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는 천천히 일어서 옆으로 걸어가 약통을 꺼내고, 그 안에는 검은 끈적한 연고가 들어있었다. 그는 약주걱으로 연고를 붕대 위에 골고루 바른 후, 진아람의 얼굴에 붙였다. 자극적인 냄새가 퍼지자 진아람은 반항적으로 손을 들었다. 그러나 서현우는 단호하게 그녀의 손을 막았고, 연고가 묻힌 붕대를 그녀의 얼굴에 세 번 감았다.그때 진아람이 흐린 목소리로 서현우에게 말했다. "서현우! 너 정말..." "내 말 들어!" 서현우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 "오늘부터 10일 동안 매일 약을 발라야 해. 붕대를 건드리면 널 묶어놓을 거야." 그 말을 듣고 더는 반항하지 않은 진아람.서현우는 다른 약가루 한 봉지를 꺼내 진아람에게 던지며 "매일 목욕할 때 이걸 타, 특히 손을 잘 씻어야 돼. 만약 나아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목욕 시켜줄거야."라고 말했다.진아람은 이를 악물고 약가루 봉지를 꼭 쥐며, 그늘 아래 잔디밭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솔이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 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가득했다.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열흘이 지났다. 열흘 동안 서태훈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서현우와 연락하지도 않았다. 서현우는 마치 아버지가 없는 것처럼 서태훈과 연락도 하지 않았지만, 최윤정의 보고로 그는 서태훈의 모든 종적을 알고 있었다. 서현우는 매일 병원으로 찾아가 여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어떤 것도 감추지 않았고, 토로와 그녀가 깨나기를 바라는 심정을 담아 남강에서의 6년, 진아람과 솔이를 찾은 이야기들을 모두 서나영에게 전했다. 서현우는 여동생이 그의 말에 담긴 아름다움과 희망을 듣고 빨리 깨어나길 바랬다.병원 외에도, 서현우는 솔이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비록 진아람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솔이가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았지만,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솔이는 여전히 서현우를 가장 완벽한 후보 아빠로 생각했다.솔이는 여린 손으로 군복을 입은 서현우, 진아람과 자신이 그 옆에 나란히 서 있으며, 세
여름날 밤바람이 부드럽게 불며, 어둠 속 하늘에는 별이 반짝거렸다. 서현우는 버블 스커트를 입은 공주 같은 솔이를 안고, 그의 곁에는 선녀 같은 미모의 진아람이 함께했으며, 그들은 차를 타고 번화한 천운 거리 뒷골목에 위치한 허름하고 초라한 소화 거리로 왔다.소화 거리 558번지, 촛불이 흔들리고 있는 낡은 집. 구부러진 몸의 노부인이 목재로 낡은 문을 고치기 위해 못을 박고 있었으며, 뚝뚝 거리는 망치질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할머니!” 솔이는 서현우의 품에 벗어나 애티나는 소리로 노부인을 부르며, 작은 다리로 활기차게 달려갔다. 노부인은 움직임을 멈추고 되돌아보며 자상한 미소를 띠며 답했다. “아이고, 솔이야. 귀여운 우리 강아지.” “할머니!” 솔이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양팔을 벌려 노부인에게 안기려 했다. 하지만 노부인은 조금 긴장한 듯했다. “천천히 뛰어...... 아이고...... 잠시만, 할머니 옷이 더러워.” 그러나 솔이는 여전히 노부인의 품에 안겼다. “우리 솔이 정말 착해.” 노부인은 더욱 기뻐하며, 솔이의 등을 쓰다듬으려다가 겁이 나 손을 떼었다. “윤아주머니.” 진아람은 서현우와 함께 걸어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부인을 불렀다. 그리고 서현우의 손에는 선물이 들려 있었다. 희미한 촛불 빛 아래 노부인은 진아람을 보고 놀랐다. “연이야…… 너……” 그녀는 놀라움과 기쁨에 빠졌다.이 가혹한 운명을 가진 소녀의 외모가 놀랍게도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예전의 진아람처럼 선녀같이 아름다워 보였다. "윤아주머니, 나 연이야." 진아람은 오랜만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비록 서현우를 계속 미워했으나, 이번 서현우의 등장은 결국 그녀와 솔이의 비참한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녀는 서현우를 거절할 수 있지만, 솔이가 더 이상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결국 솔이는 서현우의 딸이기 때문에, 진아람이 인정하든 말든, 서현우가 솔이를 사랑하고 양육할 권리를 빼앗을 수 없었다.
