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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배건후는 도아린의 손에서 열쇠를 갖고 먼저 운전석에 올라탔다.

도아린이 문 앞에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경적을 울렸다.

“왜, 내 말에 속이 뜨끔했어?”

도아린은 어쩔 수 없이 차에 올라타서 안전띠를 했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배건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고 핸들을 돌리는 손짓조차 음악에 따라 움직인다고 느꼈다.

맨션의 부근에 마트가 있지만, 배건후는 도아린을 데리고 멀리 있는 큰 백화점으로 갔다.

도아린은 카트를 밀며 앞에서 걷고 있었고 배건후는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느릿느릿 뒤따라오고 있었다.

백화점 안의 마트는 최근에 다시 리모델링해서 상품의 종류가 많았고 도아린은 한참을 돌아다녀도 채소와 과일을 파는 구역을 찾지 못했다.

뒤에서는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일부러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는 거야? 내가 네 남자라고 자랑하고 싶어?”

“건후 씨,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다른 곳에 돌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도아린은 가소롭다는 듯 입을 삐죽거리며 채소 구역으로 갔다.

감자, 당근, 버섯, 새우...

배건후는 카트에 담긴 채소들이 모두 그가 주문한 음식 재료들이 아닌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도아린, 귀가 먹은 거야 아니면 일부러 나 골탕 먹이는 거야? 네가 나한테 부탁할 입장이라는 거 잊지 마. 이런 식으로 하면 나는 절대 사인 안 해.”

도아린은 뒤돌아 그를 보았다.

“나는 귀가 먹지도 멍청하지도 않아요. 더 투정 부린다면 음식에 독을 풀어서 벙어리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

“...”

배건후는 화가 나서 위가 뒤틀렸다.

이런 소리를 하다니, 도아린은 겁을 상실한 게 분명했다.

배건후는 위를 어루만지다가 뒤돌았는데 도아린은 이미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는 진열대의 끝에 멈춰 섰다. 작은 스크린에서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영상 속에서는 손보미가 보육원의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아이들의 심리 건강에 신경을 써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전에 도아린이 부딪혔던 여자아이는 손보미의 곁에 딱 붙어있었다. 자신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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