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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작가: 서인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2-13 19:24:37
권효정도 처음엔 살짝 난처했는데 송해인이 이딴 식으로 서강빈을 모욕하자 대뜸 정색하며 그녀에게 쏘아붙였다.

“그래요? 난 강빈 씨 참 괜찮은데요? 최소한 송 대표님 옆에 있는 진기준 씨보다 훨씬 뛰어난 거 아닌가요?”

송해인은 미간을 구기며 차오르는 분노를 짓눌렀다.

“강빈아, 나랑 얘기 좀 해.”

잠시 침묵한 후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사이에 할 얘기가 더 남았어?”

서강빈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저쪽 가서 얘기하자. 여기 딴사람 있어서 말하기 불편하네.”

곧이어 그녀는 옆에 있는 휴식실 쪽으로 걸어갔다.

서강빈이 따라오지 않자 송해인은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일그러진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효정 씨는 딴사람 아니니까 할 말 있으면 그냥 여기서 해.”

서강빈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옆에 있던 권효정은 순간 마음속에 꽃이 활짝 피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뒷짐을 지고 송해인에게 혀를 날름거리며 으스댔다.

송해인은 울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그녀는 곧장 폭발할 것만 같았다.

서강빈이 이토록 자신을 차갑게 대할 줄이야.

마치 낯선 이가 된 기분이랄까.

“송 대표, 우린 이미 이혼한 사이야. 그러니까 자중해. 나 같은 우물 안의 개구리랑 엮이면 너만 체면 깎이는 거잖아.”

송해인은 험상궂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나 진짜 이해 안 돼서 그러는데 우리 사이에 꼭 이렇게까지 얼굴 붉혀야겠어? 친구로도 지낼 순 없는 거야?”

서강빈은 한심하다는 듯이 실소를 터트렸다.

“친구? 송 대표랑 원수지간이 안 된 것만으로도 난 이미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나 지금 너랑 싸우려고 온 거 아니야.”

송해인은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

“내 침술을 뺏어가려고 온 거겠지!”

그녀는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속내를 들켜버리니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그것도 하필 서강빈에게 들키다니.

그의 야유 어린 눈빛에 송해인은 수치심이 밀려와 얼굴이 화끈거렸다.

“맞아.”

그녀는 결국 수긍하고 말았다.

서강빈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 침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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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빈은 침묵했다.그는 한참 후에야 속절없이 입을 열었다.“침술 너 안 줘.”그녀는 결국 거절당했다.서강빈이 끝내 거절하고 말았다. 이건 꿈에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고작 이혼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왜 아예 딴사람으로 변한 걸까?“서강빈, 너 이런 사람이었구나!”송해인은 분노 어린 눈길로 그를 째려보다가 몸을 홱 돌리고 자리를 떠났다.눈가에 고인 눈물이 드디어 왈칵 쏟아져 내렸다.하지만 서강빈 앞에선 연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그녀가 몇 걸음 나아가자 뒤에서 서강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침술에 관한 내용은 인터넷에 올릴 거야.”송해인은 걸음을 멈췄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그녀의 안쓰러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강빈도 마음이 씁쓸했다.“강빈 씨, 왜 그렇게 하는 건데요? 그럼 그냥 송 대표를 도와주는 거잖아요.”권효정이 의아한 듯 물었다.만약 침술에 관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면 간접적으로 비오 그룹을 도와주는 격이 된다.설마 그는 아직도 전처를 향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 걸까?서강빈이 담담하게 말했다.“효정 씨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요. 하지만 난 해인이를 위해서도 아니고 비오 그룹을 위한 것도 아니에요. 단지 금오단을 충동 구매한 환자들 때문에 올리는 거예요. 금오단의 처방은 내가 줬어요. 금오단을 산 환자들이 무슨 일 생기면 그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에요. 송해인의 성격은 내가 잘 알아요. 절대 금오단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침술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는 건 다만 진상도 모르는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서예요.”권효정은 그제야 깨닫고는 머리를 끄덕이며 웃었다.“서 신의는 참 착한 분이세요.”서강빈은 가볍게 웃었다.“신의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편하게 이름 불러요.”“네, 그럴게요, 강빈 씨.”권효정이 살짝 수줍은 듯 대답했다.“못 말린다니까요.”권효정은 배시시 웃다가 불쑥 말을 이었다.“아참, 강빈 씨, 이따가 또 사적인 모임이 있는데 할아버지가 나더러 강빈 씨도 함께 데려가래요. 같이 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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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서강빈   제34화

