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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도아린은 건들거리며 자리에 앉아 일부러 면치기를 요란하게 했다.

가지 못하게 한다면 그의 비위를 상하게 할 속셈이었다.

배건후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불쾌한 게 확실했지만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고 우아하게 식사를 했다.

도아린은 면치기도 하고 쩝쩝거리기도 하면서 식사를 마쳤지만, 배건후는 화를 내지 않았다.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도아린은 먼저 식사를 마치고 포크로 달걀을 건져서 먹었다.

“식사는 괜찮아요? 이제 얘기를 나눌 수 있겠어요?”

배건후는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검은 눈동자와 긴 속눈썹은 정말 수려했다.

껍데기는 이렇게 잘생겼는데 차라리 벙어리였으면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다.

그녀의 시선이 너무 뚫어지게 그에게로 향한 탓인지 저녁 식사가 맛있었던 덕분인지 배건후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우아하게 입을 닦았다.

“다 봤어?”

도아린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진씨 가문이랑 무슨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거예요?”

배건후는 시선을 내리고 한참 지나서야 대답했다.

“이혼 빼고 다른 요구는 아무거나 해도 돼.”

도아린은 손이 떨리며 포크로 집었던 고기 부스러기가 다시 육수로 떨어졌다.

“건후 씨, 당신 마음속에는 손보미뿐이잖아요. 왜 나를 당신 사모님 자리에 두지 못해서 안달인 거예요?”

“4000억을 갖기 싫은 거야?”

배건후가 차갑게 웃었다.

“돈을 제일 좋아하는 거 아니야? 지금은 돈이 별로 아쉽지 않은 게 진씨 가문이 있어서 그래? 진씨 가문의 수양딸이 된다고 해서 그 가문의 재산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어서 나와의 관계를 공개하고 이 기회를 빌려 손보미를 망가뜨려 다시는 복귀 못 하게 할 생각인 거야?”

도아린은 포크를 그릇에 떨어뜨리고는 비웃으며 말했다.

“배건후, 내가 당신과 비밀결혼이라고 해도 이 바닥에서 아는 사람이 있어. 당신과 손보미의 스캔들에 대한 소문이 자자한데 그 사람들이 다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들이 당신을 가지고 뭐라 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이 손보미 씨한테 태클을 걸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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