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하경은 전화를 받고 먼저 갔다. 디저트는 갓 만들어져 이제 막 나온 것이었다.엄마는 훌륭한 제빵사였고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 도아린은 거의 디저트를 먹지 않았다.이 카페의 디저트는 어린 시절 먹던 맛과 조금 닮아 있었다.“네가 한 약속 잊지 마.”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상기시켰다.“건후 씨, 옷 수선은 섬세한 작업이니 한 번에 되는 게 아니에요.”도아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진짜로 손보미를 도와주고 싶으면 그 집 드레스를 사라니까요.”배건후는 코웃음 쳤다.“다른 사람이 입었던 건 필요 없어.”도아린은 의아해하며 대꾸했다.“그게 뭐 어때서요? 건후 씨도 내가 썼던 거잖아요.”“도아린!”남자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죽고 싶어?”그녀는 아직 젊었고 죽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은 말없이 침묵했고 분위기는 묘하게 변했다.철컥. 배건후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두 모금 피웠다.“어젯밤 밤새 회의를 했어.”이건 어젯밤 방에 돌아오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건가?며칠 전만 해도 도아린은 그의 이런 태도에 신이 나서 좋아했을 테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은 잔잔했다.“네.”그녀는 그저 조용히 대답했다.배건후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도아린은 항상 그를 중심으로 모든 걸 맞춰왔고 크고 작은 일 모두 그를 위주로 움직였다. 그런데 지금의 차갑고 거리감 있는 태도는 배건후를 짜증 나게 했다.“하루 줄게. 바다 진주를 못 가져오면 점포는 다른 사람한테 넘길 줄 알아.”“건후 씨, 이거 너무한 거 아니에요?”“너무하면 또 어쩔 건데?”도아린은 작은 포크로 디저트를 푹 찌르며 이를 악물었다....배지유는 주현정과 점심을 먹던 중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그녀의 표정은 금세 변했다.“엄마, 친구가 할 말이 있대요.”배지유는 전화를 가리고 구석으로 가서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난 USB를 정말 그 여자 가방에 넣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실패했어요.”“그년은 나를 경찰에 넘겼어. 빨리
“너 지유랑 무슨 사이야?”성대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방우진은 입가를 만지며 건들건들한 태도로 대답했다.“그러는 그쪽은 그 여자랑 무슨 사이인데?”“지유 오빠다.”“배건후?”“다른 오빠.”“이이고...”방우진은 배가 아파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성대호가 들고 있는 서류 봉투를 보자 작은 눈을 반짝였다.“이거 내 거지?”성대호는 손을 들어 그의 손길을 피했다.“먼저 설명부터 해.”배지유가 울며 애원하지 않았더라면 그도 굳이 직권을 이용해 장수현을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눈앞에 있는 이 청년은 영락없는 불량배였다.배지유가 어떻게 이런 사람을 알게 된 걸까.방우진은 여유롭게 말했다.“안 줘도 상관없어. 어차피 그 여자가 직접 나한테 줄 거니까.”...도아린은 문나연의 문자를 받았다.필요했던 실이 도착했으니 작업실에 와서 가져가면 된다는 내용이었다.주차할 자리가 없을 것 같아 도아린은 차를 두고 콜택시를 불렀다.그러다 문득 경찰서 앞에서 방우진과 성대호가 서로 마주 서서 얘기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육하경이 말하길 상대방은 전과가 있어서 최소 6개월은 구치소에 있을 거라 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오다니.그렇다면 성대호는 저 사람을 그냥 아는 걸 넘어서 사이가 꽤 좋다는 얘기다.배지유가 자신의 가방에 몰래 USB를 넣었고 바로 이어서 누군가 그녀의 가방을 빼앗은 것을 생각해 보면 이 모든 일은 그녀의 짓이었다.그리고 성대호는 공범인 게 분명했다.이 일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아 도아린은 실 고르는 데 집중하지 못했다.“손보미가 또 너한테 시비 걸었어?”문나연은 옆에 앉아 함께 실을 골랐다.“아직은 없어.”도아린은 고른 실을 비닐봉지에 담았다.문나연은 주위를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췄다.“라윤주가 다시 활동 시작한 거 알고 있어?”도아린은 깜짝 놀라 실을 떨어트릴 뻔했다.“누가 그래?”“내부 정보야.”문나연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그녀가 해남의 스카이 빌딩에 작업실을 연대. 이 일
