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사군단이 뭔데?” 신영성조의 신영대군은 들어봤어도 웅사군단이라고 들어본 적도 없다. 이도현은 어리둥절 했지만 그래도 어서 일어나 마중할 준비를 했다.“그래, 알았어, 바로 갈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해!”방에서 나오자, 신연주와 마주쳤다.“옷은 왜 입어? ” 신연주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이도현은 정말 이 선배 누님이 무슨 생각으로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이라면 옷을 입어야지, 아니면 홀라당 벗고 다니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속으로 생각하면서 말했다. “누군가 찾아와서 나가보려고요.”“누군데?”“웅사군단의 엽웅현 장군이라던데요!”“뭐라고? 웅사군단 사람이라고? ” 신연주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옷을 챙기면서 말했다. “같이 가보자! ”“선배님, 괜찮아요. 혼자 갈 테니 편히 쉬세요.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그때 말씀드릴게요.”“아니, 그래도......”이도현은 신연주의 말을 끊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내 말 들어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선배님이 나서야 할 때 꼭 말씀드릴게요.”사실 여기 있는 동안 염나라의 구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는데 신연주는 봉황팀의 팀장이자 이 나라에서 중요한 직급을 맡고 있다. 쉽게 이해하자면 황제의 직속 소속이자 특별한 미션만 수행해 특권을 갖고 있는 거랑 마찬가지다. 어제 곁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 누구든 다 알아봐 주는 사람이다. “됐어, 봉황팀 팀장이 뭐가 대수라고, 안 하면 그만이야. 내 동생이 중요한 거지. ” “아니에요, 선배님이 그만두면 난 뭐 먹고 살아요? ” 신연주의 말에 이도현은 농담삼아 대답했다.“됐어요. 얼른 들어가 쉬세요. 다른 사람도 다 깨겠어요. 나도 이제 다 컸으니까 괜찮아요. 사내자식으로 태어나서 뭐 이거 갖고 그래요. ” 이도현이 계속 마다하자, 신연주도 못 이기는 척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너 혼자 가. 근데 꼭 아무 일 없이 돌아와야 한다, 약속할 수 있지? ”“그럼요, 당연하죠. 이래 봬도 종사급 남자 두 명이
“이런 싸가지, 무슨 말버릇이야? 장군님께서 직접 오셨는데 빨리 와서 인사 안 해?” 한 청년이 말했다. 여기서 10여 분이나 기다린 것도 짜증 나는데 이도현을 보고 나니 더 화가 난다.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그 교만한 태도를 보니 그들을 완전히 무시한 거 같았다. 웅사군단의 무사로서 어디 이런 대우를 받아 본 적 없다. 생각할수록 괘씸하다.이도현은 그들을 무시하고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새벽에 초대도 안 했는데 무슨 용건이 있어서 여기까지 찾아온 거죠? 용건 있으면 얘기하고 별일 없으면 그냥 꺼져, 뭐 대단하다고 여기서 까불어, 웃기지마... ”이도현은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 뭐 웅사든 호랑이든 아무리 대단한 권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자기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나와 만나주는 것도 고맙다고 생각해야지 어디서 갑질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 쥐꼬리만한 권력이 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가 봐.“너......”그 청년은 말 한마디에 본전도 못 찾았다. 장군님 앞에서 이렇게 무시당한 적이 없다. 옆에서 그 이쁘게 생긴 여자가 참다못해 말했다.“우리가 누군지 몰라? 내가 다시 한번 얘기해줄게. 우린 웅사군단 소속이고 옆에 계신 분은 엽웅현 장군님이셔. 종사급 강자 엽장군님, 웅사군단의 종사급 강자라고 알겠어?”이도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도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알겠어, 그래서?”“야! 너......”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 남자는 처음이다. 그들의 신분은 둘째치고 자기처럼 섹시하고 어여쁜 여성이 말하는데 어떻게 이런 반응이 있을 수 있지? 너무 자존심 상해서 어이가 없다. 그는 분명히 남자 노릇을 못 하거나 게이일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사람을 재수 없는 놈이라고 부른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엽장군은 눈살을 찌푸리며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도현의 행동이 너무 교만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자네가 이도현인가? ”“네, 맞습니다.”이도현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건달처럼 자세를 취하며 계속 말했다. “용건 있
