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 가족들은 이태호가 지연이와 결혼해 백씨네와 돈독한 관계를 이어 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걸 신수민도 바보가 아닌 이상 다른 명문들조차도 꿈에 그리는 백익무해한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백지연의 취중고백 이후 깊은 고뇌에 빠졌던 것이다. 필경 감옥까지 다녀온 이태호가 아가씨의 환심을 사게 될 줄은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이 세상에서 수많은 권력과 재력을 가진 명문 집안의 도련님들은 아내와 첩을 원하는 만큼 둘 수 있다는 게 바로 현실이다. 다만 워낙 승부욕이 강한 신수민은 쥐뿔도 없는 이태호가 자신과 결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복에 겨운 거라고 믿고 있었다.허나 세월이 지나 실력을 키워 오던 이태호가 천천히 쌓아 올린 인맥 덕분에 신씨네 사업이 확연히 눈에 띄게 급부상하게 되었고구씨네 산업마저 신씨네 손에 짊어지게 되었으니며칠 동안 고민에 잠겨 있던 신수민도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 놓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태호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만 확고하고 딸을 보호할 능력만 충분하다면 백지연이 시집을 온다 해도 허락하려고 했었다.그러나 어르신이 먼저 그 말을 꺼냈다는 게신수민은 조금은 의아했지만 이내 답했다."지연 아가씨가 뭐든 직설적으로 내뱉는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누구에게나 사랑을 듬뿍 받을 여자인 건 충분하죠, 이렇게 착하고 좋은 아가씨가 태호에게 시집 온다면야 거절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다만 제가 처음으로 태호와 혼약을 맺었으니 정부인 자리는 제가 앉을 거예요, 그러니 백씨 신분을 갖고 있는 아가씨가 첩의 자리를 받아 들일 수 있다면 전 괜찮아요."신수민의 말에 이태호는 멍해졌다.사실 마음속으로 다소 불편할 지언정 신씨네와 본인 미래를 위해 타협을 하기로 결정한 속도 깊고 착한 신수민 같은 와이프를 얻었다는 생각에이태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진짜야? 아가씨가 태호를 좋아하는 마음이 엄청나게 깊어 보이던데 첩이라도 넙쭉 받아 들일걸? 성주님에게는 따님이 하나라 나중에
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었다."그 계집애는 개구쟁이처럼 방방 튀는 어린애라서 여자로도 안 보여요, 게다가 나중에 돈 때문에 지연이와 결혼한 거라며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락 내리락거리는 건 몹시 불쾌해요, 더욱이 돈으로 사랑을 책정하고 싶지도 않고요."그러곤 신수민의 손을 꽉 잡아 당기며 말을 이었다."우리 수민이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첩을 들인 다는걸 허락해준 것만해도 얼마나 감동스러운지 몰라요, 내 평생 수민이와 결혼할 수 있다는 게 최고의 행복이자 최대의 만족이니 더 이상 다른 얘긴 꺼내지 않으셨으면 해요."그의 말에 꿀을 머금은 것마냥 달콤해진 신수민은 볼도 약간 붉어졌다.본인도 동의의 의사를 표했겠다, 더 중요한 건 아름다운 미녀를 마다할 남자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녀는 이태호도 흔쾌히 기뻐하며 승낙할 줄 알았다.뜻밖에도 이태호는 사랑에 돈을 곁들이는 걸 절대적으로 싫어하고 있었고 항시 그녀의 심정을 고려해 주는 그런 따뜻한 남자였다.이게 바로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인게 틀림없다."너 미쳤어? 아가씨가 제발로 걸어와 너한테 시집오겠다는게 그걸 거절하겠다니, 제정신이 아니구나 너."신민석은 당장이라도 이태호를 대신해 아가씨를 아내로 맞고 싶은 급한 마음으로다발을 동동 구르며 한스러워하는 눈빛으로 이태호를 쳐다봤다."