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장로는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쳇...”신단장로는 더욱 놀란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자는 아마도 보통 인물이 아니야. 만약 이 자가 성장한다면 이 세상은 그가 독점할지도 몰라!”전공장로는 무거운 얼굴로 나머지 세 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정말 나서지 않는 게 맞나? 이게 옳은 일일까?”집행장로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가 틀렸다는 거지? 왜 틀렸다는 거냐! 김등이 그 자리에 앉은 후, 조성문이 지금 뭐가 되어버렸는지 봐라! 김등이 문주가 되기 전에는 우리 조성문은 단순한 무술 수련 파벌이었어. 천하의 무사들을 받아들여 모두 함께 무도를 연마했지. 하지만 김등이 문주가 된 이후로 우리 조성문은 거의 싸움만 일삼는, 김등 한 사람을 위한 조직으로 변해버렸어! 너희도 그의 아들을 알지, 그 악랄한 놈. 거의 모든 악행을 저질렀지. 자기 아버지가 조성문 문주라는 걸 믿고 수년 동안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는지. 그 중 어느 하나도 비정상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고 인간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짓들이었어. 그가 김등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나도 벌써 그놈을 산산조각내고 싶었을 거다!“하지만 김등은 어떻게 했나? 그의 아들이 일을 저지를 때마다 그놈을 감싸고 심지어 사람들이 찾아와 따지면 그들을 죽이기까지 했어. 더 나아가 제자들을 보내서 피해자 가족들까지 몰살시키기도 했지. 너희도 생각해봐라. 이게 사람으로서 할 짓인가? 우리 조성문은 이제 천하의 무사들 눈에 악당 조직이 되어버렸어. 모든 이들의 미움을 사는 존재가 됐단 말이다! 이대로 김등이 계속 성문을 자신의 집처럼 만들고 조성문의 수천 년 명성을 모두 망쳐버리도록 놔둘 수 있단 말인가?”이 말을 들은 나머지 세 장로의 눈에 찬 기운이 스쳤고 동시에 그들의 눈에는 약간의 탐욕도 비쳤다.집행장로의 말이 맞았다. 김등이 조성문을 이끌면서 조성문은 정말로 완전히 변해버렸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김등이 조성문 문주 자리를 물
“설령 이도현이 그를 죽이지 못하더라도 그는 반드시 죽어야만 해! 조성문은 더 이상 그가 이끌도록 놔두어서는 안 돼. 그가 죽어야만 조성문에 희망이 생긴다...” 전공장로는 조용히 말하며 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한편, 이도현은 지나가는 길의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황급계 강자든, 제국급 강자든, 그의 손에서 세 번의 공격을 넘기지 못하고 금세 모두 죽임을 당했다.그러나 이도현이 김등이 거주하는 곳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사방에서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열몇 명의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달려왔다. 그들의 기운만으로도 그들이 모두 제국급 후반의 강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무사에게 제국급 경지는 이미 극한의 경지였다. 특히 세속게계에서는 물론이고 일부 고전 무술 왕족에서도 제국급은 절대적인 대인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조성문과 같은 초대형 파벌에서는 제국급은 그저 강자일 뿐이었다. 그들의 가장 강력한 패는 성급 강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제국급 강자들은 다른 강력한 무사들을 막기에는 충분했다. 심지어 성급히 온다 해도 꽤 오랫동안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도현에게 제국급 강자들은 이제 완전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가 교룡의 척추를 융합하기 전에는 제국급과 대결할 때 몇 번의 교환이 필요했지만 음양검과 음양부채 같은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제국급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교룡의 척추와 융합한 후 그의 수련 경지는 다시 한번 상승했고 제국급은 이제 그의 눈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 제국급 강자들이 이도현을 기습하는 순간 그는 한 번의 검 휘두름으로 그들을 모두 제거해 버렸고 그들은 순식간에 수십 송이의 붉은 꽃으로 변했다. 이도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몇 걸음 지나지 않아 다시 다섯, 여섯 명의 성급 초기 로자들이 그의 앞을 막았다. 이 로자들은 이도현에게 차가운 느낌만을 주었다. 분노, 광폭함, 살육! 이들은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였
