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씨, 용팀의 규정에 따라 용팀의 멤버가 외세와 결탁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이도현 옆에 있는 자연이를 바라보며 물었다.“네, 용왕님! 사살입니다!”자연이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몇몇은 그 말을 듣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이도현과 자연이를 바라보던 몇몇은 이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를 꽉 깨물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기 한쪽 팔을 바로 부러뜨렸다.그들의 목숨에 비하면 자기 팔 하나쯤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중년의 남자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어두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이제 가도 되겠습니까, 용왕님?”“꺼져! 다음에도 또 함부로 굴었다간 어떤 결과일지 잘 알고 있겠지? 가서 네 대장에게 행동거지 똑바로 하라고 전해! 계속 제멋대로 군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는다고 하고! 이제 꺼져라!”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도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 몇몇은 잔뜩 굳은 얼굴로 줄행랑을 쳤고 이내 이도현과 자연이의 시야에서 재빠르게 사라졌다.이번에 그들은 정말 운이 나빴다. 원래는 크게 한탕 해서 이득을 취하려고 생각했지만, 한순간에 이렇게 쉽게 기회를 놓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운도 없지, 그들은 이득은커녕 한쪽 팔까지 잃고 말았다. 한 무리의 사람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던 자연이가 느닷없이 외쳤다.“용왕님! 저놈들은 대부분 고전 무술 왕족 출신입니다! 평소에 건방을 떠는데 매우 익숙해요!”이 말을 들은 이도현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뭐야, 용팀에도 고전 무술 왕족이 있어?”“용팀은 비록 하나의 팀이지만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용팀의 멤버 대다수가 무사이고 우리 염국의 무사들은 대부분 고전 무술 왕족이 통제하고 있죠. 그렇게 되면 용팀 내부에 고전 무술 왕족 출신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자연이가 말했다.“저희 용팀에도 팀장을 제외하고 동서남북 4대 용왕이 있습니다. 용왕 밑으로는 경하 용왕, 위하 용왕, 황하 용왕 등의 하천 용왕들이 있고 또 그 용왕 밑에는 용 장군이 있으니 그야말로
”허허! 날 죽인다고? 그럼 과연 그런 능력이 있는지 한번 보자고! 전에는 이 용왕 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 선배가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그럴 마음이 없었어. 그런데 지금 내가 합류하는 걸 원치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럼 내가 아주 보란 듯이 합류해 주지! 과연 나를 어떻게 죽일지 두고 보겠어!”이도현이 냉정하게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냉기가 감돌았다.그러고 나서 이도현은 곧바로 호텔로 가서 오민아를 데려다주려고 했다.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됐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볼꼴 못 볼 꼴 다 봤고, 만질 거 다 만졌으니, 오민아의 말처럼 끝까지 간 마당에 전처럼 똑같이 대한다면 그때는 정말 명실상부한 쓰레기만 될 뿐이었다.이도현이 돌아온 것을 본 오민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지금 데려다줄 테니까, 내일 여기 업무 다 마치면 황성으로 돌아가! 여기 있으면 위험해! 주안단은 황성에서도 생산할 수 있으니, 여기로 사람을 보내서 팔면 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여기 올 필요 없어! 경영 면에서는 나보다 네가 더 잘 아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알잖아.”이도현이 씩 웃으며 말했다.이도현의 말을 듣고 나서 오민아는 잠시 멍해 있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회사는 그냥 내버려 둬도 돼, 상관없어! 내가 황성으로 돌아가면 도현 씨를 만날 수 없잖아, 그때 가서 또 나를 잊으면 어떡해? 난 안 갈래. 옆에 꼭 붙어 있을 거야. 그러면 적어도 매일 얼굴은 볼 수 있잖아. 그래야지 내 마음이 놓여!”일단 자기 속마음을 터놓으면 그다음부터는 아무 거리낌 없이 자기 속마음을 맘껏 표현하는 게 바로 여자의 마음이었다.이도현은 머리가 지끈 아파졌다. ‘하, 이 여자, 내가 괜히 건드려서… 뭐, 누굴 탓하겠어? 내가 쓸데없이 만져서… 이 나쁜 손이 문제야! 그걸 또 주체 못 하고 누가 꽉 쥐여 잡으래?’“아니야! 나 이도현은 절대 그런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언젠가는 내가 다 설명할게!”이도현이 눈 딱 감고 다그치듯
”민민아, 난 지금은 아무것도 장담하지 못해! 그렇다고 내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건 아니야! 그런데 넌 반드시 떠나야 해! 아니면 내 원수들이 너한테 해코지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 게다가 나도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매번 내가 네 앞에 제때 나타나지 못할 수도 있어!”이도현은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이런 어설픈 해명밖에 할 수 없었다.“난 오빠를 믿어! 오빠 말 듣고 내일 떠날 테니까 오빠도 내게 약속해 줘! 시간 날 때 날 보러 꼭 와야 해!”오민아는 내심 아쉬워했다.“그래, 약속할게!”“그럼 약속한 거야! 절대 거짓말하면 안 돼, 알겠지? 다음에 나를 보러 오면 또…. 나를 만져….”오민아의 뜬금포에 이도현은 하마터면 사레에 걸려 죽을 뻔했다.‘미친, 내가 변태야? 너를 만지려고 그 먼 곳까지 찾아가라고?’“컥…. 컥컥…. 이건 나중에 다시 하자….”이도현의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랐다.“아…. 뭐야! 나중에 뭘 다시 해? 창피하게….”오민아의 이해가 다소 왜곡된 것 같았다.“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이도현은 완전히 당황했다.‘나중에 다시 하자, 이 한마디가 뭐가 애매해? 아주 정상적인 문장이잖아. 어떻게 잘못 해석할 수가 있지?’“나쁜 놈아, 지금 당장 나를 원한다면 그냥 가지고 싶다고 말하면 되지, 그런 말로 암시하지 마! 남자들은 다 똑같아! 항상 음담패설 같은 말로 여자를 희롱하잖아!”오민아는 얼굴을 붉히며 이도현의 손을 꼭 잡은 채 뾰로통하게 말했다.“내가 뭐라고 했어? 정말 다른 뜻 없다니까!”이도현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이 난리 통 속에서 이도현은 오민아가 끌어안도록 내버려 두었다. 두 사람은 아래층으로 내려간 뒤 오민아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오민아와 작별 키스를 나눈 후 그는 정신이 흐리멍덩해져서는 허둥지둥 산장으로 돌아왔다.집으로 가는 내내 그는 아직도 아까 전, 아찔했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여자들은 정말 미쳤어! 상상력은 또