사람 감정이라는 게 억지로 맺는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니 인연에 맡기는 걸로 합시다, 성주부의 딸이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아껴주고 싶고 보호해주고 싶은 여자가 생긴다면 그땐 저도 첩으로 들일 마음은 있어요, 다만 당신들처럼 목적성을 가지고 돈과 명예를 위해 누군가와 혼인을 맺는 건 저로썬 받아 들이기 힘드네요, 제 말 이해하셨어요?"이태호는 진지한 눈빛으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신수연도 이태호의 말을 듣고 보니 사랑이란 이토록 순수한 것이란 걸새삼 깨달으며 속으로 이태호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그럼 아가씨에 대한 마음이 일도 없는 건가? 전혀 가능성이 없는 거야?"어르신은 입꼬리가 실룩거리
눈 앞에서 애정행각을 스스럼없이 하는 두 사람을 보며 다들 어이가 없어졌다.백지연에게 강렬한 느낌을 받지 못했으나 앞으로 일어날 일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하는 이태호의 말도 일리고 있고, 그 또한 사실이니 어르신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우리 지연 아가씨가 더 노력해야 겠구만, 이태호가 지연 아가씨에 대해 얘기할 때 딱히 싫어하는 눈치도 아니고 아주 괜찮은 여자로 여기고 있으니 아직 기회는 충분히 있겠네, 언제 한 번 아가씨에게 귀띔을 해 줘야 할 텐데."어르신은 속으로 대책을 생각하고 있었다."도련님, 도련님, 도련님하고 가주님이 엄청 유명해졌어요."신민석은 알콩달콩 연애질 하는 두 사람때문에 심기가 불편하던 바로 그 때 어린 하녀가 신민석 앞으로 허겁지겁 흥분해하며 달려와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그런 그녀가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여긴 신민석은 안색이 어두워졌다."무슨 일인데 호들갑 떠는 거야?""도련님하고 가주님이 지금 인터넷에서 장난 아니에요, 전에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셨던 거 기억 나세요? 구경하던 사람들이 그걸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는데 순식간에 빵 터진 거예요, 하루 이틀 사이에 도련님 틱톡 팬수가 사백만에 도달했어요."그 하녀는 격분해하며 말을 이었다."가주님은 틱톡 아이디가 없으니 아쉽긴 한데 도련님은 제대로 유명해지셨어요. 그리고 도련님이 달리기 할 때의 모습이 익살스럽다며 댓글이 많이 달렸어요.""익살스럽다고!?"어이가 없었던 신민석은 표정이 어두워졌지만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꺼내 틱톡 어플에 들어가 보았다."정말 짜증나게 팬이 사백만을 넘었네,"전에 총지배인이었을 땐 미녀들과 수영을 하고 술집에서 놀던 영상물들을 올려 온갖 허세를 부렸었는데신수민이 총지배인으로 임명되고 나서부터는 주머니에 돈도 별로 없고 해서 한동안은 동영상을 올리지도 않고 잠잠하게 지냈었다.그런데 이태호와의 내기에서 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버지와 같이 알몸으로 뛰는 동영상이 일파만파로 퍼져 팬이 만명밖에 안 됐던 그의
신민석은 나서서 해명했다."할머니, 저하고 아버지가 인터넷에서 많이 유명해졌으니 이젠 인플루언서예요, 동영상에는 전체 알몸도 아니고 천쪼가리 하나는 걸쳤잖아요, 이건 잘 된 일이에요, 인터넷 스타가 되는게 얼마나 힘들 일인데요.""풉!"어르신은 피를 토할 정도로 열불이 났다."잘 된 일이라고? 쪽팔려 죽겠는데 뭐가 잘 됐다는 거야?""할머니, 인플루언서들이 돈을 왕창 잘 벌어요, 광고 제의도 받고 회사에서 컨셉을 잡아 주고 서포트만 잘 해줘도 일년에 몇 백억은 손쉽게 벌어 들일 수 있거든요, 그보다 더 잘 버는 사람들도 있는 걸요."그 하녀도 옆에서 함께 해명해 주었다."