“아린아, 건후의 재산이 수백조야. 넌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는데 굳이 이 쥐꼬리만 한 재산에 집착할 이유가 있어?”“있죠.”도아린은 실을 들고 작업실을 나섰다.“도울 디저트는 원래 엄마가 혼수로 가져온 거잖아요.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나랑 지현이가 상속받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럼 유준은?”“걔는 아빠의 양아들이니 아빠 재산에서 나눠주면 되잖아요.”도아린이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다른 속도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어보니 멀지 않은 곳에 도정국이 서 있었고 도유준은 점포 유리창에 붙어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아빠, 이 두 점포는 아직 인테리어도 안 했어요. 누나가 우릴 속인 건 아니겠죠!”“망할 계집년이 진짜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오해일 수도 있잖아요. 아니면 우리 에이트 맨션에 직접 찾아가서 물어봐요.”도유준은 그녀가 사는 호화로운 대저택에 가보고 싶었지만, 보안이 너무 엄격해서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가서 따져 보자고요. 아니면 거기 가서 살던가...”도유준의 말이 중단됐고 그의 표정도 기쁨에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변했다.“누나...”도정국이 뒤를 돌아보니 도아린이 서 있었다. 그는 굳어진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도아린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에이트 맨션에 살고 싶다고?”도유준의 눈에 질투의 빛이 스쳤다.그곳은 억대 차들이나 다니는 데라서 돈만 많다고 되는 게 아니고 지위도 있어야 집을 살 수 있었다. 도아린이 사는 집은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위치였다.자신이 거기서 며칠만 살아도 친구들은 분명 엄청 부러워할 것이다.“누나가 결혼한 후로 우린 한 번도 누나 집에 가본 적이 없잖아. 기회가 되면...”“기회는 없어.”도아린은 그를 한 번 쓱 쓸어보며 말했다.“우리 집은 남을 환영하지 않아.”“...”도유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도정국은 손을 내저으며 그에게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는 닫힌 점포 쪽으로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어느 쪽이 내 거야?”“어느 쪽도
점포 자리만 확보되면 그는 꼭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관계를 확실히 할 생각이었다.여자친구를 떠올리자 도유준의 눈이 반짝였다.“누나, 나 이제 막 졸업했으니 아직 사업 자금도 못 모았어. 나중에 능력이 생기면 아빠한테 꼭 더 나은 삶을 드릴 거야. 형부도 누나한테 항상 잘해주니 누나도 굳이 돈을 따로 모을 필요가 없잖아. 아빠가 누나를 이렇게 키워주신 걸 생각해서 그냥 효도하는 셈 치고 가게 좀 넘겨줘. 나중에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다시 돌려받으면 되잖아.”도정국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도아린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불효할 줄 알았더라면...진작에 널 없앴어야 하는 건데.”도아린은 냉소를 띄우며 대답했다.“애초에 내가 딸인 줄 알았다면 진작에 죽였어야 했다고 말씀하셔야죠.”“...”순간 도정국은 화가 나서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는 비틀거리며 거의 넘어질 뻔했다.“무슨 일이세요?”사람들이 갈라지며 성대호가 다가왔다.도아린을 보자 그의 얼굴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에헴. 이분은 도아린 씨 아버지세요?”그는 도아린의 곁으로 다가가며 물었다.“성 팀장님!”도유준은 여기에 여러 번 왔기 때문에 그를 알고 있었다.“이 가게 중 하나는 우리한테 주는 거 맞죠?”성대호는 도아린을 바라봤다.오늘 아침 병원에서 그녀를 노엽혔으니 지금은 반드시 그녀 편을 들어야 했다.“아니야.”도아린이 확실하게 말했다.도유준은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성 팀장님, 누나는 아빠랑 잠깐 다툰 거예요. 아빠도 화가 나서 혈압이 오르셨다니까요. 그러니 그냥 사실대로 얘기해 주세요.”성대호의 표정도 심각해지면 무서웠다.“아버님의 혈압이 높으면 빨리 병원으로 가야지. 내가 무슨 혈압약이야?”“...”“점포 자리가 있다 해도 그건 도아린 씨 거야. 당신들 지금 뭘 하는 거야? 가스라이팅? 협박? 두 남자가 여자 하나 괴롭히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상가 관리자가 도아린의 편을 드니 아까는 누나가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삶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던 사람들