이도현이 전화를 걸어 신영성존더러 그의 산장으로 와달라고 부탁하자 신영성존도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급히 전화를 끊은 후 초스피드로 산장으로 달려왔다.이도현은 그를 지하실로 데려가 방 하나를 찾아 앉혀놓고 단약을 꺼내 신영성존이 삼키도록 했다.신영성존은 약을 보지도 않고 단번에 삼켰다.이도현에 대해서는 그는 전혀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이도현이 그를 죽이거나 통제하려 한다면 바로 공격하면 될 것이지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의 현재 실력으로는 개미 한 마리를 밟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신영성존의 이러한 절대적인 신뢰는 이도현을 흠칫 놀라게 했다.“내가 준 약이 독약일까 무섭지 않아?”신영성존이 근엄하게 말했다.“아닙니다! 스승님께서 저를 진짜로 죽이려 한다면 굳이 이런 수단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대담하군!”이도현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그는 신영성존의 이러한 태도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또한 그런 부하에게 매우 만족했다.“자, 간다! 정신 집중!”“예! 스승님!”신영성존은 이도현이 무슨 생각인지 몰라 당황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신영성존이 자리에 앉자, 이도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신영성존의 몸을 사정없이 몇 차례 내리쳤다.신영성존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몸속에서 우르릉 굉음과 함께 복부에서 엄청난 힘이 솟아오르며 순식간에 온몸의 경맥으로 퍼져나갔다.신영성존의 몸의 기운이 갑작스레 격렬해지면서 온몸의 경맥과 골격에서 딱딱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고 그 느낌은 정말이지 무섭기까지 했다.신영성존은 자신의 힘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내공이 끊임없이 돌파하고 향상되고 있음을 느꼈고 수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병목 현상이 이 순간, 뜻밖에도 분명한 완화 조짐을 보였다.그는 종사급 경지에 갇힌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평생 돌파구를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그는 일말의 희망을 보았다.“정신집중!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줄을 꽉 잡아! 병목 현상을 돌파할 수 있도록 내면의
정종급은 무도로 향하는 최고의 경지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일단 이 경지에 오르면 이 경지를 따라 무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이미 나이가 지긋하신 신영성존은 이 순간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며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감격의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도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은 채 이도현을 바라보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스승님! 스승님의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저 이신영은 제 한 목숨 다 바쳐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신영성존은 말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몇 마디 말만으로 자기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느꼈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다. 그는 결국 다짜고짜 이도현을 향해 퍽 퍽 퍽 소리가 나도록 진심을 담아서 큰 절했다.이 딱딱한 마룻바닥이 그의 큰 절로 인해 약간의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는데 이것이 바로 신영성존의 진정성이었다.이도현은 옅은 미소만 지을 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두 손으로 신영성존을 일으켜 세웠다.“나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 당신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은 것뿐이야. 그때 나는 이미 당신을 정종급, 더 나아가 그 이상에 올라갈 수 있게 해준다고 했잖아. 게다가 당신 수련으로 굳이 내가 준 단약이 아니어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야. 난 그저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고, 이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 없어!”이도현이 말을 계속 이어갔다.“내가 당신에게 준 이 단약은 진원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하나의 묘약인데 효능이 세긴 하지만 아직은 일차적인 단약일뿐이야! 앞으로 내가 효능이 더 좋은 단약을 정제하면 왕계로의 돌파도 어렵지 않아! 이 약은 당신이 먼저 가져가. 이제 막 돌파해서 경지가 아직은 불안정하거든! 돌아가서 일단 약을 먹고 한동안 더 노력해서 수련하면 정종급에서 왕계로 올라가는 것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아. 이 모든 것이 당신한테 달렸어!”이도현이 말하면서 신영성존에게 도자기 병 하나를 건넸는데 그 안에는 그가 경매장에서 조씨 가
