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장로는 냉정하게 말했다. “이것이 너희들이 신경 쓸 일인가? 명령 없이 너희가 멋대로 행동하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신경 쓰지 말아야 할 일에 참견하지 말고 다들 가서 연습이나 해라! 파벌의 일에 신경 쓰고 싶다면 제대로 연습해서 실력을 키워라. 그래야만 파벌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지금처럼 실력도 부족한 상태로 나섰다가는 죽으러 가는 것밖에 안 된다! 이 자가 조성문에 와서 이렇게 떠들어대는 걸 보면 그만큼 무공 실력이 대단하다는 증거다. 너희가 나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헛되이 목숨만 버리게 될 것이다.”집행장로의 분노 섞인 목소리는 압도적인 위엄을 담고 있었고 제자들은 그 말을 듣고 장로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물러가 더욱 열심히 수련을 시작했고 다른 제자들 역시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는 신경 쓰지 않고 수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조성문 산 정상의 대문 앞에서 순찰 중이던 한 무리의 제자들이 이도현의 목소리에 이끌려 그에게 다가오며 분노에 차서 외쳤다.“이 자식, 네 간도 크구나! 감히 우리 조성문에서 난동을 부리다니, 네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느냐!”“공격해! 이 자식을 없애버려라!”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수십 명의 제자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이도현에게 달려들었다. 이 제자들은 모두 최소한 황급계 경지에 도달한 이들이었다. 그들의 무기에서 강력한 힘이 뿜어져 나와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펑! 펑! 펑!소리가 울리면서 그들의 공격이 모두 이도현의 몸에 꽂혔지만 이도현은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그들의 공격을 모두 받아냈다. 이는 그가 고통을 즐기거나 그런 취향이 있어서가 아니라 교룡의 척추와 융합한 이후 자신의 신체 방어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시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결과적으로, 이 교룡의 척추는 이도현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황급계 강자의 공격이 그의 몸에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않았다. 모든 공격이 마치 철벽에 부딪힌 것처럼 이도현에게 아무런 피해
신병장로는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쳇...”신단장로는 더욱 놀란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자는 아마도 보통 인물이 아니야. 만약 이 자가 성장한다면 이 세상은 그가 독점할지도 몰라!”전공장로는 무거운 얼굴로 나머지 세 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정말 나서지 않는 게 맞나? 이게 옳은 일일까?”집행장로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가 틀렸다는 거지? 왜 틀렸다는 거냐! 김등이 그 자리에 앉은 후, 조성문이 지금 뭐가 되어버렸는지 봐라! 김등이 문주가 되기 전에는 우리 조성문은 단순한 무술 수련 파벌이었어. 천하의 무사들을 받아들여 모두 함께 무도를 연마했지. 하지만 김등이 문주가 된 이후로 우리 조성문은 거의 싸움만 일삼는, 김등 한 사람을 위한 조직으로 변해버렸어! 너희도 그의 아들을 알지, 그 악랄한 놈. 거의 모든 악행을 저질렀지. 자기 아버지가 조성문 문주라는 걸 믿고 수년 동안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는지. 그 중 어느 하나도 비정상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고 인간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짓들이었어. 그가 김등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나도 벌써 그놈을 산산조각내고 싶었을 거다!“하지만 김등은 어떻게 했나? 그의 아들이 일을 저지를 때마다 그놈을 감싸고 심지어 사람들이 찾아와 따지면 그들을 죽이기까지 했어. 더 나아가 제자들을 보내서 피해자 가족들까지 몰살시키기도 했지. 너희도 생각해봐라. 이게 사람으로서 할 짓인가? 우리 조성문은 이제 천하의 무사들 눈에 악당 조직이 되어버렸어. 모든 이들의 미움을 사는 존재가 됐단 말이다! 이대로 김등이 계속 성문을 자신의 집처럼 만들고 조성문의 수천 년 명성을 모두 망쳐버리도록 놔둘 수 있단 말인가?”이 말을 들은 나머지 세 장로의 눈에 찬 기운이 스쳤고 동시에 그들의 눈에는 약간의 탐욕도 비쳤다.집행장로의 말이 맞았다. 김등이 조성문을 이끌면서 조성문은 정말로 완전히 변해버렸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김등이 조성문 문주 자리를 물