장창이 이도현의 가슴에 박혀 있었지만 더 이상 한 발짝도 들어가지 않았다. 마치 강철판을 찌른 것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너...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공격을 가한 장창을 든 성급 강자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머리털이 쭈뼛 서고 발밑이 싸늘해짐을 느꼈다. 이도현은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 음양검을 휘둘러 망설임 없이 장창을 든 성급 강자의 가슴을 꿰뚫었다. 검이 그의 심장을 뚫고 지나가며 그를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아... 다른 무사들은 이 광경을 보고 두려움에 숨을 들이쉬었다. 성급 강자의 공격이 이도현의 육체를 뚫지 못하다니, 이 방어력이 정말 사람이 맞는 건가. “다 같이 덤벼! 그를 죽이지 않으면 문주님께서 우릴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 죽을 각오를 하자!” 그중 한 명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모두 두려움을 무릅쓰고 돌격해 들어갔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결국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돌진해 들어갔다. 아까 그 사람이 말한 게 맞았다. 그들은 이도현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들이 죽게 될 것이다. 처음에 그들은 김등의 유혹에 넘어가 방심했고 김등이 넣은 일종의 독충 같은 독약에 의해 그를 따르게 되었다. 억지로 김등의 명령에 따라 개처럼 복종할 수밖에 없었으니 아니었다면 그들이 성급 강자로서 어떻게 다른 사람의 죽음의 전사 따위가 되었겠는가. 그들이 지금 김등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 이도현을 막지 못하면 그들이 기다릴 운명은 독충이 내장을 갉아 먹어 비참하게 죽는 것이 될 터였다. 독충에 의해 내장이 갉아먹히는 고통스러운 죽음보다는 차라리 이도현에게 죽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들은 합심해 이도현을 쓰러뜨리려 했지만 그들의 계획은 결국 상상에 불과했고 현실은 언제나 냉혹했다. 막상 첫 번째로 달려든 사람이 이도현에게 단칼에 목이 날아갔다. 이도현은 그 자리에서 돌진하여 그들 사이로 뛰어들어 마구 휘둘렀다. 칼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김등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이전의 여유로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도현이 이미 안으로 침입했으니 그는 도저히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도현과 한번 싸워본 적이 없었다면 그는 이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 이도현을 그저 어리석은 광대처럼 여기고 그저 구경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번 이도현에게 한 발로 차여 날아가고 난 후, 그는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도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아!” 김등이 갑자기 외쳤다. 밖에서 한 제자가 달려와 단 한쪽 무릎을 꿇고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문주님... 말씀만 하십시오!” “너, 모 장로의 소식을 알고 있느냐?” 이 제자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 그가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문주님! 제자는... 제자는 모릅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등 옆에 있던 참마도가 갑자기 번쩍였고 한 줄기 차가운 빛이 지나간 후 이 제자의 머리가 그대로 날아갔다. 머리는 땅에 굴러떨어지며 피가 길게 이어져 선을 그렸고 머리 위의 눈은 크게 떠져 있었으며 그는 눈을 감지 못한 채 죽었다. 그는 자신이 왜 목이 잘려 죽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문 앞을 지키는 작은 제자일 뿐이었다. 연무장에서 무공을 연습할 자격도 없는 그에게 장로가 어디 있는지 묻다니, 이게 무슨 경우인가. 장로는 그에게 하늘 높은 존재로 평소에 만나면 그저 엎드려 절하는 것 말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장로가 어디를 가던 그에게 말해줄 리가 없었다. 장로가 어디 갔는지 그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에게 그걸 묻고 모른다고 했더니 목을 날려버리다니! 도대체 예의가 있긴 한 건가? 너무 지나친 거 아니냐! 이 제자는 자신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지 못하고 매우 불안한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김등은 그가 죄가 있어 죽었다고
