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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작가: 온유
“결혼 생활에서 어려운 관계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만이 아니라 시누이와의 사이도 있죠.”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보세요. 저렇게 애원까지 하는데 새언니는 아무런 반응도 없잖아요. 밖에서조차 체면을 안 세워 주는데 집에서야 오죽하겠어요.”

비록 고객을 직접적으로 논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눈빛과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제가 나가서 차에 치여야 속이 시원하시겠어요?”

곧 배지유는 드레스 자락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배건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입술을 깨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배건후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배지유의 외모는 단정하고 피부도 고운 편이었지만 노란빛을 띤 피부 때문에 보라색 드레스가 얼굴을 더 칙칙하게 만들었다.

드레스 자체는 화려했지만 그녀의 나이와 맞지 않았다.

반면 도아린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검은색 미니 드레스를 골랐다.

그녀의 하얀 팔과 다리는 조명에 비쳐 마치 도자기처럼 빛났다.

배건후는 도아린에게서 시선을 떼며 살짝 찡그렸다.

“무슨 일이야?”

“오빠, 나 도와서 새언니한테 잘 말해준다면서요... 아무것도 안 말한 것 아니에요?”

배건후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잘못한 건 알아요. 말로 사과해도 소용없어서 내 용돈으로 새언니한테 줄 귀걸이 한 쌍을 샀어요.”

배지유는 벨벳 상자를 배건후에게 내밀며 말했다.

“새언니가 내가 준 귀걸이를 연회에서 착용해야 진정으로 용서받았다는 뜻이 될 거예요.”

“드레스에 맞춤 장신구가 이미 정해져 있어.”

배건후가 담담하게 말했다.

“알아요. 목걸이랑 크라운이 있잖아요. 새언니가 먼저 고르면 난 나중에 고를게요.”

배지유는 억울하지만 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귀걸이 한 쌍뿐이라 화장하는 데는 문제 없을 거예요.”

배지유는 비취 팔찌를 선물했다가 루비 목걸이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러니 도아린이 이 귀걸이를 받아야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그녀가 곤란하지 않게 될 수 있었다.

배건후는 도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유 마음이니까 받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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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ye Han
배가 남매는 더러운 시궁창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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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환에 성공하는 순간, 동생은 깨어났고, 시스템은 남자 주인공에게 귀속되었다. 시스템은 남자 주인공에게 도아린의 진심을 얻지 못하면 죽을 것이라고 알렸다.처음에는 남자 주인공이 믿지 않았지만, 도아린과 이혼한 후 자신의 사업 제국이 날마다 무너져 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도아린의 좋았던 점들을 떠올렸다...도아린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비록 허구의 이야기지만, 이 남자 주인공은 정말 쓰레기네!""나도 그렇게 생각해." 배건후는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도아린의 좋은 점을 떠올린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거야."도아린은 그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에는 ‘그러니 당신도 그와 똑같은 부류겠지’라고 쓰여 있었다."나는 아니야." 배건후는 도아린의 손을 잡고 심장 부위에 가져다 댔다. “나는 줄곧 당신만을 사랑했어. 다만 임무 때문에 표현할 수 없었을 뿐이야. 나는 모든 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당신에게 줄 수 있어."도아린은 손을 빼서 그의 옷에 쓱 닦았다."당신은 나를 소유하고 싶을 뿐이야. 나를 소유하는 것이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과 같으니까." 그녀는 일어나 테라스로 향했다.배건후는 따라가서 말했다. "우리는 공정하게 할 수 있어! 결혼 전후를 막론하고 모든 자산은 당신 거야!"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나도 당신 거고."라고 덧붙였다.도아린은 깊어가는 가을의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눈을 감고 침묵했다.배건후는 말없이 그녀 옆에 서 있었다. 마치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주인이‘놀러 가자’라고 한마디만 하면 즉시 꼬리를 흔들며 기뻐할 준비가 된 듯이.한참 후, 도아린은 그를 돌아보았다."당신 우정윤에게 후원한 적 있어?"배건후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후원한 건 독자들이 남자 주인공을 가장 심하게 욕하는 챕터였어.""……" 그리고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도아린은 웃음을 참으며 일부러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거기 나오

