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에서 어려운 관계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만이 아니라 시누이와의 사이도 있죠.”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속으로 생각했다.“보세요. 저렇게 애원까지 하는데 새언니는 아무런 반응도 없잖아요. 밖에서조차 체면을 안 세워 주는데 집에서야 오죽하겠어요.”비록 고객을 직접적으로 논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눈빛과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제가 나가서 차에 치여야 속이 시원하시겠어요?”곧 배지유는 드레스 자락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배건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입술을 깨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오빠...”배건후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배지유의 외모는 단정하고 피부도 고운 편이었지만 노란빛을 띤 피부 때문에 보라색 드레스가 얼굴을 더 칙칙하게 만들었다.드레스 자체는 화려했지만 그녀의 나이와 맞지 않았다.반면 도아린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검은색 미니 드레스를 골랐다.그녀의 하얀 팔과 다리는 조명에 비쳐 마치 도자기처럼 빛났다.배건후는 도아린에게서 시선을 떼며 살짝 찡그렸다.“무슨 일이야?”“오빠, 나 도와서 새언니한테 잘 말해준다면서요... 아무것도 안 말한 것 아니에요?”배건후는 어이가 없었다.“내가 잘못한 건 알아요. 말로 사과해도 소용없어서 내 용돈으로 새언니한테 줄 귀걸이 한 쌍을 샀어요.”배지유는 벨벳 상자를 배건후에게 내밀며 말했다.“새언니가 내가 준 귀걸이를 연회에서 착용해야 진정으로 용서받았다는 뜻이 될 거예요.”“드레스에 맞춤 장신구가 이미 정해져 있어.”배건후가 담담하게 말했다.“알아요. 목걸이랑 크라운이 있잖아요. 새언니가 먼저 고르면 난 나중에 고를게요.”배지유는 억울하지만 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귀걸이 한 쌍뿐이라 화장하는 데는 문제 없을 거예요.”배지유는 비취 팔찌를 선물했다가 루비 목걸이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그러니 도아린이 이 귀걸이를 받아야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그녀가 곤란하지 않게 될 수 있었다.배건후는 도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유 마음이니까 받아 줘.”
배건후의 시선이 천천히 도아린의 냉정한 얼굴에 멈췄다.“네가 착용한 다른 주얼리는 다 진짜 금과 은인데 귀걸이 하나가 가짜라고 해서 누가 의심하겠어?”짝퉁을 알고도 배지유의 장난을 맞춰주라는 말이었다.‘이렇게 나온다 이거지?’배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건 배건후의 문제였으니 도아린 본인은 상관없었다.“제가 그 귀걸이를 끼면 이제 더는 제가 아가씨를 일부러 괴롭힌다고 말 안 할 거죠?”배건후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상자를 도아린에게 던졌다.“네가 지유를 괴롭히지 않으면 나도 더 이상 말하지 않을 거야.”그렇게 그는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배지유는 이미 화장과 헤어 스타일을 마친 상태였다.스타일리스트는 드레스에 맞춰 두껍게 파운데이션을 발라주고 그녀의 머리는 세련된 웨이브로 연출되었다.배지유는 거울 앞에서 빙글빙글 돌며 육하경이 자신을 보면 어떤 반응일지 상상했다.‘하경 오빠네 어머니도 이번 연회에 오신다고 했지? 어머님은 날 항상 좋아하셨으니까 이번 기회에 하경 오빠랑 잘 됐으면 좋겠다...’그때 커튼이 갑자기 확 열리며 도아린이 나타났다.그녀는 다이아몬드 크라운이나 화려한 목걸이를 착용하지 않았고 대신 매우 얇은 팔찌 하나로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더했다.도아린이 웃지 않을 때는 차가운 미모가 돋보였고 차분한 색의 드레스와 함께 더욱 고귀한 여왕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그녀의 당당한 걸음걸이와 태도는 주변을 압도했다.도아린이 착용한 귀걸이는 모조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기품 덕분에 전혀 값싸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녀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주는 듯했다.그러자 배지유는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초조해졌다.도아린과 비교하니 자신이 마치 유치원 발표회에 나가는 아이처럼 화려하지만 어색해 보였다.도아린의 눈빛 속 조소를 보며 배지유는 확신했다.‘처음부터 이 드레스를 고를 생각이 아니었던 거야. 날 일부러 곤경에 빠뜨리려고...’배지유는 억울한 마음에 배건후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오빠, 나...”“이 드레스가 마음에
