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배지유는 마치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 불편해 보였다.그녀는 화장을 고치는 척하면서 거울을 통해 머리를 만지고 옷깃을 고치며 불안한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숨기려고 애썼다.원래는 성숙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손질한 머리가 이제는 그녀의 초조함에 의해 약간 흐트러져 보였다.배지유는 슬쩍 거울을 통해 도아린을 쳐다봤다.자신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도아린의 피부는 더 부드럽고 젊어 보였다.도아린의 화장은 연했지만 그녀의 고운 피부는 고요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배지유가 가장 질투하는 점은 도아린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어도 그 안에 은근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었다.배씨 가문의 딸인 배지유는 언제 어디서나 모두에게 떠받들려야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 누구도 자신의 빛을 가리는 것을 허용할 수 없었다.차는 천천히 세인트존스 호텔 앞에 멈췄다.오늘 밤의 연회는 육하경의 아버지가 주최한 행사였다.그동안 나영옥의 연회조차 참석할 수 없던 그들의 집안이 이번에는 아들 육하경의 성과를 자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이 기회를 통해 그는 아내가 친정에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나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중 한 여성이 배지유를 알아보고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배지유 씨! 정말 만나 뵙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오늘 이렇게 보게 된다니... 실물이 훨씬 더 아름다우시네요!”배지유는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져 웃으며 말했다.“과찬이세요. 저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어머, 배지유 씨가 평범하다면 저는 사람도 아니겠네요.”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그 여성은 배지유를 위해 문을 막아주며 먼저 타라고 권했다.그 모습이 과하게 아첨하는 것 같아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은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도아린은 가볍게 비웃으며 발걸음을 옮겨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그 여성은 도아린을 내보내려는 듯했지만 그녀의 옷과 액세서리가 너무 고급스러워 보였기에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엘리베이터가 올라가자
배지유가 이렇게 도아린을 두고 가버리니 도아린 본인이 아무리 배건후의 아내라고 말해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죄송하지만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보안 요원은 예의 바르게 도아린에게 엘리베이터로 돌아가라고 요청했다.그 순간 여자가 문을 막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나랑 지금 가서 약 가져오자. 그럼 내가 다시 너 데리고 와줄게. 아니면 지금 당장 이 호텔에서 나가.”하지만 도아린은 여자의 손을 힘껏 밀어내며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아!”여자는 손을 빼며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문이 닫히려는 순간 그녀는 발을 넣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었다.“배지유 씨가 널 그냥 보내지 말래.”여자는 비웃으며 말했다.“나랑 배지유 씨한테 좀 가봐야겠다.”도아린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엘리베이터는 계속 열려 있었는지라 경고음이 울렸다. 결국 도아린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아래로 내려보냈다.이런 연회는 들어갈 필요도 없었다.도아린은 핸드폰을 꺼내 배건후에게 먼저 간다고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그런데 여자가 갑자기 도아린의 핸드폰을 빼앗아 연회장 안으로 던졌다.도아린이 급히 따라갔지만 그 핸드폰은 다시 여자의 손으로 돌아갔다.곧 여자는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며 고개를 끄덕여 도아린에게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연회장 입구에는 여러 개의 휴게실이 있었는데 그곳은 젊은 여성들이 화장을 고치거나 옷을 갈아입는 공간이었다.그녀는 한 방의 문을 열어 도아린에게 말했다.“들어가.”“핸드폰 이리 주세요.”도아린은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여자는 속임수를 쓰며 도아린을 방 안으로 밀어 넣고는 문을 잠갔다.“네 따위가 감히 배건후 대표님을 유혹할 생각을 해? 네 처지가 어떤지 똑바로 알고나 그래!”여자는 문밖에서 욕을 퍼부었다.“배건후 대표님은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곧 여자는 도아린의 핸드폰을 열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지문 잠금이 걸려 있어서 열 수 없었다.결국 그녀는 핸드폰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배지유에게 자신의 공을 인정받으러 가
