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전왕님, 시간이 되시면 저희 집으로 가시죠. 이건 우리 집안의 방문장이니 꼭 받아주세요!"적지 않은 명문가는 순간 흥분하기 시작했다.서규산은 50살이 넘었지만 보기에는 여전히 위풍당당한 모습이었고 네모난 국자 모양의 얼굴은 생기로 흘러넘치고 기세가 매우 당당했다.그는 미소 지으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적지 않은 젊은 여자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연신 비명소리를 지르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서규산은 이내 뭇사람들의 앞에 다가왔다."여러분은 그만 배웅하고 몇몇 사람들만 따라오면 되오. 나 서규산은 이리 많은 사람들의 보호가 필요 없소!"서규산은 무기를 들고 있는 특수 부대를 보고 절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의 중년 남자를 보고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갈게요!"중년 남자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그제야 특수부대를 이끌고 자리를 떴다."백씨 집안사람은 어디 있소?"상대방이 떠나간 후 서규산은 소리 질렀다."여기요, 서전왕, 저는 태성시 성주부의 성주 백진수라 합니다!""여기는 내 동생 백진운이고요!"백진수는 백진운과 백지연을 비롯한 백씨 집안사람들을 이끌고 달려오더니 서전왕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는데 다들 감히 얼굴을 들지 못했다.백진운은 즉시 앞으로 다가와 서규산의 면전에 풀썩 무릎 꿇으며 말했다."서 전왕께서 제 아들딸들을 구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서전왕께서 분부하신 일이라면 저 백진운은 칼 산에 오르고 불 바다에 뛰어들지라도 눈썹 한번 찡그리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서규산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저 국외 세력들이 확실히 좀 날뛰기는 했소. 게다가 나도 부탁을 받아서 사람을 구하러 간 거니 응당해야 하는 일에 불과하오!"말을 마친 서규산은 저도 모르게 사람 무리들을 보며 기웃거렸다."오늘 내 어린 친구 이태호가 왔는지 모르겠군!"백진수는 속으로 감탄하며 과연 서전왕이 이태호랑 아는 사이니까 오자마자 이태호의 소식을 묻는구나라고 생각했다.그는 즉시 저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저기 두
"서전왕님, 이건 백씨 집안 방문장이오니 누여겨 봐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하시면 식사와 잠자리를 저희가 안배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시는 게 어떨까요?"백진수는 깍듯이 허리를 굽혀 방문장을 건넸다.태성에서 최고의 세력을 지닌 성주부의 주인으로써 서전왕이 방문장을 받아 들임과 동시에 단 한 번만이라도 식사를 함께 하거나 하룻밤을 백씨네에서 보내주면 그 또한 백씨의 위엄을 증명해 주는 자랑거리였다.그러나 서규산이 혹시나 본인이 건넨 방문장을 거절한 채 다른 집안 방문장을 받아 들이는 날엔 쪽팔리는 일이었으니 지금의 백진수는 몹시 긴장해하고 있었다.잠시 후 고민에 잠겨 있던 서규산이 넙쭉 방문장을 받아 왔다."그렇지 않아도 태성에서 며칠 묵어야 되는데, 그럼 이 기간 동안 성주부의 신세를 좀 져야 되겠네요,""저희가 더 영광입니다."백진수는 행복에 겨워 흥분한 나머지 말하는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백지연도 흐뭇해졌다."다들 왜 아직도 무릎 꿇고 계세요? 어서 일어나세요."서규산을 껄껄 웃으며 백진수를 따라 앞으로 걸어가다 보니경호원들로 인해 가로막히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문장을 쥔 손을 뻗고 있었다.수많은 방문장들을 받아 줄순 있지만 어느 집에 방문할 지는 아직 정하지 못한 서규산은 담담하게 웃으며백진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일류 명문 집안의 방문장들은 예의상 몇개 정도는 받아야 하니 가르켜 주시면 감사하겠네요."백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서규산은 일류 명문 집안인 용씨네, 제갈네, 방씨네를 비롯해 또 예외로 세 장을 받아 들였다.어쨌든 본인 집에 방문해서 식사를 하던, 담화를 나누던, 뭘 하든 영광스러운 일이었으니, 그럴 회망이 있게 됐단 것만으로도 서규산에게 방문장을 건네 준 사람들은 흥분하기 그지 없었다.그렇게 이태호가 있는 곳까지 걸어온 서규산은신씨네 집안과 함께 손을 뻗고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 했지만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신수민 손에 있던 방문장을 넘겨 받고 백진수의 차에 올라탔다."여러분, 서전왕님께서 저희 백씨 집안 초
