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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도아린의 마음에 찌르듯 한 통증이 스쳤다.

배씨 가문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은 오직 주현정뿐이었다.

그녀 대신 배건후를 욕해주기도 했고 배지유가 함부로 말하면 혼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잊고 있었다. 주현정은 그들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작은 일들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자식이 억울해도 참을 수 있었지만, 회사 문서에서 USB를 몰래 꺼내는 건 장난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큰 문제였다. 심하면 기밀을 훔친 혐의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책임을 주현정은 배지유에게 지게 할 리가 없었다.

성대호는 도아린의 눈에 비친 실망을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도아린에게 사과를 시킬 생각은 없었다. 단지 배지유가 창피를 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아주머니, 지유가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잖아요.”

“옳은 것은 옳은 거고 틀린 것은 틀린 거야.”

주현정이 고집을 부렸다.

도아린은 주현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매우 잘 관리되어 있어 5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30대처럼 보였고 한때 강인한 사업가로 뼛속 깊이 자부심과 위엄이 있었다.

도아린과 눈을 마주치는 주현정의 눈빛은 아주 밝았다.

사과의 말을 도아린은 입 밖으로 내기 힘들었고 애초에 사과할 생각도 없었다.

“저는 사과하지 않을 겁니다.”

도아린은 확고하게 말했다.

배지유는 초조하게 성대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 달라는 뜻이었다.

성대호는 늘 도아린을 아끼던 주현정이 그녀에게 사과하라고 할 줄은 몰랐다.

“아주머니, 가족끼리 잘못을 알면 됐지 않나요?”

“내가 뭘 잘못됐는데요?”

도아린의 차가운 눈빛이 그에게로 향했다.

순간 성대호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입술을 오므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호야.”

주현정이 조용히 말했다.

“넌 건후의 절친이자 그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야. 그러니 난 네 능력을 믿고 네 사람됨도 믿어. 네가 아린이가 USB를 가져갔다고 했으니 아린의 잘못이 맞는 거겠지.”

“아주머니.”

성대호는 지금처럼 당황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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