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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난 먼저 갈게요. 저녁엔 혼자 병원에 갈 거예요.”

도아린이 발걸음을 떼려 하자 배건후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멈춰 세웠다.

“얼마를 원해?”

“뭐라고요?”

“점포, 원하는 보증금이 얼마냐고.”

도아린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당신 점포값이 얼마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굳이 알고 싶으면 마음대로 부를게요. 우선 20억만 줘 봐요.”

배건후는 그녀의 손목을 꽉 쥐었다.

“돈은 네 계좌로 보낼 테니까 아현 씨에게 드레스를 넘기라고 해.”

이 말에 도아린은 미소를 지었다.

“전 단지 일개 직원일 뿐이에요. 내가 어떻게 대표님한테 지시를 내려요?”

“드레스 수선이 끝났다고 했잖아.”

“그건 내가 건후 씨 속인 거예요. 문제를 만들어놓고 책임 회피하는 걸 누가 참아주겠어요?”

배건후는 분노에 찬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도아린, 정말 역겹군!”

그러자 도아린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역겨우면서 왜 이렇게 꽉 잡아요?”

배건후는 그녀를 거칠게 밀어내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깊게 한 모금 들이마셨다.

하도 세게 잡은 탓에 빨갛게 자국이 남은 손목을 풀며 도아린은 병원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다.

당당하게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배건후는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얼마 뒤 택시에 타자마자 도아린은 20억이 입금되었다는 알림을 받았다.

그녀는 냉소를 지었다.

이 돈은 배건후가 보낸 것일 게 뻔했다.

하지만 돈이 어디서 오든 이제는 그녀의 것이었다.

배건후와 이혼할 때 재산을 분할받기는커녕 오히려 1000억 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 챙길 수 있을 때 챙기는 게 나았다.

한편 손보미는 자신이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에 속이 쓰렸다.

배건후가 도아린에게 압박을 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신에게 보증금을 내라고 했기 때문이다.

손보미는 배건후가 이를 보증금이라 했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점포가 도아린 명의로 넘어가면 손보미에게 돈을 도로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사실 손보미는 점포를 도아린에게 넘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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