신수민은 한참 멍하니 서 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태호를 쳐다보았다."진짜야, 언니, 이거 진짜야! 몇몇 안 되는 방문장에서 우리가 뽑힐 확율이 높아지는 거잖아!"이태호가 답하기도 전에 신수연은 격분해하고 있었다."너무 잘 된 일이잖아, 우리꺼를 가져 갔다니! 받았다는 것만으로 성대한 일이야."처음 이러한 인물과 접해 보는 신수민도 펄쩍펄쩍 날뛰고 있었다.서전왕 같은 영웅이 방문한다고 하면 백여개의 도시가 존재하는 남군에서 자그마하기 그지 없는 태성시의 사람들은 물론이고설령 남군 군주라도 깍듯이 모셔야 하는 인물인 것이다.이 모든 걸 보고도 이태호는 그저 평온한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서전왕이 소전의 스승이 바로 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백가와 소령을 호송한다는 빌미로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서 찾아 왔다는 것과 소전도 몰래 자신을 찾아 뵈려고 왔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본인이 태성에 없었으면 서전왕은 얼굴을 비치지 않았을 것이고 제자인 소전도 슬금슬금 따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서전왕이 신씨네건 받으면서 우리건 안 받았다 이거지, 괘씸해 죽겠네."서전왕과 백씨네가 자리를 떠나자 서문옥은 화가 치밀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그러자 서지강이 입을 열었다."서전왕이 신수민의 얼굴에 반해서 받아 준거 아닐까? 제갈네와 용씨네 것도 제갈용녀와 용지혜 손에서 받아 왔잖아, 내가 볼땐 미녀를 좋아하는 남자의 심리는 다 똑같은 거야,"서지강이 얼떨결에 내뱉은 말에 서문옥은 얼굴색이 흐려졌다."그러니까 내가 못났다는 거야? 전에는 내가 쟤네들보다 훨씬 더 예쁘다며?""그럼, 자기가 저여자애들보다 훨씬 더 예쁘지!"말실수를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서지강은 마음속으로는 사실 다른 명문 집안 아가씨들과 비교했을 때 서문옥은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묘한 느낌이 딸린다고 여기고 있었다.게다가 서문옥은 외모로는 훌륭하긴 하나 가슴이 평평하고 욱하면 화를 자주 내는 성질에 집안끼리 사업교류가 없었으면 진작에 다른 여자를 택했을 것이다.
"언니, 형부, 얼른 할머니한테 가서 이 뜻깊은 소식을 전해 주자, 엄청 좋아하실 거야."신수연은 이태호와 신수민에게 감정이 고조된 어조로 말을 하고 있었다.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곤 곧장 신씨네로 향했다.같은 시간 민속촌에 있던 서의당의 당주 전창민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전다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버지의 전화가 걸려 오자 전다민은 나씨 아줌마에게 물었다."어떡해요? 신전 주인님이 아버지한테 내가 납치된거라고 해라고 했었는데 그럼 전화를 받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나씨 아줌마는 쓴웃음을 지었다."맞아, 신전 주인님의 명대로 해, 이따가 내가 전화할 테니까 너는 받지 않는 게 좋겠어, 오후에 심심하면 나가서 쇼핑하다가 저녁에 성문 앞에 가서 신전 주인님이 오기를 기다리면 돼, 당주님은 내가 모셔가도록 할 게."쇼핑해도 된다는 말에 전다민은 몹시 신났다."정말 나가 놀아도 돼? 태성에는 고대 건물이 많기로 유명하다는데 제대로 구경해 봐야지, 그럼 나 갈게."전다민은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부재중 음이 끝나자 나씨 아줌마는 전창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아줌마, 어떻게 된 거야? 다민이가 전화를 안 받네? 휴대폰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거야?"전창민은 나씨 아줌마의 전화를 받고 나서 조급한 마음으로 딸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나씨 아줌마는 담담하게 웃었다."당주님, 큰 일 났어요, 이태호 실력이 장난이 아니에요, 저보다도 훨씬 강해요, 어제 저를 죽이지 않고 중상만 입혀 놓았어요, 근데 불행한 소식은 다민이가 잡혀 갔어요.""뭐!"전창민은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아줌마 목숨을 살려 두면서 왜 내 딸을 납치해 간 건데?"그는 뭔가가 떠오른 듯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우리 딸이 젊고 예뻐서 나쁜 짓이라도 하려는 거 아니야? 틀림없이 여자를 밝히는 그런 쓰레기 일거야, 우리 딸 처녀몸도 잃고 인생이 끝나 버리게 됐잖아."별 상상을 다 하는 당주님의 말을 듣고 진땀이 나던 아줌마는과한 걱정을 덜어 주려고 이내 위로하고 있었다."
