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이도현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더 이상 농담하지 않았다.그리고는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뭔데. 말해봐.”평소의 신연주와 연진이가 평소에 계속 이도현을 놀리는 걸 보고 생각하면 안된다.진지할 때에는 그 둘도 더 이상 농담을 하지 않는다.이도현은 그의 스승님이 자신의 선배들에게 말을 할 때 정확하게 이도현이 태허산의 후계자라고 말한 것을 몰랐다. 비록 그런 말은 안 했지만, 이도현이 바로 태허산의 지킴이었다. 후계자라는 말은 뭔가 넘쳤다."이도현의 열 명의 선배도 이게 무얼 뜻하는지 알았다.그래서 이도현이 진지할 때, 그녀들도 더 이상 놀리지 않았다.“선배. 혹시 곤륜옥이라고 아세요?”이도현이 진지하게 물었다.“곤륜옥?”“들어 봤어! 이 세계의 강자 사이에서 곤륜옥에 관한 전설이 돌았지. 곤륜옥에 세계를 통치하는 힘이 있다던데. 누가 그 힘을 얻는 다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고!”“내가 보기엔 말이야. 이 사람들 모두 꿈 꾸고 있는 거야. 만약 진짜로 그런게 있다면 이미 다른 사람이 얻는지 오래지. 누가 지금까지 기다리겠어!”“사람 욕심이 끝도 없다더니. 영원히 그걸 만족시킬 수가 없네. 그리 허망한 것을 쫓는다니 말이야. 전설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온 전력을 다해 찾는다니!”“내가 보기엔 그 사람들은 모두 등 따시고 배불러서 하는 짓거리야!”신연주가 말했다.“맞아! 너무 할 일이 없어서 그 아랫도리 두기도 아픈가 보지!”연진이가 뒤에 말을 붙였다.앞의 말이 정상인데 갑자기 뒤에 붙인 말은 이도현이 듣고 목이 막힐 뻔했다.갑자기 한 야한 농담에 그는 허리를 삐었다.“캑캑! 선배. 지금 전설에 관한 말을 하잖아요. 잠시 이런 말은 잠시 하지 말아요.”이도현이 습관적으로 코를 만졌다.아마도 어색한 분위기를 푸는 유일한 방식인 듯싶다.“하하! 후배. 너도 설마 아픈 건 아니지!”연진이가 웃으며 말했다.“어…”이도현은 아찔해 났다.어쩌다가 또 자기를 말한단
”히히히… 선배 앞에서 부끄러워하기는! 선배가 너를 자기 사람으로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만약 다른 남자면, 말도 안 해!”“맞아, 맞아. 야. 복에 겨워서 모르나 본데. 내가 널 아껴서 그러는 거야. 그 남자 새끼들한테 내가 이런 말 안 꺼내!”이도현이 말을 듣자 이마를 짚었다.아이고 감사합니다, 라고 말을 할 뻔했다.신연주와 연진이 두 사람은 한 마디씩 하더니 말을 끝내지 않았다.이는 이도현은 무엇을 말하면 좋을지 몰랐다.아까까지 자기의 말이 도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는 자기가 틀린 것만 같았다.자기가 틀린 것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용서하기 힘든 찌질이가 할 법한 잘못을 한 것만 같았다.여자가 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하는데 넌 아직도 순수한 척 하다니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여자가 노출 있는 옷을 입으면 다른 사람은 섹시하다고 한다.남자가 노출 있는 옷을 입으면 변태라고 한다.여자가 옷을 갈아입을 때 모르고 보게 된다면 스토커가 되어 신고해서 잡히는 건 당신이다.만약 당신이 옷을 갈아입을 때 여자가 본다면 당신은 변태로 불리며 신고 당해서 잡히는 건 그래도 당신이다.이 세계는 남자한테 이렇게도 엄격했다.“네네. 제가 잘못했어요. 저 좀 내버려두세요. 제가 다시 생각하겠습니다. 제 잘못이에요!”이도현이 급하게 몸을 일으키며 허리를 숙였다.그가 이렇게 대처하자 그들은 한바탕 웃었다.이도현이 또 말을 이었다.“선배. 그러면 곤륜옥에 들어가려면 키가 필요하고 이 키가 우리 태허산에 있다는 것도 알아요?”“최근 아주 많은 사람이 이 키 때문에 저한테 찾아왔어요. 지국의 그 사람들도 또 신영성존조차 감히 부르지 못하는 강자도 신영성존 더러 저한테서 키를 가지고 오라고 했대요.”"신영성존이 말하길 많은 사람들이 이 키를 찾고 있대요. 이후에 저를 찾는 일이 많아질 것 같아요.""선배. 선배들이 허태산에 있는 기간이 저보다 길잖아요. 스승님이 선배님한테 이런 말 한 적 있으신가요?""아니.