곱슬머리 남자는 도아린을 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눈 속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보스.”“댕댕아.”도아린은 빠르게 손을 들어 상대방의 가슴을 밀어내며 자신을 들어 올려 빙빙 돌리려는 그의 시도를 거부했다.“보스, 정말 보고 싶었어!”서대은은 도아린의 손을 잡더니 빠르게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난 네가 연성에 있으면서 가게를 차렸다는 건 알았지만 3년이 지나서야 날 만나줄 줄은 몰랐어!”서대은은 감정이 북받쳐 눈가가 촉촉해졌다.도아린이 아무리 피하려 해도, 그는 끝내 그녀와 함께 소파 의자에 바짝 붙어 앉았다.마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드디어 인정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도아린은 서대은이 오뎅을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곱빼기로 시켜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라윤주가 스카이에서 작업실을 차린다는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알아봐.”서대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꼬치를 하나 집어 들었다.“진짜로 그 진주를 손보미 그 년에게 줄 거야?”“자기 주제를 모르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도아린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서대은도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따라 웃었다.한편 성대호는 차를 몰고 드레스 샵을 찾았다. 가게에 들어가려던 순간, 문득 주머니에 담배가 없다는 걸 발견하고 그는 급히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계산을 마칠 즈음,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진열대 뒤의 휴식 공간에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도아린?!그녀가 어떻게 남자와 바짝 붙어 앉아 있을 수 있지.성대호는 마음속으로 도아린에게 미안함을 느꼈지만, 친구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있는 걸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그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점원: “결제 도와드릴게요.”“잠깐만요.”성대호는 주머니에서 만원을 꺼내 계산대에 놓고는 두 개의 진열대 사이에 몰래 숨어 두 사람을 엿보기 시작했다.좁은 틈 사이로 나란히 앉은 모습을 찍은 후, 그는 사진을 배건후에게 보냈다.[배건후, 네 마누라가 왜 이혼하겠다고 하는지 알겠어. 어린
엠파이어 빌딩의 점포 계약서라니.쳇, 또 시작이군.협박 말고 또 뭐가 있겠어.도아린은 서대은에게 먼저 먹으라고 하고는 답장을 보냈다.[일 보느라 폰 못 봤어요. 무슨 일이죠?][제대로 된 선물 보내. 너무 짜게 굴지 말고.]도아린은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선물은 받는 사람 취향에 맞춰야죠.]서대은이 좋아하는 건 오뎅인데 그게 뭐 어때서.도아린은 문득 생각나서 물었다.[배 대표님은 오뎅 드셔보셨어요?][안 먹어봤어. 하나 가져와 봐.]도아린: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배건후는 진지한 듯 또 한 마디 덧붙였다.[나 회의 가야 하니까 두 시간 뒤에 와.]성대호는 오래 쭈그려 있던 탓에 다리가 저렸다.마누라가 다른 남자랑 데이트하고 있는데 배건후는 왜 아무 반응도 없는 거지?설마 정말 손보미랑 다시 시작하려는 건가? 그래서 마누라가 딴 남자랑 어울려도 상관없다는 건가?아니면 주현정의 허락을 받으려고 이미 손보미랑 그 이상 관계로 발전해서 아이를 만드는 중이란 말가!성대호는 머릿속에서 이미 몇 편의 막장 드라마를 그려냈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손님, 죄송한데 비켜주시겠어요. 물건을 채워 넣어야 해서요.”어디로 비킨단 말인가. 여기 말고는 딱히 숨을 곳이 없는데.성대호는 나가기 싫었지만, 직원의 목소리에 도아린이 오면 더 난처해질 것 같아 허리를 굽힌 채 편의점을 빠져나갔다....도아린은 처음으로 모건 그룹 빌딩에 왔다.안내 데스크의 남자 직원은 그녀를 처음 봤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예약하셨나요?”“배 대표님이 부르셨는데, 전화해보세요.”남자 직원은 확인해보더니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많은 사람이 대표를 만나려 허황된 핑계를 대거나 심지어 대표 부인인 척하는 경우도 있었다.눈앞의 여자는 외모도 눈에 띄고 태도도 좋았다. 그래서 직원도 그녀에게 공손하게 대했다.“대표님을 아신다면 직접 연락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도아린은 어쩔 수 없이 배건후에게 전화를
그녀를 로비에서 20분이나 기다리게 한 게 누구였지?바로 백구 너잖아!도아린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아시잖아요. 바다 진주 때문이라는 걸. 두 시간 동안 설득했더니 그제야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라고요.”배건후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말이 많아.”그는 사무실로 돌아섰다. 분위기가 조금은 풀린 것 같았다.그러다 몇 걸음 가다가 갑자기 뒤돌아봤다.안내 데스크 직원은 깜짝 놀라 엘리베이터 문을 닫으려 했다.“저기, 잠깐만.”도아린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멈추고는 손에 든 오뎅을 그에게 건네주었다.“이거 받으세요, 별거 아니니까.”“아니에요, 근무 중에 이런 건 받을 수 없어요.”직원은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비싼 것도 아니에요. 500원짜리이니 뒷거래라고 할 것도 없잖아요.”안내 데스크 직원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대표님 마누라는 지금 그를 꼬시고 있는 거야?