“설령 이도현이 그를 죽이지 못하더라도 그는 반드시 죽어야만 해! 조성문은 더 이상 그가 이끌도록 놔두어서는 안 돼. 그가 죽어야만 조성문에 희망이 생긴다...” 전공장로는 조용히 말하며 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한편, 이도현은 지나가는 길의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황급계 강자든, 제국급 강자든, 그의 손에서 세 번의 공격을 넘기지 못하고 금세 모두 죽임을 당했다.그러나 이도현이 김등이 거주하는 곳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사방에서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열몇 명의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달려왔다. 그들의 기운만으로도 그들이 모두 제국급 후반의 강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무사에게 제국급 경지는 이미 극한의 경지였다. 특히 세속게계에서는 물론이고 일부 고전 무술 왕족에서도 제국급은 절대적인 대인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조성문과 같은 초대형 파벌에서는 제국급은 그저 강자일 뿐이었다. 그들의 가장 강력한 패는 성급 강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제국급 강자들은 다른 강력한 무사들을 막기에는 충분했다. 심지어 성급히 온다 해도 꽤 오랫동안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도현에게 제국급 강자들은 이제 완전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가 교룡의 척추를 융합하기 전에는 제국급과 대결할 때 몇 번의 교환이 필요했지만 음양검과 음양부채 같은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제국급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교룡의 척추와 융합한 후 그의 수련 경지는 다시 한번 상승했고 제국급은 이제 그의 눈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 제국급 강자들이 이도현을 기습하는 순간 그는 한 번의 검 휘두름으로 그들을 모두 제거해 버렸고 그들은 순식간에 수십 송이의 붉은 꽃으로 변했다. 이도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몇 걸음 지나지 않아 다시 다섯, 여섯 명의 성급 초기 로자들이 그의 앞을 막았다. 이 로자들은 이도현에게 차가운 느낌만을 주었다. 분노, 광폭함, 살육! 이들은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였
태허산.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절벽 위의 동굴 저택에 강력한 실력을 갖춘 인간이 살고 있다! 그는 세상 밖을 헤매며 자유롭고 한가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그런데 이렇게 신선 같은 인물이 지금 한 소년에게 지극히 시달리고 있다.“에라잇, 썩을 놈아! 썩 꺼지거라, 다신 내 눈에 띄지 마! 8년이다! 8년! 네 놈은 내가 이 8년을 어떻게 버텨온 줄 알기나 해?”“스승님......”“이 스승이 이렇게 부탁할게. 넌 이미 강력한 실력을 갖췄어. 그러니 제발 산에서 내려가거라. 난 좀 더 오래 살고 싶단 말이다!”노인은 울상을 지으며 소년을 향해 허리도 굽혀보고 듣기 좋은 말도 건네보았다.“스승님, 전 심장이 쫄려서 도무지 내려갈 수 없어요. 산 아래는 위험해요. 마취도 없이 척추를 빼간다고요. 어우, 소름.”“쫄리긴 개뿔! 남들이 널 무서워하면 모를까.”“그리고, 척추 얘기는 들먹이지 마! 나도 두렵단 말이다.”노인은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스승님......”“썩 꺼지거라!”“…”“너 갈 거야, 안 갈 거야! 안 가면 나 확 죽어버린다!”노인은 허겁지겁 발밑에 있는 돌의자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순간 노인의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하지 마세요! 스승님! 갈게요!”이도현은 노인의 미친 행동에 깜짝 놀랐다.“꺼져, 당장 꺼져!”노인은 손을 흔들며 이도현을 내쫓았다! 동시에 보따리 하나를 밖으로 내던지고 동굴 저택의 문을 굳게 닫았다.드디어 세상이 조용해졌다.8년이다! 8년 동안 노인은 이도현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노인이 가장 후회하는 일이 바로 도깨비 같은 이도현을 북부에서 데려온 것이다.이도현의 천부적인 재능은 정말 사람을 놀라게 한다.무도, 의학, 별자리 점 등 노인이 평생 배워 온 것을 이도현은 8년 만에 모두 완벽하게 습득했다.심지어 어떤 부분은 스승을 능가할 정도이니, 노인은 얼굴이 뜨거웠다이도현을 쫓아내지 않으면, 노인은 언젠가 이 꼴 보기 싫은 자식 때문에 미쳐 죽고 말 것이다.“휴!
