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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내가 변호사를 부른 이유가 뭔지 알아?”

나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차분히 말했다.

“변도준, 처음부터 난 진심으로 이혼을 결심했어. 네가 혼자 착각하고, 내가 너한테 목 매달 거라 믿어온 것뿐이지.”

“그리고 주성훈한테도 전해줘. 오늘 오후에 법원에서 보자고.”

핸드폰 너머로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지만, 이미 내 결심은 분명히 전달되었으니 상관없었다.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도준이 갑자기 폭발하듯 소리쳤다.

[서아진! 너 진짜 죽을 각오한 거지? 끝까지 가보자는 거지?]

[대체 얼마나 더 설명해야 알아듣겠어? 구조하는 건 내 일이야!]

[정희가 지금도 충격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있어. 친구로서 이틀 정도 옆에 있어주는 게 뭐가 문제냐고!]

도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희의 약한 울음 섞인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도준 오빠, 이제 그만 성훈 오빠랑 함께 돌아가세요. 저 혼자 있어도 괜찮아요...]

[아진 언니랑 수정 언니는 아이가 생겼잖아요. 저 때문에 두 분께 무슨 일이 생긴다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아요. 두 분을 뵐 면목도 없고...]

도준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정희야, 네가 신경 쓸 일은 없어.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잘 쉬고 다시 기운을 되찾는 것뿐이야.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리고 애 낳고 나면 내가 돌아가지 않을 것도 아니잖아.]

[서아진은 며칠 내내 피가 난다고 난리를 피우더니, 알고 보니 별일 없었잖아. 진짜 매번 이렇게 징징대고, 내 얼굴에 얼마나 먹칠하는 건지 아냐?]

‘별일 없다고?’

나는 헛웃음이 터져 나왔고,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더 이상의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고, 전화를 끊었다.

옆에 있던 수정 역시 그 모든 말을 고스란히 들은 듯, 고개를 떨군 채 침울해 있었다.

“언니,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수정은 눈물을 글썽이며 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언니, 울고 나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거야. 이제 이런 쓰레기 같은 남자들에게 더는 무너지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

“이혼하고 나면 우리 둘이 함께 여행 가자, 자유롭게.”

“그래.”

우리는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희의 SNS에 또다시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여전히 사진 한 장이었다.

이번에는 도준이 상의를 벗고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었고, 성훈은 그 옆에서 완성된 요리를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은 평소처럼 셔츠를 허리에 넣지 않은 채 목깃을 크게 열어, 목과 가슴의 붉은 자국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일부러라도 보여주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설마, 저 세 명이...”

수정은 사진을 본 후 얼굴이 경악과 혐오로 일그러졌고, 결국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토해버렸다.

나 역시 속이 뒤틀려 오는 느낌이었다.

역시 짐승들은 부끄러움 없이 마음대로 몸을 섞기 마련이다.

그때 수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바로 성훈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명령을 내리듯 거칠게 들려왔다.

[지금부터 10분 줄 테니까, 인터넷에서 관계 단절 선언서를 찾아서 작성해.]

[작성한 후 사진을 찍어 나한테 보내. 다신 네 언니와 연락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거다. 알겠어?]

[네가 임신한 게 아니었으면, 이미 따귀 두어 대 맞았을 거야!]

수정은 핸드폰을 내던지려 할 정도로 분노에 찼다. 하지만 성훈은 대답이 없자, 더 큰소리로 성을 냈다.

[내 말 들었어? 귀라도 먹은 거야? 대답해, 어서!]

“X까! 쓰레기보다도 못한 놈들!”

나는 참다 못해 수정의 핸드폰을 낚아채 들고는 마침내 억누를 수 없는 분노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렇게 그년한테 충성하고 싶으면 당장 이혼하자고! 이혼하고 나면 셋이 마음대로 몸을 섞든 사랑을 나누든 관심이나 가질 줄 알아?”

말을 마친 루 나는 단호하게 전화를 끊고, 그를 차단 목록에 추가했다.

빌어먹을!

매번 예의를 베풀어온 내 자신이 멍청하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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