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공식적인 답변은 오지 않았고 대신 ‘윤주별’이라는 라윤주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손보미가 여기까지 온 건 남자친구가 돈 써서 띄워준 덕이잖아?][기쁨, 분노, 슬픔 다 한 표정으로 금화상 후보까지 올랐으니 라윤주 선생님이 아니라 네 금주한테 고마워해야지.][연기나 제대로 해. 괜히 갖다 붙이지 말고!]그러자 뜻밖에도 손보미가 직접 댓글을 남겼다.[윤주별 님들. 그렇게 말하면 라윤주 선생님이 슬퍼하실걸요.]헐. 도아린은 화가 치밀었다.진짜 아무나 다 이용하려고 하는구나.라윤주는 3년째 소식이 끊겼고 외부에는 그녀에 대한 전설만 남아 있을 뿐 아무도 라윤주의 상황을 몰랐다.손보미는 바로 그 점을 이용하고 있었다. 누가 자신이 라윤주를 모른다고 증명할 수 있겠는가?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이용하는 것이었다.어쨌든 라윤주는 행운의 상징이니까 누구든 그녀와 엮이면 다 성공할 수 있으니까.그녀가 이 글을 올린 뒤, 정말로 브랜드에서 그녀에게 광고 모델을 제안했다.라윤주는 과연 행운의 상징이었다.도아린은 페이지를 넘기고 서대은에게 문자를 보냈다.[손보미가 아부하는 꼴, 진짜 역겹다.]서대은은 디자인 도면에서 고개를 들며 차갑게 웃었다.[아부하는 사람을 보면 결국 남는 게 없어.]도아린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며 예쁜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성대호는 병원에 도착하자 깊이 숨을 들이쉬고 배지유의 병실로 들어갔다.“지유야, 너 바다 진주 갖고 싶다 하지 않았어?”그는 주머니에서 상자를 꺼내 그녀 앞에 놓았다.“6억 주고 사 왔어.”배지유는 눈물을 머금은 채 그 상자를 들어 문밖으로 던져버렸다.“싫다고 했잖아!”“...”성대호는 그 모습을 보고 눈썹을 찡그렸다.서대은의 비서가 상대방이 팔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그는 좋은 말로 설득해 겨우 바다 진주 한 쌍을 살 수 있었다.하지만 배지유는 쳐다보지도 않고 밖으로 던지며 그의 호의를 무시했다.그녀는 입을 가리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성대호는 한숨
방우진은 병원 로비에서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몇 층이야?][8층.]그는 입에 물었던 이쑤시개를 뱉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8층은 조용했다. 끝쪽 병실 문이 열렸다가 닫히더니 키가 작은 중년 여자가 빠르게 나왔다.“이쪽으로 와.”여자가 그를 테라스로 안내했다.방우진은 짜증 난 표정으로 뒤따랐다.“그 영감탱이가 죽자마자 일자리를 구한 거야?”여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천천히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냈다.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방우진은 그것을 단숨에 낚아채고는 손에 침을 바르고 빠르게 돈을 세었다.“이것밖에 안 돼?”“지난달 내가 아파서 며칠 동안 수액을 맞았잖아...”“오백 원짜리 감기약을 먹으면 되지 무슨 수액이야? 돈 낭비하지 마!”여자는 억울한 표정으로 두 손을 불안하게 비볐다.“다음 달에는 좀 더 벌 거야. 이번 고용주는 좋아. 월급도 많고 식사도 챙겨주거든.”방우진은 비웃으며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돈 좀 뜯어갔다고 서러워하지 마. 내가 상가를 손에 넣은 뒤 임대료를 받으면 엄마도 남은 인생 똥 치우며 살 필요 없어, 알았지?”그가 돌아서려 하자 여자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여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우진아, 너 출근하기 싫으면 엄마가 열심히 벌게. 힘들어도 괜찮으니까 우리 제발 나쁜 짓은 하지 말자.”방우진은 여자를 밀쳐버렸다.“위선 떨지 마. 엄마가 나쁜 짓 안 했으면 우리 누나가 왜 죽었겠어?”방우진은 돈을 안주머니에 넣으며 차갑게 말했다.“엄마가 지금 겪는 고통은 그때 저지른 죗값을 치르는 거야! 내가 엄마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그 말을 남기고 그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은 여자를 내버려 두고 가버렸다....도아린은 자신이 언제 잠들었는지도 몰랐다.꿈속에서는 많은 사람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들의 탐욕스럽고 흉악하고 분노에 찬 시선은 확실히 보였다.그녀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갑자기, 손목이 꽉 잡혔다.키