  • 또 한 번의 거절   제922화

    "내가 무슨 바람이 있다고 그래요?"예전에 그녀가 먼저 다가간 건, 배건후랑 제대로 살아보고 싶어서였다.남녀를 불문하고 아이를 낳아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당신을 내 뜻대로 움직이려고 여러 수단을 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사랑 없이는 못 산다는 건 아니에요.내가 엄청나게 목마른 사람처럼 말하네요.배건후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건후가 잘못 말했어요. 배건후가 원해요. 당신이 나를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나를 총애해주길 기다릴게요."퉤!도아린은 씹던 멜론을 배건후의 몸에 그대로 뿜어버렸다.가슴을 치며 화도 나고 웃음도 나왔다.두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 배건후는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몸을 빼앗긴 게 분명하다.겉모습은 그대로지만, 속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예전의 배건후는 엄격하고 냉정하며 웃음기 하나 없었고,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면 비웃거나 냉담하게 대하곤 했다. 지금의 배건후는 데릴사위가 되겠다는 말도 서슴없이 하고, ‘총애’를 받겠다고 자청하기까지 한다.배건후는 몸에 묻은 과일 조각을 닦지 않고 손을 들어 도아린의 등을 토닥이며 괜찮은지 확인한 후에야 휴지를 꺼내 옷을 닦았다.도아린은 바닥에 떨어진 과일 조각을 치우며 농담처럼 말했다. "배건후, 당신 몸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게 분명해요. 내가 책 속에 살고 있는 건가? 당신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내가 강해져서 당신에게 복수할 거라는 걸 알고 미리 납작 엎드리는 건가?"배건후는 옷을 다 닦고 도아린을 소파로 끌어당겼다."빙의가 아니라 공략이에요.""..."남자는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을 공략해서 당신의 사랑을 얻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어요.""당신 미쳤어요?" 도아린은 그의 등을 찰싹 때렸다."미쳤어요. 당신은 유일한 약이에요."도아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의 품에서 온몸을 떨며 웃었다. "그렇게 뻔한 사랑 고백은 우종이 가르쳐준 거죠

  • 또 한 번의 거절   제921화

    "엄마가 당신한테 준대요, 알아서 해요."도아린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래요. 별장에서 돌아온 후 다시 해결합시다."배건후는 몸을 뒤로 돌리면서 주체 못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아 그런지 어떤 부분은 더 확대되어 크게 보였다."전보다 커졌는데요."이상한 말이 도아린의 얼굴을 빨갛게 만들었다.그녀는 화가나 그를 한 눈 째리고 나가서 물건을 정리하였다.도아린은 변슬기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그녀를 끌고 단추를 찾는다는 핑계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변슬기는 카펫에 엎드려서 핸드폰 보조등을 켜고 소파 밑을 드려다보았다."찾았어요."그녀는 손을 뻗어 단추를 쥐면서 주절주절 말했다."도 선생님, 이제 기회가 되면 제가 저희집의 메인 메뉴인 만두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도아린은 카펫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그녀가 건네 준 단추를 만지면서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제일 좋기는 가게 평생 20% 할인 카드 줘요.""작은 가게라 많이 벌지도 못해요."변슬기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이 오시면 무조건 20% 할인 해들릴게요."진수혁은 다 썰어 놓은 과일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면서 저둘이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무슨 얘기 하세요?"변슬기가 설명해주려 하자 도아린은 손으로 그녀의 목을 감싸며 말했다."데릴 사위에 대해 얘기를 했어요. 변슬기의 어머니 아버지는 딸 하나 뿐인데, 앞으로 사위가 있다며 처가에 들어왔으면 해요."변슬기는 진수혁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 보았다. 그가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진수혁의 기분은 별로 파동이 없어 보였고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매우 동의하는 눈치였다."우리집에는 니가 하나뿐인 딸인데.""저는 데릴 사위를 할 생각이 있습니다."진수혁은 도아린한테 손을 닦으라고 뜨거운 손수건을 건네 주며 그녀를 지그시 바라 보았다.슬기는 놀라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도아린과 진수혁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