"언니. 왜 또 놀려요. 언니들 아무것도 안 들고... 짐도 다 제가 들었잖아요. 오빠가 저 좀 걱정해 주면 안 돼요?"한지음이 이도현을 위해 말해줬다."아이고. 우리가 네 남자를 말해서 마음이 아팠구나."신연주가 나쁘게 웃었다."그러니까! 네 남자도 말했잖아. 못 들겠으면 두고 와야지. 또 들고 왔니. 또 우리 때문이지.""그럼 어떡해요. 여기에 우리가 오빠한테 줄 옷을 샀는데. 아래에 놓으면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한지음이 입을 삐쭉 내밀고 말했다."하하! 선배, 제가 말했죠. 누가 제 남자를 끔찍이 여긴다고 했죠."연진이가 눈을 깜빡이며 계속 놀렸다."언니! 언니..."한지음이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이때 이도현은 입을 다무는 것을 선택했다.이때 그는 말을 이으면 타깃이 자기로 변한다는 것을 알았다."됐어. 지음이 그만 놀려. 지음이가 이놈을 데리고 우리가 사준 옷이 맞는지 가서 입혀보라고 하자."신연주가 말하면서 이도현과 한지음을 이도현의 방안으로 밀면서 옷을 입어보라고 했다.한지음은 얼굴을 붉혔지만 거절하지 않았고 이는 이도현을 더 어색하게 만들었다.거절하려고 했지만 8번째 선배의 살기 가득한 눈빛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방에 들어갔다.이도현은 마치 협박받는 사람 같았지만 그들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도현이 모든 옷을 입어 보았다.그는 맹세컨대 옷만 갈아입었다.다른 건 한 적이 없었다.비록 옷을 갈아입는 과정에서 그의 물건이 화가 나있는 상황이 있었지만, 그는 제어했다.그래도 칭찬할 만한 것은 이 세 여자가 옷을 고르는 안목이 있다는 것이다.사 온 옷들은 다 그의 사이즈 였고, 입으면 더 괜찮아 보였다.유일하게 골머리가 아픈 것은 너무 많이 샀다는 것이다.이 세 사람이 한 번에 그에게 사준 옷은 그가 20여 년 동안 입었던 옷보다도 많았다.마치 그에게 이 몇 년간의 옷을 모두 사준 것만 같았다.그녀들은 그가 성장한 후에 못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지 않았
그는 계속 읽어나갔다.편지에 이렇게 써져 있었다."3일후, 완성 고전 무슬 협회, 죽음의 전투를 한다!"아래에는 이도현의 이름이 있었다.이도현이 내키지 않는 것은 그의 이름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저있고 엑스자로 표시해 놓은 것이다.이건 그를 능지처참하는 꼴이 아닌가."아씨... 참 힘있는 동그라미와 엑스자일세!"연진이가 갑자기 이 한마디를 했다.이도현은 멍해졌다.이 선배는 왜 항상 생각하는 게 다른사람과 다른지 모르겠다.누가 전서를 볼때 당신이 보는 것은 동그라미와 엑스자인가. 신연주가 이도현의 손에서 전서를 가지고 와서 보더니 말했다."이건 고전 무술 협회에서 보내온 도전장이야! 고전 무술 협회는 염국에서 아주 특이해. 그들은 혼자서 사람을 골라 두 사람 중에 결투과정에서 누가 죽든 염국에서는 아무런 법적제재를 받지 않아!""그래서 많은 경우에 무사지간의 원한이 고전 무술 협회의 무대에서 진행되지. 이건도 무사사이의 원한을 처리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돼. 암묵적인 룰이 존재하는 곳이야.""후배! 이건 고전 무술 협회의 사람이 널 힘들게 하려고 하는 거야.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신연주가 말했다."선배들도 알겠지만, 사실 고전 무술 협회에서 이러는 것도 지장령 때문이에요."이도현이 담담이 말했다."지장령! 이게 또 나타나네. 이렇게 말하면 아직도 유명 조직이 너한테 이런다는게 아니야!""맞아요! 그런데 전 안 갈거에요. 고전 무술 협회가 유명 조직처럼 또 사람을 보내서 암살하려는지 한번 봐야겠어요.이도현이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안 간다고?"신연주는 이게 이도현의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놀랐다."네. 전 안 가요. 재미도 없잖아요. 그들이 오라고 하면 제가 가야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맞아! 안 가는게 맞아. 처음부터 이 고전 무술 협회의 사람들이 눈에 거슬렸어. 하나같이 찌질해서는 천하의 모든 무사가 그들 말을 들어야 되는 것처럼 구는데.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신연주가 탐탁지 않는 표정을 지