대표님이 해고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좋은 날은 없을 것 같았다.도아린은 뒤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시선을 감지했다.“안 가고 뭐 해?”개자식 독촉은 왜 해.그가 답장도 안 하고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했던 건 잊은 건가?도아린은 억지로 직원 손에 꼬치를 쥐여주고 친절하게 엘리베이터 문을 닫아줬다.우정윤의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건 마치 저승사자 앞에서 춤추는 기분이었다.대표 사무실.도아린은 오뎅의 재료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이건 어묵이고, 이건 어묵 볼, 이건 유부예요. 이건 살짝 매콤한 치킨 볼인데, 아주 맵진 않아요. 제일 맛있는 건, 이 국물이에요...”설명을 끝내고 난 뒤, 도아린은 종이컵을 앞으로 밀면서 말했다.“대표님, 드셔보세요.”“...”배건후는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했다.이런 길거리 음식을 그는 평소에 전혀 먹지 않았다.그가 반응이 없자, 도아린은 주동적으로 젓가락을 쪼개서 그의 앞에 내밀었다.배건후가 무심히 물었다.“대학 때부터 아르바이트했어?”“...무슨 말씀이죠?”도아린은 그 뜻을 이해하지 못
우정윤이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다음 미팅은 뒤로 미룰까요?”“밥이 금방 돼. 괜찮아.”“그럼 부서별로 정시에 회의하라고 전달하겠습니다.”우정윤이 문을 나서려는데 배건후가 불렀다.“SNS 쓸 줄 알지?”“네, 할 줄 압니다.”“그럼 도아린을 차단해.”“...”우정윤은 휴대폰을 받아들었다.배건후가 찍은 건 넥타이를 포장한 상태로 한 장, 책상에 올려놓고 한 장 이렇게 두 장의 사진이었다.설정을 마친 후, 우정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섰다.대표님이 평소에는 SNS 같은 걸 안 하는데, 오늘은 왜 이러지?갓 임명된 육하경: [정말 멋진데, 너한테 딱이야.]업무 중인 육민재: [스타일이 바뀌었네, 그래도 여전히 고급스럽다.]방금 드레스 샵을 나선 성대호는 핸드폰을 훑어보며 숨을 흡 들이켰다.그는 아래로 스크롤을 내렸지만, 도아린의 댓글이나 '좋아요'를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녀를 차단한 건가?어쩐지 배건후가 도아린의 외도에 관심이 없더라니. 이미 손보미와 불타오르고 있었구나. 이 넥타이도 그녀가 선물한 거겠지.성대호 댓글: [이젠 완전히 대놓고 자랑하냐.]배건후가 답글을 남겼다.[나는 있으니까 하는 거지. 너도 있으면 해봐.]성대호는 이가 갈렸다.넥타이 없고 여자 없는 놈 어디 있어.성대호는 차 안에서 연락처를 뒤져 자신에게 진심이라고 생각되는 여자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하린아, 곧 내 생일이야.”“이제야 내가 생각난 거야...흐엉흐엉.”상대는 울먹이며 말했다.“자기 생일에 우리 관계를 공개하려고 전화 한 거지?”“...”성대호는 어이가 없었다.“자기가 나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알아. 지난 일은 다 잊을게. 엄마가 말하길, 혼수는 최소 2억이고 연성에 70평짜리 집도 있어야 한대. 차는 브랜드는 상관없고 2억 이상이면 돼. 자기야...”“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신호가 끊겼네.”성대호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조수석에 던졌다.그와 함께한 여자들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았지만,
“뭐라도 먹고 가자.”배건후는 구운 닭 날개는 도아린에게 건네주고 주현정에게는 구운 식빵을 건네주었다.주현정은 빵을 받아 들고는 돌아서며 말했다. “천천히 이야기 나누렴. 나는 물 좀 마시러 들어갈게.”도아린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배건후가 그녀의 손을 붙잡아서 멈췄다.두 사람은 강가의 평평한 돌 위에 앉았다.“엄마는 진짜 다 내려놓으신 걸까요?”“적어도 시작은 하신 거지. 앞으로 진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와 함께 여행 다니면 점차 나아질 거야.”배건후는 핸드폰을 꺼내고는 방금 구 경관이 보내온 사진을 열었다.“남궁유민, 즉 고성만이야. 경찰이 고성만의 집을 수색할 때 이걸 발견했어.”도아린은 마지막 닭 날개를 입에 넣고 꼬챙이를 배건후에게 건네며 핸드폰을 받아서들었다.화면 속 사진에는 루비 목걸이가 찍혀 있었다.배건후가 큰돈을 들여 샀던 화려한 디자인의 목걸이지만 전에 잃어버렸던 목걸이였다.도아린은 배건후를 바라보며 말하려 했지만 입안은 닭 날개로 가득 차있어 눈만 깜빡였다.“내가 전에 너한테 줬던 그 목걸이야. 배지유가 몰래 차다가 잃어버렸던 거.”도아린의 입은 마치 발골 기계 같았다. 닭 날개가 입에 들어갔다 나올 때면 뼈만 남았다.도아린은 손바닥에 뼈를 뱉고는 차분하게 말했다.“배지유가 어떤 남자와 잤고 그 사람이 계속해서 그녀를 영상으로 협박했어요. 그 장본인이 바로 고성만이라구요!”“...”이번에는 배건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성만이 배지유를 협박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목걸이를 철저히 숨겨놓고 분해해서 이미 팔아버렸을 거로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걸 집에 보관해 놓았을 줄은 몰랐어.”그것은 고성만이 자신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보험이었다.궁지에 몰리게 되면 목걸이를 분해해 팔고 다른 도시로 가서 새 삶을 살 계획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체포당하고 말았다.다음 날, 도아린은 연성으로 돌아갔다. 배건후가 신청한 챔피언십 대회 접대 임무가 승인되었기 때문이다.진수혁 역시 변