“넌 제3중대 소속이며 난 지금부터 너의 직속 장관이야.” “이도현! 이 위임장을 받고 우리 따라 군사팀으로 복귀하지.” 엽웅현은 위임장을 두 손으로 이도현한테 건네며 말했다. “이 새벽에 여기까지 고작 이걸 주려고 온 건가? 웃기고 있네.” 이도현은 너무 어이없어 존대도 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놈의 위임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머리위에 씌우다니 미친 거 아니야.“그래, 맞아. 웅사군단의 사왕님께서는 장군급 이상이어야만 위임하는 거지 너한테 직접 위임장을 보낸다는 걸 영광이라고 생각해야 해.”“글쎄. 딱히 뭐 영광이라는 생각이 없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어서 돌아가시죠, 그 군단에 들어가는 거 관심 없으니까. ” 말 끝나자마자 이도현은 뒤도 안 보고 들어갔다.이도현의 말에 엽웅현 뿐만 아니라 같이 따라온 청년들도 너무 놀라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그 충격이 얼마나 큰지 이도현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아무 반응이 없었다.엽웅현은 이 상황이 너무 어이없었다. 화나는 걸 지나 자기를 무시하는 거 같아 너무 창피하고 모욕감을 느끼게 되었다. 마침 떨어지는 낙엽도 그들을 비웃는 거 같았다. 엽웅현은 주먹을 꽉 쥐고 자기의 화를 억누르고 있다. 웅사군단에서 장군이자 종사급 무사가 직접 위입장을 주는 거는 생전 처음으로 있는 일인데, 이도현은 이걸 거절하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무조건 그를 비웃을 것이다. 그는 마치 화로 둘러싸 언젠간 터질 거 같고 코에서도 마치 화를 내뿜을 거 같았다.“장군님, 이도현은 이놈이 이런 방법으로 저희의 떠보는 거예요. 남자 노릇도 못 하고 별 볼 거 없는 놈이니 너무 신경쓰지마세요... ”“제가 이런 사람 잘 알거든요. 처음에는 튕기다가 얼마 안 지나 바로 다가와 강아지처럼 꼬리 흔들며 아부를 뜰 거예요.” 이쁘게 생긴 게 무기인지 방금 말한 여성은 아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거 같았다. 그녀에게 강아지처럼 꼬리 흔들며 아부 뜨는 사람이 참 많은가 보다.“그래 맞아요. 장군님, 그 촌놈이
엽웅현은 그가 후회할 날만 생각하고 뒤도 안 보고 돌아섰다.“장군님, 그래도 사왕님께서 직접 내린 명이니 조금 더 기다리시죠. 아니면 이렇게 돌아가면 상황이 난처할 것 같은데요.”“뭐가 난처해? 이런 사람은 사왕님께 사실대로 말하면 돼. 나는 저놈이 무릎 꿇고 위임장을 받으러 오게끔 할거야. 자기가 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나한테 잘 못 걸렸어!”엽웅현은 썩소를 지으며 말하고 부하들을 데리고 다시 돌아갔다. 이도현은 아무 생각 없이 방으로 향했다. 신현주는 거실에서 이도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고 걱정되어 바로 물어봤다. “동생아! 웅사군단에서 무슨 일로 널 찾은 거야? ”이도현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별일 없어요, 와서 갑질만 하고 갔는데요. 그리고 그 중 엽웅현 장군이라고 웅사군단에 들어오라고 무슨 위임장 들고 왔어요. 뭐 사왕이 직접 쓴 거라니...”“뭐? ” 신현주는 너무 놀라 표정이 변했다.“그래서? 간다고 했어?”“아니요, 전 관심 없어요.” 이도현이 대답했다.“뭐? 거절했다고? ” 신연주는 두 눈을 부릅뜨고 놀라운 표정으로 이어서 물어봤다.“솔직히 말해봐, 너 혹시 웅사군단이 어떤 조직인지 모르지?”“무슨 조식이든 저는 관심 없어요. 웅사군단에 들어가서 바로 조사가 된다 해도 관심 없어요. 이번 생에 저는 오로지 태허산 소속일 거고 다른 조직은 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그리고 저 이도현은 죽어도 사부님 명에만 따를 거니까 그 누구도 바꿀 수 없어요. ”사실 신연주가 왜 이렇게까지 놀라는지는 모르겠지만 웅사군단이 보통 조직이 아닌 거는 확실한 거 같다.이도현의 말을 듣고 신연주는 힘이 풀린 듯 주저앉고 말했다.“넌 정말 대단한 놈이야. 너무 잘나서 한 대 치고 싶다.”“맞아, 너 말이 맞아. 우리 태허산에서 나온 사람은 그 누구한테도 의지 할 필요 없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어. 그 어느 조직에 들어가 강해질 필요도 없지, 우린 이미 제일 강한 조직에 있으니까.”“잔소리는 한마디 더