저녁 늦은 시간 이도현은 참다못해 결국 사부님께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사부님의 언짢은 목소리가 들렸다.“네놈은 떠난 지 얼마 됐다고 전화질이냐? 별일 없으면 전화 빨리 끊어라. 나 지금 막 삼십 아니 무도 연구 중이거든. ”“사부님, 농담하지 마시죠. 혹시 지금 남녀의 삼십육묘기 보고 계시는 거 아니에요? 아이고 사부님, 적당히 하고 건강 생각하셔야죠, 그러다 다쳐요. 아직 한창인 줄 아시는가 봐요? ” 이도현은 사부님을 놀리는 거에 재미 붙였다.“이 자식이, 감히 날 놀려? 왜? 대체 무슨 일인데? 혹시 몸이 어디 안 좋은 거 아니야? 내가 전에 그랬잖아, 뭐 참고 참다 안되면 선배 누나들 찾으면 된다고, 10년 동안 무장해제 안 되는 거는 스스로 잘 지키고.”“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다름이 아니라 전화드린 거는 곤륜옥에 대해 알고 계신지? 그리고 사부님이 지키고 있는 그 열쇠는 무엇인지? ”이도현의 말이 끝나자, 정적이 흘려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사부님의 목소리가 들렸다.“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게 다 네놈이 쓸데없이 나대니까 일이 이 지경이 된 거지. 적어도 1년 뒤에야 그놈들이 찾아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빠르다니... ”“근데 너도 뭐 할 만큼 했으니까 나도 가르친 보람이 있네. 네가 커서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길 바래서 미리 얘기 안 한 거야. 그러한 능력도 없으면 태허산을 어떻게 지켜?”“그래 됐어, 전화 끊어, 더는 이런 일 때문에 전화하지 마, 나도 좀 쉬자 어디 조용할 날이 없니. 젠장! ”전화 끊기 전 어렴풋이 사부님의 말이 들렸다. “역시 남자는 허리지, 이거 괜찮네, 그림 예술이네...”이도현은 안 봐도 알 거 같다. 지금 사부님은 무조건 야한 걸 보고 있을 거다. 뭐 허리고, 그림 예술이라고 하니 틀림없다. 그러나 곤륜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못 알아냈다. 결국은 스스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태허산은 정말 곤륜옥으로 통하는 열쇠를 지키는 거 같기도 했다. 그리고 사부님이 말하
스타일과 포스를 보니 보통 군인은 아닌 거 같다. “장군님, 사왕님께서는 무슨 생각으로 저희를 여기까지 보낸 거죠? 새내기 한 명 영입하자고 저희를 황성에서 완성까지 보낸 겁니까? 이게 말이 됩니까?”“저희가 웅사에 들어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2차 시험 때 탈락할 뻔했고 다들 여러 테스트를 통해 힘들게 들어왔는데 얘는 대체 누구길래 장군님께서 직접 오셔서 영입하는 겁니까? 혹시 사왕님께서 일부러 봐주는 거 아닙니까? ”20대로 보이는 한 여인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쫙 빼입은 정장에 세련된 스타일에 이쁜 데다 색다른 분위기를 띄웠다. “얜 보통 애가 아니야, 전에 자료 본 적 있는데 몇 달 만에 완성을 한바탕 뒤집었지, 한마디로 악동이야, 쉽게 보면 안 된다.”“강씨 가문, 서북후 그리고 진씨 가문의 수장이랑 장손까지 죽인 사람이야. 얼마 전에 지국의 노구치 가문도 휩쓸고 완성에 있는 무술관도 부셨잖아. 