“지금 대체 누가 누구의 존엄을 짓밟고 있는 건데요.”도아린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내가 건후 씨랑 결혼한 방식이 깨끗하지 않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결혼 후 나는 배씨 가문의 모든 사람에게 보답하려고 애썼어요. 아가씨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정말 몰라요? 아가씨가 내 금고를 제멋대로 여는 것도 몰라요? 건후 씨가 바라는 가족의 화목은 내 희생을 전제로 한 거예요. 나에게 선택할 권리도, 거부할 권리도 없다는 거죠?”화가 치밀어오른 배건후는 관자놀이가 뛰기 시작했다.“네가 조금만 희생하면 가족이 화목해지는데 뭐가 잘못됐어?”이미 무감각해진 도아린의 마음은 다시 한번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스며들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눈에 고인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배지유는 이미 차에 타 창문을 내리며 배건후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시선을 살짝 돌린 도아린의 시야에는 멀리 서 있는 우정윤의 모습이 보였다.어쩐지 상황이 어색해 보였다.우정윤이 이 대화를 의도적으로 엿들은 건 아니었고 단지 5분 일찍 도착했을 뿐이었다.“건후 씨, 오늘이 내가 마지막으로 양보하는 날이에요. 앞으로 내 이익을 해치는 사람은 누구든지 끝까지 싸울 거예요. 아가씨도 예외는 없어요.”도아린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차로 걸어갔다.그러자 배건후는 찡그린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넌 지유랑 먼저 가. 난 처리해야 할 급한 일이 있어.”“오빠, 그 문제 정말 심각한 거예요?”배지유는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야. 보미 쪽에 조금 문제가 생겼어." 배지유는 곧바로 상황을 눈치채고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분명히 들었지만 도아린은 들은 척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겨 조수석에 올라탔다.그의 ‘급한 일’은 언제나 손보미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녀의 몸에 작은 생채기가 나도 배건후는 곧 손보미가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굴었다.곧 창문을 올린 배지유의 표정은 금세 달라졌다.“언니는 졌어요. 이제 내 앞에서 고개 숙이고 살아야 할 겁니다!”배지유는
손보미는 배건후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억울한 표정으로 자신이 피해자인 척 연기하며 말했다.“걱정 마. 내가 매니저 밖에 대기시켰으니까 기자들이 몰래 사진을 찍는 일은 없을 거야.”배건후는 잠시 침묵한 후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렇게 문을 닫으려던 손보미의 귀에 배건후의 말이 들려왔다.“문 열어 둬.”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알았다고 대답하며 문을 닫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그러나 돌아서는 순간 일부러 균형을 잃은 척하며 손보미는 문을 살짝 밀었고 문은 천천히 닫혔지만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다.틈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배건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손보미는 이마를 짚으며 거실로 걸어갔다.배건후는 혼자 있는 1인용 소파에 앉았고 손보미는 그의 곁에 다가가고 싶었지만 가까운 쪽에 있는 2인용 소파에 앉는 수밖에 없었다.“건후 씨, 내가 말만 하면 언제든지 들어주겠다고 약속했잖아.”“나 결혼했어.”배건후는 담담하게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그거 빼고는 뭐든 괜찮아.”표정이 순간 굳어졌지만 손보미는 곧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알아. 난 건후 씨 원망하지 않아. 그때 내가 감정적으로 나가서 유학을 선택한 거니까. 사실은...”배건후는 담배를 잡고 있던 손을 흔들며 그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그러자 손보미는 고개를 숙이며 눈에 잠시 분노의 빛을 띄웠다.‘만약 내가 그때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도아린이 배건후를 차지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결혼? 결혼했어도 이혼을 할 수 있는 거 아니야?’손보미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직접적으로 뺏는 게 어렵다면 천천히 밀고 나가면 돼.’“우리... 우리 부모님이 엠파이어의 점포를 원하셔.”그러더니 손보미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며칠 전 내가 SNS에 라윤주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올렸어. 그때 받은 용기에 대한 이야기였지.”전혀 상관없는 두 주제가 나오자 배건후는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손보미는 급히 설명했다.“그러니까 부모님께서 라윤주 선생