    송해인은 떨리는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두 볼은 차갑게 얼었다. 송해인은 차갑게 얘기했다.“좋아, 서강빈. 이제 나를 협박까지 한다는 거지? 앞으로 두고 봐!”그 모습을 본 이세영은 진기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송 대표님, 이번 일은 직접 나서실 필요 없습니다. 아까 진 대표님과 얘기가 끝났어요. 서강빈이 이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더는 봐주지 않을 거라고요. 진 대표님이 적지 않은 사람들을 알고 있으니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그 김에 서강빈, 그 자식도 혼내줘야죠. 자신의 위치와 지위가 고작 어느 정도인지 알게 해줘야 합니다!”그 말을 들은 송해인이 몸을 바르르 떨며 물었다.“뭘 하려고...?”“송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목숨은 붙여놓을 거예요. 그리고 서강빈이 따로 장사를 하지 않습니까? 그 가게를 태워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방법이 없으면 결국 와서 송 대표님께 무릎 꿇을 겁니다.”이세영이 차갑게 웃었다.진기준도 옆에서 얘기했다.“송 대표, 이 일은 내게 맡겨. 넌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하지만...”송해인은 살짝 머뭇거렸다.3년 동안 부부로 살았던 그들이, 꼭 이런 결말을 맞이해야 하는가?이세영이 급해서 얘기했다.“송 대표님, 머뭇거리는 순간 서강빈한테 지는 거라고요! 그 사람은 이미 매정하게 굴고 있는데 왜 송 대표님은 그렇게 못하세요? 송주의 가장 빛나는 상업계의 여왕이 되셔야죠. 이런 자식 때문에 발목 잡히면 안 돼요!”송해인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머뭇거리던 그녀의 눈은 이미 결심을 내린 듯했다. 그리고 다시 길게 숨을 내뱉으며 송해인이 얘기했다.“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말을 마친 그녀가 몸을 돌려 떠났다.이세영과 진기준은 마주 보며 웃었다. 자신들의 계획이 성공해서 꽤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진 대표님, 그럼 남은 일은 대표님께 맡기겠습니다.”이세영이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 진기준은 자신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음산하게 웃었다.“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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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서강빈   제35화

    “도원하 씨, 이곳은 금릉이 아니라 송주입니다. 그러니 도원하 씨가 끼어들 곳은 없어요. 그리고 서강빈 님은 우리 권씨 일가의 귀빈입니다. 서강빈 님을 향한 불경은 곧 우리 권씨 일가를 향한 불경입니다. 또 그런 태도로 나온다면 그때는 사람을 불러 퇴장 조치시키겠습니다.”권효정은 전처럼 나약한 성격이 아니었다. 현재의 그녀는 의견을 매우 강하게 밀고 나갈 줄 알았다.도원하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그냥 웃었다.“권씨 일가의 아가씨가 말도 꽤 잘하고, 강하네요.”그 뒤에는 몸집이 크고 인상이 무서운 보디가드들이 검은 정장을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한줄로 서 있었는데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흥.”권효정의 코웃음도 포스 있었다.그 모습에 서강빈은 권효정을 다시 보게 되었다.원래는 나약한 부잣집 딸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마냥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하지만 서강빈의 탓도 아니다. 서강빈은 권효정이 천주에서 또 다른 별명이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권효정에게는 천주 차도녀라는 별명이 있었다.항상 도도했기 때문이다. 천주의 4대 도련님도 그녀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젊은 나이에 이미 천주 비즈니스 업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권씨 가문 반 이상의 가업을 물려받은 권효정은 그렇게 순진무구하고 만만한 여자아이가 아니었다.그저 서강빈 앞에서만 연약하고 귀엽고 청순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됐어요.”가장 앞에 앉아있는 흰 도복을 입은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고 차갑게 얘기했다.“다 고옥을 위해 온 것이니 싸울 필요 없습니다. 감정을 삭이세요. 오늘 밤은 권씨 가문이 주최한 것이니 도씨 가문 가주는 거기까지 하세요. 권씨 가문 아가씨도 화를 푸시게나.”권효정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 굳어있던 표정을 풀었다.그리고 그녀는 서강빈에게 얘기했다.“강빈 씨, 아까 저 남자는 도원하라고, 금릉 6대 명문가 중 도씨 가문의 가주예요. 주요하게 부동산 개발을 하는데 금릉에서는 권력이 아주 강한 사람이죠. 요즘에는 의약계에 손을 뻗으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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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서강빈   제36화

