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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우리 부모님은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그 때문에 나와 수정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자라야 했고, 수정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난 수정이가 손가락 하나 다치는 것조차 가슴이 아플 정도로 그녀를 소중히 아끼며 보살펴왔다.

그런데도 나는 눈이 멀어 그토록 귀한 수정에게 주성훈이라는 사람을 소개해주고, 결혼까지 시켜버렸으니...

우리는 진심을 다해 사랑을 주고, 고된 임신의 시간을 버텼다. 하지만 그 결과가 두 남자의 비열한 장난감이 되는 운명이라니, 마음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허...”

수정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훌쩍이며 울음을 쏟아냈다. 눈가를 훔친 그녀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고, 화면 속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사진 속에서 도준은 상의를 벗고 강한 허리에 로프를 묶고 있었고, 그의 품에는 정희가 안겨 있었다.

정희가 도준의 보호 속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장면,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다급하게 달려오는 경찰 제복의 주성훈까지...

모든 것이 한 편의 영화처럼 담겨 있었다.

정희는 마치 기사들이 지켜주는 공주같아 보였고, 그 모습은 방금 전 정희가 올린 SNS 게시물 속에서 한층 더 극적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정희는 게시물에 이런 도발적인 문구까지 남겨두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방관 오빠와 경찰 오빠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요?]

댓글 창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선택은 필요 없어! 나는 둘 다 가질 거니까!]

[이 세 사람, 그냥 결혼시켜 주세요! 이미 영화 한 편이네요.]

[진짜 베드 엔딩이 예상되는 멘트다.]

난 쓴웃음이 나면서 가슴 속 깊이 아픔이 밀려왔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아프게 찔렀던 건, 사진 속 정희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 펜던트가 바로 도준과 주성훈의 결혼 반지와 같은 디자인이라는 사실이었다.

“결혼식 때 네 사람의 반지가 똑같아서 우정의 증표인 줄로만 알았어.”

“근데 알고 보니, 그 반지가 남성용이었어.”

“언니, 정말 황당하지 않아?”

수정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가에는 다시 눈물이 고였다.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수정의 핸드폰을 빼앗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어릴 적처럼 그녀의 곁에 누워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괜찮아, 이제 다 잊고 몸부터 잘 추스르자. 이제라도 끊어내는 게 차라리 우리 인생을 불구덩이에서 구하는 길이야.”

그러나 말을 할수록 내 목소리도 점점 떨려왔다.

어쩌다 우리가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걸까?

결혼 전에 나는 정희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순진하게 믿었던 우리는 그들의 ‘놀이’에 끼어들어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더 황당했던 건, 나 역시 도준에게 차단당했다는 사실이었다.

“언니, 우리가 두 사람에게 정말 꺼림칙한 존재인 걸까?”

“어떻게 우리를 이렇게까지 싫어할 수가 있지?”

며칠간의 휴식을 통해 수정은 조금씩 기운을 차렸지만, 눈빛에는 여전히 자조가 가득했다.

“걱정 마, 언니가 방법을 찾을 거야. 우리 이곳을 떠나 자유롭게 살아가자. 이젠 남자도, 아이도 필요 없어...”

나는 슬픈 마음으로 수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슴이 메어왔다.

오랜 고민 끝에 우리는 이혼을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기로 했다.

도준과 성훈에게 우리의 결심을 알리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가 그저 문제를 일으키려 한다고만 생각할 테니까.

그러나...

[아진 씨, 죄송하지만 두 분의 의뢰는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정말 어떻게 이런 사람이 공무원이 된 건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사무실에서 의자를 부수고 난리였어요!]

[이런 깡패 같은 사람이 공무원이라니! 비용은 환불해 드렸으니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

변호사는 격분을 터뜨리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직후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도준이 나를 차단 목록에서 빼고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서아진,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네가 왜 차단당했는지 정말 모르는 거야?]

[세상 모든 여자가 너희 자매처럼 질투심 강하다면 차라리 멸종해버리는 게 낫겠어!]

[변호사 데리고 내 직장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우다니, 정말 재수가 없었지! 대체 너희 자매를 아내로 삼은 게 무슨 업보인지 모르겠다.]

역시나 온갖 모욕적인 비난만이 쏟아졌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었지만,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

화가 극에 달하자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걸 들은 도준은 더욱 분노하며 말했다.

[뭘 웃어! 네가 임신을 핑계로 나를 붙잡아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 내가 정말 너랑 이혼 안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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