  • 또 한 번의 거절   제920화

    변슬기는 재빨리 진수혁의 등 뒤로 숨었다.진수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상황을 파악하고 조용히 말했다.“이것 좀 부엌에 가져다줘.”“네!”변슬기는 배건후가 문 앞에 두고 간 봉투를 잽싸게 집어 들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부엌으로 사라졌다.도아린의 셔츠 단추 하나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배건후는 자신의 재킷을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며 조심스럽게 게스트룸으로 이끌었다.“기다려. 금방 다녀올게. 차에 여벌로 둔 옷 있어.”도아린은 황급히 배건후의 손을 붙잡고 재킷을 벗어 돌려주었다.“일북이 근처에 있을 거야. 전화해. 밖에 추우니까 이거 입고 나가.”그녀가 팔을 들자 셔츠는 더 크게 벌어졌고 새하얗고 부드러운 피부가 다시 배건후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눈동자에 번쩍이는 불꽃이 튀었고 그 불씨는 작지만 매섭고 뜨거웠다.도아린은 급히 몸을 옆으로 돌리고 팔로 가슴을 가렸다. “어서 가.”배건후는 한참을 움직이지 않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도아린은 반사적으로 거부하려 했지만 그는 단지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몇 번을 고요히 숨쉬더니 결국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발소리는 집 밖이 아니라 욕실로 향했다.변슬기는 부엌에서 머리를 내밀며 확인하려다 진수혁에게 팔을 붙잡혀 다시 안으로 끌려들어갔다.“생각해봤어? 회사에 남을 거야 아니면 돌아가서 가게를 이을 거야?”변슬기는 고개를 숙이고 포도를 씻었다.자신의 집은 해남에 있는 작은 분식집이었다. 일반 가정에게는 소중한 생계 수단일지 몰라도 재벌가인 진씨 가문 한테는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존재였다.부모님은 외동딸인 변슬기가 곁에 있기를 바라며 나중에는 사위를 맞이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진수혁은 진성 그룹의 황태자다. 그에겐 집안도 학벌도 모두 어울리는 배우자가 필요했고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떠나는 순간 진수혁과는 더 이상 인연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계속 머무르면 감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 뻔했다.한참 후 변슬기는 낮은 목소

  • 또 한 번의 거절   제919화

    “지금 두 분은 어느 정도까지 간 거예요?”집에 도착하자마자 도아린은 본론부터 꺼냈다.그녀는 오빠와 변슬기 사이가 눈에 띄게 가까워진 걸 단번에 눈치챘다.“아...아니에요!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변슬기는 난간에 양손을 올린 채 눈을 피하며 말끝을 흐렸다.“시작은 안 했어도 뭔가 있었네요?”“크흐흑!”그 말에 변슬기는 자신이 삼킨 침에 갑자기 사레가 들려 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고 얼굴은 벌게졌다.변명하려 할수록 기침은 더 거세졌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도아린은 웃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이고 물 한 잔을 건넸다.“너무 걱정 마요. 변슬기 씨 덕분에 우리 집에 큰 도움 됐잖아요. 우리 가족의 은인이에요!”“진짜 아니에요...”변슬기는 눈물까지 닦으며 손을 저었고 표정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그날 밤 나랑 같이 집에 안 갔잖아요. 여기서 잤던 거 아니에요?”“그랬었죠. 그런데요...”그녀는 작아진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도아린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설마 우리 오빠가 그쪽에 문제 있어요?”‘설마 그럴 리가... 아빠는 나이 들었어도 정력이 넘치시던데 오빠도 피는 못 속일 텐데?’변슬기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그날 서로 안기도 했고 키스도 했지만 마지막 순간 진수혁이 스스로 멈췄고 그는 침실을 양보하고 자신은 거실 소파에서 잤다.다음 날 술이 깬 듯한 표정으로 전날 일을 아무렇지 않게 넘겼고 변슬기도 굳이 꺼낼 수 없었다.그 후로도 그들의 사이는 은근하게 가까워졌지만 딱히 확실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았다.“나중에 내가 오빠한테 물어볼게요.”“안 돼요!”변슬기는 도아린의 팔을 움켜잡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빛으로 말했다.“도 선생님...제 신분이 황태자님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거 잘 알아요. 남자들은 술 먹으면 착각할 수도 있고...다행히 선을 넘지는 않았으니 그냥 없던 일로 해주세요.”도아린은 그녀의 손을 다독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하지만 우리 진씨 가문은 책임감 없는

