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아린은 배건후를 바라보며 비웃는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율이의 병실을 찾을 수 있었던 건 마트에서 홍보 영상을 봤기 때문이고 나는 내연녀한테 골탕을 먹일 거라서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자선이든 뭐든 내 눈에는 다 위선적인 홍보로 보일 뿐인 거죠.”도아린은 잠시 멈췄다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생각하고 있잖아요. 그렇죠?”배건후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도 한때는 손보미의 의도를 의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율이를 세심하게 돌보는 손보미의 모습을 보고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녀가 의도적인 목적이 있다고 해도 율이와 보육원이 혜택을 받는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도아린의 직설적인 말투에 그는 그녀가 점점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당신 첫사랑의 이미지가 무너지지 않길 원한다면, 내 앞에서 너무 나대지 말라고 전해줘요.”그 말을 남기고 도아린은 돌아서서 떠났다.마침 주차할 자리를 찾고 있던 육하경은 도아린을 발견하고 경적을 울렸다. 도아린은 자신이 곧 차를 뺄 테니 자신의 자리에 주차하라고 손짓했다. 육하경은 도아린의 차 뒤에 잠시 차를 대고 와서 창문을 두드렸다.“아린 씨도 율이를 보러 왔어요?”도아린이 창문을 내렸다. “홍보 효과가 좋은가 봐요.”육하경은 온화한 미소 지으며 차 안을 가리켰다.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물론이죠.”“방금 천사 보육원에 갔다 왔는데, 사립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시설이 별로 좋지 않더라고요.” 육하경은 조수석에 앉으며 말했다. “보육원을 새로 리모델링하고 싶어요. 그 기간 아이들은 우리 호텔 뒤뜰에 묵게 하려고요.”“좋은 생각이에요.” 도아린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육하경은 점잖고 다소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아린 씨는 제가 이슈를 만들기 위해 이러는 거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최근에 세인트존스 CEO로 임명된 저로서는 뭔가를 해서 호텔의 인지도를 높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게 맞아요.”“의도가 좋다면 이 기회를 빌려 인지도를 얻는 것도 나쁘지 않죠.”
소유정은 바로 유진혁을 불러 함께 세인트존스의 뒤뜰에 가서 시설을 조사했다. 유진혁은 촬영하고 편집까지 하면서 그녀의 전속 사진사처럼 따라다녔다....주현정이 퇴원하고 싶다고 떼를 쓰자, 유민정은 어떻게 할 수 없어 도아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의사는 환자를 자극하지 말고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하고 싶은 건 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결국, 도아린은 퇴원절차를 밟고 주현정을 저택으로 데려왔다.주현정은 도아린이 주방에서 일하는 틈을 타 배건후에게 전화해서 집으로 오라고 불렀다. 배지유는 TV에서 손보미의 홍보 영상을 찾으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드디어 찾아냈다.“엄마, 지유 언니는 스케줄이 그렇게 바쁜데도 병원에 가서 율이를 챙기고 있어요.” 배지유는 주현정의 팔을 잡고 애교를 부렸다. “사실 인터넷에 떠도는 건 다 헛소문이에요. 지유 언니는 일도 열심히 하고 마음씨도 따뜻해요.”도아린은 과일 차를 내오면서 그 얘기를 들었지만 못 들은 척했다.주현정은 배지유의 손에서 리모컨을 빼앗아서 다른 채널로 돌렸다. “아린아, 엄마가 생일 때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까?”“전에 어머님이랑 아버님이 함께 찍은 사진이 기억나는데 거기서는 어머님이 치파오를 입으셨던 것 같아요.” 도아린은 주현정에게 차를 따르며 말했다. “아버님께 깜짝 이벤트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배지유가 옆에서 비웃으며 말했다. “엄마의 그 치파오는 해남에서 유명한 장인이 직접 만들어 준 건데, 그분은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어요. 그걸 어떻게 다시 만들 수 있겠어요?”그러다가 배지유는 눈을 반짝이며 제안했다. “새언니가 뛰어난 재단사 밑에서 일한다고 들었는데, 그 재단사에게 엄마 치파오를 맡기면 되잖아요. 그게 새언니가 엄마한테 효도하는 좋은 방법일 것 같은데요?”손보미의 말을 들어보면 치마를 수선하는 작업도 몇억이 든다고 하는데 치파오 하나 맞추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돈에 인색한 도아린은 분명 돈을 쓰기 아까워할 것이다. 이
