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말 그대로다.”이 사람은 담담하게 덧붙였다.“이곳은 극락이 노부를 가두기 위해 세운 곳이기 때문에 들어올 수는 있으나 나갈 수는 없다. 끝없는 세월 동안 혈살의 힘이 적지 않게 소모되었지만, 너 같은 진아경의 수라가 뚫고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서현우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았다.‘정말 그렇다면, 여기 계속 갇혀 있어야 하는 건가?’“허허, 하지만 그리 조급해 할 것 없다.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나갔고 봉신 혈굴은 그동안 소모도 많았을 것이다. 네가 무사하게 들어올 수 있었던 이상 노부가 널 무사히 내보낼 수도 있다.”“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서현우는 겉으로는 크게 기뻐했지만, 속으로는 경계하기 시작했다.선배라고 강자라고 해서 선량한 사람은 아니다.반대로 끝없는 세월을 봉인된 이런 사람은 한때 선량했더라도 끝없는 오랜 봉인에 시달려 마음이 비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이 사람이 서현우한테 풀어달라고 하면 서현우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끝없는 세월이 지나고 나서 봉신 혈굴에 온 사람도 수라족 사람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늙은 목소리에는 창연함이 묻어 있었다.“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녀석, 혈지 중의 혈살의 힘과 살육의 규칙을 흡수하거라. 일단 주재경에 도달하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노부도 곤경에서 벗어날 것이다. 이 잔념이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세상이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다시 한 번 보고 싶구나.”‘역시.’서현우는 속으로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선배님, 저는 감히 선배님을 풀어드릴 수 없습니다.”“왜? 노부가 너 같은 어린 녀석한테 다른 계략이라도 꾸미고 있을까 봐 그러는게냐?”이 사람은 약간 노기를 띠고 있다.“황당하구나! 노부가 천지를 종횡무진할 때, 그 누구도 감히 노부에게 이리 대할 수 없었다. 넌 이곳을 왜 봉신 혈굴이라고 부르는지 알고 있느냐? 그건 바로 노부가 곧 신이기 때문이다.”“노부의 전성기에, 너 같은 녀석은 노부의 눈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를 쌓는 것은 원래 어려운 일이다.특히 신분과 지위, 사상 등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는 더더욱 힘들다.봉신혈굴에 봉인된 번산은 누구에게 봉인되었던지를 막론하고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서현우가 경계하고 꺼릴 만하다.서현우는 항상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떠보려는 생각도 있었다.번산이 말한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한동안 판단할 수 없었다.이런 전제하에 서현우는 확실한 한 가지를 명심할 수밖에 없었다.어찌 됐든 번산을 풀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그러나 아쉽게도 서현우는 이곳을 떠날 길을 찾지 못했다.그렇다면 번산이 말한 것 같은 그런 상황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서현우의 실력으로는 부족하다.혈악의 힘이 널리 분포되어 있고 많은 살육규칙이 넘치는 이곳에서 서현우에게 있어서 사실 “고향”으로 돌아온 것과 같다.이곳은 서현우의 홈 그라운드이어야 했다.하지만 번산의 존재 때문에 감히 흡수할 수 없다.이로써 양측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서현우는 번산을 신뢰할 수 없고 번산 역시 사실 자신이 무엇을 하든 서현우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한마디로 부재의 증명이었다.그래서 지금 서현우가 하고는 제의는 다르게 말해 미끼를 던지고 있다고 해도 좋았다.번산이 이 미끼를 먹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번산은 무척이나 급하고 서현우가 급한지 아닌지도 모른다.급한 사람이 먼저 타협하는게 세상이다.이는 신분과 지위, 실력의 강약과는 무관하다.“녀석, 이 부분에서는 극락과 비슷하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거지.”이에 서현우는 멍해졌다.“선배님 시절에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말이 있었습니까?”“그럼?”번산의 말투에는 약간 놀리는 맛이 있었다.