어르신, 도련님 말씀이 사실이에요, 틱톡 같은 동영상을 올리는 어플들을 요즘 청년들이 얼마나 즐겨 보는데요, 도련님이 이젠 인플루언서가 되었으니 돈을 버는 건 시간 문제예요, 게다가 전에 대문 입구에서 새로 개업한 레스토랑도 홍보했었잖아요, 아마 이제부턴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질 않을 걸요."신수민도 놀란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그러게 어제부터 해피 레스토랑에 손님들이 꽉 찼더라니, 더 놀라운 건 입구부터 시작해 길거리 끝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고, 갑자기 왜 손님이 이토록 많아졌나 했더니 그 이유 때문이었구나.""정말이야?"어르신은 눈을 동그랗게 하고 물었다."며칠 뒤에 일손이 부족하면 어떡하지?"신수민은 어르신의 뜻을 알아차렸다."옆에다 일단 분점을 하나 더 내고 알바를 좀 더 구하면 돼요,"어르신은 신민석과 신승민을 향해 지시했다."너희들은 시간 내서 레스토랑에 자주 들르도록 해, 동영상도 많이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레스토랑을 홍보해야지."신민석은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그거야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인데요, 저희한테 이득이 없을까요? 이젠 어찌보면 인터넷 스타라 몸값도 올랐으니 출연료 같은 거 안 줘요? 요즘 술집 갈 돈도 없고 유명인사도 됐는데 내놓으라 할 자동차도 없는 걸요."어르신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레스토랑을 너희들이 관리
자그만거에도 만족을 하며 좋아하는 신민석의 모습에 신수민과 이태호는 눈빛을 교환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 두 부자도 이제는 돈버리가 생겼으니 다행인 것이다."자, 다들 준비한 선물들 잘 챙겨서 연회에 참석하러 갑시다."어르신도 웃으며 입을 열었다.곧이어 신씨네 가족들은 선물을 들고 성주부로 향했다.같은 시각 서의당의 전창민은 몇몇 장로들을 거늘고 혈인당에 도착해 피도둑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의 얘기를 듣고 피도둑은 이마를 찌푸렸다."감히 네 딸을 납치하고 너한테 협박까지 했다는 거야? 이태호 그 놈 간땡이가 많이 부었네?"대장로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삼급 기사인 서의당의 나씨 아줌마도 상대가 안 되는 걸 보니 이태호의 내공이 꽤 높은 가 보네."나장로 왕몽은 수심에 잠겨 있었다."난 왜 이 놈이 좀 수상한 것 같아 보이지? 전다민하고 나씨 아줌마 둘 다 이태호의 목숨줄 끊으려고 덥친 건데 나씨 아줌마를 풀어 준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설령 납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해서 아줌마를 풀어 줬다 해도 소식을 다 전했으니 이용가치도 없을 텐데 그럼 죽여야 마땅한 거잖아요?"꼼꼼하고 세심한 왕몽은 이상하다는 낌새를 직감하고 있었다.그러자 전창민은 욱해졌다."지금 나장로님의 말씀은 우리 서의당의 나씨 아줌마가 꼭 죽어야 한다는 뜻처럼 들리네요? 어쩌면 상대가 아줌마보다 실력이 그저 조금 나은 걸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상처를 입은 아줌마가 그 놈과 멀리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면 도망가는 건 쉬운 일 아닌가요."눈에 핏발이 선 채 감정이 격앙된 전창민을 보며 피도둑이 중재를 나섰다."나장로님, 함부로 그렇게 넘겨집지 마세요, 젊은이들의 실력이란게 원래 오르락내리락 짐작이 잘 안가요,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으면 함께 따라가 보시는 게 어떨까요?"왕몽은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그것도 좋겠네요, 저도 이태호가 능력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전다민을 납치한 것도 모자라 우리를 도발하며 건방지게 구는지 궁금하던 찰나였어요."
