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는 덤덤히 웃으며 대답했다.“요수가 아니라 아마 영수일 겁니다. 영수일 가능성이 가장 커요. 요수는 내공이 너무 낮아서 영지가 높지 않거든요.”“청년, 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 우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어요!”남자는 얼빠진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봤다.이태호는 그제야 설명했다.“제 말은 여러분이 말한 요괴가 사실은 영지가 비교적 높은 영수일 거라는 말입니다. 영수라는 건 하늘과 땅의 정수를 흡수하여 영지가 생긴 동물입니다. 그것들은 자발적으로 영기를 흡수할 수 있고 수련할 줄 알게 되면 점점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영수요? 이 세상에 정말 도를 닦는 자들이 있다는 말인가요?”남자의 가족들은 이 마을에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도를 닦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태호의 말에 조금 설득당했다.그는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청년, 우리 마을은 1년 전부터 이상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매달 어린 소녀들이 실종되죠. 처음엔 우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누군가 검은 안개 속에서 커다란 두 눈동자를 봤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들 그것이 전설 속 요괴라고 확신했어요.”거기까지 말한 뒤 남자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그 뒤로 우리 마을의 덕망 있는 어르신들이 모여서 의논한 결과 제물을 바치기로 했어요. 매달 15일 마을 어귀 쪽에 소녀를 한 명씩 바쳐서 한 달간의 안녕을 바꿨어요.”이때 여자도 입을 열었다.“그 괴물은 정말 사람 말을 알아듣는 건지 그 뒤로 오지 않았어요. 오직 매달 15일에야 이곳에 왔죠. 여기 사람들은 매달 15일이면 감히 밖으로 나가지 못해요. 매달 15일 그것에게 소녀를 한 명 제물로 바쳐야 하거든요.”“다들 문을 걸어 잠근 이유가 오늘이 15일이기 때문이었군요.”신수연은 저도 모르게 말했다.“오늘 저녁에 제물로 바칠 소녀는 누군가요? 알고 계세요?”중년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휴, 예전에는 다들 자기 딸을 지키기 위해 집에 어린 딸이 있으면 마을에서 도망치게 했어요.”
“정말 잘됐어요. 청년도 도를 닦는 사람인가 보죠? 세상에나, 도를 닦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다니.”남자는 흥분해서 말했고 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과찬이세요. 가서 감시팀 사람을 불러오세요. 제가 얘기해 볼게요.”“태호야, 정말 확신이 있는 거야?”소지민은 곧바로 이태호를 옆으로 끌어당기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아까 저 사람들도 얘기했잖아. 눈동자가 엄청 크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큰 생물이길래 눈이 그렇게 크겠어? 다른 사람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우리가 휘말릴 수도 있잖아. 그리고 이 일은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야. 네가 괜히 도와준다고 나섰다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영수인지 뭔지를 화나게 만든다면 너랑 우리까지 먹어버릴 수 있어. 그러면 정말 큰일 아니니?”이태호는 순간 괴상한 표정으로 말했다.“장모님, 전에 장모님이 저 따라서 천홍주에 가겠다고 했을 때 저는 장모님을 말렸어요. 그런데 장모님은 그 말을 듣지 않으셨잖아요. 그러면서 사람은 언젠가는 죽을 거니까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하시더니 지금은 두려우세요?”소지민은 순간 난감해졌지만 이내 변명했다.“난, 난 사람이 두렵지 않다는 뜻이었어. 그런데 그건 사람이 아니잖아. 무섭지 않을 리가 있겠어?”이태호는 그녀를 위로했다.“장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거니까요.”“김덕재 씨, 문 열어요! 잠깐 나와봐요.”그런데 뜻밖에도 바로 그때 노크 소리가 났다.“감시팀 팀장인가 봐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나가서 대화 좀 나눌게요.”김덕재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이태호 일행에게 말한 뒤 혼자 문을 열고 나갔다.그러고 나가서는 밖에서 문을 잠갔다.“하하, 이진후 씨, 전 웬일로 찾아온 거죠? 올해 제물로 바칠 사람은 뽑았어요?”김덕재는 나가서 웃는 얼굴로 상대방에게 물었다.그러고는 또 말을 이어갔다.“제게 후환을 없앨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이진후라고 불린 남자는 곧바로 말했다.“방법은 무슨 방법이요? 그 물건은 흰 연기