  • 또 한 번의 거절   제918화

    “아!”변슬기는 병아리마냥 진수혁 차로 옮겨졌다.도아린은 웃으며 문을 닫고 조수석에 올라탔다.그녀는 휴대전화로 사진 하나를 골라 일남에게 전송했다.일남은 안전벨트를 하려던 참 알림 소리에 바로 폰을 꺼내 들었다.사진을 본 그는 입꼬리를 실룩이며 말했다.“아가씨 사진 실력이 정도면 필터도 울고 갈 수준인데요.”“정말? 나도 볼래!”송 비서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다.“앉아. 운전해야 해”일남은 그의 머리를 눌러 다시 자리로 돌려보냈다.“시내에선 뒷좌석 안전벨트 안 해도 되는 거 아니야? 연성은 관리가 그렇게 심해? ”송 비서는 투덜대며 안전벨트를 잡아당겼다.일남은 일북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너도 보지 마. 그냥 안 본 셈 쳐.”그 사진은 일남이 일북을 힐끔 바라보는 순간을 캡처한 것이었다.일북은 정면만 똑바로 응시하는 완전 군인 양식이었고 일남은 몰래 보는 범인 양식이었다.하지만 일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시동을 걸어 배건후 차량을 따라갔다.“왜 웃어?”배건후는 도아린이 조수석에서 혼자 피식거리는 걸 보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아무것도 아냐. 그냥 재밌는 사진 하나 건졌어.”도아린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밀크티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김지민네 진짜 끝도 없네. 혹시 배 회장님 유골 넘기면서 돈 요구한 거 아냐?”진옥경 고모 장례 때도 남편이 돈부터 요구했었다.다행히 진가에서 능력 있는 변호사를 구해서 사망 후에도 부부 재산을 나눠 가질 수 있었다.배석준 역시 김지민 가족한테는 그냥 은행 통장 같은 존재였고 이제 더는 못 빨아먹으니까 마지막으로 크게 한몫 뜯어내려고 하는 거였다.“2억.”배건후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티슈를 꺼내 도아린에게 건넸다.도아린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방금 마신 밀크티를 뿜을 뻔했고, 그 티슈로 입까지 닦았다.“진짜 줬어?”“아니.”배건후는 새 티슈를 또 건네며 그녀의 티슈 재활용에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눈빛엔 오히려 다정함이 가