차 안에서 배지유는 마치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 불편해 보였다.그녀는 화장을 고치는 척하면서 거울을 통해 머리를 만지고 옷깃을 고치며 불안한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숨기려고 애썼다.원래는 성숙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손질한 머리가 이제는 그녀의 초조함에 의해 약간 흐트러져 보였다.배지유는 슬쩍 거울을 통해 도아린을 쳐다봤다.자신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도아린의 피부는 더 부드럽고 젊어 보였다.도아린의 화장은 연했지만 그녀의 고운 피부는 고요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배지유가 가장 질투하는 점은 도아린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어도 그 안에 은근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었다.배씨 가문의 딸인 배지유는 언제 어디서나 모두에게 떠받들려야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 누구도 자신의 빛을 가리는 것을 허용할 수 없었다.차는 천천히 세인트존스 호텔 앞에 멈췄다.오늘 밤의 연회는 육하경의 아버지가 주최한 행사였다.그동안 나영옥의 연회조차 참석할 수 없던 그들의 집안이 이번에는 아들 육하경의 성과를 자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이 기회를 통해 그는 아내가 친정에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나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중 한 여성이 배지유를 알아보고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배지유 씨! 정말 만나 뵙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오늘 이렇게 보게 된다니... 실물이 훨씬 더 아름다우시네요!”배지유는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져 웃으며 말했다.“과찬이세요. 저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어머, 배지유 씨가 평범하다면 저는 사람도 아니겠네요.”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그 여성은 배지유를 위해 문을 막아주며 먼저 타라고 권했다.그 모습이 과하게 아첨하는 것 같아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은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도아린은 가볍게 비웃으며 발걸음을 옮겨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그 여성은 도아린을 내보내려는 듯했지만 그녀의 옷과 액세서리가 너무 고급스러워 보였기에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엘리베이터가 올라가자
배지유가 이렇게 도아린을 두고 가버리니 도아린 본인이 아무리 배건후의 아내라고 말해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죄송하지만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보안 요원은 예의 바르게 도아린에게 엘리베이터로 돌아가라고 요청했다.그 순간 여자가 문을 막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나랑 지금 가서 약 가져오자. 그럼 내가 다시 너 데리고 와줄게. 아니면 지금 당장 이 호텔에서 나가.”하지만 도아린은 여자의 손을 힘껏 밀어내며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아!”여자는 손을 빼며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문이 닫히려는 순간 그녀는 발을 넣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었다.“배지유 씨가 널 그냥 보내지 말래.”여자는 비웃으며 말했다.“나랑 배지유 씨한테 좀 가봐야겠다.”도아린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엘리베이터는 계속 열려 있었는지라 경고음이 울렸다. 결국 도아린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아래로 내려보냈다.이런 연회는 들어갈 필요도 없었다.도아린은 핸드폰을 꺼내 배건후에게 먼저 간다고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그런데 여자가 갑자기 도아린의 핸드폰을 빼앗아 연회장 안으로 던졌다.도아린이 급히 따라갔지만 그 핸드폰은 다시 여자의 손으로 돌아갔다.곧 여자는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며 고개를 끄덕여 도아린에게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연회장 입구에는 여러 개의 휴게실이 있었는데 그곳은 젊은 여성들이 화장을 고치거나 옷을 갈아입는 공간이었다.그녀는 한 방의 문을 열어 도아린에게 말했다.“들어가.”“핸드폰 이리 주세요.”도아린은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여자는 속임수를 쓰며 도아린을 방 안으로 밀어 넣고는 문을 잠갔다.“네 따위가 감히 배건후 대표님을 유혹할 생각을 해? 네 처지가 어떤지 똑바로 알고나 그래!”여자는 문밖에서 욕을 퍼부었다.“배건후 대표님은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곧 여자는 도아린의 핸드폰을 열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지문 잠금이 걸려 있어서 열 수 없었다.결국 그녀는 핸드폰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배지유에게 자신의 공을 인정받으러 가