“내가 있던 그 시대는 털을 빨아들이고 피를 마시며 아직 교화되지 않은 야만인의 시대인 줄 아느냐?”“그런 뜻은 아닙니다.”“쓸데없는 소리 작작 해라, 노부가 너한테 수련을 가르쳐 주면 되는 거 아니야? 가르쳐주마.”“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수라변은 수라족의 가장 중요한 공법이다. 지금 너에게 구결을 가르쳐 주겠다…… 천원대기, 기혈무탁, 열공입목, 피아홉현…….”서현우는 아주 열심히 들었다.번산이 수라변의 구결을 말할 때까지 서현우는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구결에 따라 수라의 혈맥을 재촉했다.그러자 선혈이 용솟음치는데 그 기세가 드넓고 웅장하기 그지없었다.서현우의 몸에서 혈악의 힘이 솟구쳤고 봉인된 번산은 이를 보고 생각했다.‘이 녀석의 수라 혈맥이 왜 이토록 이상한 것이지…….’그렇게 꼬박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 서현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두 눈의 동공은 혈색으로 변했고 동공의 가장자리에는 옅은 광선이 발산되는 것 같았다.마치 렌즈를 낀 것처럼 말이다.숨을 크게 내쉬자 동공이 다시 검은색으로 바뀌었고, 눈 밑에는 흥분된 빛이 역력했다.공법 구결에는 문제가 없었다.수라변!역시 수라의 가장 핵심적인 공법이 아닐 수 없었다.이때 번산의 목소리가 울렸다.“터득했느냐?”“선배님 감사합니다.”서현우는 이번엔 성심성의껏 포권하며 인사를 했다.전수의 은혜는 스승과 같다.그러나 이는 상호간에 이루어진 거래였기에 서현우는 상대방을 공가연과 동등한 위치에 두지는 않았다.“한 시간 만에 터득한 걸 보니 타고난 자질이 괜찮은 것 같구나. 어디 한 번 펼쳐보거라.”“네.”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라변의 구결을 묵독하자 서현우의 몸에는 짙은 피안개가 용솟음쳤다.이 혈무는 빠르게 응고되고 다시 수축하여 서현우 몸에 붙어 핏빛 결정체를 형성했다.이 핏빛 결정체들은 마치 살아있는 물건처럼 서현우의 온몸을 감싸고 있다.핏빛이 찬란하나 순식간에 흩어졌다.눈앞의 서현우는 이미 모습이 변했다.머리에 핏빛 투구를 쓰고 투구 양쪽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올라가 알 수 없는 룬이 신비한 무늬를 그려냈다.귀, 코, 입은 모두 투구에 가려져 있었고, 선홍색의 두 눈동자만 밖에 드러나 있다.몸에는 핏빛 갑옷이 한 벌 있고 마찬가지로 신비한 무늬가 있었으며 은은한 붉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조형
꼬박 24시간 동안 서현우는 번산이 말한 수라족의 네 가지 핵심 공법을 배웠다.수라무상법, 수라 연혈술, 수라노, 수라변.굳이 게임의 논리로 분석한다면, 수라변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큰 기술이다. 폭발 시간이 끊기고 능력의 증가폭이 크며 쿨타임이 길다.수라 연혈술은 패시브스러운 기술로 수라노와 연계되어 먼저 피를 태워야 노하여 일격을 가할 수 있다.수라노의 공격은 수라참보다 한없이 강하다.쌍방은 전혀 같은 체급이 아니며 마치 천원과 백만 원 차이와 같다.물론 이것은 두루뭉술한 말일 뿐이며, 실제로 초래된 파괴성은 적의 조작과 반응 능력에 근거하여 계산해야 한다.그리고 수라 무상법은 보조 기술이며 무상이란 중생이 본 진상 외에 모든 것이 무상이다.무릇 모든 상은 허망한 것이니 모든 상이 상이 아닌 것을 깨달으면 여래를 볼 수 있다.이 말은 불교의 가장 유명한 교리 중의 하나이다.서현우는 수라와 같은 죽이기 위해 태어난 종족이 왜 자비를 베풀어 천하를 건넌 불교와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수라무상법은 정말 강했다.수라 동곤에 맞추면 거의 모든 적의 허점을 찾아낸 후 피로 물들어 수라노를 더해 일파만파로 가져올 수 있다.도저히 데려갈 수 없다면 수라변을 열어 강제로 데려가면 그만이다.서현우는 이 네 가지 공법을 배운 후 감격해 마지않았다.실전 연습을 할 사람을 찾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다.“네가 기뻐하는 모든 것은 노부에게 전혀 언급할 가치가 조차 없다. 이제 우리 둘 사이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아느냐?”번산이 묻고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가지 공법을 번산에게 배운 만큼 뭐라고 해도 다 옳다.“네 녀석은 큰 이득을 본 셈이다. 이 네 가지 공법은 수라족 중에서도 누구나 배울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라 왕족의 핵심 구성원만이 자격이 있다.”“수라 왕족이요?”서현우는 의아해했다.“선배님, 수라족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번산은 3초 동안 침묵했다.“너는 수라로서 수라족에 대해 일절 모르고 있는거냐? 혹시 정말로