의심의 여지 없이 신영성존은 매우 흥분했고 그의 가슴은 흥분으로 쿵쾅거렸다. 이 순간, 그는 자기 체면을 다 버리고 이도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도현을 그의 스승으로 인정했던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자신이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무릎을 꿇지 않았다면 지금 그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정종급을 돌파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마 그의 내상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애초에 무릎을 꿇고 스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가 어떻게 이런 하늘을 거스르는 묘약을 경험할 수 있으며 그의 전망이 촉망받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남들 보기에 그는 이도현을 스승으로 인정함으로써 개 취급을 받고 노예 취급을 받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가 얼마나 행운아인지는 자기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명목상으로는 이도현은 그의 스승이지만 이도현은 그를 실제로 자신의 아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약간의 지시만 할 뿐, 대부분은 그의 자유를 간섭하지 않았다.그리고 좋은 일에는 항상 그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절대적인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다.더욱이 그는 수백만 명의 병사를 지휘하는 염국의 성존일지라도 여전히 명령을 따라 움직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현재는 그저 이도현을 따르고 사람만 바뀌고 더 이상 그렇게 웅장한 이름표를 쓰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었다.그리고 그는 자기 전도가 무한하다고 더욱 확신하고 있었는데 이도현의 잠재력이 무한했기 때문이다. 이 미스터리한 스승, 그는 스승의 끝점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그는 이도현을 믿고 따르는 한 자신의 앞길도 매우 길다고 믿었다.이도현은 신영성존의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우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줬다.“별거 아니니까 너무 흥분하지 마! 앞으로 놀랄 일이 수없이도 더 많아질 텐데…. 실력만 잘 늘리면 그때 당신은 당신의 이전 세계와 지금의 세계가 얼마나 작은지를 깨달을 날이 올 거야!”이도현은 이 말 한마디로 다소 허세를 부린 듯했다
생각 끝에 이도현이 입을 열었다.“그래, 알았어!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계속 알아보라고 하고 당신은 수련에만 신경 써!”그렇게 말한 후 이도현은 돌아서서 지하실을 나갔다.“살펴 가십시오!”신영성존은 이도현의 등에 대고 인사하며 정중히 대답한 뒤 서둘러 그를 따라 나갔다.이도현은 지하실을 나와 방으로 들어갔다. 밖은 거의 동이 틀 무렵이었고 잠을 청하려 해도 아무 의미 없었다.그는 아침 햇살이 좋을 때 밖으로 나가서 조용한 곳을 찾아 명상하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다.산장 방문을 열고 나와 발걸음을 얼마 옮기지도 않았는데 문득 산장 마당에 한 사람, 아니 한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도현은 이 여자가 다름 아닌 용팀의 자연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자연이? 여길…. 어떻게 알고 왔어?”다 큰 소녀가 한밤중에 자지 않고 그의 집까지 달려와 문밖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자신이 홀아비도 아니고 몰래 훔쳐보는 사람이 있다니 이도현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용왕님께서 전에 급히 떠나셔서 제가 말씀을 채 못 드렸습니다만 용 팀장님께서 저를 파견해 용왕님 곁을 따라다니면서 용왕님의 일을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아까 용왕님께서 그 여자를 데려다준 뒤 용왕님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길래 이렇게 집까지 찾아오게 됐습니다.”자연이가 나지막이 말했다.그녀의 목소리 톤이 다소 애정 어린 원망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하긴, 다른 그 어떤 여자였어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기 눈으로 다른 여자를 껴안고 인사 한마디 안 하고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그…. 그건…. 내가 미안해! 난 또 네가 무슨 전달 사항이 있어서 여기까지 찾아온 줄 알았지…. 정말 미안해! 그런데 다섯 째 선배, 화영 선배가 너를 보냈다고?”이도현은 정말로 민망해졌다. ‘이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어떻게 여자를 껴안고 손님을 잊어버리는 일을 저질러? 이건 도저히 용납을 못하겠다!’자연이가 여전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네, 용왕님!”“
”백호령!” 이도현은 잠시 멍해졌다.갑자기 툭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존재는 정말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뭐지? 가서 확인해 볼까?”이도현이 말하면서 바깥으로 유유히 걸어 나갔다.이때 신영성존도 그 뒤를 따르면서 서둘러 물었다.“무슨 일입니까, 스승님?”“글쎄? 가보면 알겠지!”뒤이어 세 사람은 산장 정문에 다다랐다.밖에는 검은색 SUV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한 중년의 남성이 심각한 얼굴로 손에 백호 머리가 찍힌 종이를 들고 차량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이도현이 다가오는 것을 본 그 남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이도현! 나는 백호의 집행관 이혁이다. 백호령을 전달하라는 명을 받았다. 이제 나는 백호 사법기관을 대표해 이도현 당신의 죄를 낱낱이 밝히겠다!”“죄목 첫 번째! 잔인한 수법으로 완성의 강씨 가문을 무고하게 파멸시킨 죄! 죄질이 악하다!”“죄목 두 번째! 너는 서북후를 죽였다! 국가 공무원을 죽인 죄! 용서받지 못할 죄다!”“죄목 세 번째! 지국의 노구치 가문 무도관에 침입해 살인을 저지르고 건물을 파괴한 죄! 이웃 나라 간의 평화를 깨트린 죄다!”“죄목 네 번째! 무고한 자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죄! 범행 수법이 매우 잔인하다!”….이혁은 종이를 들고 위에 적힌 내용에 따라 이도현의 죄를 한 줄 한 줄 조목조목 읽었고, 그 전후로 총 12개의 죄목이 적혀 있었다.이도현은 듣자마자 어이가 없었다. 그는 이 죄목 중에 서북후를 죽인 것을 포함해서 자신이 저지른 죄는 바로 인정했다.하지만 제일 최악이었던 것은 바로 성폭행이었다! 여자를 호텔로 납치해서 성폭행했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가장 최악은 뭐니 뭐니 해도 그가 노파를 성추행했다는 것이었다.‘내가 얼마나 게놈이었으면 이 정도로 옹졸하게 보였지? 게다가 노파를 성추행할 정도로 여자가 고팠다고? 내 취향이 언제부터 이렇게 독특해졌는지 나조차도 몰랐다고?’이도현이 멘탈이 반쯤 나갔을 때, 이혁이 옆에서 엄숙하게 말했다.“죄인 이도현, 백