전창민은 화가 치밀어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그 놈 감히 내 딸을 납치하는 것도 모잘라 나를 협박하다니 간댕이가 많이 부은 모양이구나, 그래, 사람들 데려가서 본때를 보여주도록 하지."비록 위풍당당한 말을 남기긴 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앞섰다."근데 나더러 구출하라고 했으니까 목숨이야 살려 두겠지만, 외모도 특출난 내 딸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아."이런 망측한 말을 신전 주인이 듣기라도 했으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아줌마는 어이가 없었다. 신전 주인님을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야?어젯 밤 한 번밖에 뵙진 못했지만 주인님은 그런 늑대와는 거리가 먼 정의로운 사람이었다."아줌마, 실력이 어느 정도야? 삼급 기사인 아줌마도 상대가 안 되는 거면 대체 몇급정도인거야?"전창민은 재차 묻고 있었다.그러자 아줌마가 답했다."어제의 결전으로 봤을 땐 저보다 조금 강한 사급 기사나 오급 기사의 실력 정도였어요, 분명 저를 단번에 죽일 기회도 있었는데 일부러 도망가게 해 놓고 얼마든지 사람들 불러서 들이 닥치라고까지 했었어요, 자꾸만 찔끔찔끔 와 가지고 성가시게 귀찮으니까 한꺼번에 다 몰려 와 덤비라면서 당주님한테 꼭 전해 주라고 했었어요."전창민은 얼굴에 그늘이 졌다."혈인당의 죽이라는 강요만 아니었어도 박력이 넘치는 그 녀석과 잘 지내고 싶군, 아무튼 내 딸 몸에만 손을 안 대면 목숨도 살려 줄수 있어, 어차피 실력이 너무 강해서 놓쳤다고 뻥치면 혈인당에겐 적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되는 거기도 하니 우리한테는 이득이지."아줌마가 답했다."당주님 말씀이 옳아요, 다만 지금 하시는 말씀은 누구도 들어서는 안 돼요, 혹여 못된 심보를 가진 놈의 귀에 들어가 혈인당에게로 전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요."전창민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지금은 내 방안에서 통화를 하는 거고 옆에 누구도 없어, 걱정 안 해도 돼, 상대가 사급기사나 오급기사 정도이니까 내가 몇몇 장로들을 이끌고 가도록 할 게, 내 딸 몸에 손을 안 댔으면 호락호락하게 넘어 가
전창민이 고수들 모시러 혈인당으로 향하던 그때 이태호는 신수민과 신수연을 데리고 신씨네로 가고 있었다.같은 시각 정원에서 왔다갔다 서성거리는 어르신과 신씨네 가족들은 하나같이 덤덤해 보이지만사실상 서전왕이 방문장을 받긴 했는지가 궁금해 다들 조마조마해하며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돌아왔구나!"이태호가 돌아오자 신씨네 가족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르르 몰려왔다.소지민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어떻게 된 거야? 방문장을 건네 줬어?"신민석은 옆에서 찬물을 끼얹었다."오늘 방문장을 주러 간 사람들만도 백여명은 되는데 그 중에서 기껏해야 열 장이나 받았을라나? 우리 방문장을 받을 겨를이 있기나 하겠어? 뭐가 기대된다고 그렇게 들떠 있는 거야?"그러자 신수연이 히죽히죽 웃으며 답했다."히힛,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다른 거 아닐까?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하고 언니가 직접 나섰는데 기대하는 건 당연하거지.""설마 성공한 거야?"그녀의 말에 눈이 번쩍 뜨인 어르신은 흥분한 어조로 물었다.신수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가 운이 좋았는지 마지막으로 내 손에 쥐어진 방문장을 받아 갔어요.""대박이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소지민은 마음이 한없이 설레었고어르신도 한결 들떠 있었다."너희들 수고가 많았다, 축하 기념으로다 집사한테 시켜서 수민이하고 수연이 너희 둘한테 한 사람당 이억원의 소비돈을 입금해주마.""정말이에요! 나도 주는 거예요? 우와 사랑해요 할머니, 할머니가 짱이에요."돈에 몹시 민감하신 할머니가 본인에게까지 용돈을 허락하자 신수연은 뜻밖의 횡재를 얻은 것마냥 흥분해서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신민석은 시큰동하게 말을 껴얹었다."할머니도 참, 신수민의 방문장을 받아 간거지, 신수연은 한 것도 없어 보이는 구만 돈을 왜 주는거예요? 그냥 한 명한테만 주면 되잖아요."어르신이 야단치고 있었다."알긴 뭘 알아? 둘이서 함께 언성 높여 소리를 지르지 않았으면 서전왕의 귀에 들리지도 않았을 거야, 더욱이 예쁜 여자 둘이 떡하니 서 있으니 더
