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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수정은 눈물을 머금은 채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언니, 아까 언니가 욕할 때 정말 멋졌어.”

“이혼하고 나서 삭발이라도 하면 더 멋질 것 같아.”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수정의 손을 꼭 잡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 그리고 미용실에 들러 새롭게 스타일링을 하고, 오후에는 당당하게 싱글 라이프를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퇴원 수속을 밟으려던 순간, 누군가 우리를 세게 밀어냈다.

“간호사님!”

“빨리 의사 좀 불러주세요, 이 사람이 수면제를 다량 복용한 것 같아요!”

성훈이 눈을 감은 정희를 안고 있었다. 경찰 제복을 입은 그의 모습에 간호사들은 긴장한 듯 빠르게 움직였다.

곧이어 도준이 헐레벌떡 달려왔고, 나를 보자 잠시 멈추더니 얼굴이 일그러지며 소리쳤다.

“서아진, 네가 이렇게 악랄할 줄 몰랐어! 정희가 잘못되면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그는 곧바로 응급실로 뛰어들어갔다.

나는 어처구니없는 비난에 쓴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수정은 분노에 손을 떨며 말했다.

“저 두 어리석은 인간들, 만약 정희가 정말 죽기라도 한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질 거야.”

이런 수법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도준과 성훈은 늘 쉽게 속아 넘어가며 정희의 말에 휘둘렸다. 결국, 그들의 문제였다.

“서수정!”

정희를 응급실로 들여보내고 나온 성훈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내가 방금 네 언니랑 연락을 끊으라고 했지? 또 말을 안 듣고 날 열 받게 만드는 거냐?”

“네가 정희를 이렇게 만든 거라고!”

성훈은 갑자기 손을 들어 수정의 얼굴을 강하게 내리쳤다.

수정은 피할 틈도 없이 옆으로 쓰러졌고, 이마가 벽 모서리에 부딪혀 피가 흐르며 정신을 잃었다.

“주성훈,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나는 머릿속이 하얘지며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경찰이면 첫사랑을 위해 아내를 때려도 되는 거야?”

내 목소리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임신했다고...”

성훈은 화가 나서 나를 밀쳐내려다가 내 평평한 배를 보고 멈칫했다.

그 순간, 도준이 병원비를 결제하고 다가왔다.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내게 다가오며 소리쳤다.

“네가 저지른 짓을 봐!”

도준은 커다란 택배 상자를 내 머리 위로 던졌다.

상자는 무겁지 않았지만, 충격에 정신이 혼미해지며 익숙했던 얼굴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상자에서 종이 조각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각 조각은 신문에서 오려낸 글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든 남자에게 몸을 파는 창녀!]

[싸구려 기집애!]

[뻔뻔한 년, 넌 길거리에서 차에 치여 죽을 거야!]

“내가 말했지, 정희를 구조하는 건 내 일이고 친구로서 옆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그깟 일로 정희를 모욕한 거야?”

도준은 내 머리카락을 잡아 뒤로 젖히며 나를 바라보게 했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서아진, 내가 진짜 너한테 손을 못 댈 거라고 생각해?”

“내가 한 게 아니야!”

“변도준, 정신 차려! 난 나정희 집 주소조차 몰라!”

하지만 도준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모든 일을 내가 저질렀다고 확신하는 듯 보였다.

고통과 억울함에 사로잡힌 나는 들고 있던 서류들을 그의 얼굴에 내던졌고, 손톱으로 그의 얼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래, 다 같이 죽어보자고! 어디 한 번 죽여봐!”

도준은 더욱 격분해 내 목을 거칠게 조르기 시작했다.

“이 빌어먹을...”

“변도준!”

그때, 성훈이 급히 달려와 도준을 막았다. 이어 내가 던진 서류를 주워 그의 얼굴에 들이밀며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기... 우리 아기가 없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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