쉭! 한 줄기 칼 기운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무려 40미터나 되는 거대한 칼 그림자가 공중에서 형성되었다. 그 칼은 이도현을 향해 베어 내려왔다.이도현은 그 거대한 칼을 바라보며 한 자루의 검을 내밀었다. 한 줄기 검기가 튀어나오며 그 기세등등한 칼 기운을 단번에 베어내고 산산조각 내어 사라지게 했다. 칼 기운이 흩어지자 한 남자가 손에 큰 환도를 들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으며 이도현을 향해 걸어왔다. 그는 이도현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멈추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경멸하듯 말했다. “이 꼬맹이! 여기서 네 목숨은 끝이다! 넌 재능이 있는 놈이다만 네가 스스로 죽을 길을 찾았구나! 하지만! 내 마도에게 죽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너의 영광이다!” 남자의 오만한 말에도 이도현은 귀찮다는 듯 상대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여유롭게 한 걸음씩 남자에게 다가갔고 마침내 그의 코가 남자의 코에 닿을 듯 가까워져서야 멈췄다. 도전! 이건 적나라한 도전이었다! 남자의 얼굴이 새까매졌고 이도현이 이렇게 대담하게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가 감히 자신 앞에서 이토록 방자하게 굴다니. 그러나 이도현은 비웃으며 말했다. “마도? 하하하! 그게 뭐냐! 내 눈에는 돼지 잡는 칼보다도 못하다! 돼지 잡는 사람이 내 검을 막을 수는 있지만 넌 내 검 한 번도 막지 못할 것이다!”이도현의 말속에는 조롱과 경멸이 가득했다. “너... 이 오만한 놈! 오늘 내가 너에게 내 마도의 위력을 보여주마! 죽어라!” 마도가 분노의 외침과 함께 몸을 급히 뒤로 빼며 칼을 빼 들려 했다. 그의 속도는 굉장히 빨랐지만 이도현은 더 빨랐다! 그가 칼을 뽑기도 전에 이도현의 검이 이미 칼날을 휘둘렀다! 쉭! 한 줄기 검기가 날아가며 마도는 반응도 못 한 채 검기가 그의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이어! 마도가 굳어져 모든 동작이 멈춘 것처럼 그대로 얼어붙었다. 잠시 후,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마도는 쨍그랑
검집 역시 간단한 대나무 통으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마치 장작을 피울 때 쓰는 막대기처럼 단순해 보였다. 이런 검은 어린아이가 장난으로 쓰는 칼로도 못 쓸 정도였지만 지금 이 로자가 손에 들고 있었다. 로자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가 제정신이 아닌 줄 알았을 것이다. 허름한 칼을 들고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를 무시하지 못했다. 바로 이 순간, 로자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마치 거대한 검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그의 전신에서 검기가 뿜어져 나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도현은 고개를 들어 지붕 위에 서 있는 허세를 부리는 남자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안 피곤하냐? 높은 데 서 있으면 고수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감히 나랑 검을 겨룬다고? 집에 가서 네 엄마한테 검이나 하나 제대로 사달라고 해라!” 이도현의 말에 잠시 전까지 침착했던 로자는 즉시 폭발했다. 아주 무례한 말이었다! 이놈은 정말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것인가? 어른을 공경하고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도 모르는 건가! 어른을 존중하라는 걸 네 엄마가 안 가르쳤냐! 내가 이렇게 나이 먹었는데 네놈이 나한테 엄마 타령을 하다니! 네가 이렇게 예의가 없는데 네 엄마가 아시면 뭐라 하실까! 로자는 이도현의 무례한 말에 분노로 가득 차 눈빛이 차가워졌고 그 분노의 눈빛은 이도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이 건방진 놈! 네 입이 그렇게 더러운 걸 보니 네놈 어미의 발싸개라도 씹었느냐!너, 조금 배운 걸로 세상을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이 건방진 놈! 다음 생에는 좀 더 조용히 살아라! 명심해라! 널 죽이는 자는 바로 검치다!”검치! 전설 속의 검을 다루는 강자! 그의 검술은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고 그는 이미 인간과 검이 하나가 된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가 태어날 때 하늘에서 검기가 떨어져 그의 어머니의 배에 맞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거의 모두 이도현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방금까지의 긴장된 분위기는 금세 사라졌고 경계하고 있던 제자들은 이제 마치 구경꾼처럼 전부 다 구경할 준비를 했다. 