김덕재는 깜짝 놀라더니 저도 모르게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럴 리가요?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죠? 내 딸이 뽑히다니,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저질렀길래!”조금 전 이태호가 김덕재에게 자신이 그 영수를 죽여주겠다고 했으나 김덕재는 확신이 없었다. 만약 이태호가 실패한다면 어떡한단 말인가?그래서 그는 이태호에게 너무 큰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자기 딸이 제물로 선정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너무 놀라 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문 뒤에 서 있던 김덕재의 아내는 문을 살짝 열어 틈을 만든 뒤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녀 역시 겁을 먹고 벌벌 떨었다.“이럴 수가, 내 딸이 선정되다니. 선화야, 네가 뽑혔대!”김선화는 그 말을 듣고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지고 완전히 넋이 나간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바로 그때, 이진후는 웃으며 말했다.“콜록콜록, 덕재 씨, 우리도 안 지 꽤 됐고 다들 사이도 좋았잖아요? 내게 부탁한다면 내가 방법을 생각해 줄지도 모르죠. 아무래도 내가 감시팀 팀장이니까요, 그렇죠?”이진후가 말을 이어갔다.“간단해요. 제비뽑기는 제 뜻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니까 당신 딸이 나랑 하룻밤 잔다면 절대 당신 딸이 걸리게 하지 않을게요. 어때요?”“이, 이 빌어먹을 자식. 우리 딸이 얼마나 어린데 나보다 나이도 많은 당신이...”김덕재는 너무 화가 나서 이진후를 죽이고 싶었다. 좋은 친구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이 인두겁을 뒤집어쓴 짐승일 줄은 몰랐다.김덕재는 이진후를 욕했지만 이진후는 화가 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김덕재를 위협했다.“하하, 김덕재 씨, 잘 생각해야 할 거예요. 당신 딸의 몸이 중요한지, 아니면 목숨이 더 중요한지 말이에요. 당신이 승낙한다면 다음 해, 다다음 해 제비뽑기에서도 당신 딸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죠. 어때요? 팀장은 나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요.”“꿈 깨요!”김덕재는 차가운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흥, 그러면 날 탓하지 말아요!
김덕재는 그제야 소개했다.“그들은 우리 마을을 지나가던 사람들이에요. 이 청년은 이태호라고 하는 데 우리를 도와 그 영수를 죽일 수 있다고 했어요!”“영수? 영수가 뭔데요?”이진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잠깐 고민하더니 저도 모르게 말했다.“설마 그 요괴를 말하는 거예요?”김덕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 요괴요. 이 청년이 그랬어요. 자신이 그 요괴를 죽여줄 테니 앞으로 그 요괴에게 제물을 바칠 필요가 없다고요.”“말도 안 되는 소리!”이진후는 곧바로 씩씩거리면서 말했다.“장난해요? 우리 같은 사람이 그 요괴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나 실패한다면 우리 마을 전체가 휩쓸릴 수도 있어요. 우리는 그 요괴에게 매달 젊은 여자들을 한 명씩 바치면 되는데 혹시나 그 요괴를 화나게 만든다면 지금보다 더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다고요.”다른 남자가 말했다.“그러니까요. 이 자식 연약하게 생기고 몸에 근육도 저보다 없는 것 같은데 그 요괴랑 싸우게 한다고요? 하하, 우리에게 사기 치러 온 사람 아니에요? 말해요. 얼마를 주면 그 요괴를 죽여줄 건데요?”이태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괜한 생각을 하네요. 난 돈은 필요 없어요.”“안 받는다고 해도 안 돼요. 우리 마을 일을 외부인인 당신이 간섭할 자격은 없어요.”이진후는 이태호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김덕재 씨, 미안하지만 이번 달은 당신 딸이에요. 우리는 지금 당신 딸을 데리고 가서 마을 입구에 있는 그 돌기둥에 묶어놓을 거예요.”“미안해요, 아저씨. 올해 15살이 된 애들도 전부 후보가 되었거든요. 아까 팀장님은 저희 앞에서 공개적으로 제비뽑기를 했고 마침 선화를 뽑았어요!”한 젊은 남자가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그러면서 여럿이 앞으로 나오며 김선화를 데려가려 했다.“누가 감히 그 아이를 데려간다는 거죠?”이태호는 안색이 차가워지면서 앞에 나섰다.“감히 그 아이에게 손을 대는 사람은 죽여버릴 겁니다!”서소운 등 사람들도 곧바로 김선화와 김덕재 가