그는 입가에 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자고충이 하나가 될 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거야. 앞으로 잘못된 일을 하지 않으면 아프지도 않을 거야.”만약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한다면 그 고통으로 인해 결국 죽게 될 것이다.도아린은 배건후의 머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들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려고 애썼다.배건후는 그녀의 품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육원의 중첩된 지분을 손에 넣어서 너에게 혼수로 바칠게. 네가 나를 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래도 나는 너를 평생 지켜줄 거야.”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흘린 한 방울의 눈물은 그녀의 볼을 타고 떨어져 남자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그렇게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빛이 어두워질 때까지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안고 있었다. “돌아가자.”배건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안고 다리를 움직이며 불편했던 자세를 바꿨다.“이 근처에 야생 동물은 없지만 해가 지면 안전하지 않아.”도아린은 처음에는 감정에 휩싸여 배건후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가 몸을 움직이자 그녀는 즉시 이상함을 느꼈다.그녀는 급히 일어나며 말했다.“돌아갈 때 건후 씨 몸이 불편하니까 제가 태워드릴게요. 그리고 내리막길이라 힘도 덜 들 거예요.”“알았어. 네 말 들을게.”자전거 핸들이 비뚤어져 있었지만 배건후는 두 다리로 바퀴를 단단히 고정한 후 힘껏 돌려 단숨에 바로 고쳤다.도아린이 자전거 앞좌석에 타고 배건후는 그녀 뒤에 앉았다.그는 얼굴을 그녀의 등에 기댄 채 내리막에서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긴 다리를 쭉 뻗어 마찰력을 늘리며 조절했다.그들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수혁과 변슬기도 막 돌아오고 있었다.변슬기는 도아린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도아린은 그들이 뭔가 진전이 있을 줄 알고 가서 물어보려 했지만 배건후가 붙잡았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 머리 위에서 붉은 잎 하나를 떼어냈다.“...”변슬기와 진수혁이 설마 자신과 배건후가 야외에서 뭔가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겠지.배건후는 오직 도아린에게만 부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도아린은 그의 눈동자 속에 가득한 붉게 물든 단풍잎과 맑고 푸른 하늘 그리고 마음속 깊이 즐거워하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의 깊고 그윽한 눈이 가늘게 감기며 그 속에는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듯했다.‘그래, 이거지!’그녀는 올해 겨우 25살이었다.어린 시절 양부모 곁에서 사랑받지 못했고 장애를 겪은 후 식물인간이 된 동생을 돌보며 결혼 생활에서는 남편의 감정적 학대 속에서 버텨야 했다.그녀는 너무도 많은 행복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이게 맞는 일이다.그녀는 웃어야 한다. 크게 소리 내어 마음껏 웃어야 한다.고작 25살에 불과한 그녀가 이토록 많고 무거운 책임과 압박을 짊어질 필요는 없었다.눈앞 여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점점 사라지고 배건후의 심장도 저릿해 왔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거친 손끝이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스쳤고 천천히 그녀의 눈꼬리를 눌렀다.“웃어. 앞으로 나쁜 감정들은 전부 나한테 넘겨. 내 앞에서는 일부러 강한 척 버틸 필요도 없어. 속상하면 때리고 욕해도 돼. 대신에 절대 자신을 괴롭히지 마.”도아린은 코끝이 찡해지고 눈가가 뜨거워지더니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녀는 급히 일어나 뒤돌아 눈물을 닦으려 했다.그 순간 힘센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고 특유의 나무 향기가 그녀를 감쌌고낮고 깊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여태까지 내가 나쁜 놈이었어. 미안해. 앞으로는 모든 일을 너와 상의할게. 네가 싫어하는 건 하지 않을 거고 네가 속상해할 일도 만들지 않을 거야.”도아린은 팔꿈치로 그를 툭 쳤다.“입만 살아서!”배건후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운 뒤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도아린은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육원의 중첩된 지분을 손에 넣지도 못했잖아요. 그리고 저도 아직...”이후의 말은 더 이상할 수 없었다.배건후가 상자를 열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청혼의 반지가 아니었다.작고 빨간 벌레가 들어 있었는데 다리가 없고 온몸이 부드러웠으며