    권효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집사에게 얘기해 서강의 거장을 불러오게 했다.그는 몸매가 빼어난 중년 남자였다. 매부리코에 다람쥐 같은 눈을 하고 있었는데 청색의 카디건을 입고 손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가죽 가방을 들고 있었다.“이분은 서강에서 오신 오정수 거장입니다.”권효정이 웃으면서 소개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오정수 거장은 손을 모아 웃으며 얘기했다.“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먼저 물건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오정수는 바로 자신의 가죽 가방을 열었다.가방 안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원형 백옥이 있었는데 공예가 매우 정교해 보였다. 오정수가 백옥을 꺼내는 순간, 사람들은 온몸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공명진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그 원형 백옥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좋은 물건이군요!”여러 사람들이 감탄하며 얘기했다.이런 영물은 처음 보는 것이다.옥 자체만으로도 가격이 매우 높을 것이다.게다가 만약 정말 풍수를 조정할 수 있고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며 마음에 안정을 찾아준다면 정말 두말할 필요도 없는 보물이었다.서강빈도 미간을 좁힌 채 감탄했다.도원하는 공경하게 옆의 곽래원에게 물었다.“곽 선생님은 어떻게 보십니까?”곽래원은 눈을 뜨고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여간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이 백옥 안에는 적지 않은 영기가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확실히 좋은 영물입니다. 풍수를 조절하고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며 마음에 안정을 찾아준다는 것도 아마 진짜일 겁니다. 사도 됩니다.”그 말을 들은 도원하는 결심한 듯 격동한 표정이었다.오늘 밤, 이 고옥은 무조건 그의 손에 들어올 것이다!권효정은 고개를 돌려 서강빈에게 물었다.“서강빈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하하하, 권효정 아가씨, 이 자식한테 물어서 뭐 합니까? 이 사람이 정말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옥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를 것 같은데요. 저기요, 잘 모르면 그냥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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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서강빈   제37화

    “이 새끼가?!”곽래원은 화가 나서 목까지 빨개져서 고함을 질렀다. “권효정 아가씨, 이런 무례한 자식은 바로 쫓아내야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입을 모아 같이 욕을 퍼부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감히 곽 거장과 대들어?”“이게 어떤 자리인지는 알고 나대는 거야?!”“그러면 저자의 뜻은 서강에서 온 거장이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거야?”분노한 사람들 앞에서 서강빈은 담담한 표정이었다.“권효정 아가씨, 뭐합니까? 이런 사람은 당장 쫓아내야 합니다!”곽래원이 재촉하며 얼굴을 붉혔다.예쁜 권효정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녀는 차갑게 대답했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날 명령해요? 곽 거장님, 아마도 잊으신 것 같은데, 서강빈 님은 우리 권씨 가문의 귀빈입니다. 쫓아낸다고 해도 서강빈 님이 아닌 당신을 쫓아버릴 거란 말이죠!”곽래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권효정 아가씨, 저도 나름 금릉의 뛰어난 풍수사입니다. 적지 않은 인맥이 있고요! 그러니 저를 쫓아내면 권 어르신이 화낼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곽래원이 불쾌함을 드러내며 얘기했다.어떻든지, 그는 금릉의 뛰어난 풍수사다. 명예도 있고 인맥도 있었다.권씨 가문의 아가씨가 그를 존중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크나큰 수치였다.권효정이 차갑게 웃었다.“금릉의 뛰어난 풍수사요? 그렇게 대단한가요? 제 눈에는 서강빈 님의 만분의 일도 안되는 것 같은데요? 바로 자리에 앉으시던지, 그렇지 않으면 당장 나가주세요!”강압적이었다.상당히 강압적인 태도다. 지금 권효정은 마치 어미 새처럼 서강빈을 지키며 그에 대한 나쁜 말이 나오지 않게 했다.“당신...!”곽래원은 화가 나서 죽기 직전이었다.하지만 권효정 앞에서 다른 방법도 없었다.권씨 가문의 아가씨니 권씨 어르신의 보배일 것이다.옆의 도원하가 불만스럽게 얘기했다.“권효정 아가씨, 이런 행동은 금릉 도씨 가문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곽 거장님은 제가 모셔 온 것인데, 고작 저런 놈을 위해서 곽 거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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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서강빈   제38화