“그럴 필요 없어요. 당신들 같은 쓰레기의 시체를 제물로 바치는 게 가장 적합하거든요!”이태호는 지금까지 힘겹게 화를 억누르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제멋대로 날뛰자 곧바로 몸을 움직이며 하나의 잔영이 되어 상대방의 앞에 나타난 뒤 곧바로 상대방의 머리를 후려쳤다.“퍽!”이진후는 그에게 맞아 날아갔고 바닥에 쓰러졌을 때는 이미 숨통이 끊긴 상태였다. 그의 눈동자에서 약간의 놀라움이 보였다.“아!”이진후가 데려왔던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간 채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들은 몇 초 뒤에야 반응을 보이며 새된 소리를 질렀다.“맙소사, 이럴 리가 없는데요? 제 눈이 잘못된 건가요?”“그러게요. 저도 그가 어떻게 공격한 건지 보지 못했어요!”’그들은 의논하기 시작했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허황하게 느껴졌다.팀장이 이렇게 죽임을 당했으니 말이다.이태호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조금 전 김덕재 씨가 한 말은 사실입니다. 이 이진후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직권을 이용해 김덕재 씨를 협박했으니 죽어 마땅한 사람이죠.”이태호는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 그의 시체를 마을 밖 돌기둥에 묶어놓고 제사를 지내요. 안 그러면 그 영수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청, 청년. 정말 그 요괴를 죽일 자신이 있는 거예요?”한 중년 남자는 잠깐 고민한 뒤 앞으로 한 발 나서며 이태호에게 물었다.조금 전 이태호의 놀라운 움직임은 그가 일반인이 아니란 걸 보여줬다.“걱정하지 말아요. 문제없어요. 분명 그럴 거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하죠!”바로 이때, 한 노인이 이태호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말했다. “갑시다. 이진후 이 몹쓸 놈의 시체를 옮겨 마을 입구의 기둥에 묶어두자고요. 잠시 뒤 보고 싶은 사람들은 나와서 보라고 해요.”말을 마친 뒤 노인은 이진후의 시체를 들고 마을 입구 쪽으로 향했다.“고마워요, 청년!”그들이 떠난 뒤 김덕재는 곧바로 딸을 데리고 와서 이태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금 전 이태호가 제때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태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감사 인사를 하는 김선화와 김덕재, 그리고 그의 아내를 부축해서 일으킨 뒤 그들에게 말했다.“그래요, 정말 고마워요!”김덕재는 비록 확신이 들지는 않았으나 이태호에게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마을 입구 쪽으로 가보니 거기에 수백 명이 모여있었다.물론 그곳에 몰린 이들은 그나마 간이 큰 사람들이었다. 간이 작은 사람들은 먼 곳에 숨어 겨우 그곳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이태호 씨가 누구죠?”한 노인이 걸어와서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김덕재는 곧바로 소개했다.“종섭 어르신, 이분이 바로 이태호 씨에요. 수련하는 사람이에요. 전설 속 도를 닦는 분이죠. 그 요괴는 영수고 우리를 위해 그 영수를 죽여주겠다고 했어요.”이종섭은 앞으로 나서며 눈시울을 붉히더니 이태호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태호 씨, 그 짐승은 우리 마을의 많은 사람들을 해쳤어요. 우리를 위해 그 짐승을 죽여준다면 이태호 씨가 원하는 건 뭐든 드릴게요. 우리 마을에 있는 거라면 뭐든 괜찮아요.”“맞아요, 이태호 씨. 우리를 도와 그 화근을 없앤다면 뭐든 요구해도 됩니다.”뚱뚱한 남자가 비통한 표정으로 말했다.“제 딸은 작년에 그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졌어요. 부디 저희를 위해 복수해 주세요.”이태호는 잠깐 생각한 뒤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여러분, 정말 보답이 필요 없습니다.”잠깐 고민한 뒤 이태호는 말을 이어갔다.“저희는 이곳을 지나가는 길이라 아직 밥을 먹지 못했어요. 밤에 이곳에서 하루 묵고 싶은데 저희에게 맛있는 음식과 술을 내주시면 됩니다.”“하하, 당연히 문제없죠. 그 짐승을 죽여준다면 하룻밤은 물론이고 이곳에서 한 달, 아니 일 년을 지낸다고 해도 문제없어요.”이종섭은 호탕하게 웃으며 기대를 품었다.이태호는 다급히 말했다.“하하,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는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거든요. 내일 아침 떠날 겁니다.”시간은 조금씩 흘렀고 이내 한 시간이 지났다.“쉭쉭!”예상대로 먼 곳에서 짐승의 소리가 들리며 이내 거대한 안개
