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도둑은 결국 육하경에 의해 경찰서로 넘겨졌다. 육하경은 경찰서에서 나오면서 뭔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전과자래요. 적어도 반년은 안에 있어야 할 거예요.”그러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이번엔 진짜 도둑이 맞아요. 오해한 거 아니고요.”도아린은 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네요. 이번엔 오해가 아니네요.”그녀는 육하경이 생긴 건 점잖아도 주먹이 이렇게 셀 줄은 몰랐고, 특히 안 보이는 곳만 골라서 세게 때릴 줄은 몰랐다.육하경도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내가 우연히 지나가다가 본 거라면 믿겠어요?”도아린이 어디 사는지 알고 나서부터 육하경은 계속 우연한 만남을 만들고 싶어 했다. 오늘은 아파트에 결혼식이 있어서 출입 금지가 해제되자 그는 들어가 보려고 했다.그런데 뜻밖에도 도아린이 오토바이를 쫓으면서 그에게 영웅이 되는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도아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믿죠.”몇 번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육하경은 다시 한번 그녀를 도와주었다. 그래서 그가 커피 한잔하자고 제안했을 때, 도아린은 흔쾌히 응했다.카페 안에는 고객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잡지가 놓여 있었고 도아린은 무심코 보석 잡지를 집어 들었다.육하경이 전화를 받고 돌아왔을 때 그의 시선은 잡지 속 화려한 진주 사진에 머물렀다.“인어의 눈물.”“보석에 대해 잘 알아요?”도아린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육하경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친구한테서 들었어요. 이 진주는 저주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소유자가 이유 없이 우울해지거나 자살 충동을 느낀다던데.”도아린은 무표정하게 잡지를 덮었다.어떤 사람들은 돈과 이익에 눈이 멀어 양심을 저버렸지만 아무도 그들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지 않으면 그들은 모든 게 잘 해결된 것처럼 착각한다.이른바 저주란,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직시하게 만드는 것뿐이다.“사실 저주보다는 난 축복이 더 믿음이 가요.”육하경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난 예전에 전남에서 한동안 살았는데 그곳에는 축복의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성대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배건후의 날카로운 시선을 견디며 그는 애써 침착하려고 했다.“내 비서가...”그는 문득 배지유가 떠올랐다.이 서류는 배지유가 하룻밤 가지고 있었다.아니, 그럴 리 없다!배지유가 USB로 도아린에게 누명을 씌운 건 단순한 장난이었을 뿐, 그녀는 서류의 내용을 외부인에게 누설할 리가 없었다.그녀가 아무리 어리석어도 외부인과 손잡고 모건 그룹의 이익을 해칠 리는 없을 것이다.성대호는 배지유를 믿었지만, 그의 눈꺼풀은 불운이 닥칠 거라는 경고를 보냈다.“확실하게 조사해볼게.”배건후의 눈빛은 깊고 차가워서 그의 속마음을 읽어내기가 어려웠다.그는 서랍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성대호에게 건넸다.성대호가 열어보니 엠파이어 빌딩 내의 좋은 위치에 있는 점포 서류였다.“그깟 디저트 가게를...”남자의 차가운 눈빛에 성대호는 말을 삼켰다.비록 둘은 절친한 사이였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모건 그룹은 너무나 빠르게 성장했다.배건후는 마치 신의 축복을 받은 것처럼 무슨 사업을 하든 순조로웠고 불과 3년 만에 다른 재벌들과 큰 격차를 벌렸다.배건후와 사석에선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일할 때만큼은 너무 엄격해서 성대호는 그를 두려워했다.“나한테 맡겨.”도아린이 사과를 받아들이든 말든, 그는 약속을 이행해야 했다.“아린이 명의로 이전해.”배건후가 담담하게 말했다.성대호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나간 뒤, 배건후는 서류를 우정윤에게 건네며 위약 사항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우정윤이 배건후의 비서임을 알고 상대방은 그나마 솔직하게 그들이 해남의 스카이 빌딩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스카이 빌딩은 임대료가 저렴할 뿐 아니라 한 가지 더 매력적인 점이 있었다.“그들이 말하길 라윤주의 작업실이 스카이 빌딩에 자리 잡을 거래요.”우정윤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라윤주는 디자인 업계에서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인물이죠. 듣는 소문에 의하면 그녀의 작품을 소유하면