변슬기는 바쁜 듯 뒤돌아보며 기대와 불안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좋아요." 진수혁은 흔쾌히 대답했다. 이미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이다. 배건후는 세 사람을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 빌라에는 자전거가 두 대 있었는데, 도아린과 함께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일부러 다른 자전거의 페달을 떼어 놓았던 것이다. 도아린은 자전거를 보고 그에게 너 정말 얄밉다'는 눈빛을 보내며 빨리 고치라고 신호를 보냈다. 자전거를 고치고 네 사람은 문밖으로 나갔다. "꽉 잡아."배건후는 도아린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자 힘껏 페달을 밟았고, 자전거는 비탈길을 미끄러져 작은 길로 향했다.변슬기는 진수혁에게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자전거 뒤쪽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진수혁은 자전거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비틀거렸다. 변슬기는 "저, 제가 밀어드릴까요...거의 정상에 도착하면, 그때 저를 밀어주세요."라고 제안했다. 진 대표님의 속도로는 누가 먼저 정상에 도착할지 내기는커녕,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진수혁은 아무 말 없이 계속 비틀거렸다. 변슬기는 거의 넘어질 뻔했고, 황급히 남자의 허리를 붙잡았다. 자전거는 갑자기 비틀거리지 않았고, 속도도 빨라졌다. 변슬기: "..."배건후는 도아린을 태우고 산길을 누볐고, 도아린은 뒤쪽 페달을 밟으며 일어섰다.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누르고, 짧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렸다. "산속 공기가 도시보다 훨씬 좋네요. 매연 냄새도 없고, 에어컨 냄새도 안 나고." 배건후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살짝 몸을 일으켰다. "어제 비가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당신도 비 온 뒤 흙냄새 좋아해요?" 도아린은 배건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귓가에 웃으며 말했다. "나도 좋아해요! 비 온 뒤 흙과 풀이 섞인 냄새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요!" 배건후는 입꼬리를 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아린은 잠시 침묵하다가 깨달았다. 배건후가 말한 것은 바로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욱 환한 미
진수혁은 찻잔을 들어 살짝 한 모금 마시더니 배건후를 바라보았다. "말해 봐요." "내가 먼저 도아린과 결혼하면, 당신은 유럽 유학 기회를 나에게 넘겨요. 당신이 먼저 변슬기와 결혼하면, 당신이 필요로 하는 칩 기술을 두 손으로 받칠게요."진수혁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찻잔을 쥔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갔고, 손등에는 핏줄이 돋아났다. 그는 배건후의 깊은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매력적인 눈은 도아린을 향할 때면 온통 비위를 맞추고 약한 척하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매처럼 날카롭게, 거스를 수 없는 공격성을 띠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진수혁은 눈에 띄지 않게 눈썹을 찌푸렸다. 배건후가 그동안 도아린에게 온갖 비위를 맞추는 것을 보고 진수혁은 배건후가 이미 자존심과 투지를 잃고 오직 결혼 생활을 되돌리려고만 한다고 오해했다. 이제야 배건후는 여전히 그 배건후라는 것을 알았다. 전 부인을 되찾고 싶어 하는 것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를 포기한 적도 없었다.유럽에는 강연이 하나 있는데, 입문 조건이 주요 재벌 그룹의 실력자 또는 후계자이며, 배건후의 현재 자산으로는 강연을 들을 수 없었다. 진수혁은 그 자격이 있었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유럽으로 가서 칩 기술을 연구하는 천재를 찾고 싶었다. 두 사람은 서로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건후는 굳이 그와 도박을 걸려고 했다. "당신이 이길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죠." 진수혁이 말했다. "두고 보시죠." 배건후가 말했다. 두 남자는 악수하며 조용히 내기를 정했다. 저녁 식사 때, 진수혁 부부는 주범금도 데려왔고, 내일을 위해 준비했던 몇 가지 요리가 오늘 식탁에 올랐다. 모두 즐겁게 식사했고, 주범금의 기분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녀는 도아린에게 자신이 구매한 전리품을 자랑하기도 했고, 밤늦게서야 떠났다. 진수혁은 도아린을 데려다줄 때 그녀를 불러 세웠다. "유럽에 칩 분야 천재가 있다는 거