  • 또 한 번의 거절   제917화

    진수혁은 변슬기의 얼굴이 붉어진 걸 못 봤거나 봤더라도 모른 척했는지 담담히 말했다.“우린 여기서 기다릴게.”도아린은 변슬기 머리 위에 달린 풍선을 가리켰다.“이렇게 눈에 띄는 표시도 있으니까 제가 금방 찾으러 갈게요. 오늘 관광객 많으니까 지금 덜 붐빌 때 구석구석 잘 봐요.”“길 잃으면 전화해.”진수혁은 풍선 끈을 가볍게 당기며 변슬기를 데리고 발걸음을 옮겼다.일북은 도아린 뒤를 바짝 따라가며 주변을 날카롭게 살폈다. 혹시나 누가 해코지할까 혹은 누가 몰래 물건을 훔쳐 갈까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반면 일남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관광에 진심이었다.관광 가이드 옆에 붙어 설명을 듣고는 돌아와서 일북에게 흥분한 얼굴로 그대로 전달했다.“아까 가이드가 그러는데 양평산 대군이 남자인데 얼굴이 여자처럼 생겨서 어떤 후궁이랑 닮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황제가 유독 아껴줬대.”일북은 그런 일남의 말에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을 뿐 시선은 한시도 도아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둘이 가서 마음껏 구경하고 와.”“아가씨...”도아린은 손목에 찬 긴급 호출 시계를 들어 보이면서 웃었다.“무슨 일 생기면 연락할게. 오늘은 놀러 나온 거니까, 일은 잠시 내려놔.”도아린의 반복된 설득에 일북도 결국 잠깐 자유시간을 허락받았다.일남은 일북을 끌고 다니며 계속 얘기했고 도아린은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한 모금 마시려던 참이었다.그때 갑자기 머리 위로 그늘이 드리웠다.오늘 날씨는 참 좋은데 운동복만 입어도 괜찮지만 햇살은 은근히 따가워서 그늘 아래는 금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도아린은 마침 마당 한가운데 서 있었다.그녀는 잠깐 고개를 들어 양산을 쳐다보고는 옆쪽에 서 있는 송 비서를 바라보았다‘아 맞다! 얘도 있었지. 애매하게 끼어 있는 애 하나 더.’그렇게 해서 도아린은 송 비서와 함께 느긋하게 궁 안을 둘러봤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가끔 변슬기를 마주치면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지나쳤다.공왕부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곳이라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면 시

  • 또 한 번의 거절   제916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집에 도착하자 일남은 결국 사실대로 털어놨다.“갈비뼈가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전에 유치장에 있을 때 남궁유민 차가 폭발했잖아요? 그때 도아린 씨를 안고 같이 넘어지면서 또 다쳤거든요. 아까 강재민이랑 싸울 때 그 부위를 건드렸을 수도 있어요...”도아린은 마른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고개만 살짝 끄덕이면서 담담하게 대답했다.“응, 알겠어.”일남은 일북을 힐끔 바라봤고 일북은 눈빛으로 먼저 올라가라는 신호를 보냈다.“아가씨, 일부러 숨기려고 한 건 아닙니다.”“알아. 나 안 화났어.”도아린은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사실 아까 대충 눈치챘거든.”야밤에 신지훈이 간호사 유선미를 데리고 배건후에게 수액을 놓으러 간 걸 봤다. 그 사람 몸에는 분명히 예전부터 앓고 있던 상처가 남아 있었다.배건후는 약한 척해서 동정을 사려 하지 않았고 도아린 역시 그가 얼마나 진심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주말이 되자 모두 함께 공왕부로 향했다.입구에 도착하고 나서야 도아린은 진범준 부부가 오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부모님은?”“주 대표님이랑 장비 사러 가셨어.”진수혁은 편안한 캐주얼 차림으로 변슬기 손에서 자연스럽게 배낭을 받아 메며 말했다.“출발할 때 들었는데 부모님이 주 대표님이랑 같이 자가 여행 떠나신다고 하더라고.”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고 있는 눈치였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도아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배건후는 배석준 회장님 장례 치르러 갔어.”김지민은 아직도 운전기사에게서 보상금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려고 버티고 있었고 끝까지 합의서에는 사인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배건후는 김지민 동생의 약점을 찾아냈고 오늘 반드시 장례를 치르지 않으면 동생을 감옥에 보낼 거라고 통보했다. 김지민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물론 그 집안의 욕심을 생각하면 그들은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분명히 배건후에게 또 뭘 요구하려고 들 것이다.하지만 배건후는 배석준처럼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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