    “가짜라고 얘기했으니, 나도 당신이 어떻게 증명할지 보고 싶네.”오정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하다는 듯 서강빈을 쳐다보았다.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놈이 능력이 있어봤자 얼마나 대단하겠는가.정말 영물을 꺼내놓아도 못 알아볼 것이다.그래서 오정수는 서강빈이 증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오정수는 이 원형 백옥을 보며 자신감을 가졌다.이 속임수는 오정수만이 알고 있다.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웃더니 얘기했다.“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그리고 원형 백옥을 보더니 시선을 돌려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가짜 옥에 속임수를 조금 써서 이런 돈 많은 사람들을 속이다니. 정말 돈이 많다고 해서 다 총명한 건 아닌가 보네요. 속이기도 쉽고.”“젠장!”“저 자식이 뭐라고 하는 거야?!”“x발, 저 새끼가 우리를 멍청하다고 한 거야?!”내원의 사람들이 모두 화를 냈다.서강빈이 바로 그들의 앞에서 욕을 하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리가 없었다.공명진도 미간을 좁히고 불쾌해했다.이 자식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니면 그저 허세만 가득한 사람일 것이다. 쿵.도원하가 테이블을 내리치고 고함을 질렀다.“개자식, 너 뭐라고 했어?! 우리가 멍청하다고?!”서강빈은 그를 보더니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도씨 가문의 가주는 그래도 너무 멍청한 건 아니네요. 내가 욕한 건 알아들은 모양이네요.”“이 자식이 죽으려고!”화가 난 도원하 뒤의 보디가드들은 바로 달려들려고 했다.“움직이지 마세요.”권효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녀의 예쁜 얼굴에는 한기가 돌았다.그 아우라에 모두 얼어붙었다.도원하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그는 손을 들어 보디가드에게 물러나라고 손짓했으나 여전히 죽일 듯이 서강빈을 노려보며 차갑게 대답했다.“너 이 자식, 이 백옥이 가짜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곳에서 살아 나가지 못할 거야!”서강빈은 그와 얘기하기도 귀찮았다.“다들 이 백옥이 영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온몸이 무릉도원에 간 것처럼 편안해지고 분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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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서강빈   제39화

    이제 다른 사람들은 다 알아차렸다.“오정수 거장, 도망가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물건을 내려놓아요. 적어도 가기 전에 해명은 해야죠.”도원하가 목소리를 깔고 얘기했다.“맞아요, 만약 백옥이 정말 영물이라면 오정수 거장이 이렇게 급하게 자리를 뜰 필요가 없죠.”공명진이 차갑게 얘기했다.감히 자신을 속이려 하다니. 공명진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오정수는 이미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표정을 관리하지 못했다.화가 치밀어 오른 오정수는 죽일 듯이 서강빈을 노려보았다.겨우 만든 판이 이 자식 때문에 들통나버렸다.오늘 몇백억은 벌 수 있었는데, 서강빈 때문에 모두 실패했다. 그러니 증오심이 피어오르는 것이 정상이었다.“감히 나를 모함해?!”오정수는 이를 악물고 살기를 내뿜으며 얘기했다.“왜요?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하더니만, 이제는 저를 때리기라도 하게요?”서강빈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웃었다.“오정수 거장. 이곳은 송주입니다. 제대로 된 해명을 해주셔야 하겠는데요?”권효정이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했다.오정수는 눈알을 데굴 굴리고 생각하다가 겨우 얘기했다.“권효정 아가씨, 이 자식이 헛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이 백옥이 가짜라는 것은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이 자식의 말대로라면 이 백옥 안의 작은 풍수 진법이 영물이 아니겠습니까? 사면 풍수를 조절할 수 있고 사악한 기운도 내쫓을 수 있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죠.”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원하와 공명진 등 사람들의 낯빛이 변했다.오정수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이제 무슨 얘기를 할 겁니까?”곽래원이 나서서 서강빈을 추궁했다.서강빈은 고개를 저었다.“정말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구분하는 사람들 같네요. 백옥 속의 풍수 진법은 그저 이틀 정도밖에 효과가 없어요. 이틀 후면 효과가 사라져서 그냥 쓰레기가 될 겁니다.”“헛소리하지 마! 당신은 지금 아무 말이나 하고 있어!”서강빈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못 믿어요? 지금 당장 효과를 없애볼까요?”말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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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 명의 서강빈   제842화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 명의 서강빈   제841화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 명의 서강빈   제840화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 명의 서강빈   제839화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8화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 명의 서강빈   제837화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 명의 서강빈   제836화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5화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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