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을 데리고 돌문을 통과한 후 계속 앞으로 나아가 산 끝자락까지 갔다.멀리서부터 산 중턱에 칠색 소용돌이가 보였다. 소용돌이는 시공간의 문처럼 끊임없이 칠색 빛을 반짝이며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다.“형님,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키고 있는 성역의 결계입니다. 이 결계를 통과하면 성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호위무사는 관광 가이드처럼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설명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그가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 은근 귀에 거슬렸다.‘지금 호칭을 몇 번이나 바꾼 거야. 참.’처음에는 ‘이 녀석’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어르신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자꾸 변하는 호칭에 이도현은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심지어 이도현은 고무계와 성역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예의범절을 잘 배워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물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이도현도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늘 이래왔다.“가자.”“예. 형님, 저랑 같이 결계에 들어갈 건데 저를 잘 따라오셔야 합니다. 처음 결계를 통과할 때는 조금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뜨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아주 신기하죠.”“형님, 그런데 저 결계는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우리 성역에서 가장 강한 사람도 이 성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너무 신기합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상에 원래 신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무계, 성역 그리고 서방의 천사국도 모두 신선이 만든 게 아닐까요?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저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이런 신비한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사들도 그 이유를 모르고. 그럼 신선이 만들어 낸 것일 수밖에 없죠.”“형님, 이 세상에 만약 신선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설마 전설에 나오는
“형님... 안됩니다. 제발 저를 그냥 보내주십시오... 저 죽기 싫습니다... 형님...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가 당황한 얼굴로 애원했다.“갈 거야, 안 갈 거야?”이도현은 이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형님...”“가? 안 가?”이도현이 버럭 소리치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먹에서 빛이 번쩍였다.“가겠습니다. 갑시다. 형님, 제가 모시겠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의 주먹에 단단히 겁을 먹었고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진작에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아? 반나절 동안 징징대서 뭐해. 어서 앞장서.”이도현은 말이 안 통하는 놈들만 만나니 성격이 또 거칠어진 것 같았다.그는 이미 심경의 문제를 해결해서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 더 이상 예전처럼 작은 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밖에 나갈 때마다 이런 답답한 놈들을 만나니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렇다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참으면서 지금처럼 화만 쌓여갔다.“네. 네. 형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황궁까지 안 가고 형님을 대진제국까지 모시겠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 이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제가 데려다주기 싫은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서 안 됩니다. 형님... 이점만 꼭 지켜주십시오. 저에게 진짜 가족이 있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눈치 없이 이도현의 약속을 받아내려고 했다.“왜 이렇게 말이 많아. 가기나 해...”이도현은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형님, 이것만은 분명히 해주십시오. 제발 약속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아주 우스운 요구를 제기했다.그는 이도현에게 잡혀 있는 상태인데 상대방에게 요구를 제기하고 있었다.“가자...”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주먹을 다시 꽉 쥐었다.“알겠습니다. 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가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형님, 제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절대 약속을 어기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안 일어나? 