말실수를 했다는 걸 눈치 챈 신수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해명했다."에이, 설마 그런 뜻으로 내가 말을 했을까? 우리 할머니가 줄곧 통쾌하시고 너그러운 분이셨는데 이번엔 너무 과하게 챙겨 주니까 감동스러워서 그랬던 거지.""으이구, 역시 눈치는 빨라 가지고."그녀의 속셈을 훤히 꿰뚫고 있는 어르신은 그저 웃으며 넘겨 버렸다."휴, 방문장을 꽤 많이 받아서 한 두집이나 들를 가 말까 할텐데, 우리 신씨네로 오긴 올까나?"신민석은 여전히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그러자 이태호가 확신에 찬 말투로 답했다."걱정하지 마, 내일 아니면 모레 여기로 들를 수도 있으니까."자신 있어하는 이태호를 보며 신민석은 비웃고 있었다."참나, 내일 모레는 무슨, 서전왕이 열장 정도는 받았으니 두 집을 방문하게 되면 이십프로의 확율 밖에 안 되는 이 상황에서 이제야 박차고 올라 온 이류 명문인 신씨네를 알지도 못 할텐데 대체 무슨 근거로 온다고 하는 거야?"이태호는 고민을 하다 신민석에게 말했다."어디 한 번 내기하던가.""내기?"이길 확율이 높다고 생각한 신민석은 이태호와 너무나 맞붙고 싶었지만끝내는 꾹 참으며 답했다."내가 지금 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너랑 내기를 하던 할 거 아니야.""하하!"신씨 집안에서 제멋대로 활보하던 놈이 이 지경에 이르자 통쾌해진이태호는 껄껄 웃고 있었다."우리 함께 기도하며 좋은 소식을 기다려 보자고."어르신이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참, 백씨네로 축하 인사를 가야 하니까 선물을 준비하도록 해, 가서 서전왕에게 인상을 깊게 남기려면 접촉할 기회도 되도록 많이 만들어야 해, 그래야 우리 집으로 방문할 확율이 높아 질거니 말이야.""그럼요, 그거야 말로 지금으로선 최대 임무죠, 뭘 준비하는 게 좋을 까요?"신승민은 연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어르신이 노심초사하다 다시 말을 붙였다."지금은 백씨네와 여러모로 왕래가 많아진데도 지연 아가씨도 저번에 술에 취해 이태호에 대한 진심을 표하기도 했으니 선물을
신씨 가족들은 이태호가 지연이와 결혼해 백씨네와 돈독한 관계를 이어 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걸 신수민도 바보가 아닌 이상 다른 명문들조차도 꿈에 그리는 백익무해한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백지연의 취중고백 이후 깊은 고뇌에 빠졌던 것이다. 필경 감옥까지 다녀온 이태호가 아가씨의 환심을 사게 될 줄은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이 세상에서 수많은 권력과 재력을 가진 명문 집안의 도련님들은 아내와 첩을 원하는 만큼 둘 수 있다는 게 바로 현실이다. 다만 워낙 승부욕이 강한 신수민은 쥐뿔도 없는 이태호가 자신과 결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복에 겨운 거라고 믿고 있었다.허나 세월이 지나 실력을 키워 오던 이태호가 천천히 쌓아 올린 인맥 덕분에 신씨네 사업이 확연히 눈에 띄게 급부상하게 되었고구씨네 산업마저 신씨네 손에 짊어지게 되었으니며칠 동안 고민에 잠겨 있던 신수민도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 놓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태호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만 확고하고 딸을 보호할 능력만 충분하다면 백지연이 시집을 온다 해도 허락하려고 했었다.그러나 어르신이 먼저 그 말을 꺼냈다는 게신수민은 조금은 의아했지만 이내 답했다."지연 아가씨가 뭐든 직설적으로 내뱉는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누구에게나 사랑을 듬뿍 받을 여자인 건 충분하죠, 이렇게 착하고 좋은 아가씨가 태호에게 시집 온다면야 거절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다만 제가 처음으로 태호와 혼약을 맺었으니 정부인 자리는 제가 앉을 거예요, 그러니 백씨 신분을 갖고 있는 아가씨가 첩의 자리를 받아 들일 수 있다면 전 괜찮아요."신수민의 말에 이태호는 멍해졌다.사실 마음속으로 다소 불편할 지언정 신씨네와 본인 미래를 위해 타협을 하기로 결정한 속도 깊고 착한 신수민 같은 와이프를 얻었다는 생각에이태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진짜야? 아가씨가 태호를 좋아하는 마음이 엄청나게 깊어 보이던데 첩이라도 넙쭉 받아 들일걸? 성주님에게는 따님이 하나라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