퇴근 시간이 되자 그 직원은 대표와 사모님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걸 보고 서둘러 일어나 맞이할 준비를 했다.“오뎅 맛있었어요?”도아린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대표님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꼈다.대체 맛있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우정윤의 신호를 받고 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근무 시간에는 음식을 먹으면 안 돼요.”“아, 그럼 먹지 마세요. 차가워지면 배탈 나요.”배건후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차가운 음식이 배탈을 일으킬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가 오뎅을 안 먹었다고 불평하는 도아린이 어이없었던 것이다.차별 대우를 받은 누군가는 기분이 좋지 않아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도아린은 그를 따라잡으려고 작은 걸음으로 뛰어갔다.다리 긴 게 뭐가 대단해!매너도 없는 주제에!집에 갈 줄 알았는데 배건후는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갔다.주현정은 방금 잠들어 두 사람은 방해하지 않고 배지유의 병실로 향했다.배지유는 안절부절못하며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말해봐.”배건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배지유는 이불을 꼭 쥐고 빠르게 도아린을 쳐다본 후 모깃소리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사고였어요...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잠시의 침묵은 마치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배건후의 실망한 눈빛을 마주할까 봐 배지유는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지금 모건 그룹은 배건후가 모든 권력을 쥐고 있었기에 그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그녀는 자회사에도 발을 들이기 힘들었다.오히려 그녀를 해외로 유학 보내 버릴 가능성이 컸다.일단 연성을 떠난다는 건 육하경을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배지유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침대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오빠에게 용서를 빌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남자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차 얘기 말고, 네 몸이 어떠냐고. 의사가 뭐래?”“...”배지유의 몸이 얼어붙었다.문가에 서 있던 도아린의 눈에
도아린은 그가 나오는 걸 보고 간단히 몇 마디 한 후 전화를 끊었다.“이제 갈 수 있어요?”그녀의 차가운 태도에 배건후는 불만을 느꼈다. 차에 타고나서 배건후는 냉정하게 말했다.“소인배는 사람을 짜증 나게 하지.”도아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대충 한마디를 내뱉었다.“고집 피우는 사람이 더 혼나야죠.”차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때릴 만큼 때렸고 욕할 만큼 했어. 지유도 잘못을 인정했는데 이제 뭘 더 바라는 거야?”‘이 말은 배지유가 다 털어놨다는 뜻인가?’배지유는 도아린을 이용해 회사의 기밀을 유출하고도 오히려 그녀를 모함하려고 했다. 하여 도아린은 이 문제를 잘못을 인정했다는 말 한마디로 절대 용서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배건후를 너무 과대평가했다. 아무리 뛰어나도 그 역시 결국엔 자기 동생을 감싸는 오빠에 불과한 보통 사람일 뿐이었다.“지유 씨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렇게 쉽게 용서한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요.”배건후는 눈살을 찌푸렸다.결혼 후 도아린은 배지유를 항상 챙겨주고 배지유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 들어줬다. 하지만 지금은 이혼을 앞두고 배지유에 대한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지유가 아린이를 존중하지 않은 건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죽을죄는 아니지 않나?’교통사고를 당하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아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하지만 배지유가 이미 사과했는데도 도아린이 끝까지 몰아붙이고 있는 것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도아린은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기분이 배건후 때문에 다 망쳐졌다.“수현 씨, 저는 강진 아파트로 데려다줘요.”그녀는 스튜디오로 돌아가고 싶었고 배건후와 더 이상 감정을 소모하는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조수현은 감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슬쩍 백미러를 통해 배건후의 눈치를 봤다. 배건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단호히 거부의 의사를 내비치고 있었다.차는 갑자기 속도를 냈다.상업구를 지나가면서 건물 외부 스크린에 빅토리아