죽는 척하겠다는 거냐? 그럼 정말 죽여주지. 다시 한번 묻겠다. 만약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게 하지.”이도현의 차가운 말이 끝나자마자, 땅에 쓰러져 있던 어전 호위무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땅에서 벌떡 일어났다.“제... 제발 저를 죽이지 마십시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죽이지 마세요...”어전 호위무사가 공포에 질려 말했다.그는 조금 전 이도현이 여섯 명의 동료를 죽이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다.그는 어전 호위무사로서 큰 장면도 많이 겪어봤고, 죽은 사람도 많이 봤다. 하지만 영급 경지의 고수 여러 명이 힘을 합쳐 한 사람을 공격했는데 상대방의 단 한 방에 전부 목숨을 잃는 장면은 정말 본 적이 없었다.주먹 한 방으로 영급 경지의 강자를 피안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검을 한 번 휘두르는데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그런 두려움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심지어 바로 직전 그는 차라리 이도현이 한주먹으로 그를 죽이길 바랐다.“널 죽이지 않을 테니까 나를 성역으로 데려다줘.”이도현은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그... 안 가면 안 될까요? 저... 저는 대진제국 황제의 호위무사이고 이 결계의 수호자입니다. 만약 제가 길을 안내한다면 황제께서 저를 반드시 죽이실 겁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죽이실 겁니다. 저에게 여든 되는 어머니가 계시고 갓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죽어도 상관이 없지만, 우리 가족은...”“어르신,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좋은 일 한답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제 가족을 살려주십시오. 제발...”어전 호위무사는 애걸복걸하며 이도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 영급 경지의 고수가 겨우 이런 핑계로 용서받으려고 하다니. 위로는 여든
그러나 오늘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 큰 망신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녀석...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고 까부는 거냐?”“이놈, 너 죽었어. 네가 오늘 우리를 건드린 것은 성역 전체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다. 넌 앞으로 평생 추격당할 것이다.”“이 빌어먹을 자식, 너 오늘 죽었어. 감히 우리를 건드려? 딱 기다리고 있어.”“우리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결계의 문을 지키라고 파견된 자들이다. 방금 네가 죽인 사람은 주작제국의 수호자이고,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우리 또한 모두 네 손에 다쳤고. 네놈은 이제 끝이다.”노자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이도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살기 위해 자신의 뒤에 있는 세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움에서 지면 부모를 거들먹거리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같았다.“지금 나를 협박하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 결계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함께 지키고 있는 곳이다. 우리 일곱 명이 각자 한 세력을 대표한다.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은 4대 제국과 3대 종파로 이루어졌다.”“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을 도발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이놈, 우리는 네가 강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를 건드리면 하나님이 와도 널 구해줄 수 없다.”“이놈아,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 마음 깊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우리가 기분 좋게 너의 목숨을 살려둘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성역의 7대 최강 세력에서 너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그때가 되면 너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는다.”“이 녀석아, 넌 우리를 때렸지만, 성역의 7대 세력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된 이상 너와
“아...”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녀석 왜 이리 강해...”“이 녀석 도대체 무슨 경지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거야...”“어쩌죠? 우리가 힘을 합쳐도 저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설마 어느 강대한 종파에서 매장당했던 제자인 걸까요...”“하지만 분명 서른 살도 채 안 되어 보여요. 저렇게 젊은 녀석이 강한 종파의 제자일 리가 없어요...”“혹시 빙의 당한 거 아니겠죠...”다섯 명은 고통을 참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도현에게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은 노자들은 오장육부가 욱신거렸고,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도현의 강대한 실력에 경악하며 통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들도 강자들을 많이 봐왔다. 회도경지, 도급경지, 심지어 큰 종파의 고인물도 본 적이 있다. 무릎 꿇고 인사해야 하는 그런 인물들 말이다.그들은 이런 사람들이 왜 강대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강대할 법도 했다.그러나 이도현처럼 서른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이런 무서운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정말 본 적이 없었다.