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는 부드럽게 솔이를 보며 말했다."솔이야.그럼 이 아줌마랑 집에 가서 옷 갈아입어.""네."솔이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고는 최윤정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최윤정을 바라보며 귀엽게 웃었다."언니 너무 이뻐요."이에 최윤정은 이쁜 미소를 지었다.순수하고 귀여운 솔이가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그는 솔이의 작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솔이 너 참 귀엽구나.언니랑 옷 갈아입어러 가자.""네."최윤정은 솔이를 데리고 옆집으로 갔다.두 사람은 한참이 지나서도 돌아오지 않았다.하지만 서현우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그의 청력이 남달라서 옆집에서 울려 퍼지는 샤워 소리와 웃음 소리가 고스란히 귓속으로 들어왔으니까.문밖의가 비가 아무리 크다 해도.20분 후.두 사람 대신 우산을 쓴 남자가 급히 문밖으로부터 달려와서는 꽁꽁 싸맨 포장봉투를 서현우에게 건넸다."도련님.약을 사왔습니다.""고마워."서현우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는 봉투를 열어 약을 틀리게 사오지 않았는지 확인한 다음 약을 달이기 시작했다.한약 냄새가 곧 집 안에 가득 찼다.이때 최윤정과 솔이가 돌아왔다.두 사람은 이미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최윤정이 갈아입은 옷은 솔이 엄마의 것인 듯했다.두 사람은 몸매가 비슷했는지 옷이 딱 들어맞았다.하지만 소박한 검은색과 회색을 위주로 한 옷이었다.딱 봐도 2~3년은 입은 낡은 옷이었다.그러나 옷이 아무리 낡았어도 최윤정의 매혹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솔이가 갈아입은 옷도 엄청 수수했지만 앳 된 얼굴이 인형마냥 귀여워서 그런지 저도 모르게 아껴주고 싶어진다.서현우는 나쁜 놈들이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얼굴을 보고 주먹을 날릴 수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니들 대체 뭐야?우리 삼촌이 진짜 용귀라고!용 보스!너희들은..."큰비가 좀 작아지자 밖에서 미친 듯이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솔이는 소리에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서현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용귀 보고 당장 기어 오라 그
청년은 용귀의 험상궂은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삼촌...""난 니 삼촌이 아니야!사람을 잘못 봤어!난 너 같은 개자식을 모른다고!"지금 이 순간 용귀는 눈앞의 청년을 물어 죽이고 싶었다.두 다리와 모든 것을 바쳐 간신히 목숨을 건졌는데!설마 이 나쁜 놈 때문에 목숨을 여기에 버려야 하는 건 아니겠지?최윤정이 느릿느릿 걸어와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진짜 몰라?""진짜에요!진짜 몰라요!난 이 사람을 몰라요!"용귀가 겁에 질려 말했다.청년은 어리둥절해졌다.최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난 이 아이의 몸에 있는 뼈들을 하나하나씩 아작 낼 건데.의견 없는 거지?"용귀는 바닥에 엎드려 병아리가 쌀을 쪼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없습니다!난 이 사람을 본 적도 없습니다!감히 현우 도련님의 미움을 사다니.죽어도 쌉니다!""삼촌!"청년은 온몸을 떨고 있었다.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보호해 주겠다던 삼촌이 어떻게..."전 분명 삼촌이 시켜서 온 거라구요!전..""꺼져!잡놈아!너 대체 누구야?왜 날 해치려는 건데?"용귀는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그냥 목숨만 지키고 싶을 뿐.최윤정이 입을 열었다."끌고 가."검은 양복 한 명이 앞으로 나와 청년의 멱살을 잡고 마치 짐승을 끌듯 끌고 갔다."용귀 이 개자식아!내가 네 조카잖아!우리 아빠가 네 친형제라고! 니가 어떻게...아!"너무 시끄러웠는지 검은 양복 남자가 한 방을 날렸다.청년은 아파서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그러고는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검은 양복은 쓰레기를 버리듯 그를 바닥에 누워 있는 다른 네 남자 옆에 버렸다.최윤정은 용귀에게 말했다."돈 준비해 놓고 있어.”"이미...이미...준비해 놓았습니다."용귀는 자신이 지금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조금만 잘못되면 영원히 어둠 속에 갇혀있어야 된다는 것도.최윤정은 그에게 눈길 한 번 더 주지 않고 자리를 떴다.서현우만 아니었으면 그는
