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이어 빌딩의 점포 계약서라니.쳇, 또 시작이군.협박 말고 또 뭐가 있겠어.도아린은 서대은에게 먼저 먹으라고 하고는 답장을 보냈다.[일 보느라 폰 못 봤어요. 무슨 일이죠?][제대로 된 선물 보내. 너무 짜게 굴지 말고.]도아린은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선물은 받는 사람 취향에 맞춰야죠.]서대은이 좋아하는 건 오뎅인데 그게 뭐 어때서.도아린은 문득 생각나서 물었다.[배 대표님은 오뎅 드셔보셨어요?][안 먹어봤어. 하나 가져와 봐.]도아린: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배건후는 진지한 듯 또 한 마디 덧붙였다.[나 회의 가야 하니까 두 시간 뒤에 와.]성대호는 오래 쭈그려 있던 탓에 다리가 저렸다.마누라가 다른 남자랑 데이트하고 있는데 배건후는 왜 아무 반응도 없는 거지?설마 정말 손보미랑 다시 시작하려는 건가? 그래서 마누라가 딴 남자랑 어울려도 상관없다는 건가?아니면 주현정의 허락을 받으려고 이미 손보미랑 그 이상 관계로 발전해서 아이를 만드는 중이란 말가!성대호는 머릿속에서 이미 몇 편의 막장 드라마를 그려냈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손님, 죄송한데 비켜주시겠어요. 물건을 채워 넣어야 해서요.”어디로 비킨단 말인가. 여기 말고는 딱히 숨을 곳이 없는데.성대호는 나가기 싫었지만, 직원의 목소리에 도아린이 오면 더 난처해질 것 같아 허리를 굽힌 채 편의점을 빠져나갔다....도아린은 처음으로 모건 그룹 빌딩에 왔다.안내 데스크의 남자 직원은 그녀를 처음 봤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예약하셨나요?”“배 대표님이 부르셨는데, 전화해보세요.”남자 직원은 확인해보더니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많은 사람이 대표를 만나려 허황된 핑계를 대거나 심지어 대표 부인인 척하는 경우도 있었다.눈앞의 여자는 외모도 눈에 띄고 태도도 좋았다. 그래서 직원도 그녀에게 공손하게 대했다.“대표님을 아신다면 직접 연락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도아린은 어쩔 수 없이 배건후에게 전화를
그녀를 로비에서 20분이나 기다리게 한 게 누구였지?바로 백구 너잖아!도아린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아시잖아요. 바다 진주 때문이라는 걸. 두 시간 동안 설득했더니 그제야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라고요.”배건후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말이 많아.”그는 사무실로 돌아섰다. 분위기가 조금은 풀린 것 같았다.그러다 몇 걸음 가다가 갑자기 뒤돌아봤다.안내 데스크 직원은 깜짝 놀라 엘리베이터 문을 닫으려 했다.“저기, 잠깐만.”도아린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멈추고는 손에 든 오뎅을 그에게 건네주었다.“이거 받으세요, 별거 아니니까.”“아니에요, 근무 중에 이런 건 받을 수 없어요.”직원은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비싼 것도 아니에요. 500원짜리이니 뒷거래라고 할 것도 없잖아요.”안내 데스크 직원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대표님 마누라는 지금 그를 꼬시고 있는 거야?대표님이 해고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좋은 날은 없을 것 같았다.도아린은 뒤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시선을 감지했다.“안 가고 뭐 해?”개자식 독촉은 왜 해.그가 답장도 안 하고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했던 건 잊은 건가?도아린은 억지로 직원 손에 꼬치를 쥐여주고 친절하게 엘리베이터 문을 닫아줬다.우정윤의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건 마치 저승사자 앞에서 춤추는 기분이었다.대표 사무실.도아린은 오뎅의 재료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이건 어묵이고, 이건 어묵 볼, 이건 유부예요. 이건 살짝 매콤한 치킨 볼인데, 아주 맵진 않아요. 제일 맛있는 건, 이 국물이에요...”설명을 끝내고 난 뒤, 도아린은 종이컵을 앞으로 밀면서 말했다.“대표님, 드셔보세요.”“...”배건후는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했다.이런 길거리 음식을 그는 평소에 전혀 먹지 않았다.그가 반응이 없자, 도아린은 주동적으로 젓가락을 쪼개서 그의 앞에 내밀었다.배건후가 무심히 물었다.“대학 때부터 아르바이트했어?”“...무슨 말씀이죠?”도아린은 그 뜻을 이해하지 못