변환에 성공하는 순간, 동생은 깨어났고, 시스템은 남자 주인공에게 귀속되었다. 시스템은 남자 주인공에게 도아린의 진심을 얻지 못하면 죽을 것이라고 알렸다.처음에는 남자 주인공이 믿지 않았지만, 도아린과 이혼한 후 자신의 사업 제국이 날마다 무너져 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도아린의 좋았던 점들을 떠올렸다...도아린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비록 허구의 이야기지만, 이 남자 주인공은 정말 쓰레기네!""나도 그렇게 생각해." 배건후는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도아린의 좋은 점을 떠올린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거야."도아린은 그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에는 ‘그러니 당신도 그와 똑같은 부류겠지’라고 쓰여 있었다."나는 아니야." 배건후는 도아린의 손을 잡고 심장 부위에 가져다 댔다. “나는 줄곧 당신만을 사랑했어. 다만 임무 때문에 표현할 수 없었을 뿐이야. 나는 모든 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당신에게 줄 수 있어."도아린은 손을 빼서 그의 옷에 쓱 닦았다."당신은 나를 소유하고 싶을 뿐이야. 나를 소유하는 것이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과 같으니까." 그녀는 일어나 테라스로 향했다.배건후는 따라가서 말했다. "우리는 공정하게 할 수 있어! 결혼 전후를 막론하고 모든 자산은 당신 거야!"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나도 당신 거고."라고 덧붙였다.도아린은 깊어가는 가을의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눈을 감고 침묵했다.배건후는 말없이 그녀 옆에 서 있었다. 마치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주인이‘놀러 가자’라고 한마디만 하면 즉시 꼬리를 흔들며 기뻐할 준비가 된 듯이.한참 후, 도아린은 그를 돌아보았다."당신 우정윤에게 후원한 적 있어?"배건후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후원한 건 독자들이 남자 주인공을 가장 심하게 욕하는 챕터였어.""……" 그리고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도아린은 웃음을 참으며 일부러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거기 나오
"내가 무슨 바람이 있다고 그래요?"예전에 그녀가 먼저 다가간 건, 배건후랑 제대로 살아보고 싶어서였다.남녀를 불문하고 아이를 낳아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당신을 내 뜻대로 움직이려고 여러 수단을 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사랑 없이는 못 산다는 건 아니에요.내가 엄청나게 목마른 사람처럼 말하네요.배건후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건후가 잘못 말했어요. 배건후가 원해요. 당신이 나를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나를 총애해주길 기다릴게요."퉤!도아린은 씹던 멜론을 배건후의 몸에 그대로 뿜어버렸다.가슴을 치며 화도 나고 웃음도 나왔다.두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 배건후는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몸을 빼앗긴 게 분명하다.겉모습은 그대로지만, 속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예전의 배건후는 엄격하고 냉정하며 웃음기 하나 없었고,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면 비웃거나 냉담하게 대하곤 했다. 지금의 배건후는 데릴사위가 되겠다는 말도 서슴없이 하고, ‘총애’를 받겠다고 자청하기까지 한다.배건후는 몸에 묻은 과일 조각을 닦지 않고 손을 들어 도아린의 등을 토닥이며 괜찮은지 확인한 후에야 휴지를 꺼내 옷을 닦았다.도아린은 바닥에 떨어진 과일 조각을 치우며 농담처럼 말했다. "배건후, 당신 몸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게 분명해요. 내가 책 속에 살고 있는 건가? 당신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내가 강해져서 당신에게 복수할 거라는 걸 알고 미리 납작 엎드리는 건가?"배건후는 옷을 다 닦고 도아린을 소파로 끌어당겼다."빙의가 아니라 공략이에요.""..."남자는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을 공략해서 당신의 사랑을 얻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어요.""당신 미쳤어요?" 도아린은 그의 등을 찰싹 때렸다."미쳤어요. 당신은 유일한 약이에요."도아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의 품에서 온몸을 떨며 웃었다. "그렇게 뻔한 사랑 고백은 우종이 가르쳐준 거죠