소파 옆에 서 있던 남자는 깜짝 놀라며 도아린을 바라봤다. 그는 흰 셔츠를 입고 있었고 바지는 손에 들고 있었다.“아... 아현 씨?”육하경은 당황한 듯 발가락으로 바닥을 움켜쥐려 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도아린은 재빨리 등을 돌리며 말했다.“죄송해요. 옆방에 있던 한 여성분께서 사탕에 목이 막혀서 제가 응급처치를 했어요. 병원으로 좀 데려가 달라고 해 주세요.”“알겠습니다.”육하경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바지를 입었다.방금 한 여성이 자신에게 접근하려고 일부러 주스를 엎질렀기에 이 방에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들어왔던 터였다.그런데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을 도아린에게 들킬 줄은 몰랐다.곧 돌아온 육하경은 도아린이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상황을 잘 이해해준 듯 침착하게 행동하고 있었다.“가봤는데 이미 병원으로 옮겨졌더라고요.”“다행이네요.”도아린은 귀걸이를 뺐다.금속 알레르기가 있었던 그녀는 귀가 가렵고 뜨거운 것은 물론 이미 염증까지 생긴 상태였다.“귀가 알레르기가 돋은 것 같네요.”육하경은 상냥하게 말했다.“제가 약 발라줄까요?”방금 만난 사람조차 이를 눈치챘는데 배건후는 3년 동안 도아린에게 금속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도아린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별거 아니에요. 같은 층에 의무실이 있으니 금방 다녀올게요.”육하경은 그녀에게 앉으라고 권했다.“그럼 감사합니다.”도아린이 자리에 앉자마자 조금 전의 문은 또다시 자동으로 닫혔다. 이 디자인이 꽤 흥미롭다고 생각한 그녀는 잠시 방을 둘러봤다.육하경은 곧 약을 가져와 면봉에 약을 묻힌 후 그녀에게 다가왔다.“제가 발라줄게요.”“제가 할게요.”도아린은 그와 친구가 되는 것은 괜찮았지만 과도한 신체 접촉은 사양했다.육하경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도아린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착용한 비취 팔찌와 다이아몬드 팔찌 그리고 이 고급스러운 드레스는 모두 값비싼 것들이었다.이런 재정 상태라면 저질 귀걸이를 착용하고 연
육하경은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지만 보안 요원의 반응을 보니 도아린이 분명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 같았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반성문 작성해서 제출하세요.”“네, 네! 바로 하겠습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보안 요원은 문을 잡고 육하경과 도아린이 들어갈 수 있도록 공손히 배웅했다.그들이 탄 엘리베이터가 닫히자 바로 옆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그곳에서는 성대호와 배건후가 걸어 나왔고 성대호는 초대장을 보안 요원에게 건네며 연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아까 먼저 기다리라고 한 말... 무슨 의미였어?”배건후는 냉정한 눈빛으로 답했다.“말 그대로의 의미.”성대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다시 시작하려는 속셈이구나.’손보미가 울고불고하며 난리를 치면 배건후는 언제나 그녀에게 무한한 배려를 해왔다.‘아린 씨에게 자리 배정을 끝냈다고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이 자리가 다시 손보미에게 넘어갔다가 상황이 퍽 난감해졌겠어...’도아린을 위해 몇 마디 하려다 성대호는 배건후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는 그만두기로 했다.대신 그는 핸드폰을 꺼내 육하경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우리 도착했어. 이제 팀장 된 거 티 좀 내는 거냐? 빨리 마중 나와.]아래층에서 육하경은 도아린에게 옷을 건네며 말했다.“문 잠그고 갈아입고 내가 오면 열어줘요.”육하경의 배려는 섬세했지만 너무 친근하진 않아 도아린은 편안함을 느꼈다.“고마워요.”육하경이 방을 나가자 옷을 가져온 사람이 도아린의 뒷모습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말했다.“팀장님, 여자친구분 몸매가 너무 좋으시네요.”“입 다물어요.”육하경의 귀가 붉어졌다.그때 핸드폰이 진동했고 그는 메시지를 받았다.하지만 육하경은 바로 확인하지 않고 보안 요원을 찾아 상황을 물어봤다.도아린이 한 여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말을 들은 그는 CCTV 영상을 확인했다.도아린을 괴롭힌 여자는 다름 아닌 그에게 접근하려다 실패해 온몸에 주스를 쏟아낸 여자였다.또다시 성대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여자친구도