이소아는 쓴웃음을 짓더니 황급히 신수민에게 설명했다.“사모님, 주인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건 확신이 있다는 걸 설명합니다. 주인님은 4대 군신의 스승님이세요. 그러니 내공이 적어도 무황급이죠. 그러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거기까지 말한 뒤 이소아는 뜸을 들이며 말했다.“게다가 저게 영수인지 요수인지 몰라요. 전부 우리의 추측일 뿐이죠.”바로 이때, 흰 안개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마을 사람들은 겁을 먹고 뒤로 19미터 넘게 물러났다. 오직 서소운, 신수민 등 사람만이 이태호가 걱정되어 조금 더 앞으로 나설 뿐이었다.이태호는 이진후를 묶은 돌기둥에서 20미터 정도 떨어져서 앞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흰 안개가 점점 더 가까워지자 엄청난 압박감 또한 더 강해졌다.“이 정도 압박감이라면 영수가 아니더라도 거의 영수급이네. 그렇다면 9급 무왕이나 1급 무황 정도겠어!”그 압박감을 자세히 느낀 김이슬은 눈살을 찌푸리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옆에 있던 신수민은 그 얘기를 듣고 조금 안도했다. 그녀는 이태호가 적어도 1급 무황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 정말 영수라면, 그것도 높은 급의 영수라면 이태호가 상대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쉭쉭!”흰 안개는 돌기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춰 서더니 이내 또 한 번 화가 난 듯 으르렁거렸다. 사람들은 흰 안개 속에서 두 개의 거대한 핏빛 눈동자를 보았는데 너무 커서 무시무시했다.“큰일이야, 소녀를 먹는 것에 익숙해 이진후가 저기에 묶여있는 걸 보고 화가 난 것 같아!”이종섭은 불길한 예감이 들자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이태호가 싱긋 웃으며 손바닥을 뒤집자 보검이 나타났다. 그가 말했다.“입맛이 까다로운 줄은 몰랐네. 하하, 네가 영수이길 바라. 네가 영수라면 내단이 있겠지. 영수의 내단을 먹으면 내공이 엄청나게 향상한다고 들었거든.”말을 마친 뒤 이태호의 발에서 영기가 일렁였다. 그는 날아오르더니 곧장 거대하고 짙은 안개를 향해 들어갔다.“날았어! 역시 이태호 씨는
“죽어!”이태호는 짧게 외치며 그것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슉!”매서운 영기 한 줄기에 무척 짙은 검기가 섞인 채로 검이 아래로 향했다.항아리만큼 굵은 거대한 뱀은 이태호의 검에 머리가 잘렸고 뱀 머리통은 그렇게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검은 뱀이 죽자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안개 또한 흩어졌다.“뭐지? 벌써 죽였다고?”거대한 몸체가 허공에서 떨어지자 마을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속도가 너무 빨랐다.“주인님은 정말 너무 강해요. 안개속으로 들어간 지 십 초도 되지 않았는데 검은 뱀 한 마리를 죽였으니 말이에요. 저 녀석 검은 뱀이었네요!”이호호는 선망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허공에 서 있는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는 순식간에 그들에게로 다시 날아왔다.“저희 은인이세요. 저희를 위해 화근을 처단하셨으니 저희 인사를 받아주세요!”이종섭은 구경하러 나온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왔고 그들과 함께 이태호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이태호는 곧바로 말했다.“다들 일어나세요, 별거 아닌걸요. 앞으로 저 요수는 다시는 여러분들을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형부, 영수 아니었어요?”신수연이 다가왔다. 이태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마치 아이돌을 만난 팬의 눈빛 같았다.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영수는 아니에요. 아쉽게도 내단이 없어요. 거의 영수가 될 뻔한 요수였거든요. 거의 9급 무왕 정도 될 거예요.”“9급 무왕? 그러면 4대 군신과 비슷하잖아. 세상에, 정말 엄청 강한 요수였네.”소지민은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놀랐다. 그녀는 이내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우리 사위가 더 강하지. 이렇게 빨리 해결했으니 말이야.”“여러분, 앞으로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다들 문을 열고 조명을 켜도 돼요. 오늘 저녁엔 제대로 축하하자고요!”이종섭은 흥분한 듯 눈물을 흘렸다.뚱뚱한 남자는 이태호 일행을 향해 말했다.“저희 집에서 하룻밤 묵으세요. 제가 맛있는 음식과 술을 준비했어요. 제가 잘 대접해드릴게요.”이태호는 예를 갖추며 말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