두 선배 누님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이도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결국 혼자 황성으로 떠났다. 평소 아무리 농담 쳐도 이도현의 굳은 표정을 보고 나니 신현주와 연진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한지음은 이에 대해 아무 말도 없었다. 자기 집에 황성인데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고 이도현과 단둘이 지낼 수 있고 또 두 선배 언니의 눈치도 안 보이게 되어 오히려 좋아했다. 이에 들떠 그녀는 황성으로 돌아갈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고 있었다.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한 편의 드라마를 쓰게 되었다. 본가로 들어가 이도현이랑 자기 집에서 마치 부부처럼 지낼 수 있고 야릇한 밤에 둘만 있는 공간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얼굴이 빨개져 쑥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미쳐, 미쳐, 내가 미쳤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니......”한지음이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 주겠다고 하자 이도현은 단번에 거절했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느 미친놈이 비행기에 폭탄이라도 던져 태러 사건으로 포장하는 거는 쉬운 일이다. 운이 좋아 폭탄에 안 죽더라도 비행기에서 떨어져 결국 산산조각이 되어 제대로 된 시체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는 인간이지 신은 아니다. 결국 그는 제일 안전한 기차를 선택한 것이다. 자기 혼자 죽는 거는 두렵지 않은데 다른 연관 없는 사람이 죽는 거는 싫다. 병볍에서도 기재 한 바와 같이 적들은 이도현처럼 강한 사람이 기차를 탈 거라고 생각 못 하게 된다. 완성에서 황성까지 비행기로는 2시간, ktx로는 10시간, 무궁화호로는 20시간 넘게 타야 한다.이도현이 탄 기차에는 앉을 틈 없이 사람이 꽉 찼다. 온통 라면 냄새에 몇몇 아저씨의 발냄새도 섞였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방학만 되면 그는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이도현은 옛날 생각에 빠져 오히려 친근함을 느꼈다. 기차에서 먹는 라면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거 같다. 그래서 신연주가 짐 챙겨 줄 때 라면 몇개 사달라고 부탁했다. 이도현은 자기 자리를 찾아보니 섹
이도현은 그가 일반 사람인 걸 보고 별 신경 쓰지 않고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그 남자는 이도현을 무시하고 여자분한테 접근해 말했다. “저기요, 안녕하세요. 저는 황성 미디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인데요, 혹시 연예인 할 생각 없으신가요? 미모도 그렇고 스타일도 너무 좋아 연예계가 딱 어울리는 거 같은데요. 황성에 도착해 자세한 얘기 나눴으면 하는데 혹시 연락처 받을 수 있을까요? ”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연예인 꿈을 품고 있는 여자를 상대로 사기 치는 사람도 많으니까 이게 스카우트를 하는 매니저인지 아니면 그냥 이쁜여자를 꼬시는건지 알 바가 없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저 연예인 생각 없습니다.” 그 여자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녀는 황성 오씨 가문의 오민아다, 그녀는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여행하는 걸 좋아해 이 기차를 탄 것이다. 오민아처럼 금수저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뭐 모자랄 거 없이 자라게 된 사람은 먹고사는 거에 대해 걱정거리가 없다. 사실 있는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나 많은 걸 누리면서 살게 된다. 남자들은 여러 여자를 만나 즐기고 여자들은 여기저기 여행하고 나이 되면 집안 어른들 따라 가업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게 된다.하지만 오민아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비행기나 ktx보다 천천히 구경하면서 여행을 즐기는 걸 좋아한다. 방금 전 스카우트처럼 들리는 제의도 처음이 아닌 거 같다. 그녀는 익숙한 듯 예의를 지키며 거절했지만, 상대방 남자는 의아해했다.그는 선수였다. 기차를 탄 여성은 돈을 좋아하고 쉽게 꼬실 수 있을 거 같아 노린 거다. “그래도 좀 더 생각해 봐요. 이 기회를 놓지면 후회할 텐데, 데뷔만 하면 수없는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는데 좀 더 생각해 봐요.” 그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관심 없다고요. 피곤 하니까 그만 가시죠.” 오민아는 좀 더 심각하게 얘기했다.하지만 그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얘기했다.“아이고, 그러지 말고 다시 생각해 봐요. 황성에 성씨네 아시죠? 연예계를 뒤흔들