육하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성격에 그럴 리가 없지.”성대호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듯 말했다.“그래도 아직 공개하지 말고 적어도 우리 둘한테 먼저 보여줘야지. 요즘 여자들 수법이 대단하다고!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치밀하게 계획한 덫일 수 있어!”“어쩌면 동시에 여러 명과 만나면서 누가 더 능력 있는지 보고 결정하는 걸지도 몰라. 여자들은 겉으로는 온순하고 착해 보여도 사실은 속에 날카로운 가시가 숨어 있거든!”여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배건후는 그 말을 듣고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도아린 역시 무해한 토끼에서 손댈 수 없는 고슴도치로 변해버렸다.“맞는 말이네.”그는 동의했다.성대호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 사람은 사랑과 미움을 분명히 할 줄 아는 사람이야. 공을 다투지도, 타협하지도 않아. 이런 여자는 세상에 드물지. 이런 사람을 숨기는 건 진주를 먼지 속에 묻어두는 거랑 같아.]육하경의 말에 성대호는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대체 어떤 여자길래 그동안 늘 신중하던 네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꼭 확인해봐야겠어. 좋은 건 다 조용히 가져가겠다는 거야?”[난 못 믿어. 직접 봐야 네 말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지.][얼굴 안 붉어지게 조심해.]배건후는 연회장을 둘러보며 도아린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성대호도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말했다.“설마 배지유도 데리고 왔냐? 너 하경이랑 지유가 함께 하는 거 반대하지 않았어?”“지유는 도아린과 함께 왔어.”성대호는 말문이 막혔다.‘손보미랑 겨우 끝내놓고 아린 씨랑 연회에 참석하다니... 대체 이 남자 머릿속엔 뭐가 들어있는 거야?’배건후가 다시 한번 연회장을 확인했지만 도아린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하여 바로 도아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꺼져 있었다.표정이 차갑게 굳어지더니 배건후는 조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도아린도 연회에 왔어?”“사모님은 아가씨와 함께 들어가셨습니다.”조수현이 대답했다.“저는 밖에 있었지만 사모님이 나가시는 걸 보지
배건후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말도 안 돼.”“뭐가 말도 안 돼요!”배지유의 눈가가 붉어졌다.“오자마자 새언니가 어딨냐만 물어보고... 오빤 왜 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해요?”“또 무슨 사고 쳤냐고 물어볼까, 그럼?”“오빠 눈엔 내가 항상 사고만 치는 애로 보여요?”배지유는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냈다.“아까 난 휴게실에서 사람도 구했다고요!”그러자 배건후는 피식 콧방귀를 뀌었다.“네가 사람을 구했다고?”“그래요! 됐어요! 난 못해요! 난 새언니 화나게 할 줄만 알지 아무것도 할 줄 몰라요. 됐어요?”배건후는 배지유의 눈을 몇 분 동안 응시하더니 몸을 돌려 걸어갔다.그가 떠나자마자 배지유는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이번엔 운이 좋았다.도아린에게 문을 열어주러 갔을 때 안에 기력이 약해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원래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그 여자가 계속해서 감사 인사를 하길래 어쩔 수 없이 좋은 일을 하는 척 받아들였다.덕분에 배지유는 다행히 배건후의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그때 재벌가 여성들이 다시 다가왔다.“대표님이 칭찬해 주셨죠? 이제 갓 졸업했는데 모건 그룹의 이미지를 이렇게 긍정적으로 만들어 주셨잖아요.”“어디서 들었는데 진 대표님께서 연성에서 프로젝트를 준비한대요. 모건 그룹이랑 협력하게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이 말에 배지유는 마음이 동했다.“진 대표님께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그럼요. 해남의 스카이 빌딩도 진 대표님을 끌어들이려 했대요. 진 대표님께서 연성에 온 건 협력자를 찾으려는 게 틀림없어요.”“지유 씨가 진 대표님의 아내분을 구했으니 무슨 요구를 해도 지나치지 않을걸요?!”“맞아요. 게다가 하임리히법까지 할 줄 알았다니! 진짜 대단해요.”배지유는 속으로 흐뭇해졌다.‘만약 진 대표님과 협력할 수 있다면 내가 서류를 유출한 일도 오빠에게 말할 수 있을 거야. 공이 있으니 오빠가 크게 나무라지 않겠지.’“먼저 이야기 나누세요. 저 전화 한 통만 걸고 올게요.”배지유는 고개를
