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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배지유는 도아린의 손을 놓았다.

잠시 생각하더니 그녀는 과일 바구니에서 큰 사과를 하나 꺼내서 도아린에게 건넸다.

“사과 좀 깎아줄래요?”

여전히 그녀를 도우미 취급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도아린은 거절하려다가 배지유의 상태가 어젯밤보다 더 안 좋아 보여서 그냥 넘어갔다.

그녀는 사과를 깨끗이 씻고 껍질을 깎은 뒤, 잘게 썰어 배지유에게 건넸다.

“난 일이 있어서 어머님을 기다리지 않을게요.”

“잠깐만요.”

배지유는 침대 옆 서랍에서 종이 서류봉투를 꺼내 들었다.

“이건 어제 오빠가 여기 두고 간 서류인데 오빠한테 전해줘요.”

“시간 없어요.”

“그냥 서류 하나 전해주는 거니까 얼마 안 걸려요!”

배지유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사무실에 올라가기 싫으면 비서한테 받아가라 하면 되잖아요.”

“...”

도아린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배건후가 집에서 일할 때도 그녀는 그의 서류에 손을 대지 않았다.

“내가 전화해서 가져가라고 할게요. 건후 씨도 금방 집에서 나왔을 테니까.”

“전화하지 말아요!”

배지유는 도아린의 휴대폰을 세게 쳐서 떨어뜨리고는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내가 사과도 다 했는데 서류 하나 전해주는 것도 못 해줘요?”

배지유가 서류를 급하게 밀어 넣을수록 도아린은 점점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유 씨, 또 무슨 수작 부리려는 거예요?”

“수작이라니요.”

배지유는 눈물이 글썽해서 말했다.

“내가 보미 언니를 더 좋아하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엄마는 아린 씨만 며느리로 인정한다잖아요. 어젯밤에는 너무 아파서 실수로 보미 언니 앞에서 아린 씨를 망신 줬어요. 그래서 오늘은 아린 씨에게 오빠에게 접근할 기회를 주려고요. 난 진심으로 두 사람을 엮어 주고 싶을 뿐인데 무슨 나쁜 속셈이 있겠어요.”

‘지유가 나와 건후를 엮어준다고? 누가 그 말을 믿겠어. 어제 엘리베이터에서 나한테 목을 길게 뽑고 소리쳤으니 어머님이 따끔하게 혼내줬겠지. 아마 서류를 보내라는 것도 어머님이 시켰을 거야.’

도아린이 잠시 망설이자 배지유는 서둘러 서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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