“안 꺼져? 성씨네가 뭐 대단하다고 난리야! ” 오민아도 더는 못참고 말했다.“뭐라고! 이 년이 어디서 꺼지라고? 좋은 말 할 때 따라올 것이지 죽고 싶어서 환장하는구먼! 지금 이 자리에서 널 가져도 말릴 사람 한명도 없어! ” 성도일은 너무 화가 나 오민아를 째려보고 말했다.“미친놈...” 여행을 즐기고 있었는데 이런 미친놈을 만나다니 더더욱 화가나 할 말을 잃었다.“너 같은 년은 할 거 다 하면서 청순한 척하기는. 60만 원이면 가질 수 있는 년이...”성도일은 본성을 드러내며 가방 속에서 현금 한 묶음을 오민아 얼굴로 던졌다.“옷 안 벗어? 벗으면 이 돈을 가실 수 있어.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 내가 좀 더 주지, 나를 잘 만족시키면 600만 원 더 주는데 어때? 이래도 안 벗을 거야? ” 성도일은 성스러운 웃음으로 그녀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너무 흉해 더는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다. “얼른 나가! 아니면 경찰에 신고할 테니까! ” 오민아는 너무 화가 나 부들들 떨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거 같아 참았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만 손해일 것이다.“경찰? 신고? 어디 한번 해봐! 다 내 친구들인데 너의 신고를 받겠어? 뭐 친구들이랑 같이 놀면 더 좋긴 하겠다. 너도 흥분되지? ”“너......” 오민아의 얼굴은 종이처럼 하얗게 변했고 자기 몸을 감추려고 뒤로 옮기여 이도현 쪽을 쳐다보았다.하지만 이도현은 성도일을 힐끗 쳐다보고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있었다. 영웅 노릇도 한두 번이지 이도현은 이번 일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지켜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시 눈을 감고 모르는 척하는 이도현을 보고 오민아는 너무 실망스러워했다. 겁쟁이라고 태그를 붙이고 속으로는 모든 쌍욕을 다했다. 이러한 모습을 본 성도일은 이도현을 겁쟁이라고 생각했다. 발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야 ,이 자식아, 넌 나가서 망이나 봐. 내가 끝나면 너도 들어와서 맛 좀 보든가.”이도현은 너무 어이가 없어 눈을 새초롬하게 뜨
"꺼져!"이도현이 또 말했다.성도일이 들끓는 분노로 이도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시발! 넌 내가 죽인다...""죽으러 왔구나!"이도현이 말했다.그의 발길질 한 번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성도일은 날아갔다.현장에 있던 두 사람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성도일은 이미 날아가 문에 부딪혔다.그의 얼굴에는 42사이즈의 큰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그는 죽은 개처럼 문에서 스르륵 미끄러지더니 땅에 쓰러졌다.입가에는 새빨간 피가 있었고 입에는 하얀 거품을 물었다.그는 이미 기절했다.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문이 재빨리 열리더니 몇 명의 보디가드가 달려왔다.땅에 쓰러져 있는 성도일을 보더니 소리쳤다."도련님! 도련님!"몇 명의 남자가 성도일을 흔들어서 깨우려 했다."이 새끼 좀 데려가. 아니면 내가 이 놈 죽인다! 돌아가서 얘한테 전해. 사람 노릇 좀 하라고!"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몇 사람들은 이도현이 강한 것을 느끼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은 성도일을 들고 나가고 더는 돌아오지 않았다."아까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민아라고 합니다. 이건 제 명함이고요. 만나게 돼서 기뻐요."오민아 명함을 두 손으로 건넸다.그녀는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고 기다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이도현이 아래에서 위로 보기에 못 볼 것을 보았다.“오해하지 마요. 저놈이 나를 건드려서 내가 혼쭐을 낸 거지. 당신을 도우려고 한 건 아니에요.”"당신이 저 놈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건 걱정 안 했어요. 만약 저놈이 나를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전 어떻게 되어가는지 봤을 거예요."이도현이 눈을 감고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의 말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화나게 만들었다.어떻게 되는지 봤을 거라니, 들어보니 못 봐서 기분이 안 좋은가 보지!"너... 너 사람이 어떻게 그래!"오민아는 화가 나서 입술까지 깨물었다."머리 좀 치워주시겠어요. 저기요, 머리에서 냄새나요. 여기는 공공장소에요. 다음부터 밖에 나올 때 머리 좀 씻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