"자네 내가 도와 주겠다는데 왜 싫다고 하는 건가?"왕몽은 전창민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전창민이 답했다."제 두 손으로 그 놈을 죽이고 싶어서요, 내 딸을 막 납치한 이태호를 갈기갈기 찢어버려도 시원찮을 것 같습니다, 제 원수를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제 손으로 직접 처치하고 싶습니다."그러나 의심이 많기로 타고난 왕몽은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을 기어코 하는 심성이라는 걸 전창민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왕몽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직접 나서진 않고 그냥 옆에서 지켜만 보도록 할 게요, 무슨 배짱으로 당주님의 딸을 납치했는지, 그 놈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제 눈으로 똑똑히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네요."피도둑도 고개를 끄덕였다."나장로님과 같이 가도록 하세요, 이태호를 죽이고 나서 용의당을 없애 버릴 대책도 세우려면 나장로가 태성시에 간 김에 그쪽 형세도 좀 파악해야 되기도 하고요, 제일 중요한 건 추후 태성시의 어둠의 세력들을 우리 손아귀에 장악해야 돼요, 게다가 오늘 서전왕 급의 인물이 태성시에 도착했으니 꽤 시끌벅적할 겁니다."피도둑은 고민을 하다 말을 이었다."이태호가 택한 무덤의 장소가 아주 마음에 드네요, 성밖에 숲속이라니, 거기에서 죽으면 바로 땅파서 시체를 처리하면 되니 편리하기 그지 없으니 말이에요, 도성 안에서 살인이 일어나는 날엔 서전왕이 제대로 조사를 할 수도 있으니 엄청 골치 아플 수도 있는거니까요."왕몽이 즉시 입을 열었다."당주님도 참, 설마 서정왕이 이런 사소한 일에 참견하겠어요? 기껏해야 두 도성사이에 일어난 작은 다툼일 뿐인데 그저 눈 감아 주시겠죠."피도둑은 천천히 머리를 끄덕거렸다."그렇긴 한데 서전왕이 태성시 같은 작은 곳에 방문했다는 게 너무 의외이기는 해, 굳이 만나야 될 사람이 없다면 거기까지 행차했을 이유가 없으니 말이야."왕몽은 비웃으며 말했다."태성시에 건드려서는 안 될 거물이라도 있다는 거예요? 혹시 당주님 이태호가 두려우신 거예요?"왕몽은 아주 확신에 찬 듯 말을 이었다."하,
전창민이 출발했을 시각 이태호와 신씨네 가족들은 백씨네 집에 들어섰다.백씨네 넓은 마당에는 수십 개의 상이 차려져 있었고 값진 선물들을 손에 들고 축하하러 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서고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씨네가 준비한 귀중하다 못해 기품이 좔좔 흐르는 고화를 보자 손님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런 건 복제가 안 되는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보물이니 말이다."어머, 어르신, 점점 더 젊어지시는 것 같네요, 요즘 신씨네 사업이 월등하게 발전하고 있던데 너무 축하 드려요."몇몇 사업가들은 어르신에게 다가와 신씨네 발전 앞날을 칭찬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엇다.그렇게 어르신과 다른 가족들은 손님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이태호는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혼자 담배를 피우던 그때선글라스를 낀 중년 남성이 걸어왔다.그는 꼿꼿한 자세로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왕좌의 자태를 감추진 못했다.이태호는 다가오는 그를 보자 담담하게 웃고 있었다."자식, 감히 몰래 도망을 나와?""헤헤, 심심하기도 하고 사부님이 너무 그리워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요."소전은 히죽히죽 웃더니 휴대폰을 꺼내 이태호와 사진을 찍고 나서 말을 이었다."사부님, 애들이 이 사진을 보면 부러워서 미치겠죠?"어이가 없어진 이태호는 소전에게 일깨워 주었다."사진은 괜찮은데 유출되면 안 되니까 조심해야 돼, 명성이 자자한 군신과 찍은 사진이 다른 사람 눈에 들어가면 내 신분을 의심하게 될 테니까."소전은 싱글벌글 웃고 있었다."명성이 자자하다니요? 사부님이 없었으면 소전이란 사람도 없었을 건데요? 근데요, 어느 분이 사모님이세요? 몰래 사진 한 장 찍고 다른 군신들한테 자랑 좀 하게요."이태호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내 신수민을 가르켜 주었다."저기 흰색 치마를 입은 분이셔.""사모님 미인이시네요."