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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지금 대체 누가 누구의 존엄을 짓밟고 있는 건데요.”

도아린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내가 건후 씨랑 결혼한 방식이 깨끗하지 않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결혼 후 나는 배씨 가문의 모든 사람에게 보답하려고 애썼어요. 아가씨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정말 몰라요? 아가씨가 내 금고를 제멋대로 여는 것도 몰라요? 건후 씨가 바라는 가족의 화목은 내 희생을 전제로 한 거예요. 나에게 선택할 권리도, 거부할 권리도 없다는 거죠?”

화가 치밀어오른 배건후는 관자놀이가 뛰기 시작했다.

“네가 조금만 희생하면 가족이 화목해지는데 뭐가 잘못됐어?”

이미 무감각해진 도아린의 마음은 다시 한번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눈에 고인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배지유는 이미 차에 타 창문을 내리며 배건후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시선을 살짝 돌린 도아린의 시야에는 멀리 서 있는 우정윤의 모습이 보였다.

어쩐지 상황이 어색해 보였다.

우정윤이 이 대화를 의도적으로 엿들은 건 아니었고 단지 5분 일찍 도착했을 뿐이었다.

“건후 씨, 오늘이 내가 마지막으로 양보하는 날이에요. 앞으로 내 이익을 해치는 사람은 누구든지 끝까지 싸울 거예요. 아가씨도 예외는 없어요.”

도아린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차로 걸어갔다.

그러자 배건후는 찡그린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

“넌 지유랑 먼저 가. 난 처리해야 할 급한 일이 있어.”

“오빠, 그 문제 정말 심각한 거예요?”

배지유는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야. 보미 쪽에 조금 문제가 생겼어."

배지유는 곧바로 상황을 눈치채고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들었지만 도아린은 들은 척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겨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의 ‘급한 일’은 언제나 손보미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녀의 몸에 작은 생채기가 나도 배건후는 곧 손보미가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굴었다.

곧 창문을 올린 배지유의 표정은 금세 달라졌다.

“언니는 졌어요. 이제 내 앞에서 고개 숙이고 살아야 할 겁니다!”

배지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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