노부인의 집에 방금 설치된 문이 열렸다. 잠시후 한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손에 빨간 사과 몇 개를 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모, 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진아람을 보았다. 어두운 촛불 아래에서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가릴 수 없었고, 그저 조용히 앉아 있어도, 이미 세상의 중심이 되어 모든 것을 흐려지게 만들었다.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남자를 보고 얼음처럼 차가워진 진아람의 얼굴. 그녀는 이 남자를 알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진홍안, 진아람과 함께 의류 공장에서 일했었던 동료였고, 당시 그녀는 얼굴때문에 남들이 놀라지 않도록 봄, 여름, 가을, 겨울 상관없이 마스크를 썼다. 진홍안은 진아람의 눈동자만 봐도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여러 가지로 친절하게 대해 주었으나 진아람의 마스크 아래 얼굴을 본 후, 그는 속았다는 분노감이 솟아났으며, 이런 분노감 때문에 그는 더 이상 진아람을 보고 싶지 않아져 그녀에게 갖은 어려움과 수모를 겪게 했다. 이것은 진아람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쳤고, 의류 공장에서는 이상한 소문까지 돌았다고한다. 비록 진아람은 참아냈지만, 진홍안은 계속 그를 괴롭혔다. 서현우를 만난 그 날 밤, 진홍안이 소동을 일으켜 현장 주임이 압력에 못 이겨 진아람을 해고하게 되었다. 만약 서현우가 없었다면, 일자리를 잃은 진아람은 당분간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며, 솔이와 함께 더 힘든 삶을 살았을 것이다!그리고, 그는 진아람이 어디에서 일하든, 소란을 피우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결국 진아람을 죽음에 내몰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모, 손님이 있어요?"진홍안은 사과를 내려놓고, 손을 비비며 진아람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진홍안입니다..." 진아람의 입꼬리에는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이 사람,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다니!천천히 일어선 진아람의 눈에는 조롱이 스며있었다. "안녕하세요, 진홍안씨, 저는 연이입니다." 진아람이 말을 꺼낼 때,
노부인은 진홍안을 미친 사람처럼 바라보았다.어렸을 때 콧물을 흘리며 자신을 큰이모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던 순진무구한 아이가 어떻게 이런 무뢰한 모습으로 변했을까?노부인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그러나 여전히 단꿈에 빠진 진홍안은 말한다. "아람아, 걱정하지 마. 우리가 결혼하면 난 모든 나쁜 습관을 버리고 네 말만 들을 거야.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 낳고 큰이모님을 모시고 화목하게 사는 거야.”이런 말을 들은 진아람은 속으로 욕지기가 솟을 지경이었다. "공장의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이 말했었지? 내가 몇번이나 직접 들었어.” 진홍안은 정색했다. "그건 전부 그녀들을 속이려고 한 거짓말이고 이번엔 진심이야. 너처럼 예쁜 여자에게 당연히 잘해줘야지. 널 속이지 않아."말하면서 진홍안은 빗자루를 던지고 진아람을 향해 걸어왔다.눈속의 탐욕이 점점 짙어진다. "뭐 하는 거야?"진아람과 마찬가지로 진홍안의 사람됨을 잘 알고 있는 노부인은 진홍안의 다리를 덥석 붙들고 소리친다. "아람아, 빨리 가!"진아람은 입술을 깨물고 움직이지 않았다.간다고?방이 좁고 진홍안이 정면을 가로막고 있어 진아람은 전혀 그를 지나칠 수 없었다.지나칠 수 있어도 진아람은 가고 싶지 않았다.그녀 혼자였다면 아마 걱정했을 것이다.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솔이를 데리고 물건을 사러 나간 서현우가 곧 올 것이다.서현우가 돌아오면 이 인간은 틀림없이 혼쭐이 날 것이다."헤헤, 큰이모 왜 이래? 아람이도 가기 싫어하는 거 안 보여? 나랑 같이 살고 싶어 하잖아."진홍안은 침을 꿀꺽 삼킨다. 몸이 건장해서 노부인이 자신의 다리를 잡고 있는데도 한걸음한걸음 진아람에게 다가갔다.어두운 촛불은 진홍안의 그림자를 악마처럼 흔들었다.진아람의 눈동자 속에서는 서늘한 기운만 감돌았고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그녀는 도박을 하고 있다.서현우가 자신을 보호해 줄 거라는 도박!내기에서 져도 상관없다. 6년 동안의 시련은 그녀를 더없이 강하고 무감각한 인간으로 만들었다.솔이만 괜찮다면