우정윤이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다음 미팅은 뒤로 미룰까요?”“밥이 금방 돼. 괜찮아.”“그럼 부서별로 정시에 회의하라고 전달하겠습니다.”우정윤이 문을 나서려는데 배건후가 불렀다.“SNS 쓸 줄 알지?”“네, 할 줄 압니다.”“그럼 도아린을 차단해.”“...”우정윤은 휴대폰을 받아들었다.배건후가 찍은 건 넥타이를 포장한 상태로 한 장, 책상에 올려놓고 한 장 이렇게 두 장의 사진이었다.설정을 마친 후, 우정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섰다.대표님이 평소에는 SNS 같은 걸 안 하는데, 오늘은 왜 이러지?갓 임명된 육하경: [정말 멋진데, 너한테 딱이야.]업무 중인 육민재: [스타일이 바뀌었네, 그래도 여전히 고급스럽다.]방금 드레스 샵을 나선 성대호는 핸드폰을 훑어보며 숨을 흡 들이켰다.그는 아래로 스크롤을 내렸지만, 도아린의 댓글이나 '좋아요'를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녀를 차단한 건가?어쩐지 배건후가 도아린의 외도에 관심이 없더라니. 이미 손보미와 불타오르고 있었구나. 이 넥타이도 그녀가 선물한 거겠지.성대호 댓글: [이젠 완전히 대놓고 자랑하냐.]배건후가 답글을 남겼다.[나는 있으니까 하는 거지. 너도 있으면 해봐.]성대호는 이가 갈렸다.넥타이 없고 여자 없는 놈 어디 있어.성대호는 차 안에서 연락처를 뒤져 자신에게 진심이라고 생각되는 여자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하린아, 곧 내 생일이야.”“이제야 내가 생각난 거야...흐엉흐엉.”상대는 울먹이며 말했다.“자기 생일에 우리 관계를 공개하려고 전화 한 거지?”“...”성대호는 어이가 없었다.“자기가 나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알아. 지난 일은 다 잊을게. 엄마가 말하길, 혼수는 최소 2억이고 연성에 70평짜리 집도 있어야 한대. 차는 브랜드는 상관없고 2억 이상이면 돼. 자기야...”“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신호가 끊겼네.”성대호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조수석에 던졌다.그와 함께한 여자들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았지만,
아쉽게도 공식적인 답변은 오지 않았고 대신 ‘윤주별’이라는 라윤주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손보미가 여기까지 온 건 남자친구가 돈 써서 띄워준 덕이잖아?][기쁨, 분노, 슬픔 다 한 표정으로 금화상 후보까지 올랐으니 라윤주 선생님이 아니라 네 금주한테 고마워해야지.][연기나 제대로 해. 괜히 갖다 붙이지 말고!]그러자 뜻밖에도 손보미가 직접 댓글을 남겼다.[윤주별 님들. 그렇게 말하면 라윤주 선생님이 슬퍼하실걸요.]헐. 도아린은 화가 치밀었다.진짜 아무나 다 이용하려고 하는구나.라윤주는 3년째 소식이 끊겼고 외부에는 그녀에 대한 전설만 남아 있을 뿐 아무도 라윤주의 상황을 몰랐다.손보미는 바로 그 점을 이용하고 있었다. 누가 자신이 라윤주를 모른다고 증명할 수 있겠는가?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이용하는 것이었다.어쨌든 라윤주는 행운의 상징이니까 누구든 그녀와 엮이면 다 성공할 수 있으니까.그녀가 이 글을 올린 뒤, 정말로 브랜드에서 그녀에게 광고 모델을 제안했다.라윤주는 과연 행운의 상징이었다.도아린은 페이지를 넘기고 서대은에게 문자를 보냈다.[손보미가 아부하는 꼴, 진짜 역겹다.]서대은은 디자인 도면에서 고개를 들며 차갑게 웃었다.[아부하는 사람을 보면 결국 남는 게 없어.]도아린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며 예쁜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성대호는 병원에 도착하자 깊이 숨을 들이쉬고 배지유의 병실로 들어갔다.“지유야, 너 바다 진주 갖고 싶다 하지 않았어?”그는 주머니에서 상자를 꺼내 그녀 앞에 놓았다.“6억 주고 사 왔어.”배지유는 눈물을 머금은 채 그 상자를 들어 문밖으로 던져버렸다.“싫다고 했잖아!”“...”성대호는 그 모습을 보고 눈썹을 찡그렸다.서대은의 비서가 상대방이 팔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그는 좋은 말로 설득해 겨우 바다 진주 한 쌍을 살 수 있었다.하지만 배지유는 쳐다보지도 않고 밖으로 던지며 그의 호의를 무시했다.그녀는 입을 가리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성대호는 한숨
방우진은 병원 로비에서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몇 층이야?][8층.]그는 입에 물었던 이쑤시개를 뱉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8층은 조용했다. 끝쪽 병실 문이 열렸다가 닫히더니 키가 작은 중년 여자가 빠르게 나왔다.“이쪽으로 와.”여자가 그를 테라스로 안내했다.방우진은 짜증 난 표정으로 뒤따랐다.“그 영감탱이가 죽자마자 일자리를 구한 거야?”여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천천히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냈다.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방우진은 그것을 단숨에 낚아채고는 손에 침을 바르고 빠르게 돈을 세었다.“이것밖에 안 돼?”“지난달 내가 아파서 며칠 동안 수액을 맞았잖아...”