그리고 아시다시피 신영성조의 제자 왕주영도 한 방에 죽였잖아. ”그중 한 남자가 웃으면서 대답했으나 눈에는 레이저를 쏠 수 있을 만큼 강렬했다.그 어여쁜 여성은 이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정말 악동이네요. 근데 신영성조가 이런 악동을 가만뒀다는 말이에요? ”“그리고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신영성조랑 이런 악연을 맺은 사람을 사왕님께서는 왜 영입하자는 거죠? 이건 신영성조랑 맞서자는 거잖아요? ”“됐어, 다들 그만해. 사왕님께서 시킨 일이니 우린 듣기만 하면 돼, 자네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야. 어디서 험담이야? ”장군님은 참다못해 두 사람의 대화를 말렸다. 장군님의 이름은 섭웅현이며 웅사 군단의 중위 직을 맡고 있다. 이번 웅사님의 명령을 받고 이도현을 영입하는 미션을 맡게 됐다.사실 이들뿐만 아니라 이도현을 영업하는 거에 대해서는 장군님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말하던 사이에 그들은 별장 앞까지 도착했다. 문을 두드리자, 별장을 지키고 있었던 경호원이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 “당신들 누
이때 이도현은 침대에 누워 어떻게 해야 두 선배 누님을 빼고 떠나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이번 황성으로 가면 어떤 험한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 두 선배 누님을 위험에 빠트릴 수 없다. 누구도 다치게 할 수 없어 그는 혼자 황성으로 가기를 결정했다.그리고 그가 완성을 떠났다는 소식이 퍼지면 두 선배 누님을 해치는 놈들이 있을 테니 누군가가 여기를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그는 신영성조한데 전화를 걸었다. 이 부하직원을 써먹겠다는 생각이다.전화 연결음 들리자마자 신영성조는 첫사랑의 전화를 기다리는 듯 바로 전화받았다.“네네, 여보세요, 스승님, 어떤 일이세요? ” 신영성조는 마치 전화를 기다린 듯 순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도현은 그의 말투에 적응이 안돼 속이 울렁거렸지만 그걸 참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내일 황성 갈 테니 우리 집 안전을 지켜주게나, 별문제 없지? ”“스승님, 혹시 그분 찾으러 가시는 건가요? ” 신영성소는 놀라운 목소리로 물어봤다.“그건 알 바 아니고, 우리 집 안전만 지켜줘! ” 이도현의 착각인지는 모르겠는데 신영성조는 그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 그의 대답은 짧고 냉정했다. 그는 여자들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데 남자한테는 더더욱 관심 없다. 애초부터 이걸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네, 스승님, 걱적하지 마십시오. 모든 걸 저에게 맡기세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치지 않게 철저히 보호하겠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이도현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신영성조의 쓸데없는 생각을 막는다고 생각했다. 이때 대문 벨 소리가 울이고 경호원의 목소리가 들렸다.“도련님, 웅사군단의 엽웅현 장군님께서 오셨습니다. 도련님을 만나고자 합니다.” 경호원은 공손하게 말했다.이도현은 그에게 아이돌 같은 존재다. 지금까지 살면서 어제 같은 스케일을 본 적이 없다. 신영성조가 군사용 헬기를 타고 산장 앞에 내려 이도현을 고분고분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이도현은 그의 우상이자 신적인 존재다.