솔이가 그린 그림에는 엄마.솔이.그리고 노부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서현우는 모든 그림을 보고나서 칭찬도 해주었다.이에 솔이는 활짝 웃었다."솔이 아빠는?"서현우가 물었다.이 물음을 물었을 때 서현우의 기분이 그닥 좋지는 않았다.아버지와 남편이라는 두 배역은 남자들의 평생의 책임이자 영광이다.서태훈은 비록 아직 살아 있지만 서현우는 한 번도 부성애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솔이의 그림 속에서 아버지의 그림자를 못 봤을 때 같은 처지에 처해 있는 친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따라서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이 남자에 대해 다소 분노를 느꼈다.물론 다른 사람이 모르는 사연이 있을 수도 있으니 서현우가 솔이에게 물어본 것이었다.하지만 서현우의 물음에 솔이의 웃음이 처음으로 입가에 굳어 버렸다.그러고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림들 속에서 적지 않은 그림들을 뽑아 서현우의 앞에 놓았다.스파이더맨.슈퍼맨.거인...모두 세계를 구했던 조작된 영웅들이다.솔이의 눈가엔 눈물이 맺힌 듯했다.하지만 그는 울지 않고 꿋꿋하게 대답했다."이 사람들이 바로 솔이의 아빠예요."서현우는 가슴 한편이 찔린 듯 아파났다.솔이는 나이는 어리지만 이미 철이 들었다.“아빠가 영웅이야?”"네."솔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아빠는 영웅이에요!""엄마가 그랬어?"솔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엄마는 아빠가 나쁜 사람을 잡으러 가서 솔이를 보러 올 시간이 없는 거라고 했어요.하지만 언젠가는 돌아올 거예요."서현우는 솔이의 머리를 애틋하게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맞아.삼촌도 솔이의 아빠가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라고 믿어.솔이의 아빠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우러 간 거니까 솔이가 이제 어른이 되면 꼭 솔이 보러 돌아올 거야."솔이는 활짝 웃었다.눈가의 눈물이 빛났다.얼마 안 지나 솔이는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비도 맞고 통곡까지 했으니 피곤할 법도 했다.그러고는 얼마 안 돼서 서현우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서현우는 솔
방안엔 촛불이 켜져 있었다.끝까지 버티고 이사를 가려 하지 않는 자들은 물과 전기를 쓸 자격이 없다.그래서 최윤정은 흙아궁이로 나뭇조각들을 태워 저녁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색이 빠져 누렇게 된 탁자 위에는 반찬 네 종과 국 한 그릇이 놓여져 있었다.고기는 없지만 색깔과 향기가 모두 갖추어져 있어 충분히 침을 꼴깍하게 만들었다.제한된 조건으로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니.최윤정의 요리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잠자고 있던 솔이가 코를 찡긋거리며 일어났다.향기로운 반찬 냄새에 깬 듯했다.서현우는 솔이를 안아서 식탁 앞에 앉혔다.최윤정이 깨끗한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다주었다.하지만 솔이는 젓가락을 받지 않고 먼저 서태훈을 향해 인사를 했다."할아버지 안녕하세요.저는 솔이라고 해요."마음이 아플 정도로 철이 들었다."솔이 참 착하네."서태훈은 솔이를 보자마자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그를 바라보노라니 상처가 가져다주는 아픔도 많이 줄어드는 듯했다.서현우가 입을 열었다."솔이야.밥 먹어.""할머니는?""할머니는 아직 안정이 필요하셔.하지만 아저씨가 약속할게.내일 아침이면 할머니께서 깨여나실 거야."솔이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어둠 속에서 피곤함이 고스란히 묻은 그림자 하나가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그러다 집안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재빨리 달려갔다."솔이야!"여자의 목소리는 매우 듣기 좋았다.목소리의 주인이 얼마나 예쁠지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빛이 여인의 얼굴에 비추는 순간 솔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다 멍해졌다.여자는 하나도 이쁘지 않았다.심지어 험상궂었다.그녀의 얼굴에는 여러 개의 흉터가 나있었다."엄마."솔이는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여인을 향해 달려갔다.여인은 솔이를 품에 안고 고개를 들고 경계하는 듯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그러다 눈빛이 서현우를 향한 순간 온 몸이 떨렸다.그 순간.서현
