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의 시선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확실히 여자다! 이 여자를 보자 용팀의 몇몇 사람들은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그리고 그 여자는 곧장 이도현에게 다가와 공손히 “용왕님!”이라고 인사를 했다.그 둘은 서로 아는 사이였다. 그때 보았던 용팀의 자연이었다.용팀의 사람들도 자연이의 신분이 아주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비록 권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용팀조장의 곁에 있는 사람이고 그녀는 어느 정도 용팀조장을 대표할 수 있다.이 점에서 용팀 구성원 중 누구도 감히 그녀를 얕잡아 보지 못하고 그녀 앞에서 거들먹거리지도 못한다.자연이가 이도현을 향해 절을 하고 용왕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이도현의 정체가 진짜라는 것을 증명했다!이도현을 포위하고 있던 용팀 인원들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잡으려고 했던 사람이 바로 용팀의 동해용왕이었다. 그들의 직속 상관의 상사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자연이의 정교한 옷차림은 아주 멋있어 보였고 늠름한 자태가 마치 그녀를 묘사하는 것 같았다.“용왕! 늦어서 죄송합니다!”이도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늦은 게 아니다. 네가 좀만 더 늦었으면 네가 이 사람들을 못 봤을 거야!”자연이는 어리둥절하더니 몸을 숙여 말했다.“용왕님, 죄송합니다. 저 혼자 각 지역의 소조에 통지를 하는 바람에 이제서야 완성까지 전달했습니다. 부디 벌을 내려주십시오!”자연이는 이도현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임명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이 장면은 용팀의 다른 인원들을 더더욱 놀라게 했고 공포에 떨게 했다. 자연이를 무릎을 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용팀 전체에서 조장 빼고 그들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잠시 놀라고 난 뒤 중년 남성은 다급하게 말했다.“용... 용왕님... 저희가 위인을 알아보지 못했네요. 오해를 해서 죄송합니다! 부디 용왕께서 저희를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모든 것이 오해였으니 용왕께 폐를 끼치지 않도록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건강하세요!”중년 남성은 일이 심상치 않
”자연이 씨, 용팀의 규정에 따라 용팀의 멤버가 외세와 결탁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이도현 옆에 있는 자연이를 바라보며 물었다.“네, 용왕님! 사살입니다!”자연이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몇몇은 그 말을 듣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이도현과 자연이를 바라보던 몇몇은 이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를 꽉 깨물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기 한쪽 팔을 바로 부러뜨렸다.그들의 목숨에 비하면 자기 팔 하나쯤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중년의 남자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어두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이제 가도 되겠습니까, 용왕님?”“꺼져! 다음에도 또 함부로 굴었다간 어떤 결과일지 잘 알고 있겠지? 가서 네 대장에게 행동거지 똑바로 하라고 전해! 계속 제멋대로 군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는다고 하고! 이제 꺼져라!”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도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 몇몇은 잔뜩 굳은 얼굴로 줄행랑을 쳤고 이내 이도현과 자연이의 시야에서 재빠르게 사라졌다.이번에 그들은 정말 운이 나빴다. 원래는 크게 한탕 해서 이득을 취하려고 생각했지만, 한순간에 이렇게 쉽게 기회를 놓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운도 없지, 그들은 이득은커녕 한쪽 팔까지 잃고 말았다. 한 무리의 사람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던 자연이가 느닷없이 외쳤다.“용왕님! 저놈들은 대부분 고전 무술 왕족 출신입니다! 평소에 건방을 떠는데 매우 익숙해요!”이 말을 들은 이도현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뭐야, 용팀에도 고전 무술 왕족이 있어?”“용팀은 비록 하나의 팀이지만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용팀의 멤버 대다수가 무사이고 우리 염국의 무사들은 대부분 고전 무술 왕족이 통제하고 있죠. 그렇게 되면 용팀 내부에 고전 무술 왕족 출신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자연이가 말했다.“저희 용팀에도 팀장을 제외하고 동서남북 4대 용왕이 있습니다. 용왕 밑으로는 경하 용왕, 위하 용왕, 황하 용왕 등의 하천 용왕들이 있고 또 그 용왕 밑에는 용 장군이 있으니 그야말로
