 말았다.서강빈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이 침술은
서강빈은 침묵했다.그는 한참 후에야 속절없이 입을 열었다.“침술 너 안 줘.”그녀는 결국 거절당했다.서강빈이 끝내 거절하고 말았다. 이건 꿈에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고작 이혼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왜 아예 딴사람으로 변한 걸까?“서강빈, 너 이런 사람이었구나!”송해인은 분노 어린 눈길로 그를 째려보다가 몸을 홱 돌리고 자리를 떠났다.눈가에 고인 눈물이 드디어 왈칵 쏟아져 내렸다.하지만 서강빈 앞에선 연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그녀가 몇 걸음 나아가자 뒤에서 서강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침술에 관한 내용은 인터넷에 올릴 거야.”송해인은 걸음을 멈췄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그녀의 안쓰러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강빈도 마음이 씁쓸했다.“강빈 씨, 왜 그렇게 하는 건데요? 그럼 그냥 송 대표를 도와주는 거잖아요.”권효정이 의아한 듯 물었다.만약 침술에 관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면 간접적으로 비오 그룹을 도와주는 격이 된다.설마 그는 아직도 전처를 향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 걸까?서강빈이 담담하게 말했다.“효정 씨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요. 하지만 난 해인이를 위해서도 아니고 비오 그룹을 위한 것도 아니에요. 단지 금오단을 충동 구매한 환자들 때문에 올리는 거예요. 금오단의 처방은 내가 줬어요. 금오단을 산 환자들이 무슨 일 생기면 그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에요. 송해인의 성격은 내가 잘 알아요. 절대 금오단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침술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는 건 다만 진상도 모르는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서예요.”권효정은 그제야 깨닫고는 머리를 끄덕이며 웃었다.“서 신의는 참 착한 분이세요.”서강빈은 가볍게 웃었다.“신의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편하게 이름 불러요.”“네, 그럴게요, 강빈 씨.”권효정이 살짝 수줍은 듯 대답했다.“못 말린다니까요.”권효정은 배시시 웃다가 불쑥 말을 이었다.“아참, 강빈 씨, 이따가 또 사적인 모임이 있는데 할아버지가 나더러 강빈 씨도 함께 데려가래요. 같이 가주
송해인은 떨리는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두 볼은 차갑게 얼었다. 송해인은 차갑게 얘기했다.“좋아, 서강빈. 이제 나를 협박까지 한다는 거지? 앞으로 두고 봐!”그 모습을 본 이세영은 진기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송 대표님, 이번 일은 직접 나서실 필요 없습니다. 아까 진 대표님과 얘기가 끝났어요. 서강빈이 이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더는 봐주지 않을 거라고요. 진 대표님이 적지 않은 사람들을 알고 있으니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그 김에 서강빈, 그 자식도 혼내줘야죠. 자신의 위치와 지위가 고작 어느 정도인지 알게 해줘야 합니다!”그 말을 들은 송해인이 몸을 바르르 떨며 물었다.“뭘 하려고...?”“송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목숨은 붙여놓을 거예요. 그리고 서강빈이 따로 장사를 하지 않습니까? 그 가게를 태워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방법이 없으면 결국 와서 송 대표님께 무릎 꿇을 겁니다.”이세영이 차갑게 웃었다.진기준도 옆에서 얘기했다.“송 대표, 이 일은 내게 맡겨. 넌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하지만...”송해인은 살짝 머뭇거렸다.3년 동안 부부로 살았던 그들이, 꼭 이런 결말을 맞이해야 하는가?이세영이 급해서 얘기했다.“송 대표님, 머뭇거리는 순간 서강빈한테 지는 거라고요! 그 사람은 이미 매정하게 굴고 있는데 왜 송 대표님은 그렇게 못하세요? 송주의 가장 빛나는 상업계의 여왕이 되셔야죠. 이런 자식 때문에 발목 잡히면 안 돼요!”송해인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머뭇거리던 그녀의 눈은 이미 결심을 내린 듯했다. 그리고 다시 길게 숨을 내뱉으며 송해인이 얘기했다.“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말을 마친 그녀가 몸을 돌려 떠났다.이세영과 진기준은 마주 보며 웃었다. 자신들의 계획이 성공해서 꽤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진 대표님, 그럼 남은 일은 대표님께 맡기겠습니다.”이세영이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 진기준은 자신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음산하게 웃었다.“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