“웅사군단이 뭔데?” 신영성조의 신영대군은 들어봤어도 웅사군단이라고 들어본 적도 없다. 이도현은 어리둥절 했지만 그래도 어서 일어나 마중할 준비를 했다.“그래, 알았어, 바로 갈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해!”방에서 나오자, 신연주와 마주쳤다.“옷은 왜 입어? ” 신연주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이도현은 정말 이 선배 누님이 무슨 생각으로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이라면 옷을 입어야지, 아니면 홀라당 벗고 다니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속으로 생각하면서 말했다. “누군가 찾아와서 나가보려고요.”“누군데?”“웅사군단의 엽웅현 장군이라던데요!”“뭐라고? 웅사군단 사람이라고? ” 신연주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옷을 챙기면서 말했다. “같이 가보자! ”“선배님, 괜찮아요. 혼자 갈 테니 편히 쉬세요.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그때 말씀드릴게요.”“아니, 그래도......”이도현은 신연주의 말을 끊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내 말 들어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선배님이 나서야 할 때 꼭 말씀드릴게요.”사실 여기 있는 동안 염나라의 구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는데 신연주는 봉황팀의 팀장이자 이 나라에서 중요한 직급을 맡고 있다. 쉽게 이해하자면 황제의 직속 소속이자 특별한 미션만 수행해 특권을 갖고 있는 거랑 마찬가지다. 어제 곁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 누구든 다 알아봐 주는 사람이다. “됐어, 봉황팀 팀장이 뭐가 대수라고, 안 하면 그만이야. 내 동생이 중요한 거지. ” “아니에요, 선배님이 그만두면 난 뭐 먹고 살아요? ” 신연주의 말에 이도현은 농담삼아 대답했다.“됐어요. 얼른 들어가 쉬세요. 다른 사람도 다 깨겠어요. 나도 이제 다 컸으니까 괜찮아요. 사내자식으로 태어나서 뭐 이거 갖고 그래요. ” 이도현이 계속 마다하자, 신연주도 못 이기는 척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너 혼자 가. 근데 꼭 아무 일 없이 돌아와야 한다, 약속할 수 있지? ”“그럼요, 당연하죠. 이래 봬도 종사급 남자 두 명이
“꺼지세요!”“그쪽은 제 도덕성을 의심할 자격은 없어요! 저는 이곳의 환자들을 우선으로 합니다. 그쪽 아버지는 환자이지만 이분들도 환자이십니다. 제가 그쪽의 말을 따를 필요가 없어요. 아버지의 병을 봐주지 않았다고 제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됩니까?”예전 같았더라면 이도현은 이런 사람과 이렇게 예의를 차리고 말하지 않고 바로 한 대를 쳤을 것이다.“돈이 있다고 해서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당장 꺼지세요. 그쪽 아버지를 환자로 받을 생각은 없어요!”“당신... 당신은 의사인데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모른 척해도 돼요?”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남자는 화난 눈빛으로 이도현을 쏘아보면서 고함쳤다.“환자가 병원에 오면 당연히 치료할 의무는 있죠. 하지만 이렇게 많은 환자를 버리고 그쪽 아버지만 봐줄 수 없어요. 죄송하지만 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요! 의사에게 있어서 환자들은 모두 똑같습니다. 어느 환자의 목숨이 다른 환자보다 더 귀중하다고 할 수 없어요!”이도현은 냉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진료비 10배를 줄게요! 내 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요!”남자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 참으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남자는 금성 양씨 가문의 도련님 양정재였다. 