이 장면을 본 이도현은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정말 무지했다. 그들은 강함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도현은 경멸하며 웃었다. “내가 보기엔 넌 검치가 아니라 검바보야! 바보 말이야! 널 바보라고 생각해서 살려줄 테니 지금 당장 꺼져라!”“이 건방진 놈! 네놈은 죽어야 마땅하다!” 이도현이 검치에게 대바보라고 계속 부르다니, 그는 이 나이 먹도록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다. 검치는 즉시 분노가 치솟아 힘을 남기지 않고 휘몰아치며 몸을 날려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 “내 충고를 듣지 않다니, 죽어라!” 이도현 또한 검을 휘두르며 검기를 내뿜었다. 이번에 이도현이 사용한 것은 태허검결이었다. 교룡의 척추와 융합된 후, 이도현은 이번에 처음으로 태허검결을 사용했다. 비록 그가 입으로는 검치를 무한히 깔봤지만 검치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의 기운은 그를 결코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태허검결! 무형을 유형으로 바꾸어 검기를 내뿜자 수십 개의 검기가 거대한 보검을 형성하여 강렬한 위세로 검치를 향해 돌진했다. 잠시 동안, 조성문 앞 대전에서 검기가 휘몰아치고 검명이 울려 퍼졌고 마치 수많은 고수들이 공중에서 싸우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쨍! 쨍! 쨍! 전광석화 속에서 두 사람이 내뿜은 검기는 공중에서 충돌하며 그 여파로 주변 건물들이 계속해서 파괴되었다. 이도현은 제자리를 떠나지 않고 태연하게 보검을 휘둘렀고 그가 휘두를 때마다 검치는 공중에서 좌우로 검기를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되자 검치는 더욱더 전투에 열광하며 그의 투지가 더욱 불타올랐다. 모두가 그의 몸에서 나오는 기운이 점점 더 강해지고 내뿜는 검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렬해지는 것을
“정말로 독하다! 봐봐! 검치 선배님의 새끼손가락이 곧 떨어질 것 같지 않냐?” “우와! 이게 바로 전설 속의 검기가 몸을 관통해 모든 것이 환상이라는 경지인가? 그 뭐더라, 산이 산이 아닌 거?” “산을 봐도 산이 아니고 물을 봐도 물이 아니라고 하는 거!”“맞아! 맞아, 그게 바로 산을 봐도 산이 아니고 물을 봐도 물이 아닌 경지, 최고의 경지 중 하나야! 대단해! 존경스러워! 검치 선배님은 역시 고수다!” ... 사람들이 흥분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찰나, 검치의 상태는 더 악화되었다. 그의 목에 또 하나의 핏줄이 생긴 것이다. 곧이어 그의 팔이 떨어져 나갔고 그다음에는 그의 다리도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는 그가 완전히 부서져 고깃덩어리로 변해버렸다! 이 광경에 현장은 즉시 죽은 듯한 침묵에 빠졌다. “이... 이건 또 무슨 경지지? 이게 바로 전설 속에서 말하는 최고의 경지 중의 최고의 경지인, 산은 여전히 산이고 물은 여전히 물이라는 거야? 이건... 이건...”“이건... 나 왜 좀 아닌 것 같지?”대전 앞에 있는 모든 제자들은 눈앞의 고깃덩어리를 보며 계속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상황은 뭔가 너무 말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일어나라! 검치 선배님은 분명히 일어날 거야! 이건 하나의 경지일 뿐이야...” 한 사람이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이렇게 부서졌는데 어떻게 다시 일어난다는 거야? 이건...” ... 그들이 기적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을 때 이도현은 검치가 부서진 고깃덩이를 넘어서 그들 쪽으로 걸어갔다. 그제야 그들은 정신을 차렸다! 수천 명이 이도현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으로 그를 쳐다보면서 저절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끝내 더는 물러날 곳이 없을 때 그들은 다시 저절로 양옆으로 갈라져 중앙에 길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이도현은 그들을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그들 사이를 지나쳐 문주 김등이 있는 대전 안으로 걸어갔다. 수천 명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