육하경은 전화를 받고 먼저 갔다. 디저트는 갓 만들어져 이제 막 나온 것이었다.엄마는 훌륭한 제빵사였고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 도아린은 거의 디저트를 먹지 않았다.이 카페의 디저트는 어린 시절 먹던 맛과 조금 닮아 있었다.“네가 한 약속 잊지 마.”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상기시켰다.“건후 씨, 옷 수선은 섬세한 작업이니 한 번에 되는 게 아니에요.”도아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진짜로 손보미를 도와주고 싶으면 그 집 드레스를 사라니까요.”배건후는 코웃음 쳤다.“다른 사람이 입었던 건 필요 없어.”도아린은 의아해하며 대꾸했다.“그게 뭐 어때서요? 건후 씨도 내가 썼던 거잖아요.”“도아린!”남자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죽고 싶어?”그녀는 아직 젊었고 죽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은 말없이 침묵했고 분위기는 묘하게 변했다.철컥. 배건후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두 모금 피웠다.“어젯밤 밤새 회의를 했어.”이건 어젯밤 방에 돌아오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건가?며칠 전만 해도 도아린은 그의 이런 태도에 신이 나서 좋아했을 테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은 잔잔했다.“네.”그녀는 그저 조용히 대답했다.배건후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도아린은 항상 그를 중심으로 모든 걸 맞춰왔고 크고 작은 일 모두 그를 위주로 움직였다. 그런데 지금의 차갑고 거리감 있는 태도는 배건후를 짜증 나게 했다.“하루 줄게. 바다 진주를 못 가져오면 점포는 다른 사람한테 넘길 줄 알아.”“건후 씨, 이거 너무한 거 아니에요?”“너무하면 또 어쩔 건데?”도아린은 작은 포크로 디저트를 푹 찌르며 이를 악물었다....배지유는 주현정과 점심을 먹던 중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그녀의 표정은 금세 변했다.“엄마, 친구가 할 말이 있대요.”배지유는 전화를 가리고 구석으로 가서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난 USB를 정말 그 여자 가방에 넣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실패했어요.”“그년은 나를 경찰에 넘겼어. 빨리
“너 지유랑 무슨 사이야?”성대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방우진은 입가를 만지며 건들건들한 태도로 대답했다.“그러는 그쪽은 그 여자랑 무슨 사이인데?”“지유 오빠다.”“배건후?”“다른 오빠.”“이이고...”방우진은 배가 아파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성대호가 들고 있는 서류 봉투를 보자 작은 눈을 반짝였다.“이거 내 거지?”성대호는 손을 들어 그의 손길을 피했다.“먼저 설명부터 해.”배지유가 울며 애원하지 않았더라면 그도 굳이 직권을 이용해 장수현을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눈앞에 있는 이 청년은 영락없는 불량배였다.배지유가 어떻게 이런 사람을 알게 된 걸까.방우진은 여유롭게 말했다.“안 줘도 상관없어. 어차피 그 여자가 직접 나한테 줄 거니까.”...도아린은 문나연의 문자를 받았다.필요했던 실이 도착했으니 작업실에 와서 가져가면 된다는 내용이었다.주차할 자리가 없을 것 같아 도아린은 차를 두고 콜택시를 불렀다.그러다 문득 경찰서 앞에서 방우진과 성대호가 서로 마주 서서 얘기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육하경이 말하길 상대방은 전과가 있어서 최소 6개월은 구치소에 있을 거라 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오다니.그렇다면 성대호는 저 사람을 그냥 아는 걸 넘어서 사이가 꽤 좋다는 얘기다.배지유가 자신의 가방에 몰래 USB를 넣었고 바로 이어서 누군가 그녀의 가방을 빼앗은 것을 생각해 보면 이 모든 일은 그녀의 짓이었다.그리고 성대호는 공범인 게 분명했다.이 일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아 도아린은 실 고르는 데 집중하지 못했다.“손보미가 또 너한테 시비 걸었어?”문나연은 옆에 앉아 함께 실을 골랐다.“아직은 없어.”도아린은 고른 실을 비닐봉지에 담았다.문나연은 주위를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췄다.“라윤주가 다시 활동 시작한 거 알고 있어?”도아린은 깜짝 놀라 실을 떨어트릴 뻔했다.“누가 그래?”“내부 정보야.”문나연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그녀가 해남의 스카이 빌딩에 작업실을 연대. 이 일