“이건 경고에 불과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비켜라. 난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다.”노자들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너...”그들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자들로써 여기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살았고 아주 긴 세월 동안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과거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불행을 당했다.이곳에서 그들은 문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결계를 통과해 성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각종 방법을 써가며 그 문을 넘으려고 했다. 미녀로 유혹하거나 수련 자원으로 매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를 써서 들어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막무가내로
그들은 이도현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이도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은 이도현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고 진원의 파동도 감지하지 못했다.따라서 그들은 이도현을 수련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 여겼다. 그저 조금 전의 사내에게 속아 이곳까지 왔고, 그를 이용해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를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았다.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를 쓰러뜨렸을 때, 그들은 비로소 이도현이 무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도현은 겨우 삼십 살도 안 되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이 나이의 무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같은 세대의 사람보다 강할 뿐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온 그들은 자신의 강력한 내공이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믿었다. ‘천재라 해도 내공이 하루아침에 폭증할 리가 없어. 천재는 일반인보다 수련 속도가 빠를 뿐, 무제한으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기에 이도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조금 전, 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자신의 동료를 죽인 것을 본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눈앞의 상대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같이... 저놈을 죽입시다...”한 노자가 큰소리로 외치며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그도 주먹을 사용했다. 순간, 검은빛이 주먹을 감쌌고 거대한 늑대 머리가 그의 주먹에서 튀어나와 사납게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한 명이 나서자 나머지 네 명도 즉시 공격에 가담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자도 있었고, 무기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어쨌든 이 시각, 그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모두 꺼내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순간 이미 모든 사람의 실력을 보아냈다.성역의 결계를 지키는 일곱 명의 무사는 모두 영급 경지밖에 안 되었다.조금 전 이도현이 한 방으로 죽인 노자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하고 있는 어전 호위
이도현은 냉랭하게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섯 명의 노자는 이도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논의했다.하여 이도현은 결국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자들은 그를 무시하다 못해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며 심지어 돌아가면서 가지고 놀겠다고 했다.한 사람이 다 놀면 다음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식으로 말이다.이도현은 그들의 대화에서 큰 모욕감을 느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함께 덤벼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자마자 이도현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노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에 대한 의논에 응답해버린 것이었다.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이 늙은이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도현은 고함을 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참 기막힌 하루였다. 조금 전에는 여자처럼 칭얼대는 사내를 만났고 이제는 이렇게 오만하고 멍청한 노자들을 만났으니 말이다.안 그래도 그 사내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노자 여섯 명까지 만나니 이도현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이도현이 가까스로 억누르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이도현은 으르렁거리며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노자 앞에 나타났다.“이 녀석, 죽으려고...”노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크게 소리쳤다.그들은 이도현이 어떻게 눈앞에 나타났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도현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주먹을 날려 노자의 가슴을 쳤다.쾅.굉음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노자의 가슴에 정확히 맞았고, 이도현의 주먹에서 푸른 용의 허영이 튀어나와 노자의 가슴을 관통했다.펑.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자의 몸이 피안개로 되어 사람들 무리에서 퍼져 없어졌다.한 방. 겨우 한 방으로 조금 전까지 누가 먼저 이도현을 상대할 것인지 논의하던 노자가 시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이도현의 이 한 방에 오만하던 다른 노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그제야 이
