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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도아린은 손가락을 오므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건후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마치 서로 영원히 말을 섞지 않을 사람들처럼 병실 앞에 도착했다.

배건후는 냉랭한 얼굴로 팔꿈치를 굽혔고 도아린은 자연스럽게 그의 팔짱을 끼었다.

“한 모금 마셔봐. 엄마가 방금 끓인 닭고기탕이야.”

황은숙은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그의 입가에 가져갔다.

“엄마, 제가 할게요.”

육하경은 그릇을 받아들고 물었다.

“제 옷은 어디 있죠?”

병실 문이 열리며 낮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깨어났네.”

두 사람이 팔짱을 낀 모습을 보자 육하경은 눈빛이 흔들리더니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응.”

그는 다시 황은숙을 향해 물었다.

“엄마, 제 옷은요?”

“네 옷은 세탁하러 보냈어. 그런데 향낭이 찢어져서 네 아버지가 불길하다고 해서 버렸어.”

이 말에 육하경이 불쾌하다는 듯한 태도를 잠시 내비쳤다.

그는 잠시 침묵한 후 물었다.

“제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은요?”

“여기 있어.”

황은숙은 급히 침대 옆 서랍을 열어 핸드폰 두 개를 꺼냈다.

육하경은 몸을 돌려 그중 하나를 집어 들고 도아린을 바라보았다.

“이 핸드폰 아린 씨 것 맞아요?”

“맞아요. 내 거예요.”

도아린은 배건후의 팔을 놓고 다가가 핸드폰을 받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정말 찾았네요? 이 안에 중요한 게 많거든요.”

점차 눈빛이 밝아지더니 육하경은 그릇을 옆에 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휴지통에서 주웠어요. 근데 내가 이미 닦아놔서 괜찮을 거예요.”

말을 마친 후 그는 문가에 서서 얼굴이 어두워진 배건후를 바라보았다.

“아린 씨가 감금되었던 휴게실 밖 휴지통에서요.”

배건후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차분하게 물었다.

“그래서 네가 계단을 이용한 이유가 핸드폰 때문이였다는 거지?”

“응. 나를 때린 사람은...”

쾅!

갑자기 병실 문이 세게 열리더니 한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그의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도아린은 그를 무심하게 한 번 쳐다봤다.

“왜 그래?”

육하경이 비꼬듯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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