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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아니, 난...”

도준은 순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마치 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입술만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나는 불길 속에서 수정에게 업혀 나오던 때가 떠올랐다.

숨이 턱턱 막혀 목구멍과 폐가 칼에 베이는 것 같았고, 배 속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흘러내리는 피가 나를 산산조각내는 것 같았다.

그때 얼마나 무력했던가?

얼마나 사랑하는 남편이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랐던가?

의식이 흐려지면서도, 그저 도준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나 주길 간절히 원했다.

마치 기적처럼 그가 나를 안아주고 “걱정하지 마, 내가 여기 있어”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눈을 떴을 때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죽을 듯한 고통 속에서 홀로 사산의 아픔을 견디고, 그 후에도 혼자 외롭게 의식을 잃었다.

도준은 내 옆에 단 한 번도 있어주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람을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런 것들을 그에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준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저 계속해서 나를 실망시키며 내 삶을 갉아먹을 뿐이었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운전석에 앉아있던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

“기사님, 이 남자 때문에 제 아이가 죽었어요. 지금도 저를 괴롭히고 있으니 빨리 출발해 주세요.”

“뭐야, 그런 거였어?”

기사는 이미 우리 대화를 듣고 있었던 터라, 곧바로 반응했다. 그는 도준에게 쏘아보며 침을 퉤 뱉었다.

“남자 망신 다 시키고 있네!”

그리고 힘껏 엑셀을 밟아 택시를 출발시켰다.

도준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무기력하게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택시 문이 그의 손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는 그대로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더 이상 내 일이 아니었다.

도준을 떨쳐내고, 나는 수정과 함께 근처 쇼핑몰로 향했다. 새 옷과 화장품을 사고, 호화로운 호텔에 들러 푹 쉬고 따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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