연기 속에서 이도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잘난 체하던 어전 호위무사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어전 호위무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고, 앞쪽의 먼지가 서서히 걷히더니 이도현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이도현은 한 올의 상처도 없이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밟고 있던 땅도 무사했다. 마치 어전 호위무사의 방금 한 방이 이도현이 서 있던 곳만 교묘하게 피해간 것처럼 보였다.“너... 왜... 멀쩡해? 말도 안 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방금 그 검기는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도 감히 버티지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어전 호위무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실력도 없으면서 말이 참 많아. 넌 이미 날 두 번이나 공격했으니 이제 내 차례다.”이도현은 차갑게 말하며 순식간에 어전 호위무사 앞에 나타나 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쿵.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어전 호위무사는 비명을 지르며 날려 나가더니 그들이 지키던 커다란 돌문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펑.튼튼한 몸이 땅에 거세게 떨어져 먼지를 일으켰다.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대단한 녀석이네. 역시 제법 실력이 있군. 하지만 이렇게 쉽게 저 친구를 쓰러뜨리다니, 우리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니냐?”목소리와 함께 양쪽의 방에서 대여섯 명의 노자가 나타나 이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 녀석, 정말 오만하구나. 이곳에 함부로 쳐들어온 것도 모자라 대진제국의 수호자까지 다치게 하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우스워졌잖아. 그러니 널 죽여야겠다. 알겠냐?”한 노자가 거만하게 말했다.“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그냥 죽이고 얼른 저 녀석을 구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어요.”“맞아요. 윗사람들이
어전 호위무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도현이 그의 직업을 무시한 것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모욕이었다.그는 어전 호위무사 중에서도 대진제국 황제 앞에서 검을 차고 서 있는 호위무사였다.그런데 그의 그 검, 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이 이도현에 의해 맨손으로 부수어졌으니 호위무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맨손이 아니라 주먹으로 부수었더라도 호위무사가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그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직업까지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잔뜩 화가 난 어전 호위무사는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전신의 힘을 검에 주입하고는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죽어라...”거대한 검기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고 수십 미터 길이의 검기는 하늘과 땅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떨어졌다.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검기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천지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컸다.영급 경지의 어전 호위무사는 현재의 이도현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이도현은 나중에 찾은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기 전에도 이미 음양탑의 힘으로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를 거뜬히 죽일 수 있었다.그리고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고, 담약의 효과에 이어 용주과의 500년 원력까지 얻었으니, 지금의 이도현은 전에 천사국에서 만났던 고수 족제비마저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영급 경지의 무사 따위, 지금의 이도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이도현은 전보다 더욱 지나치게 행동했다. 전에는 적어도 손을 들어 검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어전 호위무사가 내려친 거대한 검을 보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겁에 질려 멍하니 서서 검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꽝.굉음이 들리더니 이도현이 서 있던 곳은 거대한 검기에 의해 사방으로 갈라졌고, 지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긴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이도현의 뒤로 수백 미터 밖까지 이어졌다.삽시에 현장은 모래바람이 날려 아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