“오백 원짜리 감기약을 먹으면 되지 무슨 수액이야? 돈 낭비하지 마!”여자는 억울한 표정으로 두 손을 불안하게 비볐다.“다음 달에는 좀 더 벌 거야. 이번 고용주는 좋아. 월급도 많고 식사도 챙겨주거든.”방우진은 비웃으며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돈 좀 뜯어갔다고 서러워하지 마. 내가 상가를 손에 넣은 뒤 임대료를 받으면 엄마도 남은 인생 똥 치우며 살 필요 없어, 알았지?”그가 돌아서려 하자 여자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여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우진아, 너 출근하기 싫으면 엄마가 열심히 벌게. 힘들어도 괜찮으니까 우리 제발 나쁜 짓은 하지 말자.”방우진은 여자를 밀쳐버렸다.“위선 떨지 마. 엄마가 나쁜 짓 안 했으면 우리 누나가 왜 죽었겠어?”방우진은 돈을 안주머니에 넣으며 차갑게 말했다.“엄마가 지금 겪는 고통은 그때 저지른 죗값을 치르는 거야! 내가 엄마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그 말을 남기고 그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은 여자를 내버려 두고 가버렸다....도아린은 자신이 언제 잠들었는지도 몰랐다.꿈속에서는 많은 사람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들의 탐욕스럽고 흉악하고 분노에 찬 시선은 확실히 보였다.그녀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갑자기, 손목이 꽉 잡혔다.키
퇴근 시간이 되자 그 직원은 대표와 사모님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걸 보고 서둘러 일어나 맞이할 준비를 했다.“오뎅 맛있었어요?”도아린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대표님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꼈다.대체 맛있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우정윤의 신호를 받고 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근무 시간에는 음식을 먹으면 안 돼요.”“아, 그럼 먹지 마세요. 차가워지면 배탈 나요.”배건후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차가운 음식이 배탈을 일으킬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가 오뎅을 안 먹었다고 불평하는 도아린이 어이없었던 것이다.차별 대우를 받은 누군가는 기분이 좋지 않아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도아린은 그를 따라잡으려고 작은 걸음으로 뛰어갔다.다리 긴 게 뭐가 대단해!매너도 없는 주제에!집에 갈 줄 알았는데 배건후는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갔다.주현정은 방금 잠들어 두 사람은 방해하지 않고 배지유의 병실로 향했다.배지유는 안절부절못하며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말해봐.”배건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배지유는 이불을 꼭 쥐고 빠르게 도아린을 쳐다본 후 모깃소리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사고였어요...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잠시의 침묵은 마치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배건후의 실망한 눈빛을 마주할까 봐 배지유는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지금 모건 그룹은 배건후가 모든 권력을 쥐고 있었기에 그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그녀는 자회사에도 발을 들이기 힘들었다.오히려 그녀를 해외로 유학 보내 버릴 가능성이 컸다.일단 연성을 떠난다는 건 육하경을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배지유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침대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오빠에게 용서를 빌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남자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차 얘기 말고, 네 몸이 어떠냐고. 의사가 뭐래?”“...”배지유의 몸이 얼어붙었다.문가에 서 있던 도아린의 눈에