다행히도 수많은 남자 중에서 이도현은 유일하게 그녀에게 골수를 기부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갖추었다.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고 이로 인해 강설미는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살려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강설미는 이도현과 결혼했고, 이도현은 강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었다.이도현은 팔자가 활짝 피어 편한 인생을 살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현실은 그를 더 실망하게 했다.강설미와 결혼한 뒤, 강설미는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도현과의 첫날밤을 보내지 않았다.그리고 강씨 가문에서 이도현의 지위는 강회장이 기르는 개보다도 못했다.적어도 그 개는 식탁에서 메이드가 먹여주는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이도현은 식탁 앞에 앉을 자격조차 없었다.이도현은 꿈에도 몰랐다. 강씨 가문에서 강설미의 건강이 회복되는 내내 이도현의 골수만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그러던 그날, 강씨 가문에서는 단련을 이유로 강설미에게 이도현을 북부로 데려가 비즈니스 미팅에 함께 참석하게 했다.단둘이 지내는 그날 밤, 강설미가 정성껏 준비한 근사한 저녁 식사 분위기에 그는 흠뻑 취해버렸다.이도현은 그곳에서 드디어 그녀와의 첫날밤을 보낼 줄 알았다.하지만 술 한 잔 마신 이도현은 갑자기 눈앞이 희미해지더니 곧장 잠이 들었고, 다시 눈을 떠보니 차가운 황야에 버려져 있었다.강씨 가문에서는 그의 골수를 모조리 추출하고 척추도 대부분 도려낸 뒤, 그곳에 유기해 죽길 기다렸다.이도현이 거의 목숨을 잃어갈 때쯤, 고아한 풍채를 가진 노인이 저승문 앞에서 그를 구원했다.노인은 이도현에게 구렁이의 척추 일부를 이식해 주었으며, 덕분에 이도현은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그 후 이도현은 노인을 스승으로 모셨고, 8년 뒤의 이도현은 이렇게 다시 태어났다.8년 동안, 이도현은 절세의 무학을 배우면서 완전히 환골탈태했고 의술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난 8년간, 그는 한순간도 강씨 가문의 배은망덕한 행동과 악독한 그녀를 잊은 적 없었다.8년을 그는 오직 복수를 위해 실력을 갈고닦았
산에서 내려온 이도현은 복수를 서두르지 않았고, 먼저 완성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염국 완성, 그곳은 그의 집이 있는 곳이다. 노인의 말에 의하면 그가 살해되고 3개월이 지난 후, 그의 부모님과 여동생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여기까지 생각한 이도풍의 두 눈에는 살기가 가득 찼다.그 살기는 하늘도 찌를 것 같았다. 그는 묻고 싶었다. 도대체 왜 그랬냐고!“한 사람도 살려두지 않을 거야. 당신들에게 절망이 무엇인지 내가 똑똑히 가르쳐줄게.”이도현이 두 주먹을 불끈 쥐자, 몸에서는 무서운 힘이 솟아오르더니 옷이 나부끼기 시작했다.그러던 그때, 미묘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이도현은 힘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그는 옆좌석의 산뜻한 옷차림의 성숙한 여자를 발견했다.목덜미가 길고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여자는 정장 차림에 포니테일을 묶었는데, 언뜻 보기에도 몸매가 아주 좋았으며 왠지 커리어 우먼의 기운을 풍겼다.창백한 얼굴의 여자는 한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셔츠의 단추가 열려 풍만한 가슴 라인이 훤히 보였다.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도현에게 도움을 청했다.“저... 저기요... 저 좀 도와주세요... 지금 필요해요......”“뭐라고요? 여기서요?”이도현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8년간 산속에 있었더니, 그새 세상이 이렇게 자유롭게 변한 거야? 이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데 필요하다고?’이도현의 의아한 눈빛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요? 여기서요? 확실해요?”이도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세 번이나 되물었다.‘확실하게 물어봐야지. 난 바른 청년이니까.’“빨리요. 더는 못 참아요.”“그러니까... 저기요... 근데 이건 좀 아니지 않아요? 전 바른 청년이라고요! 그러면, 화장실이라도 갈까요? 화장실이면 조금 편하지 않을까요?”이때 여자는 또 발밑의 작은 가방을 가리켰다.“콘돔요?”이도현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안전 조치.이때, 비즈니스석 커튼 뒤에서