곧 이도현의 차가운 시선이 절 안의 스님들에게 향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살리는 동안 방해라도 한다면, 즉시 지옥으로 보내주겠다!”“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너희들이 듣든 말든 상관없지만, 감히 방해하려 한다면, 그 순간 너희의 마지막이 될 거다!”이도현은 말을 마치며 손을 휘저어 은침 하나를 던졌다. 은침은 대전 앞에 서 있는 돌사자를 명중했다.쿵!큰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사자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 광경을 본 절의 스님들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방금까지 하고 있던 생각들은 한순간에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섰다.이 정도로 강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작은 침 하나를 사용했을 뿐인데 돌사자가 산산이 부서져 버리다니, 이게 그들의 몸에 닿기라도 한다면 무사할 리 없었다.아무리 그들이 뚱뚱하다 해도 이런 강한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빨리 방을 찾아서 이 사람을 안으로 옮겨!” 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도현의 위압적인 분위기 아래, 스님 몇 명이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여인을 한 방으로 옮겨놓았다.“모두 나가라! 그리고 따뜻한 물을 준비해라. 내 허락 없이 누구도 들어오면 안 돼!”“너는 따라 들어와라!” 이도현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한 여인을 가리켰다. 아마도 이 부부의 친척일 터였다.“저요?” 여인은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듯 물었다.“들어와!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따라 해! 산모와 어떤 사이냐?” 이도현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제 언니예요.”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돌사자를 산산조각 내는 이도현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었다.대답을 들은 이도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여인을 한 번 더 보고, 남편을 보며 더욱 할 말을 잃었다.아내가 이 지경인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내와 처제를 데리고 산속으로 오다니, 대체
“스님. 제 아내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심장이 뛰고 있어요! 제발 그녀를 살려주세요...”남자는 거의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떨며 외쳤다.보아하니,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이런 스님들을 믿는 걸까? 그리고 아내가 이렇게 배가 부른데, 병원이 아닌 이 산으로 온 이유는 뭘까?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낳으면서 병원에 안 가는 경우가 있을까? 산간 마을이라고 해도 최소한 마을 의사나 경험 많은 산파나 어르신을 부르기라도 할 것이다.이 남자는 참으로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아내를 데리고 이 깊은 산속에 와서 아이를 낳으려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아미타불! 시주님, 이 여 시주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세요. 이번 생의 죄업은 이미 갚았고, 업보도 끝났으니, 다음 생엔 반드시 큰 부귀와 건강을 누릴 것입니다!”“시주님, 이제 길을 비켜주세요. 이 썩은 껍데기를 태워버리게 해주세요. 아미타불, 꽃이 피고 지고, 사람이 나고 죽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생로병사는 모두 정해진 법입니다. 이 모두가 전생의 업이고 현세의 결과입니다. 시주님, 왜 그리 집착하십니까?”스님은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고선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를 본 이도현은 속이 끓어올랐다. 대체 이게 무슨 허튼소리인가.스님의 신호를 받고, 젊고 힘센 스님 몇 명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남자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불태우려는 참이었다.이쯤 되자, 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건 두 생명이 달린 일인데, 이렇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멈춰!” 이도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단번에 여인을 태우려는 스님들을 발로 차며 막아섰다.“뭐 하는 거에요!” 여인을 태우려던 스님이 분노하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냐고? 사람을 구하려는 거지. 저 여인은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네가 사람을 태우려 하니, 정말 출가한 사람 맞는 거냐? 출가한 자는 자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