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우와, 이 녀석 정신 나갔나?방금 뭐라고 했어?젠장, 내가 귀가 먹었나, 내가 잘못 들은 건가?이도현의 이 한마디는 모든 사람을 극도로 놀라게 했다.모두가 자신이 들은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과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기까지 했다.그들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이게 오버가 아니라 이도현이 한 말이 너무 거만해서 그들의 인식을 뒤엎었기 때문이다.이도현이 이렇게 많은 무사들 앞에서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목숨이 아깝지 않다고 말하다니.그에게 말한 사람이 바로 고전 무술 왕족의 김씨 가문의 장로, 김장령이었다. 예전 그의 이름은 김등이었고 황제의 자질이 있다고 했으나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해 김장령으로 개명했다.사람들이야 김장령의 황제 자질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그가 확실히 초강력 무사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다. 게다가 김장령은 다른 무사들과 달리 권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논도 대회의 주최자가 될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사람을 이도현이 그렇게 말하다니.그가 이걸 참을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이 자식! 죽고 싶은 거냐!”김장령이 소리쳤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력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폭발했고 그는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이도현에게 돌진했다.김장령이 한 번에 사용한 것은 고전 무술 기술, 백호의 발이었다!그의 두 손은 하얀 빛으로 크게 빛나며 거대한 백호의 발처럼 변해 이도현의 머리를 향해 파괴적인 힘으로 덮쳐왔다.하지만! 이 모든 상황에도 이도현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자리에서 앉아 미소를 지으며 김장령이 자신을 공격해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이 장면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또 한 번 술렁이게 만들었다.“뭐야! 이 녀석이 겁에 질려 바보가 된 거 아냐! 도망치지도 못하다니!”“저 녀석의 바보 같은 미소를 보면, 지금 쟤는 바지에 오줌을 지렸을 거야!”“멍청이! 난 방금 그 말이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허세꾼이었네!”“김 노인의 강력한 기운에 이 녀
모든 사람이 일제히 일어나 방금 그 장면이 진짜인지 믿을 수 없었다.장내에는 모두 숨을 들이쉬는 소리와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우와...” 동방우성은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놀라며 눈을 비볐다.“이 녀석이 정말 천하를 뒤엎을 것 같아. 이건 정말 무서워. 이 녀석이 정말 사람인가? 괴물이잖아...”다른 한쪽에서는 소창열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준호! 봤지? 이신의는 아무 문제없어!”한준호는 충격을 금치 못하며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이신의를 너무 과소평가했군. 이신의는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야!”“손녀야! 너희는 더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다른 쪽에서는 사람들이 잠시 놀란 틈을 타 몇 명의 그림자가 김장령의 옆으로 날아갔다.중년 남성 한 명이 김장령을 일으켜 세우고 그의 상처를 급히 확인했다.이때 김장령의 가슴은 이도현의 주먹에 맞아 깊숙이 들어가 있었고 입과 코에서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그는 오장육부가 부서진 듯 한 고통을 느꼈고 숨쉬기조차 힘들었다.“김 노인! 당신...... 괜찮으세요? 빨리... 빨리 담약을 드세요!”한 로자가 급히 한 알의 담약을 꺼내 김장령의 입에 넣었다.김장령은 힘겹게 약을 삼켰고 몇 명의 도움으로 담약을 소화시켰다. 담약의 효능 덕분에 김장령은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었다.몇 명의 부축을 받아 일어서서 가슴을 움켜쥐고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에는 짙은 악의가 서려 있었다.“이 자식.. 너... 콜록콜록...”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심하게 기침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를 진정시키느라 애썼다.김장령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악의에 찬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김장령은 사실 이도현에 대해 약간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의 실력이 이 정도로 무서운 수준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외부에서 들리는 이도현에 대한 소문이 대부분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이도현은 정말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이 순간 말을 잃었다.그들은 처음으로 사람을 쉽게 피범벅으로 만드는 이가 자신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수만 대군을 죽이는 이가 자신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이기적인 사람, 이런 사람을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불러야 한다!그들 눈에 이런 사람은 마치 이미 저지른 일을 애써 감추려는 비열한 사람과 같았다!물론, 이도현이 너무 비열하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들은 방금 이도현이 한 말에 더 충격을 받았다. 내가 너희를 죽이라고 강요하지 마라.여기가 어떤 곳인가? 어떻게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여기는 염국과 주변 모든 국가 무림계 고수들이 모인 장소이며 50년에 한 번 열리는 논도 대회이다. 무수한 늙은 괴물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죽고 싶은 것인가?