서현우는 감격에 겨워 말했다."당신이 살아만 있으면 된 거야.내가 사죄할게.내가...""꺼져!당장 꺼지라고!꺼져!"진아람은 솔이가 울고 있는 것도 눈치 못 채고 회한이 가득 담긴 눈으로 서현우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그러다 너무 흥분했는지 그만 눈을 뒤집은 채 쓰러지고 말았다."엄마! 엄마!"이에 솔이가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서현우는 얼른 다가가 손을 뻗어 진아람의 맥을 짚었다.그러고나서는 한숨을 돌렸다.그냥 갑자기 흥분해서 기절한 듯했다.진아람을 침대에 눕힌 서현우의 마음속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그러다 웃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비록 진아람은 기절했지만 그에 대한 원망은 그대로 얼굴에 남겨져 있었다.찌푸린 눈썹이 서현우의 마음을 깊이 찔렀다."엄마... 엄마... 엄마..."솔이는 아직도 울부짖고 있었다.가슴이 찢어지게.이에 서현우는 솔이를 위로했다."솔이야.울지 마.엄마 괜찮아.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야.한잠 자고 나면 괜찮아.”솔이는 고개를 들어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아저씨 나쁜 사람 맞죠?"서현우의 가슴이 순간 조이는 듯했다."엄마를 괴롭히는 사람들은 모두 나쁜 사람이에요.그러니 아저씨도 나쁜 사람이에요.솔이는 아저씨를 좋아하지 않을래요!"서현우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옆에 서있던 최윤정과 서태훈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그들도 얼굴에 흉이 진 여인이 진아람이라고 믿고 있었다.아니면 저렇게 큰 반응을 보였을 리가 없었으니까."정말로 죄를 짓는구나!"서태훈은 마음이 씁쓸해져서 중얼거렸다."에헴..."문 밖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노부인이었다.계획대로면 내일에야 깨어났을 것인데 아마도 진아람의 비명에 놀라 깨어난 듯했다."할머니."서현우는 얼른 일어나 노부인을 부축했다.노부인은 서현우를 자세히 살펴보며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은 누구시죠?""저는..."서현우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쪽이 솔이의 아빠인 듯하네요."노부인의 목소리는 허약하고 무기력했다.솔이는 아직도 슬프게 울고
노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현우는 사색에 빠졌다.진아람은 진 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경제적인 방면에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었다.그래서 진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 하며 눈부신 보석마냥 중연 시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계획대로면 진아름은 진 씨 가문 미래의 가주였다.하지만 6년 전 그날 밤.보석이 빛을 잃었다.진아람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았다.그냥 깨어났을 땐 입고 있던 옷이 없어졌고 옆엔 한 청년이 멍을 때리고 있었다.그 후 기자들이 갑자기 방으로 몰려 들어왔고 플래시 속에서 진아람의 인생은 빛을 잃었다.서현우는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계속 남아있다간 목숨도 건지기 힘들었으니.그 뒤로 진아람의 하늘은 무너졌고 옛 사진 마냥 삶은 광채를 잃었다.중연 시의 곳곳에서 그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다.서 씨 가문의 그 병신 도련님도 가리지 않으면서 웬 고상한 척을 다 떨었냐며.서태훈의 죄행에 분노하는 자들도 있었고 오히려 기뻐하는 자들도 있었다.진아람은 수모를 당한 세상에서 인생의 여러 면을 보았다.그 일로 진 씨 가문은 명예가 훼손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업에서도 큰 타격을 입었다.진 할머니는 하마터면 화병 때문에 병원에 들어갈 뻔했고 그후로 부터 진아람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다 된 밥상을 오염시킨 쥐를 보는 것 마냥 증오와 징그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한 여자아이가 수모를 겪고 온 세상이 그녀에 대해 악의로 가득차있을 때 유일하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집이었는데.그의가족들은 추호의 따뜻함도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리여 극히 가혹한 질책과 욕설을 퍼부었다.당시 진아람의 마음은 얼음장마냥 굳어버렸고 정신 상태도 거의 미쳐가고 있었다.설상가상으로 한때 그녀가 모독할 수조차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남자들이 몰려들어 경멸과 모욕으로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탐욕이 담긴 시선과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더러운 말들이 그의 연약한 마음을 아프게 긁어댔다.그렇게 혼이 없는 시체마냥 두 달 동안을 보낸 진아람은 절망을 안고 차가운 집을 떠나