소전은 또 한 번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고 있었다."솔직히 저는 사부님이 너무 부러워요.""나를? 높은 지위에 있고 모든 사람들의 존중을 받는 너가 왜 나를 부러워해?"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넷은 사부님 축하주를 꼭 마실 거니까 결혼식을 비밀리에 할 생각은 접어두시는 게 좋을 거예요."소전은 생글생글 미소를 지었다.의외로 이태호는 반대를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수민이가 나 때문에 몇 년동안 수많은 빈정거림을 당하며 힘들게 버텨 왔으니 제대로 보상해 주고 싶어, 그러니 너희들이 꼭 와야 돼, 남군 전체가 부러워할 여자로 결혼식을 성대하게 준비할 계획이야.""하하, 그거 좋네요, 날짜를 미리 저희에게 전해 주시면 바로 달려오도록 할 게요."소전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언니, 저기 선글라스를 낀 남자 있잖아, 너무 멋스럽지 않아? 문제는 선글라스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쿨하기까지 하잖아."신수민과 담화를 나누던 신수연은 이태호 옆에 있는 남자를 보며 신수민에게 묻고 있었다.신수민도 힐끔 쳐다보곤 멍해졌다."그러게, 어떻게 묘사해야 될 진 모르겠으나 서 있는 자태만 봐도 범잡을 수 없는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 같아.""서전왕의 경호원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장군일 수도 있겠네."신수연은 그의 신분을 추측하고 있었다.한켠에 있던 서전왕은 여러 명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잠시 마음을 추스린 그는 소전이 있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자 옆에 서 있는 스무여댓 돼 보이는 젊은이가 소전의 사부라는 걸 눈치챘다."저 사람이 바로 군신들이 언급했던 사부였구나? 이렇게나 젊으신 분이었다니? 꽤 나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참으로 별난 괴짜일세."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태호를 자세히 살펴보곤 서전왕은 감개무량해졌다.은근 낮가리는 성격만 아니었어도 그는 당장이라도 이태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고 싶은 심정이었다.곧 술자리가 마련되었다.서전왕은 자연스레 백진수, 백진운을 포함한 일류 명문 집안의 가주님들과 한 자리에 앉게 되고신씨네 가족들은 다른 술상에 배치되었다.한참이 지나서 서규산은 백진수의 귓가에 대고 수근거리더니 백진수는 빈번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그러곤 백진수는 자
지금 이 순간에 산골짜기 상공에 있는 조씨 가문의 제자들은 드디어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두 장로가 보기 드물게 손을 잡고 대적한 것은 그들이 백수산맥에 들어온 후 처음이었다.오직 강적을 만났을 때만 두 장로가 같이 힘을 모아서 대응했다.그리고 두 장로는 모두 2급 성자급 수사라서 만난 강적은 대체로 같은 경지의 수사들이었다.조씨 가문의 천교로서 조광학은 어리석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돼!”조광학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추측은 너무 허황해서 그는 이내 마음속으로 부정하였다.창망산맥에서 나온 지 겨우 두 달밖에 안 지났는데 이태호가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8급 존황의 경지에서 성자 경지로 돌파하려면 두 경지를 돌파해야 한다.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두 경지를 연속 돌파한다는 것은 창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존황급은 그렇다 치고 성자 경지로 돌파하려면 기연이 있어야 하고 천지의 힘을 깨달아야 경지의 장벽을 깨뜨릴 수 있었다.일반 수사들은 모두 수 년, 심지어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정체되어 있어서 돌파하지 못했다.그가 알고 있는 고준서, 육성훈 등 천남의 3대 괴물도 성자의 경지로 돌파하는 데 1, 2년의 시간이 걸렸다.존황급과 성자급의 경지 차이는 이태호가 두 달 이내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래서 조광학은 바로 그의 추측을 부정했다.그러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여 그는 바로 주변의 제자들을 데리고 수리 밖으로 날아가서 이태호와 안전거리를 두었다.....허공에서 조명곤의 곁으로 날아간 조해룡은 이태호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것을 보자 미간을 찌푸렸고 표정이 굳어졌다.잠깐 숨을 돌린 조명곤은 두말없이 손바닥만 한 푸른색의 정(鼎)을 꺼냈다.이 작은 정은 영광이 감돌고 있는 상급 영보였다.영보를 꺼낸 후 조명곤은 신중한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권유하는 말투로 말했다.“젊은이, 방금 오해였네. 우리 그만 싸우는