이도현의 오만함에 또 한 명의 김장령을 부축하던 사람이 참지 못하고 차갑게 말했다.“이도현, 네가 그렇게 오만할 줄은 몰랐구나. 네가 정말 이 논도 대회를 뒤집겠다는 것인가? 너는 이 세상의 무사들을 무시하는 것이냐.”또다시 그를 모욕하고 비방하였다.이 사람은 천도종의 강자, 도연진인이었다.그 역시 논도 대회 주최자 중 한 명이다.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이도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네가 하는 말을 명확히 하도록 해라. 함부로 사람을 모욕하지 마라.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나는 네 같은 이들이 도덕의 고지에서 다른 사람에게 근거 없는 죄명을 씌우는 것을 더 싫어한다! 네 같은 사람을 보면 나는 하나하나 다 죽이고 싶다!”“네가 뭐라고?”도연진인은 잠시 멍해졌다. 그는 이도현이 자신에게 이렇게 대답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권위를 이렇게 의심할 줄이야.그는 이렇게 말하며 백 년을 지냈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도현의 입에서는 그것이 사람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하니.이에 대해 그는 당연히 매우 분노했다!권위와 존엄이 의심받자
수십 명의 왕급 무사들이 일제히 공격해 오자 그들이 발산하는 강력한 기운에 하늘과 땅이 흔들리고 온 봉래도가 그들의 기운에 휩싸인 것 같았다. 이 광경을 본 지국의 천신 성녀는 얼굴에 감격의 미소를 띠며 마음속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이번에야말로 이도현이 죽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수십 명의 왕급 강자가 동시에 공격하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힘인가. 아무리 이도현이 강하다 해도 이번에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복수한다! 그녀는 곧 아들을 위해, 그리고 지선산의 신명사자를 위해 복수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녀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끝났다! 끝났어! 이번엔 저 녀석이 정말로 끝장날 거야. 어쩌지, 이걸 어쩌면 좋지, 난 눈앞에서 그 녀석의 제자가 죽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하지만 막을 수가 없잖아. 어떻해, 어떻해...” 동방우성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마음이 타들어갔지만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할아버지! 지금 어떡하죠? 이도현 오빠가 정말 위험해졌어요. 빨리,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이도현 오빠를 구해주세요...”“이도현 오빠도 참, 성질 좀 가라앉힐 수 없나. 왜 꼭 그렇게 고집 부려야 해! 지금 이걸 어쩌면 좋지...”“그래, 이도현 오빠도 장소를 좀 가렸어야지. 왜 참지 못하고... 지금 어떡하지, 유정아, 우린 지음이 언니한테 전화해서 이도현 오빠의 선배에게 도움을 청해보자...”한소희가 다급하게 말했다.두 여자는 이도현에게 몰려드는 강자들을 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순간적으로 손발이 오그라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둥대기 시작했다.“그래, 전화! 빨리 전화해!” 소유정은 한지음의 전화번호를 찾아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바로 그 순간, 군중 속에 있던 한 예쁜 소녀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전화기를 손에 들고 바닥을 빙빙 돌며 안절부절못했다.“팀장님! 제발 전화를 받아주세요, 빨리 받아주세요! 시간이 없어요, 정말 시간이 없어요...”동방우성의 옆에 있던 동방가요 역시 얼굴이 창백
이도현은 세 사람을 보고 웃으며 안심시키려는 듯했다.“걱정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오늘 나는 이 놈들을 모두 죽여 버릴 거야! 그들이 감히 다가오면 하늘과 땅이 뒤집힐 정도로 그들을 죽일 것이다.말을 마치자, 이도현의 몸에서 살기가 모이기 시작했다.그러나 그가 음양검을 꺼내려는 순간, 무겁고도 나이든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만! 모두 신통을 거두어라. 여기는 논도 대회지, 너희가 원한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다!”로자의 목소리에 따라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김장령이든 도연진인이든 어검종의 이청천이든 모두가 몸을 떨며 충격에 빠졌다.사람들이 로자를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신도자!신은문의 신도자 어르신. 50년 전 논도 대회에서 선출된 천하제일인이다.모두의 동공이 자기도 모르게 수축되었다.이 자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50년 전 논도 대회에서 모든 무사가 공인한 천하제일인으로 선출된 인물.이제 50년이 흘렀다. 그는 얼마나 무시무시해졌을까.수련이라는 것은 술과 같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진다. 무사도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수록 도행이 높아진다.50년 전의 천하제일 신도자가 50년 후에 다시 나타난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그의 명령에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논도 대회의 세 명의 주최자조차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굽혀 말했다. “예!”“물러나라!”도연진인의 명령에 따라, 이도현에게 다가가던 수십 명의 왕급 강자들이 멈추고 돌아서서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일촉즉발의 전투가 이렇게 끝났다. 이도현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얼굴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일부 사람들은 심지어 신도자가 참견하는 것을 마음속으로 욕하며 마음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신도자가 잘못되기를 빌며 아들을 낳으면 잘못 낳길 바랐다.“할아버지! 왜 그를 변호하시는 거예요? 저는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싶었어요!”신도자 옆에 있던 소녀는 할아버지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겼다.신도자는 웃으며 말했다.