사람이 늙으면 뼈가 약한 법이다. 노부인의 종아리뼈는 침대 모서리에 부딪혀 이미 약간 찢어졌다. 당분간은 움직일 수 없다.노인이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노부인의 주름진 이마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힌 것만 보아도 열심히 버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현우는 솔이의 머리를 비볐다. “솔아, 엄마 잘 지켜, 알았지?”“응, 솔이는 엄마를 꼭 지킬 거야!” 솔이는 주먹을 쥐며 진지한 얼굴이었다. 서현우의 미소는 돌아서는 순간 말끔히 사라졌다. 시체가 바다를 이루고 고기 분쇄기 같은 전쟁터에서 영혼까지 전율케 하는 차디찬 평온이었다. “용국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재난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서현우의 말투는 너무 평온하고, 깊은 바다 밑에 칩복해 있는 바다짐승처럼 고요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아파서 허리도 펴지 못하는 진홍안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 “지금까지 용국의 발전은 순탄하지 않았다. 남강북경, 서원동해, 4대 국경, 사면초가.”“아악…”머리채를 잡힌 채 땅바닥에서 질질 끌리워 가는 고통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 수 없다.진홍안은 두피가 터지고 심한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서현우는 이미 진홍안을 문밖으로 끌어내고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 “수많은 장병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나라를 지키고, 머리를 던져 뜨거운 피를 뿌리고, 말가죽으로 시체를 싸고, 충혼은 벼를 묻는다.”“숲이 크면 별별 새가 다 있고, 족속이 크면 무리를 해칠 수밖에 없다. 나는 이해한다.”“하지만… 그런 사람이 내 눈앞에 나타날 때마다, 나는 여전히 그 철골의 전사들이 아까워”서현우가 휙 던지자 진홍안은 땅바닥을 몇 바퀴 굴러서야 멈추었다. 그러더니 웃으며 물었다. “네가 봤을 때, 아까워?”“으… 으…”진홍안은 여전히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서현우의 발이 너무 독했다. 만약 솔이에게 트라우마를 남길까 봐 두렵지 않았다면, 진홍안을 발로 차서 죽일 수 있었을 거다.오장육부가 다 찢어지는 이
방금 이 남자가 그녀에게 강한 안정감을 줬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그런 안도의 느낌은 비바람에 흔들리는, 마치 물속의 부평초와 같은 6년간의 고통스런 생활 속에서,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녀는 왠지 모르게 이런 안정감에 사로잡혀 있고, 심지어 계속 경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서현우에 대한 원한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이 남자는 그녀 모든 시련의 근원이다.서현우는 물론 진아람의 복잡한 심정을 알아차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입가에 웃음기마저 흘렸다.단순한 원한은 진아람에게 이런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복잡함은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침대에 앉아 있는 노부인을 바라보며 서현우의 후련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무거워졌다.노부인이 바짓가랑이를 건져 올리자 촛불 없이도 종아리가 부어올라 보라색이 된 것을 볼 수 있었다.서현우는 바로 마술이라도 부리듯이 은침이 손가락 사이에 나타나 살살 찌르자 진홍빛 핏방울이 빠르게 배어 나왔다.곧이어 세 개의 은침이 노부인의 종아리에 있는 세 곳의 혈자리를 찔렀다.노부인의 통증은 바로 가라앉았고 이미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들어섰다."현우는 의술도 할 줄 알아? 이거 신기하군. 안 아파!" 노부인은 경탄했다.솔이는 노부인의 다리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보았지만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서현우가 바늘로 찌른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서현우가 노부인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입을 오므리고, 편안하게 휴지로 노부인의 피를 닦아주고, 귀엽게 입을 가까이 대고, 조심스럽게 바람을 불어주면 노부인은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윤아주머니, 다리를 잘 회복하셔야 합니다. 먼저 제가 있는 곳으로 가세요. 아람이와 솔이가 모실 거예요." 서현우가 제안했다.진아람은 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시 멈췄다.그녀는 시종 남산 아래 그 별장을 자신의 거처로 삼지 않았다."남편과 아들이 여기 있는데 어떻게 갈 수 있겠나?" 노부인은 거절했다.서현우는 웃으며 말