이태호의 무시무시한 육체의 힘은 천만 근을 감당할 수 있는 파죽지세로 단번에 조명곤의 공격을 날려버렸다.이윽고 그의 주먹은 여세가 꺾이지 않고 곧장 조명곤의 몸과 부딪쳤다.이태호의 주먹은 태산이 억누른 것처럼 팽배한 기혈이 곧바로 조명곤 앞에 있는 영기 방어막을 꿰뚫었고 매섭게 가슴팍을 강타했다.“푸...”조명곤은 무방비 상태에서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지는 느낌이 들었고 체내의 오장육부가 심한 통증을 느꼈으며 바로 피를 토하였다.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조명곤은 싸움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그는 순식간에 뒤로 수십 장 거리로 물러섰다. 안전한 곳에 도착한 후 그는 굳은 표정으로 이태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방금 잠깐의 접전 끝에 그는 이태호의 육신은 무서울 정도로 단단할 뿐만 아니라 기혈이 팽배하고 힘은 진룡에 비견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정말 이상한 상황이었다.조명곤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은 후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하면서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빌어먹을! 저놈은 절대로 존황급 수사가 아니야!’단체(鍛體) 공법을 수련한 존황급 수사일지라도 기껏해야 중급 영보와 비슷한 육신을 가질 수 있었다.그러나 눈앞의 이태호는 중급 영보보다 훨씬 강력한 육신을 갖고 있었다. 조명곤은 이태호가 날린 주먹의 파동에서 천만 근 이상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이에 조명곤은 마음속으로 크게 놀라웠다. 이태호는 순수한 육체의 힘만으로 태산을 무너뜨릴 수 있고 진룡의 꼬리를 잡고 흔들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보통 존황급 수사의 육신은 절대로 이렇게 강한 힘을 지닐 수 없다.이로써 조명곤은 이태호가 필연코 자신과 같은 경지의 성자급 수사일 것이라고 판단했다.이런 판단에 조명곤은 경악함을 금치 못했다. 그는 지난번에 이태호가 창망산맥에서 내공은 8급 존황 경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이태호는 두 달 만에 8급 존황 경지에서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한 달에 한 경지를 돌파했다고?아무리 천교일지라도 수련 속
조광학은 이태호의 말에 분통이 터질 뻔했다.그는 대뜸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시끄러워! 네놈이 뭔데?”그의 옆에 있는 조명곤과 조해룡은 모두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였다.조씨 가문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자는 아니지만 모두 2급 성자 경지의 내공을 갖고 있었다.조광학이 보기엔 이태호는 자기보다 경지가 높은 사람과 싸울 수 있는 천교이지만 아직 성자급 수사를 능멸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화가 잔뜩 난 조광학은 두 장로를 향해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장로님들, 저놈을 해결해 주세요.”조명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의 역삼각형 눈에서 섬뜩한 빛을 번쩍거리면서 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 것처럼 이태호를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조명곤은 내공을 폭발적으로 내뿜었고 격렬한 음폭을 내면서 허공을 진동시켰다.