”허허! 날 죽인다고? 그럼 과연 그런 능력이 있는지 한번 보자고! 전에는 이 용왕 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 선배가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그럴 마음이 없었어. 그런데 지금 내가 합류하는 걸 원치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럼 내가 아주 보란 듯이 합류해 주지! 과연 나를 어떻게 죽일지 두고 보겠어!”이도현이 냉정하게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냉기가 감돌았다.그러고 나서 이도현은 곧바로 호텔로 가서 오민아를 데려다주려고 했다.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됐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볼꼴 못 볼 꼴 다 봤고, 만질 거 다 만졌으니, 오민아의 말처럼 끝까지 간 마당에 전처럼 똑같이 대한다면 그때는 정말 명실상부한 쓰레기만 될 뿐이었다.이도현이 돌아온 것을 본 오민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지금 데려다줄 테니까, 내일 여기 업무 다 마치면 황성으로 돌아가! 여기 있으면 위험해! 주안단은 황성에서도 생산할 수 있으니, 여기로 사람을 보내서 팔면 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여기 올 필요 없어! 경영 면에서는 나보다 네가 더 잘 아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알잖아.”이도현이 씩 웃으며 말했다.이도현의 말을 듣고 나서 오민아는 잠시 멍해 있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회사는 그냥 내버려 둬도 돼, 상관없어! 내가 황성으로 돌아가면 도현 씨를 만날 수 없잖아, 그때 가서 또 나를 잊으면 어떡해? 난 안 갈래. 옆에 꼭 붙어 있을 거야. 그러면 적어도 매일 얼굴은 볼 수 있잖아. 그래야지 내 마음이 놓여!”일단 자기 속마음을 터놓으면 그다음부터는 아무 거리낌 없이 자기 속마음을 맘껏 표현하는 게 바로 여자의 마음이었다.이도현은 머리가 지끈 아파졌다. ‘하, 이 여자, 내가 괜히 건드려서… 뭐, 누굴 탓하겠어? 내가 쓸데없이 만져서… 이 나쁜 손이 문제야! 그걸 또 주체 못 하고 누가 꽉 쥐여 잡으래?’“아니야! 나 이도현은 절대 그런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언젠가는 내가 다 설명할게!”이도현이 눈 딱 감고 다그치듯
”민민아, 난 지금은 아무것도 장담하지 못해! 그렇다고 내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건 아니야! 그런데 넌 반드시 떠나야 해! 아니면 내 원수들이 너한테 해코지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 게다가 나도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매번 내가 네 앞에 제때 나타나지 못할 수도 있어!”이도현은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이런 어설픈 해명밖에 할 수 없었다.“난 오빠를 믿어! 오빠 말 듣고 내일 떠날 테니까 오빠도 내게 약속해 줘! 시간 날 때 날 보러 꼭 와야 해!”오민아는 내심 아쉬워했다.“그래, 약속할게!”“그럼 약속한 거야! 절대 거짓말하면 안 돼, 알겠지? 다음에 나를 보러 오면 또…. 나를 만져….”오민아의 뜬금포에 이도현은 하마터면 사레에 걸려 죽을 뻔했다.‘미친, 내가 변태야? 너를 만지려고 그 먼 곳까지 찾아가라고?’“컥…. 컥컥…. 이건 나중에 다시 하자….”이도현의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랐다.“아…. 뭐야! 나중에 뭘 다시 해? 창피하게….”오민아의 이해가 다소 왜곡된 것 같았다.“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이도현은 완전히 당황했다.‘나중에 다시 하자, 이 한마디가 뭐가 애매해? 아주 정상적인 문장이잖아. 어떻게 잘못 해석할 수가 있지?’“나쁜 놈아, 지금 당장 나를 원한다면 그냥 가지고 싶다고 말하면 되지, 그런 말로 암시하지 마! 남자들은 다 똑같아! 항상 음담패설 같은 말로 여자를 희롱하잖아!”오민아는 얼굴을 붉히며 이도현의 손을 꼭 잡은 채 뾰로통하게 말했다.“내가 뭐라고 했어? 정말 다른 뜻 없다니까!”이도현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이 난리 통 속에서 이도현은 오민아가 끌어안도록 내버려 두었다. 두 사람은 아래층으로 내려간 뒤 오민아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오민아와 작별 키스를 나눈 후 그는 정신이 흐리멍덩해져서는 허둥지둥 산장으로 돌아왔다.집으로 가는 내내 그는 아직도 아까 전, 아찔했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여자들은 정말 미쳤어! 상상력은 또