이 금성 지역에서 여태까지 이도현처럼 그와 말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자도 없었다.양씨 가문은 금성의 제일 가문으로서 경제와 정치에 모두 관여하였고 양씨 가문의 산업은 염국에서도 손꼽히는 존재였다.물론 제도나 황성과 같은 지역의 대가문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세력이 있는 가문이라 할 수 있었다. 금성에서 ‘황제’와 같은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양정재는 양씨 가문 가주의 막내아들이었다. 가문에서 애지중지 키워와서 법규 따위 안중에 없고 제멋대로 날뛰는 자였다.오늘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도현을 청하려고 이런 외진 곳에 와서 이미 기분이 매우 나빴다. 하지만 이런 외진 곳에서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사람이 있을 줄
이도현이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 문 앞에 여러 사람이 와있었는데 심지어 경호원까지 달고 있었다. 딱 봐도 신분이 심상치 않은 사람이었다.젊은이는 줄을 서지 않고 곧장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하지만 밖에 줄 서 있던 사람들은 어제 이도현을 대하던 것처럼 그 젊은이를 막아서지도, 뻔뻔하다고 욕하면서 줄 서라고 욕하지도 않았다. 반대로 젊은이가 성큼성큼 걸어들어오게 내버려 두었다.역시나 사람은 다 약자를 무시하고 강자를 두려워하는 법이었다. 일반인에게 쉽게 달려들지만, 신분이 고귀하고 건드리기 어려운 사람 앞에서는 함부로 나서지를 못했다.젊은이는 경호원을 거느리고 곧장 한의원 안으로 걸어들어오더니 입을 열었다.“어느 분이 이도현 이신의인가요?”이도현은 듣자마자 자신을 노리고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듣고 그들을 훑어보며 대답했다.“접니다. 무슨 일이신지요?”이도현은 환자에게 진료를 봐주고 약 처방을 써주는 동시에 젊은이의 말에 대답하였다.“당신이라고? 당신이 이신의라고? 이렇게 젊다고?”젊은이는 깜짝 놀라며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소문으로만 듣던 이 마을의 신의가 이토록 젊은 청년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신의는 저에게 과분한 칭호예요. 하지만 제가 이도현은 맞아요!”이도현이 대답했다.젊은이는 살짝 당황했다. 이토록 젊은 사람이 신의라고 하자 조금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의학이 어디 게임처럼 그렇게 쉽게 마스터할 수 있는 것인 줄 아나? 의학 공부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야 하니까 일정한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거든. 서양 의학도 마찬가지인데 경험을 매우 중요시하는 한의학은 더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 이렇게 어리고 젊은 친구가 나보다 몇 살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기껏해야 병원에서 실습생하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이곳의 신의라고? 설마 사기꾼은 아니겠지?’“이곳에 이도현이라는 사람이 혹시 당신 한 명뿐인가요? 저는 이신의를 찾으러 왔어요.”젊은이는 이도현의 말을 믿지 않고서 물었다.“이도현이라는 사람은 저뿐이에요. 이곳에 이
이날 밤, 이도현은 여전히 노영식네 집에 머물렀고 주현진이 잠자리를 정리해주었다. 하지만 그의 잠자리는 침대가 아니라 온돌 바닥이었다.도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온돌방이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보기 흔한 것이었다. 온돌방은 구들장 밑이 비어있어 날이 추워지면 아궁이에 불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뜨거운 열기가 구들장 밑을 지나면서 머지않아 집이 따뜻해지게 된다.이도현은 온돌방이 정말 편하게 느껴졌다. 특히 형수가 준비해 준 우유 향이 나는 꽃무늬 이불을 덮으니 더욱 편안했다.