조수현은 핸들을 꼭 잡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긴장한 상태로 있었다.뒤이어 검은 구름이 드리운 듯한 분위기 속에서 차는 무사히 에이트 멘션에 도착했다.도아린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배건후와 이렇게 지내다가는 1년은커녕 반년도 못 버틸 것 같았다. 차라리 그 4000억을 포기하고 일찍 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결혼 후 살게 된 에이트 멘션에 도아린은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배건후의 강압적인 성격을 생각하면 그냥 가게 두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마이바흐가 잔디 위에 멈춰서자 도아린이 먼저 차에서 내려 어두운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그 뒷모습은 마치 결연히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사람 같았다.문에 들어서자마자 도아린은 가디건을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그녀가 허리를 숙여 신발을 갈아신는데 목 부분의 단추가 느슨하게 풀렸다.오늘 도아린은 복숭아 모양의 브라를 입었는데 앞부분만 살짝 가려져 있었고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었다.뒤따라 들어온 베건후는 그녀 옆에 서서 이 모든 걸 한눈에 볼 수 있었다.그의 아랫배에서 갑작스레 열기가 치솟았다. 차 안에서 도아린이 한 말들이 떠오르며 불편함을 느꼈던 그는 더욱 긴장했다.모건 그룹을 맡은 이후로도 수많은 여자가 그에게 접근 해왔지만 배건후는 그 모든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도아린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침을 삼키며 욕망을 억누르려 애썼다.도아린은 배건후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었다.그녀의 엉덩이가 그의 다리에 살짝 닿자 베건후는 전기가 등줄기를 타고 흐른 듯했다.뒤이어 도아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님방으로 향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건후는 점점 더 무거워지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도아린이 문고리를 잡으려는 순간, 배건후가 그녀의 뒷목을 잡아채며 말했다.“위층으로 가.”그러자 도아린은 그의 철처럼 단단한 손을 떼어내려 하며 말했다.“싫어요!
도아린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배건후와의 관계를 바라기도 했지만 지금은 생각만 해도 역겨웠다.“나한테서 떨어져요! 제발 그만둬요!”“누구 만나러 가려던 거였냐고!”배건후의 눈에서는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차갑고 무서웠다.도아린은 배건후가 답을 요구할 때면 그를 벗어나기가 어려웠다.벽과 배건후 사이에 갇힌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배건후가 다시 입을 맞추려 하자 도아린은 그의 이마를 세게 들이받았다.“할게요! 해줄게요! 하지만 이혼 후에 저한테 20억 더 주면요!”두 사람의 숨결이 얽혔다. 배건후의 가슴이 들썩였고 그의 눈빛엔 조롱이 섞인 차가운 기운이 어려 있었다.“20억? 네가 뭔데? 대세 연예인이야, 대단한 사람이야, 아니면 나를 기쁘게 할 줄 아는 사람이야? 도아린, 너한테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억울한 마음이 든 도아린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노려보았다.그녀는 머리를 정리하면서 똑같이 되받아쳤다.“건후 씨의 그 거칠고 서툰 기술이랑 내 병원비 생각하면...”이러면서 도아린은 조금 전 배건후에게 물린 자신의 입술을 보여주었다.“20억은 우리가 그래도 3년간 결혼생활을 한 정이 있기 때문에 그만한 거예요. 안 그럼 200억 원을 줘도 절대 안 돼요!”도아린의 조롱에 배건후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의 눈이 가늘어지고 입가에는 냉정한 웃음이 맺혔다.“상처가 다 나으니까 잊었나 보네. 아직도 감히 대들어?”도아린은 그를 세게 밀어내며 냉소를 지었다.“상처가 나아도 흉터는 남아요.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대드는 거 말인데... 다른 데서 못 대들면 말로라도 해야죠.”만약 도발이 효과가 있었다면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벌써 배건후를 정복했을 것이다.그녀는 지난 3년 동안 낮추고 기회를 노리며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배건후는 항상 절대 선을 넘지 말라고 도아린을 경고했다.그러니 이제 와서 도아린이 더 이상 두려워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손보미 씨가 깨끗하게