곧 이도현의 차가운 시선이 절 안의 스님들에게 향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살리는 동안 방해라도 한다면, 즉시 지옥으로 보내주겠다!”“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너희들이 듣든 말든 상관없지만, 감히 방해하려 한다면, 그 순간 너희의 마지막이 될 거다!”이도현은 말을 마치며 손을 휘저어 은침 하나를 던졌다. 은침은 대전 앞에 서 있는 돌사자를 명중했다.쿵!큰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사자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 광경을 본 절의 스님들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방금까지 하고 있던 생각들은 한순간에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섰다.이 정도로 강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작은 침 하나를 사용했을 뿐인데 돌사자가 산산이 부서져 버리다니, 이게 그들의 몸에 닿기라도 한다면 무사할 리 없었다.아무리 그들이 뚱뚱하다 해도 이런 강한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빨리 방을 찾아서 이 사람을 안으로 옮겨!” 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도현의 위압적인 분위기 아래, 스님 몇 명이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여인을 한 방으로 옮겨놓았다.“모두 나가라! 그리고 따뜻한 물을 준비해라. 내 허락 없이 누구도 들어오면 안 돼!”“너는 따라 들어와라!” 이도현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한 여인을 가리켰다. 아마도 이 부부의 친척일 터였다.“저요?” 여인은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듯 물었다.“들어와!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따라 해! 산모와 어떤 사이냐?” 이도현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제 언니예요.”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돌사자를 산산조각 내는 이도현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었다.대답을 들은 이도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여인을 한 번 더 보고, 남편을 보며 더욱 할 말을 잃었다.아내가 이 지경인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내와 처제를 데리고 산속으로 오다니, 대체
“스님. 제 아내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심장이 뛰고 있어요! 제발 그녀를 살려주세요...”남자는 거의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떨며 외쳤다.보아하니,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이런 스님들을 믿는 걸까? 그리고 아내가 이렇게 배가 부른데, 병원이 아닌 이 산으로 온 이유는 뭘까?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낳으면서 병원에 안 가는 경우가 있을까? 산간 마을이라고 해도 최소한 마을 의사나 경험 많은 산파나 어르신을 부르기라도 할 것이다.이 남자는 참으로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아내를 데리고 이 깊은 산속에 와서 아이를 낳으려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아미타불! 시주님, 이 여 시주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세요. 이번 생의 죄업은 이미 갚았고, 업보도 끝났으니, 다음 생엔 반드시 큰 부귀와 건강을 누릴 것입니다!”“시주님, 이제 길을 비켜주세요. 이 썩은 껍데기를 태워버리게 해주세요. 아미타불, 꽃이 피고 지고, 사람이 나고 죽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생로병사는 모두 정해진 법입니다. 이 모두가 전생의 업이고 현세의 결과입니다. 시주님, 왜 그리 집착하십니까?”스님은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고선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를 본 이도현은 속이 끓어올랐다. 대체 이게 무슨 허튼소리인가.스님의 신호를 받고, 젊고 힘센 스님 몇 명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남자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불태우려는 참이었다.이쯤 되자, 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건 두 생명이 달린 일인데, 이렇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멈춰!” 이도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단번에 여인을 태우려는 스님들을 발로 차며 막아섰다.“뭐 하는 거에요!” 여인을 태우려던 스님이 분노하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냐고? 사람을 구하려는 거지. 저 여인은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네가 사람을 태우려 하니, 정말 출가한 사람 맞는 거냐? 출가한 자는 자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