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화

한때 나는 결혼 후 매일이 행복할 거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도준은 정희의 고소공포증을 기억하면서도, 내 임신 중 천식과 건강 문제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날, 숨 막히는 연기 속에서 나는 호흡이 곤란해 핸드폰을 몇 번이나 떨어뜨렸고, 격렬한 진통으로 인해 옅은 노란색 드레스가 붉게 물들어갔다.

그런데 도준은 내 전화를 받지 않았고, 거의 의식을 잃어갈 무렵에야 겨우 전화를 받았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제발 구해줘...”

내 목소리는 힘이 빠져 간신히 들릴 정도였고, 단어 하나하나를 제대로 내뱉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전화 너머로 들려온 건 정희의 울음소리였다.

[너무 위험해요, 도준 오빠. 제발 나 구하러 오지 마요!]

순간, 내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불길은 이미 아파트 전체로 번져 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도준은 망설임 없이 나에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아프다 아프다, 매번 아프다고만 하냐. 다른 사람들도 아이를 가졌어도 너처럼 유난 떨진 않아!]

[네가 금수저로 자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는 건데!]

[난 지금 당장 구조하러 가야 해. 더 이상 전화하지 마!]

도준은 나의 고통이나 다급함을 전혀 모르는 듯,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갈수록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힘을 짜내 다시 외쳤다.

“안 돼! 피, 피가 흐르고 있어...”

[아악! 도준 오빠, 저 너무 무서워요!]

그러나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 건 정희의 비명 소리였다. 그러자 도준은 참지 못하고 인내심을 잃은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피가 나면 곧 아이가 태어난다는 거 아니야? 이런 것도 내가 다 알려줘야 해?]

[왜 매번 내가 출동할 때마다 귀찮게 전화를 거는 거야!]

[정희가 지금 옥상에 묶여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네가 혼자 병원에 전화해서 의사를 부르면 되잖아. 내가 의사야?]

도준은 더 이상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전화를 툭 끊었다.

내 손에서 떨어진 핸드폰은 바닥에 부딪쳤고, 나는 흐르는 눈물 속에서 조용히 죽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순간, 내 앞에 수정이가 나타났다.

임신 5개월 차인 수정은 젖은 수건을 내 머리에 감싸고 나를 업어 무려 13층을 내려갔다.

그녀는 나를 안전하게 내려놓자마자 고통스러운 얼굴로 배를 움켜쥐며 쓰러졌다.

결국 수정은 나와 다르게 긴급 낙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언니... 너무 아파...”

수정은 내 옆 병상에서 창백한 얼굴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힘겹게 말했다.

“배도 아프고, 마음도 아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슬픔에 말문이 막혔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왜냐하면 방금 핸드폰 너머에서, 수정의 남편 주성훈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는 마치 정희를 위로하는 듯한 다정한 목소리였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우리는 사랑을 믿고 동시에 결혼했는데, 이제 보니 둘 다 비웃음을 당하는 광대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때 수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주성훈이었고, 그는 대뜸 욕을 퍼부었다.

[너 임신했다고 해서 머리까지 둔해진 거야? 내가 네 언니랑 연락하지 말라고 했지 않았어?]

[내 말을 귀등으로 듣는 거야?]

[정희한테 벌어진 건 엄청나게 위험한 유괴 사건이라고! 만약 도준이 구조에 실패하면, 정희가 높은 곳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네 언니는 그 중요한 순간에 왜 전화질을 해서, 정희를 죽이려는 거야?]

[너도 네 언니처럼 무모하게 굴다가 정말 누가 죽게 되면, 두 사람 다 대가를 치르게 될 줄 알아!]

성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고, 수정은 무겁게 입술을 다문 채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언니... 왜 이런 일이 우리한테만 일어나는 걸까?”

수정은 간신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리 나를 미워해도, 아이에 대해서는 물어봐야 하지 않나?”

“성훈 씨는 벌써 한 달째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수정은 흐느끼며 조심스럽게 손을 아랫배에 올렸다.

산소 마스크 안은 그녀의 거친 숨소리로 금세 김이 서려 갔고, 그 소리는 마치 무딘 칼이 내 마음을 천천히 도려내는 듯 아프게 느껴졌다.

“미안해, 수정아. 모든 게 언니 잘못이야...”

나는 얼굴을 감싸 쥐고 후회와 슬픔에 잠겨 흐느껴 울었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