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41화

육하경은 도아린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혹시라도 그녀의 얼굴에서 실망하는 기색을 볼까 두려웠다. 더군다나 그녀의 신뢰를 잃을까 더욱 두려웠다.

병실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육하경은 티베트에서 마적을 만났을 때조차 겁을 내지 않았지만 지금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눈동자를 몇 번 굴리다 도아린을 쳐다보곤 다시 시선을 내렸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도아린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맑은 눈빛에는 선의와 따뜻함 그리고 약간의 장난기가 엿보였다.

“아린 씨... 저한테 실망한 거 아니에요?”

육하경이 긴장하며 물었다.

“실망할 게 뭐 있어요?”

도아린은 피식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하경 씨가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는 사실은 하경 씨 입으로 말한 게 아니라 유정이의 오해일 뿐이잖아요. 하지만 나를 병원에 데려다준 건 사실이니까 제 은인이 맞죠.”

육하경은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졌다.

도아린은 이미 그들의 대화를 듣고 진실을 추측해 냈다.

그녀는 이를 굳이 드러내지도 않았고 육하경의 체면을 지키면서 배건후에 대한 미련도 남겨두었다.

만약 소유정의 말이 사실이라면 배건후가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음에도 도아린이 그와 3년을 함께한 걸 봐서는 그에 대한 감정이 깊다는 의미였다.

마음속에 그만한 자리를 차지한 사람을 대신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육하경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대로 말하길 잘했네요.”

그렇지 않았다면 친구로 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경 씨 같은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죠.”

육하경은 그녀의 밝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배건후가 차에서 내리려는 찰나 병원 문을 나서는 육하경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드물게 순진하면서 어딘가 멍해 보이는 미소가 피어있었다.

배건후는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다시 다리를 거두어들였다.

차는 점점 멀어져 갔고 고요한 침묵만이 흘렀다.

운전하던 조 기사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