"엄마가 당신한테 준대요, 알아서 해요."도아린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래요. 별장에서 돌아온 후 다시 해결합시다."배건후는 몸을 뒤로 돌리면서 주체 못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아 그런지 어떤 부분은 더 확대되어 크게 보였다."전보다 커졌는데요."이상한 말이 도아린의 얼굴을 빨갛게 만들었다.그녀는 화가나 그를 한 눈 째리고 나가서 물건을 정리하였다.도아린은 변슬기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그녀를 끌고 단추를 찾는다는 핑계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변슬기는 카펫에 엎드려서 핸드폰 보조등을 켜고 소파 밑을 드려다보았다."찾았어요."그녀는 손을 뻗어 단추를 쥐면서 주절주절 말했다."도 선생님, 이제 기회가 되면 제가 저희집의 메인 메뉴인 만두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도아린은 카펫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그녀가 건네 준 단추를 만지면서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제일 좋기는 가게 평생 20% 할인 카드 줘요.""작은 가게라 많이 벌지도 못해요."변슬기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이 오시면 무조건 20% 할인 해들릴게요."진수혁은 다 썰어 놓은 과일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면서 저둘이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무슨 얘기 하세요?"변슬기가 설명해주려 하자 도아린은 손으로 그녀의 목을 감싸며 말했다."데릴 사위에 대해 얘기를 했어요. 변슬기의 어머니 아버지는 딸 하나 뿐인데, 앞으로 사위가 있다며 처가에 들어왔으면 해요."변슬기는 진수혁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 보았다. 그가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진수혁의 기분은 별로 파동이 없어 보였고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매우 동의하는 눈치였다."우리집에는 니가 하나뿐인 딸인데.""저는 데릴 사위를 할 생각이 있습니다."진수혁은 도아린한테 손을 닦으라고 뜨거운 손수건을 건네 주며 그녀를 지그시 바라 보았다.슬기는 놀라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도아린과 진수혁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
변슬기는 재빨리 진수혁의 등 뒤로 숨었다.진수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상황을 파악하고 조용히 말했다.“이것 좀 부엌에 가져다줘.”“네!”변슬기는 배건후가 문 앞에 두고 간 봉투를 잽싸게 집어 들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부엌으로 사라졌다.도아린의 셔츠 단추 하나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배건후는 자신의 재킷을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며 조심스럽게 게스트룸으로 이끌었다.“기다려. 금방 다녀올게. 차에 여벌로 둔 옷 있어.”도아린은 황급히 배건후의 손을 붙잡고 재킷을 벗어 돌려주었다.“일북이 근처에 있을 거야. 전화해. 밖에 추우니까 이거 입고 나가.”그녀가 팔을 들자 셔츠는 더 크게 벌어졌고 새하얗고 부드러운 피부가 다시 배건후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눈동자에 번쩍이는 불꽃이 튀었고 그 불씨는 작지만 매섭고 뜨거웠다.도아린은 급히 몸을 옆으로 돌리고 팔로 가슴을 가렸다. “어서 가.”배건후는 한참을 움직이지 않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도아린은 반사적으로 거부하려 했지만 그는 단지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몇 번을 고요히 숨쉬더니 결국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발소리는 집 밖이 아니라 욕실로 향했다.변슬기는 부엌에서 머리를 내밀며 확인하려다 진수혁에게 팔을 붙잡혀 다시 안으로 끌려들어갔다.“생각해봤어? 회사에 남을 거야 아니면 돌아가서 가게를 이을 거야?”변슬기는 고개를 숙이고 포도를 씻었다.자신의 집은 해남에 있는 작은 분식집이었다. 일반 가정에게는 소중한 생계 수단일지 몰라도 재벌가인 진씨 가문 한테는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존재였다.부모님은 외동딸인 변슬기가 곁에 있기를 바라며 나중에는 사위를 맞이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진수혁은 진성 그룹의 황태자다. 그에겐 집안도 학벌도 모두 어울리는 배우자가 필요했고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떠나는 순간 진수혁과는 더 이상 인연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계속 머무르면 감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 뻔했다.한참 후 변슬기는 낮은 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