“뭐야, 이제 이 집에서 살기 싫다고 우리 엄마까지 내쫓으려고 하는 거야?”배건후가 거절하기도 전에 배지유가 먼저 반박했다.물론 주현정은 그녀가 도아린을 괴롭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예전의 불쾌한 일들은 다 잊어버렸다. 주현정이 있어야 오빠가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엄마가 출국하는 순간, 오빠가 도아린에게 넘어가서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아린이는 그냥 물어본 거야.” 주현정은 딸을 힐끔 보며 핀잔을 줬다. “내가 해외로 가서 네 아빠를 감시해야지. 안 그러면 또 딴짓할지 모르잖니?”사실 주현정이 해외로 나가지 않았던 이유는 아들 배건후에게 빨리 아이를 낳으라는 압박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요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탓에 진짜 해외로 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시작했다. 사람은 아플 때면 본능적으로 가까운 가족이 그리워지는 법이니까.주현정은 껍질을 깐 귤을 배건후에게 건네며 말했다. “내일은 아린이와 함께 시장으로 가서 나한테 맞는 옷감을 골라줘.”배건후는 신맛을 싫어해 귤을 바로 도아린에게 넘겼다. 그러자 도아린은 귤 한 조각을 떼어 배건후의 입에 넣어주었다.“...”도아린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달죠? 내가 특별히 고른 거예요.”‘어디 한번 신맛에 죽어봐라. 들어올 때도 죽상을 짓고는, 누구를 겁먹게 하려는 거야?’배지유는 이상한 눈빛으로 오빠를 쳐다보았다. 귤의 신맛 때문에 눈썹이 꿈틀거리면서도 그는 달다고 대답했다.‘도아린이 오빠한테 도대체 뭘 한 거야?’유민정이 와서 식사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자 배건후는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 입안의 귤을 슬며시 뱉었다.식사 자리에서 배지유는 도아린이 자신에게 밥을 퍼주길 바랐지만, 도아린은 주현정에게 먼저 퍼주었고 드물게 배건후가 도아린의 밥을 퍼주었다.“이 정도면 되겠어?”도아린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충분해요.”“...”배지유는 직접 밥을 퍼서 자리에 앉은 후, 계속해서 배건후를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았다.“오빠, 오늘 좀 이상한 것 같아요.”
도아린은 갑작스러운 배건후의 움직임에 작은 비명을 내며 낮은 소리로 나무랐다.“당신 미쳤어?”“계속 소리 내봐.” 배건후가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며 속삭였다. “엄마가 아직 문 앞에 있어...”도아린은 그와의 친밀함을 마음속으로 거부했지만, 몸은 점점 힘이 풀렸다. 배건후는 다리를 포개며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고 바짝 다가간 도아린은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뚜렷하게 느꼈다.마치 총 한 자루가 그녀를 향해 있는 것 같았고 두려움에 몸부림을 쳤다. 도아린은 배건후의 강렬한 욕망과 그녀를 소유하고자 하는 듯한 눈빛을 읽었다. 배건후는 그녀를 소파에 강하게 눌러 그녀의 입술을 빨아당기면서 숨결을 앗아갔다. 문밖에서 주현정은 미소를 감추지 못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배지유가 눈을 흘기며 못마땅해했다. “엄마, 정도껏 해요.”“작게 말해.” 주현정은 방 안에서 더욱 격렬한 소리가 나자 흐뭇하게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배지유의 손을 잡고 방으로 돌아가며 물었다. “인턴은 언제 시작할 거니? 네 오빠에게 부탁해서 편한 자리 하나 맡도록 해.”“필요 없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배지유가 투덜거렸다. 오빠는 전혀 그녀의 요구를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배건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도아린은 눈가가 촉촉해졌고 부은 입술을 닦아내며 맨발로 침실로 돌아갔다. 배건후는 샤워를 오래 한 후에야 축축한 물기를 머금은 채 그녀 옆에 누워 불을 껐다.어둠 속에서 배건후의 팔이 도아린의 허리 위로 올라왔다. 도아린이 밀어내자 그 팔은 다시 그녀를 감쌌다.“도아린, 나랑 밀당할 생각인 거야?”“건후 씨, 망상도 병이야. 시간 있으면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어요.”“계속하고 싶지 않으면 움직이지 마.” 배건후는 그녀를 강하게 끌어당기며 이불과 함께 품 안에 가둬두었다.처음엔 그가 몸에서 나는 시원한 느낌이 참을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가슴이 점점 뜨거워졌다. 도아린은
