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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그는 손보미의 출생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배건후는 본능적으로 타고난 고고한 자태를 풍기며 도아린을 내려다보았다.

“경찰은 결코 범인을 놓치지도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지도 않을 거야.”

도아린은 눈을 감은 채 창백한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손보미가 그동안 고생한 게 지금 무슨 상관이지?’

그녀는 감독과 밤늦게까지 대본을 논의하다가 평판이 망가지고 여러 곳에서 압박을 받게 되자 어쩔 수 없이 해외로 연수를 나갔다.

가엾은 사람에게는 미워할 점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힘들겠지만 그게 폭력의 이유는 될 수 없다.

“그만 가세요. 혼자 쉬고 싶어요.”

배건후는 무언가를 말하려 입을 열다 말고는 그대로 꾹 참아 누른 채 돌아섰다.

소유정은 병실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당신이 아직도 아린이를 와이프로 여긴다면 아린이가 푹 쉴 수 있도록 귀찮게 하지 말아주세요.”

“소유정 씨, 당신 말에 책임질 준비 하세요.”

배건후는 차갑게 경고했다.

소유정은 고집스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배건후 씨, 고소하고 싶으면 하세요. 당신이 저지른 일에 후회하지나 말고.”

“지금 뭐하는 거야?”

갑자기 들려오는 육하경의 온화한 목소리에 두 사람은 실랑이를 멈추었다.

배건후가 고개를 돌리자 손에 밀크티 두 잔을 들고 있는 육하경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가슴속에 쌓여 있던 답답한 감정이 점점 뚜렷해지는 것 같았다.

배건후의 눈빛은 마치 칼처럼 날카로웠다.

육하경이 건넨 밀크티에 소유정은 즉시 환하게 웃어 보였다. 배건후를 대하던 태도와는 하늘 땅 차이였다.

“아린이가 제일 좋아하는 토핑이 들어간 밀크티네요. 역시 세심한 분이라 그러신지 따뜻한 걸로 사 오셨네요.”

소유정은 일부러 배건후가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말했다.

“이제 들어가야겠어요. 아린이가 한참을 기다렸거든요. 하경 씨도 어서 들어와요.”

배건후가 날카로운 눈빛을 던졌지만 소유정은 이미 병실로 들어가 버렸다.

육하경은 배건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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