혹은 실망이었다. 그와 같은 존재에게는 모든 것이 이미 뻔히 보였다. 무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무도 수련이 단지 재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마음가짐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만한 사람은 아무리 수련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결코 멀리 갈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도도 사람을 선으로 이끄는 법이다. 마음가짐이 거만하고 자만심이 가득한 사람이 어떻게 도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겠는가. 이런 천재는 언젠가 꺾이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아직 이도현의 가장 거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그의 거만함을 논의하고 있을 때, 이도현이 천천히 일어나더니 한 걸음 한 걸음 중앙 논도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어리둥절하고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이도현은 논도대에 올랐다. “헐! 이게 무슨 짓이야?”“뭐야, 올라가서 강연이라도 하려고?” “누가 알아! 이 거만한 녀석, 정말 끝도 없이 거만하네. 올라가서 허세라도 부리려는 거겠지!”어리둥절해진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질문을 했다. 이도현의 이 황당한 행동은 그의 곁에 있던 세 사람도 이해하지 못했다. “문지해! 당신의 스승님은 뭘 하려는 거죠, 너무 지나치게 거만한 거 아니예요?” 도광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문지해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요, 스승님이 하는 일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지켜봅시다!” 사람들이 이도현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을 때, 논도대에 올라선 이도현이 입을 열었다. “너, 너, 그리고 너!” 이도현은 김장령, 도연진인, 그리고 이청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들 올라와! 너희들을 죽여 버리겠다!” 이도현의 이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입이 경련을 일으켰고 그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이 한마디가 봉래도 전체를 죽음의 침묵에 빠뜨렸다. 숨소리, 심장 박동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
신도자의 긍정적인 대답을 듣고 김장령은 잔인하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크게 외쳤다. “나 김장령, 너의 도전을 받아들인다!” “나도 받아들인다!” “받아들인다!” 세 명의 논도 대회의 주최자는 말하며 몸을 날려 논도대 위로 올라가 이도현과 마주섰다. 이 순간, 세 사람의 기운이 모두 발산되었다. 강력한 기운에 주변 사람들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압박을 받았고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김장령은 비록 이도현에게 한 주먹 맞고 몇 번 피를 토했지만 당시 이도현이 자비를 베풀어 중요한 부위가 상처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담약의 효과로 지금은 다시 생기가 넘쳤다. 게다가 그들은 이도현의 모욕에 분노하여 몸의 작은 상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세 사람이 연합하는 것을 경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이도현이 주먹 한 방으로 김장령을 날려버린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세 사람은 안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 이도현을 바로 죽여 버리기로 결정했다. 이도현에게 아무런 여지를 주지 않기로 했다. 게다가 이도현이 자신들을 죽이겠다고 말했으니 함께 나서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세 사람은 이번 싸움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함께 나서면 이도현을 단숨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도현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결심하자 음양검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 “준비됐나? 난 이제 시작한다!” 이도현이 차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무덕을 지키는 모습도 있었다. 시작할 때 한 마디 경고를 해주었다. “죽고 싶어 안달이군!” 세 사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이미 움직였다! 그의 몸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무런 화려한 동작 없이 바로 세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김장령, 이청천, 도연진인 세 사람은 놀랐다. 그들은 이도현이 감히 자신들에게 먼저 덤벼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로 거만했다. 이청천은 이도현의 손에 있는 검을 주의하며 작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
김장령과 이청천은 이 순간 거의 턱이 빠질 지경이었다. 그들은 얼굴에 튄 피와 살점을 닦아내며 꿈을 꾸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자신들과 동등한 실력의 도연진인이 어떻게 갑자기 종이처럼 한 검에 폭발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래에서 이도현을 걱정하던 사람들은 더더욱 충격을 받았다. 특히 문지해와 신영성존처럼 이도현을 잘 아는 사람들은 완전히 멍해졌다. 방금 전까지의 걱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도현의 강력함은 다시 한 번 신도자를 놀라게 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손으로 자신의 수염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저 녀석은 마치 괴물 같다. 너무 빠른 신법, 너무 무서운 검기!” “그의 수련 경지, 도대체 어떤 힘이 담겨 있었던 것인가! 너무 두려운 힘이다!” 신도자의 뒤에 있던 소녀는 더욱 얼굴이 창백해지며 방금 전 자신이 이도현을 욕한 것을 생각하자 두려워했다. 혹시 그가 들었을까 걱정했다. “아... 도연 형!”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김장령이 크게 외쳤다. 이 순간 그는 이미 두려움에 소름이 끼쳤고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이미 귀문을 한 번 다녀온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도현의 말이 맞았다. 이전에 그가 주먹 한 방을 날린 것은 정말로 자비를 베푼 것이었다. 그는 정말로 자신을 죽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그가 죽이려고 했다면 지금쯤 자신의 시체는 이미 딱딱해졌을 것이다. 아니, 그의 시체는 딱딱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예 시체가 없었을 테니까. 이 점을 생각하자 김장령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도현이 이미 한 번 자신을 봐줬는데 그는 아직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덤비려 했던 것이다. 이건 자기 목숨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도현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그와 비교하자면 자신은 너무나 약했다. 만약 자신이 도연진인과 맞붙었다면 같은 상황에서 최대한 평행을 유지할 수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