손보미의 목소리가 커서 조용한 침실 안에서 똑똑히 들렸다. 도아린은 일어나 앉아서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어린이 병원.율이는 로비에서 향주머니를 가지고 놀다가 한 남녀가 고통스러워하는 임신부를 부축하여 병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율이는 저도 모르게 그들을 따라갔다.임신부는 순산이 어려워 의사가 제왕절개를 권했지만,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의 의사를 물었다. 임산부의 시어머니는 여자가 아이 낳을 때 아픈 게 당연하다면서 뭔 호들갑이냐며 거절했다. 의사가 거듭 설득했지만 두 사람은 끝내 서명을 거부했고 결국 임산부와 아이는 모두 목숨을 잃게 되었다.죽은 아이가 아들이었다는 소식을 들은 시어머니는 통곡하며 난리를 피웠고 죽은 임신부의 남편은 어디선가 과도를 꺼내 들고는 이성을 잃고 휘둘렀다. 율이를 찾고 있던 당직 간호사는 난동을 부리는 환자의 보호자가 동료를 찌르는 장면을 목격하고 다급하게 외쳤다.“보호자 분, 진정하세요!”“아!”보안 요원이 제때 출동하여 난동을 피우는 남편을 제압해 빈 병실에 가뒀다. 율이는 간호사 품에 매달려 몸을 달달 떨었고 병원은 그녀의 후원자인 손보미에게 즉각 연락했다.손보미는 오늘 밤 계약할 광고 건이 있었다. 바로 그녀의 인스타에 글을 남긴 국내 브랜드였는데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그녀의 인기로 주목받기를 바라는 브랜드였다. 언론은 율이의 사건을 항상 주시하고 있어 그녀가 율이를 내버려 두고 광고 계약을 위해 갔다가는 쇼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너는 병실에서 얌전히 자고 있을 것이지 뭣 하러 나가서 돌아다녀?”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손보미는 율이를 나무랐다.율이는 침대 머리맡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창백해진 얼굴을 하고 입술은 파랗게 질렸다.손보미는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진정해. 조금 있다가 기자들이 인터뷰하러 올 수도 있어. 네가 운이 좋네. 그 간호사가 널 제때 발견하지 않았다면 너도 칼에 찔렸을 거야.”율이는 크게 몸을 떨었고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손보미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무시하고 배건후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의사 말은 뭐래.”“...그냥 놀랐다고 해.”손보미가 뒤돌아보니 율이가 침대에 앉아 도아린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며 말했다.“오늘 밤 광고를 계약하려고 광고주랑 만나기로 했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 아무리 상대가 국내 최고 브랜드라 해도 어쩔 수 없지. 율이가 안전한 게 제일 중요하니까.”손보미는 일부러 자신의 손해를 크게 말했는데, 배건후가 반드시 그 대가를 배로 보상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배건후는 아무 말이 없었다.손보미는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의 그윽한 시선이 도아린에게 고정된 것을 발견한 그녀는 질투심 때문에 미칠 것 같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했다.“건후 씨?”“의사 좀 만나봐야겠어.” 배건후는 뒤돌아 걸어갔다.손보미는 율이가 도아린과 단둘이 있는 게 불안했지만, 배건후와 단둘이 있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뒤따라갔다.“아린 언니…” 율이는 몇 번 정도 흐느끼다가 도아린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면서 말했다. “죄송해요. 그 향 주머니가 망가졌어요.”도아린은 그녀의 얼굴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었다.“그 향 주머니는 네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거야. 네가 괜찮은 게 무엇보다 중요해.”율이는 고개를 들어 혼란스럽지만, 안도감이 가득한 눈으로 도아린을 바라보았다. 율이는 도아린이 손보미처럼 자신을 나무라거나, 심지어 자신을 때린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율이는 도아린이 자신을 차갑게 대할까 봐 봐 그게 제일 두려웠다.도아린은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가졌지만 웃지 않을 때는 차갑고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을 주었다.그러나 지금 율이는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을 아껴 준다고 느꼈다.손보미가 떠난 것을 확인한 율이가 조용히 말했다. “아린 언니, 저 비밀 하나 알려 드릴게요...”율이는 목소리를 낮추어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그 아저씨가 저한테 달려들 때, 누군가가