이도현이 전화를 걸어 신영성존더러 그의 산장으로 와달라고 부탁하자 신영성존도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급히 전화를 끊은 후 초스피드로 산장으로 달려왔다.이도현은 그를 지하실로 데려가 방 하나를 찾아 앉혀놓고 단약을 꺼내 신영성존이 삼키도록 했다.신영성존은 약을 보지도 않고 단번에 삼켰다.이도현에 대해서는 그는 전혀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이도현이 그를 죽이거나 통제하려 한다면 바로 공격하면 될 것이지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의 현재 실력으로는 개미 한 마리를 밟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신영성존의 이러한 절대적인 신뢰는 이도현을 흠칫 놀라게 했다.“내가 준 약이 독약일까 무섭지 않아?”신영성존이 근엄하게 말했다.“아닙니다! 스승님께서 저를 진짜로 죽이려 한다면 굳이 이런 수단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대담하군!”이도현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그는 신영성존의 이러한 태도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또한 그런 부하에게 매우 만족했다.“자, 간다! 정신 집중!”“예! 스승님!”신영성존은 이도현이 무슨 생각인지 몰라 당황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신영성존이 자리에 앉자, 이도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신영성존의 몸을 사정없이 몇 차례 내리쳤다.신영성존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몸속에서 우르릉 굉음과 함께 복부에서 엄청난 힘이 솟아오르며 순식간에 온몸의 경맥으로 퍼져나갔다.신영성존의 몸의 기운이 갑작스레 격렬해지면서 온몸의 경맥과 골격에서 딱딱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고 그 느낌은 정말이지 무섭기까지 했다.신영성존은 자신의 힘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내공이 끊임없이 돌파하고 향상되고 있음을 느꼈고 수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병목 현상이 이 순간, 뜻밖에도 분명한 완화 조짐을 보였다.그는 종사급 경지에 갇힌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평생 돌파구를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그는 일말의 희망을 보았다.“정신집중!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줄을 꽉 잡아! 병목 현상을 돌파할 수 있도록 내면의
정종급은 무도로 향하는 최고의 경지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일단 이 경지에 오르면 이 경지를 따라 무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이미 나이가 지긋하신 신영성존은 이 순간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며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감격의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도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은 채 이도현을 바라보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스승님! 스승님의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저 이신영은 제 한 목숨 다 바쳐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신영성존은 말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몇 마디 말만으로 자기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느꼈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다. 그는 결국 다짜고짜 이도현을 향해 퍽 퍽 퍽 소리가 나도록 진심을 담아서 큰 절했다.이 딱딱한 마룻바닥이 그의 큰 절로 인해 약간의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는데 이것이 바로 신영성존의 진정성이었다.이도현은 옅은 미소만 지을 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두 손으로 신영성존을 일으켜 세웠다.“나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 당신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은 것뿐이야. 그때 나는 이미 당신을 정종급, 더 나아가 그 이상에 올라갈 수 있게 해준다고 했잖아. 게다가 당신 수련으로 굳이 내가 준 단약이 아니어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야. 난 그저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고, 이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 없어!”이도현이 말을 계속 이어갔다.“내가 당신에게 준 이 단약은 진원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하나의 묘약인데 효능이 세긴 하지만 아직은 일차적인 단약일뿐이야! 앞으로 내가 효능이 더 좋은 단약을 정제하면 왕계로의 돌파도 어렵지 않아! 이 약은 당신이 먼저 가져가. 이제 막 돌파해서 경지가 아직은 불안정하거든! 돌아가서 일단 약을 먹고 한동안 더 노력해서 수련하면 정종급에서 왕계로 올라가는 것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아. 이 모든 것이 당신한테 달렸어!”이도현이 말하면서 신영성존에게 도자기 병 하나를 건넸는데 그 안에는 그가 경매장에서 조씨 가