“아린아, 건후의 재산이 수백조야. 넌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는데 굳이 이 쥐꼬리만 한 재산에 집착할 이유가 있어?”“있죠.”도아린은 실을 들고 작업실을 나섰다.“도울 디저트는 원래 엄마가 혼수로 가져온 거잖아요.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나랑 지현이가 상속받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럼 유준은?”“걔는 아빠의 양아들이니 아빠 재산에서 나눠주면 되잖아요.”도아린이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다른 속도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어보니 멀지 않은 곳에 도정국이 서 있었고 도유준은 점포 유리창에 붙어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아빠, 이 두 점포는 아직 인테리어도 안 했어요. 누나가 우릴 속인 건 아니겠죠!”“망할 계집년이 진짜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오해일 수도 있잖아요. 아니면 우리 에이트 맨션에 직접 찾아가서 물어봐요.”도유준은 그녀가 사는 호화로운 대저택에 가보고 싶었지만, 보안이 너무 엄격해서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가서 따져 보자고요. 아니면 거기 가서 살던가...”도유준의 말이 중단됐고 그의 표정도 기쁨에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변했다.“누나...”도정국이 뒤를 돌아보니 도아린이 서 있었다. 그는 굳어진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도아린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에이트 맨션에 살고 싶다고?”도유준의 눈에 질투의 빛이 스쳤다.그곳은 억대 차들이나 다니는 데라서 돈만 많다고 되는 게 아니고 지위도 있어야 집을 살 수 있었다. 도아린이 사는 집은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위치였다.자신이 거기서 며칠만 살아도 친구들은 분명 엄청 부러워할 것이다.“누나가 결혼한 후로 우린 한 번도 누나 집에 가본 적이 없잖아. 기회가 되면...”“기회는 없어.”도아린은 그를 한 번 쓱 쓸어보며 말했다.“우리 집은 남을 환영하지 않아.”“...”도유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도정국은 손을 내저으며 그에게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는 닫힌 점포 쪽으로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어느 쪽이 내 거야?”“어느 쪽도
점포 자리만 확보되면 그는 꼭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관계를 확실히 할 생각이었다.여자친구를 떠올리자 도유준의 눈이 반짝였다.“누나, 나 이제 막 졸업했으니 아직 사업 자금도 못 모았어. 나중에 능력이 생기면 아빠한테 꼭 더 나은 삶을 드릴 거야. 형부도 누나한테 항상 잘해주니 누나도 굳이 돈을 따로 모을 필요가 없잖아. 아빠가 누나를 이렇게 키워주신 걸 생각해서 그냥 효도하는 셈 치고 가게 좀 넘겨줘. 나중에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다시 돌려받으면 되잖아.”도정국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도아린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불효할 줄 알았더라면...진작에 널 없앴어야 하는 건데.”도아린은 냉소를 띄우며 대답했다.“애초에 내가 딸인 줄 알았다면 진작에 죽였어야 했다고 말씀하셔야죠.”“...”순간 도정국은 화가 나서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는 비틀거리며 거의 넘어질 뻔했다.“무슨 일이세요?”사람들이 갈라지며 성대호가 다가왔다.도아린을 보자 그의 얼굴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에헴. 이분은 도아린 씨 아버지세요?”그는 도아린의 곁으로 다가가며 물었다.“성 팀장님!”도유준은 여기에 여러 번 왔기 때문에 그를 알고 있었다.“이 가게 중 하나는 우리한테 주는 거 맞죠?”성대호는 도아린을 바라봤다.오늘 아침 병원에서 그녀를 노엽혔으니 지금은 반드시 그녀 편을 들어야 했다.“아니야.”도아린이 확실하게 말했다.도유준은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성 팀장님, 누나는 아빠랑 잠깐 다툰 거예요. 아빠도 화가 나서 혈압이 오르셨다니까요. 그러니 그냥 사실대로 얘기해 주세요.”성대호의 표정도 심각해지면 무서웠다.“아버님의 혈압이 높으면 빨리 병원으로 가야지. 내가 무슨 혈압약이야?”“...”“점포 자리가 있다 해도 그건 도아린 씨 거야. 당신들 지금 뭘 하는 거야? 가스라이팅? 협박? 두 남자가 여자 하나 괴롭히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상가 관리자가 도아린의 편을 드니 아까는 누나가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삶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던 사람들