“아악!”비명에 간호사가 달려왔고 도아린과 율이도 따라 들어왔다.율이는 손보미의 피투성이가 된 등을 보자 겁에 질려 차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얼굴을 살짝 돌렸다.도아린은 재빨리 율이의 눈을 가리고 그녀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손보미는 배건후의 품에 매달려 그의 팔을 꼭 붙들고 있었다.“건후 씨... 아파... 너무 아파...”배건후는 그녀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손보미는 아파서 바들바들 떨면서 그를 생명줄처럼 붙잡고 있었다.남자는 인내심을 갖고 말했다.“걱정하지 마, 의사가 곧 올 거야.”간호사는 당직 의사를 불러와 함께 손보미를 치료실로 옮겼다.그녀의 등에는 모니터의 브라켓에 긁혀 삼각형 모양의 상처가 생겼다. 상처는 깊진 않지만, 꽤 컸다.의사는 피를 닦아내며 미간을 찌푸렸다.“손보미 씨, 우리 병원의 봉합기술로는 흉터가 남을 것 같은데요.”“안 돼요, 흉터는 절대 안 돼요!”손보미는 갑자기 강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상처가 찢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려고 했지만, 배건후는 힘껏 눌렀다.손보미는 그의 손을 잡고 울며 애원했다.“건후 씨, 난 흉터가 생기면 안 돼. 흉터가 생기면 좋은 드라마도 광고도 다 못 찍는단 말이야...”도아린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배건후는 그녀를 흘끗 쳐다보더니 그녀의 무심한 표정에 짜증 난 듯싶었다.어쨌거나 손보미가 이렇게 다쳤는데 그녀는 동정심이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걱정하지 마, 병원에 연락해볼게.”배건후는 몇 마디 위로한 뒤, 밖으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그는 도아린의 곁을 지나며 적당히 하라는 듯한 눈짓을 던졌다.손보미의 시선은 배건후를 쫓아가다 결국 도아린의 얼굴에 고정했다.그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도아린의 맑은 눈동자에 조롱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마치 모든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도아린 씨.”손보미는 몸을 일으켜 그녀를 바라보았다.“혹시 그 모니터가 고장이 난 거 알면서도 나한테 말 안 한 거야?”도아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율이의 병실을 지나면서 배건후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어린이 병원에 와서 아린이를 데려가.”20분 후, 손보미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배건후도 우정윤의 전화를 받았다.배건후는 이마를 문지르며 물었다.“저택으로 간 거야, 맨션으로 간 거야?”“대표님, 제가 도착했을 때 사모님은 이미 가고 없었어요.”배건후는 가슴 속에 무엇인가 얹힌 듯 답답하고 괴로웠다.도아린은 저택에도 맨션에도 돌아가지 않고 작업실로 갔다.방해받지 않으려고 그녀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꿔놓고 푹 자고 일어났다.집 근처 죽 가게에서 아침을 사 먹으면서 그녀는 메시지를 하나씩 확인하며 답장을 보냈다.소유정은 그녀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그녀가 보육원 리모델링 과정을 기록해 인스타에 게시하자마자 사람들은 바로 손보미와 비교하기 시작했다.문나연에게서도 문자가 와 있었다. 송 감독이 어떻게 마음을 바꿨는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의상 디렉팅을 도아린에게 맡기고 싶다는 내용이었다.그리고 두통의 부재중 전화가 있었는데 도정국과 배건후였다.도아린은 먼저 문나연에게 답장을 보내 일을 맡기로 했다.소유정에게 답장을 보내려던 찰나, 도정국의 전화가 걸려왔다.“돈은 언제 보낼 거냐?”“무슨 돈을 언제 보내요?”도아린은 만두를 한입 베어 물며 모르는 척 물었다.“아린아, 지금 장난하자는 거냐? 유준의 그 3억은 새 가게의 운영 자금이니 반드시 메워야 해!”도아린이 비웃으며 말했다.“새 가게는 절차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운영 자금이 벌써 유준의 손에 들어갔다니, 설명이 좀 필요한 거 아니에요?”“내 가게니까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야!”“아빠 가게라면서 왜 나한테 운영 자금을 달라는 거예요?”전화기 너머에서 도정국은 컵을 던지며 그녀를 욕했다.“양심도 없고 불효막심한 놈 같으니라고! 정말로 배은망덕한 놈이야!”도아린은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고 천천히 죽을 마셨다.그때 머리 위에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맞은편에 남자가 앉았다.육하경은 장아찌 한 접시를 그녀 앞에 밀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