의심의 여지 없이 신영성존은 매우 흥분했고 그의 가슴은 흥분으로 쿵쾅거렸다. 이 순간, 그는 자기 체면을 다 버리고 이도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도현을 그의 스승으로 인정했던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자신이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무릎을 꿇지 않았다면 지금 그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정종급을 돌파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마 그의 내상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애초에 무릎을 꿇고 스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가 어떻게 이런 하늘을 거스르는 묘약을 경험할 수 있으며 그의 전망이 촉망받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남들 보기에 그는 이도현을 스승으로 인정함으로써 개 취급을 받고 노예 취급을 받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가 얼마나 행운아인지는 자기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명목상으로는 이도현은 그의 스승이지만 이도현은 그를 실제로 자신의 아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약간의 지시만 할 뿐, 대부분은 그의 자유를 간섭하지 않았다.그리고 좋은 일에는 항상 그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절대적인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다.더욱이 그는 수백만 명의 병사를 지휘하는 염국의 성존일지라도 여전히 명령을 따라 움직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현재는 그저 이도현을 따르고 사람만 바뀌고 더 이상 그렇게 웅장한 이름표를 쓰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었다.그리고 그는 자기 전도가 무한하다고 더욱 확신하고 있었는데 이도현의 잠재력이 무한했기 때문이다. 이 미스터리한 스승, 그는 스승의 끝점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그는 이도현을 믿고 따르는 한 자신의 앞길도 매우 길다고 믿었다.이도현은 신영성존의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우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줬다.“별거 아니니까 너무 흥분하지 마! 앞으로 놀랄 일이 수없이도 더 많아질 텐데…. 실력만 잘 늘리면 그때 당신은 당신의 이전 세계와 지금의 세계가 얼마나 작은지를 깨달을 날이 올 거야!”이도현은 이 말 한마디로 다소 허세를 부린 듯했다
생각 끝에 이도현이 입을 열었다.“그래, 알았어!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계속 알아보라고 하고 당신은 수련에만 신경 써!”그렇게 말한 후 이도현은 돌아서서 지하실을 나갔다.“살펴 가십시오!”신영성존은 이도현의 등에 대고 인사하며 정중히 대답한 뒤 서둘러 그를 따라 나갔다.이도현은 지하실을 나와 방으로 들어갔다. 밖은 거의 동이 틀 무렵이었고 잠을 청하려 해도 아무 의미 없었다.그는 아침 햇살이 좋을 때 밖으로 나가서 조용한 곳을 찾아 명상하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다.산장 방문을 열고 나와 발걸음을 얼마 옮기지도 않았는데 문득 산장 마당에 한 사람, 아니 한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도현은 이 여자가 다름 아닌 용팀의 자연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자연이? 여길…. 어떻게 알고 왔어?”다 큰 소녀가 한밤중에 자지 않고 그의 집까지 달려와 문밖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자신이 홀아비도 아니고 몰래 훔쳐보는 사람이 있다니 이도현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용왕님께서 전에 급히 떠나셔서 제가 말씀을 채 못 드렸습니다만 용 팀장님께서 저를 파견해 용왕님 곁을 따라다니면서 용왕님의 일을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아까 용왕님께서 그 여자를 데려다준 뒤 용왕님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길래 이렇게 집까지 찾아오게 됐습니다.”자연이가 나지막이 말했다.그녀의 목소리 톤이 다소 애정 어린 원망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하긴, 다른 그 어떤 여자였어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기 눈으로 다른 여자를 껴안고 인사 한마디 안 하고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그…. 그건…. 내가 미안해! 난 또 네가 무슨 전달 사항이 있어서 여기까지 찾아온 줄 알았지…. 정말 미안해! 그런데 다섯 째 선배, 화영 선배가 너를 보냈다고?”이도현은 정말로 민망해졌다. ‘이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어떻게 여자를 껴안고 손님을 잊어버리는 일을 저질러? 이건 도저히 용납을 못하겠다!’자연이가 여전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네, 용왕님!”“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