형수가 수유 기간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도현이 나쁜 마음을 품어서 심리작용이 생겨서인지 오늘따라 이불에서 나는 우유 향이 그날 밤보다 더 짙게 느껴졌다.게다가 불빛 아래에서 그는 하얀 이불 위에 지도 같이 생긴 자국이 한 둘레 한 둘레 있는 것을 보고 우유 향이 그 자국에서 풍겨 나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헐! 설마 형수가 이 이불을 계속 덮었던 거 아니지? 이것이 설마 모유의 흔적이 아니겠지? 세상에나! 이건...”이도현은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아주 많이 혼란스러웠다!‘형수는 이 이불을 덮고 도대체 무슨 짓들을 한 거야? 설마... 내가 그 상대는 아니겠지!’이날 저녁 이도현은 잠을 설쳤다.이튿날 아침 일찍 이도현은 얼떨결에 방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생각하지 않아도 주현진인 것이 분명했다.노영식이 이토록 적극적일 리가 없었다.“지안이 양아버지! 일어나셨어요? 아침 식사하셔야죠!”주현진의 제법 부드러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형수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하네요! 얼른 일어날게요!”이도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눈을 뜨면서 말했다.“양아버지도 참, 무슨 별말씀을요! 얼른 일어나서 세수하고 식사하세요! 아침상 다 차려놨어요!”주현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녀의 초롱초롱한 큰 눈을 보고 이도현은 마음이 뒤숭숭해졌다.다행히도 주현진은 몇 마디만 하고 방을 나갔다. 아니면 이도현은 몸 둘 바를 몰랐을 것이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다섯 사람은 다
“그래도...”이도현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기세라 그는 하는 수없이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요! 이름은 제가 지어줄게요. 지안 어때요? 지혜롭고 평안하게 자라라는 뜻이에요!”“지안! 노지안, 좋아요. 뜻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은 일생에 무슨 일을 하든 돈을 얼마나 갖고 있든 권력이 얼마나 크든, 지혜롭고 평안하게 지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죠! 지안, 좋은 이름이네요!”노문호가 제일 먼저 말했다.“지안! 좋아요! 그럼 이 녀석을 앞으로 지안이라고 부릅시다!”노영식도 기뻐하며 말했다.“지안! 우리 아기 앞으로 지안이라고 불러야겠네! 지안, 지안아, 얼른 와서 양아버지께 절을 올려야지!”주현진은 아이를 안은 채 흥분하며 말했다.“그래! 지혜롭고 평안하게! 지안! 참 훌륭한 이름이야!”노영식의 부모는 모두 착실한 시골 사람이라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주현진은 아이를 안은 채 이도현에게 절했다. 시골 사람들에게 있어서 절하는 것은 성의를 표시하는 제일 성실한 행동이었다.이번에 이도현은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형수가 아이를 안고 절도 올렸으니 이도현은 빼도 박도 못 하고 양아버지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 아이에게 첫 대면 선물을 안 줄 수가 없었다.만약 무사 집안이었다면 이도현은 반드시 자신의 무도 비법 또는 담약, 보검 같은 것을 아이에게 선물해줬을 것이었다.하지만 그의 양아들은 평범한 사람이고 일반 백성인 만큼 제일 현실적인 것을 선물해주는 것이 좋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도현은 손을 옷 안으로 넣고는 음양탑 에드워드 가문의 보물 창고에서 챙긴 황금 두 덩어리를 찾아냈다.그러고는 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하여 한 개의 금덩이로 만든 후 그들 앞에 꺼냈다.“형수! 제가 아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당장은 이 금덩이밖에 드릴 게 없네요. 나중에 훌륭한 장인을 만나면 이 금덩이로 아이에게 장수 목걸이나 만들어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