여자는 반응할 새도 없이 머리카락이 잡혔다.그 힘이 너무 세서 두피가 벗겨질 뻔했다.“너 한 번 더 하경 오빠 귀찮게 하면 내가 제대로 혼내줄 테니까 두고 봐!”“배지유 씨?”배지유의 눈은 질투로 붉게 물들어 더 이상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여자의 얼굴을 향해 또다시 손을 휘둘렀다.“내가 누군지 알긴 알아?!”“지유 씨, 저예요!”여자는 배지유의 손을 붙잡고 얼굴을 들어 보였다.“아까 지유 씨 대신 도아린을 혼내준...”“닥쳐!”배지유는 그녀를 알아보았다.얼굴이 좀 부어 있었지만 여전히 아첨하는 표정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백 번을 도와준다 해도 육하경을 탐내는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네가 무슨 일을 했든지 상관없어. 너가 은하계를 구했더라도 하경 오빠를 귀찮게 할 수는 없어. 하경 오빠는 내 거니까!”“배지유.”육하경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그만해.”“난 장난이 아니에요!”창백했던 얼굴이 다시 붉어지며 배지유는 화를 냈다.“하경 오빠, 내가 겨우 우리 오빠한테 부탁해서 여기 온 건데 어떻게 다른 여자랑 춤을 출 수가 있어요?”육하경은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이분이 나한테 옷을 준 건 아까 실수로 나한테 과일 주스를 쏟아서 그런 거야. 오해하지 마.”육하경의 말에 여자는 속으로 생각했다.‘지금 나 변호해주는 거야? 아니, 이건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잖아!’배지유의 눈은 금세 커졌다.“이런 교활한 수작을 부릴 줄이야!”곧 배지유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잡아 테이블에 박으며 외쳤다.“네가 감히 발칙하게 굴어? 제대로 혼내줄게!”“아!”테이블 위에 있던 술병이 땅에 떨어져 깨지며 요란한 소리가 났고 연회장은 엉망진창이 되었다.주변의 손님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피했고 어떤 이들은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어떤 이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했다.“배지유!”성대호가 다급히 달려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어서 그만둬!”그는 배지유에게 눈짓을 보내며 진정하라고 했다. 그러나 배지유
“안 돼!”배지유는 미친 듯이 달려와 육하경의 명함을 빼앗아 두 동강 내며 외쳤다.“어떻게 저 여자한테 개인 번호를 줄 수 있어요?!”결국 배건후는 배지유의 손목을 붙잡고 강제로 연회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책임자.”책임자를 부르는 육하경의 눈빛에는 평소의 부드러움이 사라진 상태였다.“이분을 병원에 모셔다드리세요. 치료비는 제가 부담하겠습니다.”“육 팀장님...”“이쪽으로 가시죠...”그렇게 연회 책임자는 여자를 데리고 뒷문으로 나갔다.성대호는 육하경에게 뭔가 말하려다 배지유가 또 혼날까 봐 입을 다물고 뒤따라 나갔다.“건후야, 너 지유 너무 겁주는 거 아니야?”성대호는 배지유를 뒤로 숨기며 말했다.“지유가 잘못한 건 맞지만 제대로 타이르고 말해줘야지.”그는 한숨을 쉬며 배지유를 보고 답답한 듯 말했다.“아무리 화가 나도 사람을 때리면 안 돼. 그 사람도 연회장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면 분명 신분이 보통이 아닐 텐데 네가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면 건후가 회사 관리하기 어렵잖아.”“...”하지만 배지유는 억울한 듯 여전히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그 여자가 먼저 하경 오빠를 꼬셨잖아...”“하경이는 뛰어나니까 세인트존스 호텔 총괄 팀장 자리에 오른 거야. 정말 하경이랑 함께하고 싶은 거라면 하경이의 좋은 조력자가 되어야지 발목을 잡는 사람이 되면 안 돼.”배지유는 만약 배건후가 성대호처럼 자신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더라면 자기 말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배건후는 조금 전 너무 무섭게 혼내며 소리쳤다. 그래서 배지유는 더욱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배지유는 배건후와 대화를 시도하려 했지만 그 주위에 감도는 차가운 기운이 가까이 다가가기를 망설이게 했다.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배건후가 자신에게 이렇게 화가 난 이유가 너무 큰 실수를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도아린을 배건후에게 넘기지 않아서 화풀이를 하는 건지 말이다.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배지유는 화면을 보고 눈이 번쩍였다.그녀는 웃으며 전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