서현우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들었다.수라족이 번산의 그 시대부터 지금까지 전승 된다는 건 사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는 필연이 아닐 수 없었다.수라는 살육을 가장 잘하는 존재이자 생존의 법칙에 가장 부합하는 존재이다.이것은 모순적인 양극단이었는데, 또 미묘하게 하나의 순환을 이루었다.“수라의 혈맥을 각성하고 나서 줄곧 살의에 시달렸습니다. 선배님,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서현우가 물었다.“해결?”번산은 조롱하며 웃었다. “왜 해결해야 하느냐? 수라의 혈맥에 담긴 살의는 천혜의 숫돌이자 물경천택의 구현이다.”“살의가 시도 때도 없이 침습하는 수라의 길을 견딜 수 있어야만 진정한 수라이며, 살의로 정신이 파괴된 수라들은 도태 되어 마땅하다.”서현우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번산의 다른 말 중에 가짜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말은 진짜다.“나 때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수라와 같은 천혜의 존재를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약자만이 두려워할 수 있고 진정으로 용감한 사람은 모든 압력을 무릅썼었다. 마치 봉황이 열반하는 것처럼 말이다.”“선배님 감사합니다.”서현우는 숨을 내쉬었다.“이제 노부를 믿을 수 있겠느냐?”번산이 물었다.그러자 서현우는 웃으며 말했다.“선배님 서두르지 마십시오. 아직 더 듣고 싶습니다.”“듣기 뭘 들어, 미친XXXX…….”묘비에 봉인된 허황된 그림자가 히스테리를 부렸다.물론 소리는 전해지지 않았고 서현우에게 들리지 않았다.오랫동안 침묵한 번산은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또 무엇을 알고 싶은 것이냐?”서현우는 눈썹을 들썩이며 웃었다.“선배님이 계신 그 시대는 어떤 파란만장한 일들이 있었습니까?”“참으로 찬란한 시대였는데…….”번산의 늙은 목소리는 이야기를 하기에 특히 적합하여 서현우에게 깊은 몰입감을 가져다 주었다.마치 그 파란만장한 시대에 들어선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만천신불을 목격하고 무수한 천재의 궐기를 목격하였고 무수한 강대한 쇠락과
“기분 참, 별로지?”번산은 고소해하며 입을 열었다.서현우는 번산을 상대하지 않고 땅바닥에 한참 엎드리고 나서야 통각이 천천히 사라졌다.“지금 네 실력으로는 나갈 수 없다.”번산은 담담하게 말했다.“주재경에 이르러야 만 가능하다. 녀석, 그냥 나를 풀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너한테 해가 될 건 하나도 없다.”“제가 확실히 매우 겁이 많은 사람입니다. 영문도 모른 채 죽고 싶지 않습니다. 선배님을 풀어줘도 되는데, 제가 어떻게 선배님을 믿어야 하는 겁니까?”“노부는 이미 수라왕족만이 수련할 수 있는 핵심 공법 네 가지를 남김없이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도 너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것이냐?”서현우는 고개를 저었다.“선배님께서 저에게 네 가지 공법을 가르쳐 주신 점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거래의 방식일 뿐이고, 게다가 선배님은 곤경에서 벗어난 후에 충분히 저를 죽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선배님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그러자 번산은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몇 번이나 말했듯이 나에게는 한 가닥의 잔류 사념만 남아 있어 너에게 전혀 위협을 가할 수 없다.”“믿을 수 없습니다.”“교활한 녀석,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믿을 수 있겠느냐? 심마로 맹세해도 안 되는 것이냐?”“듣고 싶지 않습니다.”“너…….”서현우처럼 무뚝뚝한 녀석을 상대로 번산은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노부가 분명히 말하는데, 네가 혈하 속의 혈살의 힘과 살육의 규칙을 흡수하지 않는 한 주재경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고,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믿기지 않는다면 어디 계속 시도해보거라. 노부는 이곳에 끝없는 세월 동안 봉인되어 있었고, 더 있는다고 해도 두렵지 않다.”“다만 젊은 나이에 천부적인 네 재능이 아까울 따름이다. 한창 좋은 나이에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하니 말이다.”서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네 현재 수준으로 혼자하는 수련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왜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낭비하고, 나와 함께 죽으려고