도아린은 그가 나오는 걸 보고 간단히 몇 마디 한 후 전화를 끊었다.“이제 갈 수 있어요?”그녀의 차가운 태도에 배건후는 불만을 느꼈다. 차에 타고나서 배건후는 냉정하게 말했다.“소인배는 사람을 짜증 나게 하지.”도아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대충 한마디를 내뱉었다.“고집 피우는 사람이 더 혼나야죠.”차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때릴 만큼 때렸고 욕할 만큼 했어. 지유도 잘못을 인정했는데 이제 뭘 더 바라는 거야?”‘이 말은 배지유가 다 털어놨다는 뜻인가?’배지유는 도아린을 이용해 회사의 기밀을 유출하고도 오히려 그녀를 모함하려고 했다. 하여 도아린은 이 문제를 잘못을 인정했다는 말 한마디로 절대 용서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배건후를 너무 과대평가했다. 아무리 뛰어나도 그 역시 결국엔 자기 동생을 감싸는 오빠에 불과한 보통 사람일 뿐이었다.“지유 씨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렇게 쉽게 용서한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요.”배건후는 눈살을 찌푸렸다.결혼 후 도아린은 배지유를 항상 챙겨주고 배지유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 들어줬다. 하지만 지금은 이혼을 앞두고 배지유에 대한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지유가 아린이를 존중하지 않은 건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죽을죄는 아니지 않나?’교통사고를 당하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아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하지만 배지유가 이미 사과했는데도 도아린이 끝까지 몰아붙이고 있는 것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도아린은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기분이 배건후 때문에 다 망쳐졌다.“수현 씨, 저는 강진 아파트로 데려다줘요.”그녀는 스튜디오로 돌아가고 싶었고 배건후와 더 이상 감정을 소모하는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조수현은 감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슬쩍 백미러를 통해 배건후의 눈치를 봤다. 배건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단호히 거부의 의사를 내비치고 있었다.차는 갑자기 속도를 냈다.상업구를 지나가면서 건물 외부 스크린에 빅토리아
조수현은 핸들을 꼭 잡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긴장한 상태로 있었다.뒤이어 검은 구름이 드리운 듯한 분위기 속에서 차는 무사히 에이트 멘션에 도착했다.도아린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배건후와 이렇게 지내다가는 1년은커녕 반년도 못 버틸 것 같았다. 차라리 그 4000억을 포기하고 일찍 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결혼 후 살게 된 에이트 멘션에 도아린은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배건후의 강압적인 성격을 생각하면 그냥 가게 두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마이바흐가 잔디 위에 멈춰서자 도아린이 먼저 차에서 내려 어두운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그 뒷모습은 마치 결연히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사람 같았다.문에 들어서자마자 도아린은 가디건을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그녀가 허리를 숙여 신발을 갈아신는데 목 부분의 단추가 느슨하게 풀렸다.오늘 도아린은 복숭아 모양의 브라를 입었는데 앞부분만 살짝 가려져 있었고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었다.뒤따라 들어온 베건후는 그녀 옆에 서서 이 모든 걸 한눈에 볼 수 있었다.그의 아랫배에서 갑작스레 열기가 치솟았다. 차 안에서 도아린이 한 말들이 떠오르며 불편함을 느꼈던 그는 더욱 긴장했다.모건 그룹을 맡은 이후로도 수많은 여자가 그에게 접근 해왔지만 배건후는 그 모든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도아린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침을 삼키며 욕망을 억누르려 애썼다.도아린은 배건후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었다.그녀의 엉덩이가 그의 다리에 살짝 닿자 베건후는 전기가 등줄기를 타고 흐른 듯했다.뒤이어 도아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님방으로 향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건후는 점점 더 무거워지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도아린이 문고리를 잡으려는 순간, 배건후가 그녀의 뒷목을 잡아채며 말했다.“위층으로 가.”그러자 도아린은 그의 철처럼 단단한 손을 떼어내려 하며 말했다.“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