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멍청한 남편들
멍청한 남편들
작가: 군닝

제1화

결혼식을 얼마 지나지 않아, 저랑 동생이 모두 임신했다. 내가 출산을 열흘 앞둔 어느 날, 아파트에 갑작스럽게 화재가 발생했다.

집안은 순식간에 자욱한 연기로 가득 차 올랐고, 나는 숨이 막혀 금세 진통이 시작되었다. 두 다리를 타고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정신은 몇 번이나 아찔하게 흐려졌다.

떨리는 손으로 몇 번이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답변뿐이었다.

[서아진, 지금 출동 중인데 내가 네 전화에 일일이 답해야 하냐?]

[정희가 지금 정체 모를 범인에게 옥상에 묶여 있는 상황이야!]

[그러니 헛된 전화 좀 그만 걸고 가만히 있어!]

남편은 내 말을 끊어버리듯 전화를 툭 끊었다. 다시 걸어보았지만, 이미 전원은 꺼져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날 구해준 건 다름 아닌 동생, 수정이었다. 수정은 연기를 뚫고 달려와 나를 등에 업은 채 아래층으로 데려갔지만, 그 또한 무리한 탓에 유산의 징후가 나타났다.

아파트 경비원은 이번 화재가 방화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배전실의 접지가 일부러 잘려 있었다는 것이다.

수정은 다급히 자신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비난뿐이었다.

[너희 자매는 왜 이렇게 매사에 유난을 떠는 거야?]

[정희를 유괴한 범인을 아직 잡지 못했으니, 제발 전화 좀 그만 걸어!]

[나랑 변도준은 처음부터 너희 자매랑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어!]

역시나 전화는 냉정하게 끊어졌다.

결국, 나는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아이를 잃었고, 수정 또한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그 후,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깊은 고통 속에서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

지금 내 몸은 여전히 쇠약하고,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전화번호를 찾고 통화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르고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기운이 빠져갔다.

드디어 다섯 번째 시도 만에 변도준이 분노를 억누르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또 뭐야?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전화 너머로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여린 울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 소리는 바로 나정희였다.

나는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 이혼해. 두 사람 행복하길 바래.”

[서아진, 할 짓 없으면 책이나 좀 읽어.]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도준의 목소리는 다시금 폭발했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랑 정희는 그냥 친구라고!]

[이번 사건은 목숨이 걸린 일이라니까? 정희는 고소공포증이 심한 애인데, 24층 옥상에 묶여 있었다고!]

[왜 매번 정희 이름 들을 때마다 발끈하는 건데?]

[다시 말하지만, 한 번만 더 이렇게 쓸데없는 짓으로 나를 귀찮게 하면 정말로 널 버릴 거야. 임신 중이라도 예외는 없어.]

도준은 더는 할 말 없다는 듯 전화를 끊어버렸다.

내 눈가에는 뜨거운 눈물이 맺혔고, 눈물은 핸드폰 화면 위로 툭툭 떨어졌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