다행이다.여동생이 살아 있어서!다행이다.진아람이 살아 있어서!다행이다.자신이 다시 돌아와서!모든 원한.모든 빚.전부 다 천천히 갚아주고 말것이다!"아니야...급해 하면 안 돼..."서현우가 고개를 돌렸다.밝지 않은 촛불 빛이 그의 그림자를 길게 땅에 비추었다.차기만 했던 눈빛이 순간 부드러워졌다.귀여운 소녀가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다행히도 소녀의 아빠가 돌아왔다.서현우에게 있어서 소녀가 바로 인생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어린 아이.고달프게 살아왔던 여인.오늘부터 그가 직접 보호할 것이다.서현우는 웃으며 휴대폰을 꺼냈다."진 총독님.더 깊이 얘기해 보고 싶지 않으세요?"......진아람은 악몽에 한참 시달리다 겨우 눈을 떴다.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서현우가 보였고 또 욕설을 퍼부으려 했다.그러나 서현우가 입가에 손을 대는 동작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다물었다.그러고는 그가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옆을 보았다. 솔이가 옆에서 자고 있었다.억울함이 묻어 있는 얼굴엔 눈물 자국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진아람은 그런 솔이를 보노라니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고통스롭기도 했다.서현우도 가슴이 시큰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그는 말없이 집을 나섰다.진아람은 솔이의 얼굴을 몇 번 쓰담고는 뒤따라 나갔다.주위는 고요했다.휘영청 하늘에 걸린 밝은 달이 빛을 뿜으며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땅에 비추어 주었다.서현우는 부드러움과 애석함이 가득 묻은 눈빛으로 진아람을 쳐다보았다.이에 진아람이 서현우에 대한 증오는 한층 더 가해졌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난 당신이 찾던 그 진아람이 아니라고.여긴 당신을 환영하지 않으니 어서 떠나주세요.""진아람.난 당신이 6년 동안 무슨 일들을 겪었는지 알고 있어.하지만 나도 내가 6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변명하지 않을 게.어찌 됐건 내가 당신의 인생을 망쳤으니까.그냥 사죄할 기회만 줘.""하하하하......"진아람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그의 웃음소리에는 원망이 조금도 줄
"진아람.난 이미 돌아왔고 당신도 찾아냈어.그러니 당신은 평생 내 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못 믿겠으면 한번 도망쳐 봐.설령 당신이 하늘 끝까지 도망치더라도 난 당신을 다시 잡아올 거야!난 수단을 가리지 않고 당신을 내 곁에 묶어두고 내 여자로 만들 거거든.”패도하다!처음보는 패도한 태도!진아람은 그의 말에 충격을 받아 한참 주저하다 눈물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말을 6년 전에 하지 그랬어.”서현우의 가슴이 더욱 아파났다.빛나는 진주마냥 찬란 고귀하고 성결했던 진아람과 추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자신 앞에서 울고 있는 여인의 그림자가 겹치면서 그의 심장을 힘껏 찔렀다.서현우는 가쁜 숨을 내쉬며 고통스러운 듯 낮게 소리쳤다."몰라!아무튼 당신은 반드시 내 곁에 남아 나의 여자가 되어야만 해!당신이 아무리 나를 미워해도 솔이를 생각해야 할 거 아니야!""내가 왜!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진아람이 통곡하며 외쳤다."내가 솔이의 아빠니까!"서현우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나서 진아람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에게 빚진 거.솔이한테 빚진 거.오늘부터 천천히 갚을 게.그리고 지금부터 누구도 당신과 솔이를 괴롭히지 못하게 지킬 거야!""그건 그냥 사고였어!"진아람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난 지금 그냥 볼 꼴 없이 추한 여인이야.근데 왜 자꾸 나를 귀찮게 하는데?솔이는 내 아이야!당신은 단 한 번도 아빠노릇을 해본 적이 없어!당신은 영원히 솔이의 아빠가 될 수 없다고!”"내가 말했잖아 상관 안 한다고!"서현우가 소리를 쳤다."당신은 내 여자야.6년 전 그날 밤부터!난 당신이 진아람이든 연이든!예쁘든 못생겼든 상관 없어!당신은 그냥 내 서현우의 여자라고!""그리고 솔이도 내 딸 맞아.당신이 아무리 반대해도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니!난 영원히 솔이의 아빠야!난 단지 세상을 구하러 간 거고 이제서야 돌아온거야!"서현우는 한마디만 남겨 놓고는 몸을 돌려 조용히 정차하고 있는 고급차를 향해 걸어갔다."솔이를 데리고 날 따라와.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