곱슬머리 남자는 도아린을 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눈 속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보스.”“댕댕아.”도아린은 빠르게 손을 들어 상대방의 가슴을 밀어내며 자신을 들어 올려 빙빙 돌리려는 그의 시도를 거부했다.“보스, 정말 보고 싶었어!”서대은은 도아린의 손을 잡더니 빠르게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난 네가 연성에 있으면서 가게를 차렸다는 건 알았지만 3년이 지나서야 날 만나줄 줄은 몰랐어!”서대은은 감정이 북받쳐 눈가가 촉촉해졌다.도아린이 아무리 피하려 해도, 그는 끝내 그녀와 함께 소파 의자에 바짝 붙어 앉았다.마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드디어 인정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도아린은 서대은이 오뎅을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곱빼기로 시켜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라윤주가 스카이에서 작업실을 차린다는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알아봐.”서대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꼬치를 하나 집어 들었다.“진짜로 그 진주를 손보미 그 년에게 줄 거야?”“자기 주제를 모르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도아린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서대은도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따라 웃었다.한편 성대호는 차를 몰고 드레스 샵을 찾았다. 가게에 들어가려던 순간, 문득 주머니에 담배가 없다는 걸 발견하고 그는 급히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계산을 마칠 즈음,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진열대 뒤의 휴식 공간에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도아린?!그녀가 어떻게 남자와 바짝 붙어 앉아 있을 수 있지.성대호는 마음속으로 도아린에게 미안함을 느꼈지만, 친구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있는 걸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그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점원: “결제 도와드릴게요.”“잠깐만요.”성대호는 주머니에서 만원을 꺼내 계산대에 놓고는 두 개의 진열대 사이에 몰래 숨어 두 사람을 엿보기 시작했다.좁은 틈 사이로 나란히 앉은 모습을 찍은 후, 그는 사진을 배건후에게 보냈다.[배건후, 네 마누라가 왜 이혼하겠다고 하는지 알겠어. 어린
엠파이어 빌딩의 점포 계약서라니.쳇, 또 시작이군.협박 말고 또 뭐가 있겠어.도아린은 서대은에게 먼저 먹으라고 하고는 답장을 보냈다.[일 보느라 폰 못 봤어요. 무슨 일이죠?][제대로 된 선물 보내. 너무 짜게 굴지 말고.]도아린은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선물은 받는 사람 취향에 맞춰야죠.]서대은이 좋아하는 건 오뎅인데 그게 뭐 어때서.도아린은 문득 생각나서 물었다.[배 대표님은 오뎅 드셔보셨어요?][안 먹어봤어. 하나 가져와 봐.]도아린: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배건후는 진지한 듯 또 한 마디 덧붙였다.[나 회의 가야 하니까 두 시간 뒤에 와.]성대호는 오래 쭈그려 있던 탓에 다리가 저렸다.마누라가 다른 남자랑 데이트하고 있는데 배건후는 왜 아무 반응도 없는 거지?설마 정말 손보미랑 다시 시작하려는 건가? 그래서 마누라가 딴 남자랑 어울려도 상관없다는 건가?아니면 주현정의 허락을 받으려고 이미 손보미랑 그 이상 관계로 발전해서 아이를 만드는 중이란 말가!성대호는 머릿속에서 이미 몇 편의 막장 드라마를 그려냈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손님, 죄송한데 비켜주시겠어요. 물건을 채워 넣어야 해서요.”어디로 비킨단 말인가. 여기 말고는 딱히 숨을 곳이 없는데.성대호는 나가기 싫었지만, 직원의 목소리에 도아린이 오면 더 난처해질 것 같아 허리를 굽힌 채 편의점을 빠져나갔다....도아린은 처음으로 모건 그룹 빌딩에 왔다.안내 데스크의 남자 직원은 그녀를 처음 봤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예약하셨나요?”“배 대표님이 부르셨는데, 전화해보세요.”남자 직원은 확인해보더니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많은 사람이 대표를 만나려 허황된 핑계를 대거나 심지어 대표 부인인 척하는 경우도 있었다.눈앞의 여자는 외모도 눈에 띄고 태도도 좋았다. 그래서 직원도 그녀에게 공손하게 대했다.“대표님을 아신다면 직접 연락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도아린은 어쩔 수 없이 배건후에게 전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