유리 조각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진아람은 의자에 앉아 멍해졌다.서현우는 떠나기 전에 잠깐 볼 일이 있다고 했었다.하지만 벌써 한 달 반이 지났다.서태훈과 솔이 등은 서현우가 어디로 갔는지 물어본 적이 있지만, 진아람은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얼버무렸다.그리고 등장에게 거듭 연락해서 서현우의 행방을 물었지만, 등장은 늘 모른다고 대답했었다.진아람은 등장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서현우에게 틀림없이 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설령 서현우가 성국에 간다 하더라도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않을 리가 없다.“큰일은 아닐 거야. 분명 번거로운 일이 있어서 당분간 돌아올 수 없는 것뿐이야…….”진아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암시했다.서현우의 실력으로 험난한 성국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이 외부에서 서현우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맞아, 분명히 무슨 일 때문에 한동안 몸을 뺄 수 없는 거야.”진아람은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번 무의식 중에 서현우가 준 전음석을 꺼냈다.신념을 넣고 진아람은 서현우의 이름을 불렀다.하지만 전음석은 예전과 다름없이 침묵하며 대답하지 않았다.진아람은 일어서서 심호흡하며 이런 식으로 마음의 불안을 달래고 싶었다.“조금만…… 조금만 기다리자, 일 처리가 끝나면 돌아올 거야…….”진아람은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반대편, 지구 서쪽.대재앙 속에 죽은 사람이 너무 많고 파괴된 도시도 무수히 많다.바다가 삼킨 땅도 무수히 많으며 고공에서 내려다보면 세계지도의 그림자를 다시 보기 어렵다.A나라와 P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이미 소멸하였다.특히 수련자가 나타난 뒤로 성정과 암흑의회는 빠르게 궐기하여 서방의 양대산맥이 되었다.A나라와 P나라도 그들의 눈치를 봐야 했다.성정과 암흑 의회는 한때 상대방을 소멸시키고 드넓은 서방 강역을 독점하려는 야심만만한 꿈을 꾸었다.그러나 일련의 대전 후에 서로를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빛과 어둠은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기에 동쪽으로
회의실을 가득 채워 어디까지고 계속될 것 같던 웅장한 힘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성정과 어둠 의회의 거물들은 겁에 잔뜩 질려 이 검은 로브를 입은 사람을 보고 있다.이 검은 로브가 그들을 죽이려 한다면, 생각 한 번 하는 사이에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자랑으로 여겼던 강대한 실력은 이 검은 로 앞에서 하찮은 개미처럼 처량할 정도로 보잘 것 없었다.“각하께서는 누구십니까?”성정의 빨간 금테 로브를 입은 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나를 등불이라고 부르면 된다.”검은 로브가 담담하게 말했다.“난 길을 안내하는 등불이요. 너희를 인도할 자이니라. 만약 너희들이 원한다면 나를 메시아라 불러도 좋다. 원한다면 사탄이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내가 어떤 존재이기를 원하면 그 존재로 부르면 된다.”“당신…….”모두 가슴이 부들부들 떨렸다.하지만 누군가는 억제할 수 없는 분노를 드러냈다.그들은 이 사람이 자신의 신앙을 모독했다고 생각했다.“허…….”검은 로브를 입은 인물이 가볍게 웃자 그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빛이 있으라!”그러자 그곳에 찬란한 휘광이 있었다.모든 사람의 시선이 이 빛에 가려져 사물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잠시 후, 눈부신 빛이 점점 사라졌고 손을 내려놓고 다시 보았을 때 다들 멍해졌다.눈앞에 검은 로브를 입었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었다.지금 보이는 건 흰색 로브를 입고있는 맨발의 노인이었다.머리 위에는 흰색 헤일로가, 흰색 헤일로 아래에는 녹색 가시 면류관이 있었다.왼손에는 성경 한 권, 오른손에는 지팡이 한 자루, 몸에는 후광이 번쩍였다.“신이시여…….”성정의 거두들은 무의식중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그들은 매우 흥분해 마지 못했다.“내가 정말 신일까?”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내가 왜 지옥에 악마들을 만들었을까?”쏴-이번에는 검은빛이 홀 전체를 휩쓸었다.온통 칠흑 같은 어둠이었지만, 이 또한 갑자기 물러갔다.뭇사람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어둠에 휩싸인 악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