7층짜리 낡은 건물, 5층 왼쪽 창문에 외롭게 불이 켜져 있었다.서현우는 최윤정과 두 명의 검은 양복의 안내를 받고 어둡고 더럽고 냄새나는 계단을 따라 5층으로 올라가 굳게 닫힌 철문 밖에 서 있었다.“열어.”최윤정이 직접 명령했다.검은 양복 중 하나는 즉시 주머니에서 철사를 꺼내 열쇠 구멍에 꽂아 만지작거렸고, 두어 번 가벼운 찰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철문이 열렸다.철문이 열리자 나무문이 하나 더 있었지만 한결 가벼웠다.나무문이 열릴 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서 집 주인을 놀라게 했다.곧 걸상을 옮기는 소리가 났다.서현우 일행이 지저분한 거실로 들어가자 반바지 티셔츠에 슬리퍼 차림의 한 남자가 방에서 나와 얼굴빛을 확 바꾸며 "너희들 누구야? 어떻게 들어왔어? 빨리 꺼져!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하겠어"라고 말했다.최윤정이나 서현우의 명령도 없이 검은 양복은 맹렬히 돌진해 순식간에 남자의 배를 한 대 때렸다."어!"갑자기 습격을 받은 남자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심한 통증으로 그의 허리가 구부러지고, 두 눈이 튀어나오고, 입이 크게 벌어져 숨쉬기도 힘들어졌다.그러자 검은 양복은 주머니에서 가느다란 철사 로프를 꺼내 두 손을 뒤로 묶고 바닥에 있는 수건을 주워 입에 넣어 소리를 내지 않도록 했다.최윤정은 남자가 나오는 방으로 들어갔다가 몇 초 만에 다시 나오며 "도련님, 보세요"라고 말했다.서현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최윤정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암적색의 불빛은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방 안도 어수선했지만 컴퓨터 한 대 외에는 가구가 없었다.네 면의 벽에는 수많은 사진이 붙어 있고, 그 옆에는 글자가 붙어 있다.컴퓨터 책상에도 글씨를 인쇄한 많은 종이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서현우의 시선은 순식간에 왼쪽 한 구역으로 빨려 들어갔다.그 위에 있는 사진은 부동한 시간, 부동한 장소에서 찍은 진아람의 사진이었다.최초 사진 속 진아람은 6년 전 촬영된 앳된 모습이었다.그 해 진아람은 겨우 18세였다
최윤정의 심문에 남자는 "모르겠어요, 종래로 얼굴은 본 적은 없고 다크웹에서 가끔 제게 메시지를 보낼 뿐 저는 절대 먼저 그자와 연락할 수 없어요.”“그래?”최윤정은 믿는다는 듯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그럼 넌 이용 가치가 없겠네"라고 두 손을 감싸 안았다.남자는 놀라서 "안돼요! 전 사실대로 말했어요! 진짜 모르고…”남자는 말을 잇지 못했고, 옆에 있던 검은 양복이 그의 목을 조르고 손바닥에 힘을 주었다."으으......"남자의 눈이 충혈되고 입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두팔은 검은 양복의 팔을 꽉 껴안고 두 발은 계속 경련이 일어났다."내가……말해……허…허…."최윤정이 손을 들었다.남자가 죽기 직전 검은 양복은 순식간에 손을 뗐다."콜록콜록…."남자는 심하게 기침을 하고, 바지가 젖고, 진한 오줌 냄새에 최윤정은 미간을 찌푸렸다.한참에서야 남자는 정신을 차렸고 눈에서는 깊은 공포가 서렸다.정말 죽을 뻔했다!이 냉혈한 인간들은 사람 목숨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그는 무서웠다. 제대로 무서워난 그는 감히 한치의 거짓도 꾸미지 않았다. "나를 고용해 이 여자들의 신원을 알아내라고 시킨 사람은 주민식! 중연시 주가의 주민식, 그의 어머니 이름은 주지현…"최윤정은 눈을 부릅뜨고 무의식적으로 서현우를 돌아보았다.최윤정은 서현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주민식인 줄 어떻게 알았어?" 최윤정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워졌다."제가 어떻게 감히 속이겠어요!"남자는 다급하게 말했다. "항상 조심스러웠지만, 제가 너무 궁금해서... 저 해커잖아요. 오랫동안 다크웹에서 검색한 끝에 약간의 단서를 찾아냈고, 결국 알아냈지만 제가 감히 아는 척할만한 신분이 아니라 찾아도 모른척했죠…”"아무런 허점이 없는 것처럼 들리지만 난 안 믿어."최윤정은 "고생하기 싫으면 솔직하게 털어놔"라며 고개를 저었다.남자는 다급해 무릎을 꿇고 눈물 콧물을 흘렸다.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제 말은 다 사실이에요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