“괜찮아요. 어릴 때부터 달고 살던 병이에요. 안 죽어요.”말하는 도중에 한지음은 갑자기 이도현과의 대화가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안 죽는다고요?”이도현이 자리에 앉으며 차갑게 말했다.“저기요, 혹시 본인이 무슨 병에 걸렸는지 모르고 있는 거 아닌가요? 알고 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는데.”“뭐? 이 변태가! 너 말 함부로 할래?”이설희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저기, 그게 무슨 뜻이죠?”한지음의 안색도 삽시에 어두워졌다.“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그쪽은 선천성 심장병이 아닌 심혈관 괴사라 언제든지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도 있어요. 치료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3개월도 버티기 힘들 거예요!”이도현이 말했다.“이 한심한 변태 자식이 감히 우리 대표님을 저주하다니, 너 죽고 싶어? 너 우리 대표님이 누군 줄 알고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거야?얼마나 많은 명의가 우리 대표님의 건강을 직접 진찰하셨는데! 너 같은 변태가 알긴 뭘 알아! 뭐? 심혈관 괴사? 세상에 그런 병명이 존재하기나 해? 내가 보기엔 넌 뇌가 괴사했어!너 설마 우리 대표님 미모에 흑심을 품을 거 아니야? 똑똑히 얘기하는데, 이런 작업은 이젠 한물갔어!”이설희는 콧방귀를 뀌었다.이도현은 굳이 그녀와 말씨름하기 싫어 직접 한지음에게 말했다.“발병할 때면 심장이 많이 아프셨을 거예요. 심장 통증과 호흡 곤란, 그리고 기침과 같은 심부전 증상도 동반되며 심할 때면 의식이 흐려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심지어 쇼크 증상까지 나타나셨을 거예요!게다가 그 증상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해서 심해졌겠죠. 발병 빈도도 규칙적이지 않고 가끔은 작은 원인으로 유발될 때도 있을 거예요! 약도 점점 더 많이 드셨겠지만 약효는 예전처럼 좋지 않죠?”이도현의 구체적인 말에 한지음은 경악했다.“어...... 어떻게 아셨어요?”“그건 그쪽 알 바가 아니고요. 이건 전부 심혈관 괴사를 심장병으로 여겨 치료했기 때문이에요. 약물은 비록 증
“도와주세요! 여기 혹시 의사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이내 승무원이 달려와서 상황을 요해한 뒤 기내 방송으로 의사가 있는지 물었지만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가장 가까운 공항에 착륙하려고 해도 최저 30분이 걸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설희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그녀는 이도현을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생각하고 울먹이며 말했다.“저기요! 제발, 제발 우리 대표님 살려주세요. 대표님의 상태를 정확히 맞추셨으니 구할 수도 있을 거잖아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요.”“아까는 변태에 사기꾼에 파파라치라며 반말하셨잖아요?”이도현은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미안해요,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봐요. 제가 이렇게 싹싹 빌게요. 그러니까 우리 대표님 한 번만 살려주세요. 벌주시면 달갑게 받을게요.”점점 호흡이 가빠지는 한지음의 모습에 이설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배은망덕한 사람은 이도현의 척추까지 도려냈지만, 워낙 마음씨가 착한 이도현은 여자의 눈물에 이내 마음이 약해졌다.게다가 의도의 본심은 생명 지상주의라 그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그는 두말없이 손을 뻗어 한지음의 몸을 더듬었다.“저기요! 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이도현의 행동에 이설희가 황급히 막았다.“살려달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만져보지도 않고 어떻게 살려요? 그쪽 대표님은 심혈관 괴사라 제가 심장부터 확인하는 거예요.”이도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몸을......”이설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이도현에게 한지음에게 흑심을 품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이도현의 심기를 또 한 번 건드릴까 두려웠다.“흥! 그런 더러운 생각은 집어치워요. 제 직업도 좀 존중해 주세요, 전 의사예요. 의사의 눈엔 오직 환자만 보일 뿐 남자도 여자도 없어요.”이도현은 비록 진지하게 말했지만 그녀의 몸에 손이 닿았을 때, 그도 자기가 짐승이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마터면 그는 조상을 거스르는 결정을 내릴 뻔했다.그는 애써 혀를 깨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