“엄마, 난 배씨 가문 딸이에요. 다들 나를 떠받들어주기 바쁜데 어떻게 문제가 생기겠어요?”배지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내가 새언니 기분 나쁘게 할까 봐 걱정하는 거죠?”“네 새언니 성격 너도 잘 알잖아. 네가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절대 너한테 뭐라 하지 않을 거야.”그러자 배지유는 못마땅한 듯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시간이 이렇게 됐는데 오빠는 아직도 안 오지? 연회에 참석하려면 여자는 화장도 해야 한다는 걸 모르나?”“회사에 일이 많아서 그래. 듣기로는 엠파이어 2차 프로젝트의 입주 문제에 문제가 생겼대.”배지유의 눈이 순간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주현정이 눈치챌까 봐 그녀는 급히 말했다.“내려가서 오빠 기다릴게요.”그녀가 상대에게 보낸 자료는 바로 점포들의 정보였다.이 일류 브랜드들은 모건 그룹과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아무 능력 없는 사람이 이들을 빼앗아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그녀를 위협한 건달 역시 그럴 힘이 없었고 단지 그녀의 약점을 이용해 점포 하나를 얻으려는 것뿐이었다.별일 아닐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인 배지유는 배건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지금 어디예요? 지금 이게 몇 시인데...”“가고 싶으면 기다려. 잔말 말고.”기분이 나빴던 배건후는 배려 없이 말했다.마이바흐가 병원 앞에 도착하자 배지유가 웃는 얼굴로 달려와 차 문을 열었다. 그러나 도아린을 본 순간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오빠, 난 뒷좌석에 앉을래요. 다쳐서 안전벨트를 맬 수가 없거든요.”배건후는 차갑게 말했다.“출발해.”배지유는 어리둥절해졌다.그때 도아린이 차에서 내려 차 앞쪽으로 돌아가 조수석에 탔고 배지유는 속으로 기뻐하며 얼른 뒷좌석에 올랐다.도아린이 아직 안전벨트를 매기도 전에 배지유는 재촉했다.“기사님, 빨리 가요.”도아린은 배건후가 자신을 차갑게 쳐다보는 것을 느꼈지만 그녀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며 그를 무시했다.모건 그룹과 협력하는 드레스샵에 도착한 후 배지유는 미리 세워둔 계획을 실행했다.
“결혼 생활에서 어려운 관계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만이 아니라 시누이와의 사이도 있죠.”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속으로 생각했다.“보세요. 저렇게 애원까지 하는데 새언니는 아무런 반응도 없잖아요. 밖에서조차 체면을 안 세워 주는데 집에서야 오죽하겠어요.”비록 고객을 직접적으로 논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눈빛과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제가 나가서 차에 치여야 속이 시원하시겠어요?”곧 배지유는 드레스 자락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배건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입술을 깨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오빠...”배건후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배지유의 외모는 단정하고 피부도 고운 편이었지만 노란빛을 띤 피부 때문에 보라색 드레스가 얼굴을 더 칙칙하게 만들었다.드레스 자체는 화려했지만 그녀의 나이와 맞지 않았다.반면 도아린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검은색 미니 드레스를 골랐다.그녀의 하얀 팔과 다리는 조명에 비쳐 마치 도자기처럼 빛났다.배건후는 도아린에게서 시선을 떼며 살짝 찡그렸다.“무슨 일이야?”“오빠, 나 도와서 새언니한테 잘 말해준다면서요... 아무것도 안 말한 것 아니에요?”배건후는 어이가 없었다.“내가 잘못한 건 알아요. 말로 사과해도 소용없어서 내 용돈으로 새언니한테 줄 귀걸이 한 쌍을 샀어요.”배지유는 벨벳 상자를 배건후에게 내밀며 말했다.“새언니가 내가 준 귀걸이를 연회에서 착용해야 진정으로 용서받았다는 뜻이 될 거예요.”“드레스에 맞춤 장신구가 이미 정해져 있어.”배건후가 담담하게 말했다.“알아요. 목걸이랑 크라운이 있잖아요. 새언니가 먼저 고르면 난 나중에 고를게요.”배지유는 억울하지만 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귀걸이 한 쌍뿐이라 화장하는 데는 문제 없을 거예요.”배지유는 비취 팔찌를 선물했다가 루비 목걸이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그러니 도아린이 이 귀걸이를 받아야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그녀가 곤란하지 않게 될 수 있었다.배건후는 도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유 마음이니까 받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