소파 옆에 서 있던 남자는 깜짝 놀라며 도아린을 바라봤다. 그는 흰 셔츠를 입고 있었고 바지는 손에 들고 있었다.“아... 아현 씨?”육하경은 당황한 듯 발가락으로 바닥을 움켜쥐려 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도아린은 재빨리 등을 돌리며 말했다.“죄송해요. 옆방에 있던 한 여성분께서 사탕에 목이 막혀서 제가 응급처치를 했어요. 병원으로 좀 데려가 달라고 해 주세요.”“알겠습니다.”육하경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바지를 입었다.방금 한 여성이 자신에게 접근하려고 일부러 주스를 엎질렀기에 이 방에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들어왔던 터였다.그런데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을 도아린에게 들킬 줄은 몰랐다.곧 돌아온 육하경은 도아린이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상황을 잘 이해해준 듯 침착하게 행동하고 있었다.“가봤는데 이미 병원으로 옮겨졌더라고요.”“다행이네요.”도아린은 귀걸이를 뺐다.금속 알레르기가 있었던 그녀는 귀가 가렵고 뜨거운 것은 물론 이미 염증까지 생긴 상태였다.“귀가 알레르기가 돋은 것 같네요.”육하경은 상냥하게 말했다.“제가 약 발라줄까요?”방금 만난 사람조차 이를 눈치챘는데 배건후는 3년 동안 도아린에게 금속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도아린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별거 아니에요. 같은 층에 의무실이 있으니 금방 다녀올게요.”육하경은 그녀에게 앉으라고 권했다.“그럼 감사합니다.”도아린이 자리에 앉자마자 조금 전의 문은 또다시 자동으로 닫혔다. 이 디자인이 꽤 흥미롭다고 생각한 그녀는 잠시 방을 둘러봤다.육하경은 곧 약을 가져와 면봉에 약을 묻힌 후 그녀에게 다가왔다.“제가 발라줄게요.”“제가 할게요.”도아린은 그와 친구가 되는 것은 괜찮았지만 과도한 신체 접촉은 사양했다.육하경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도아린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착용한 비취 팔찌와 다이아몬드 팔찌 그리고 이 고급스러운 드레스는 모두 값비싼 것들이었다.이런 재정 상태라면 저질 귀걸이를 착용하고 연
육하경은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지만 보안 요원의 반응을 보니 도아린이 분명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 같았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반성문 작성해서 제출하세요.”“네, 네! 바로 하겠습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보안 요원은 문을 잡고 육하경과 도아린이 들어갈 수 있도록 공손히 배웅했다.그들이 탄 엘리베이터가 닫히자 바로 옆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그곳에서는 성대호와 배건후가 걸어 나왔고 성대호는 초대장을 보안 요원에게 건네며 연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아까 먼저 기다리라고 한 말... 무슨 의미였어?”배건후는 냉정한 눈빛으로 답했다.“말 그대로의 의미.”성대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다시 시작하려는 속셈이구나.’손보미가 울고불고하며 난리를 치면 배건후는 언제나 그녀에게 무한한 배려를 해왔다.‘아린 씨에게 자리 배정을 끝냈다고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이 자리가 다시 손보미에게 넘어갔다가 상황이 퍽 난감해졌겠어...’도아린을 위해 몇 마디 하려다 성대호는 배건후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는 그만두기로 했다.대신 그는 핸드폰을 꺼내 육하경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우리 도착했어. 이제 팀장 된 거 티 좀 내는 거냐? 빨리 마중 나와.]아래층에서 육하경은 도아린에게 옷을 건네며 말했다.“문 잠그고 갈아입고 내가 오면 열어줘요.”육하경의 배려는 섬세했지만 너무 친근하진 않아 도아린은 편안함을 느꼈다.“고마워요.”육하경이 방을 나가자 옷을 가져온 사람이 도아린의 뒷모습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말했다.“팀장님, 여자친구분 몸매가 너무 좋으시네요.”“입 다물어요.”육하경의 귀가 붉어졌다.그때 핸드폰이 진동했고 그는 메시지를 받았다.하지만 육하경은 바로 확인하지 않고 보안 요원을 찾아 상황을 물어봤다.도아린이 한 여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말을 들은 그는 CCTV 영상을 확인했다.도아린을 괴롭힌 여자는 다름 아닌 그에게 접근하려다 실패해 온몸에 주스를 쏟아낸 여자였다.또다시 성대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여자친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