그는 허공에 서서 거만한 표정으로 이태호를 노려보면서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바로 네놈이 창망산맥에서 우리 소주의 팔을 잘린 것이냐? 네놈이 오늘 순순히 목을 내밀면 고통 없이 저세상으로 보내주마. 그렇지 않으면...”조명곤은 앞으로 한 발짝 내딛더니 한순간에 수 장 밖으로 나갔다.지금 그의 몸에서 내뿜은 팽배하고 날카로운 살의는 공기 중에서 거의 실체로 응집하였다.그가 탐사한 결과 이태호의 뒤에는 보호자의 종적이 없었다. 다시 말하면 이태호는 혈혈단신으로 조씨 가문의 사람들 앞에 쳐들어온 것이었다.조명곤이 보기엔 이태호의 행위는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었다.그러면서 뻔뻔스럽게 2급 성자 경지가 그렇게 대단하냐고 비아냥거리다니.천교라고 해서 경지의 격차를 무시하고 자신을 보는 건가?조명곤은 수백 년 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천재를 봤으나 진정으로 살아남은 자는 별로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조명곤은 싸늘한 웃음을 흘렸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계단을 밟으면서 이태호를 향해 위압을 발산하였다.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조명곤이 성자급의 위압으로 자신을 억누르는 것을 느낀 이태호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눈앞에 있는 사람들은 아
이태호의 말을 들은 조광학은 살기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의 두 눈은 시뻘겋게 충혈이 되었고 온몸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의 두 눈은 마치 눈에 푸른 빛을 번뜩이는 굶주린 늑대와도 같았다.과거에 이태호에게 참패를 당했던 낭패한 몰골을 떠올리며 조광학은 혼자 있는 이태호를 보면서 눈에서 전에 없던 기쁨과 강렬한 살의를 내뿜었다.그날 창맹산맥에서 태일종의 종주 선우정혁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이태호는 벌써 신소문의 곽진섭 장로와 조씨 가문의 조시환 장로의 공격을 받고 죽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조광학은 온몸의 기운을 내뿜었다. 그는 산골짜기에서 하늘로 치솟아 올라서 조명곤의 옆에 섰다.태일종의 종문 겨루기 대회가 끝났지만 소식은 아직 조씨 가문까지 전해지지 않아 조광학 등은 아직 이태호가 이미 2급 성자급 수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두 성자급 장로가 옆에 있어서 조광학은 더욱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어두침침한 눈빛으로 이태호를 노려보면서 이를 갈고 콧방귀를 뀌었다.그러고 나서 조광학은 몰래 옆에 있는 두 성자급 장로에게 신식으로 전음하였다.[구숙, 십삼숙, 이놈의 뒤에 보호자가 있어요?]조명곤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신식으로 대답하였다.[나의 신식으로 수십 리까지 살폈지만 수사의 종적을 발견하지 못했어. 이 사람은 틀림없이 혼자야.]이 소식을 들은 조광학은 이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독살스러운 웃음을 띠었다.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이태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태일종에 조용히 있지 않고 제 발로 죽으러 왔네!”지금 그는 전세가 역전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다.지난번에 이태호에게 패배한 후 그의 낭패한 모습은 온 천남의 웃음거리가 되어 조광학은 늘 이태호에게 복수하고 싶었다.두 달 전에 창망산맥에서 선우정혁의 비호가 없었더라면 이태호를 벌써 죽였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이태호가 홀로 이곳에 나타났으니 어쩜 보면 하늘이 복수하라고 안배해 주는 것 같아서 조광학은 온몸이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이번에 자신의 옆에는 두 2급 성자급
산골짜기에서 조광학을 보호하고 있는 조명곤은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방금 한 신식이 자신을 훑어본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2급 성자 경지인 그가 이런 느낌이 들자 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내공을 운행하고 기운을 내뿜으면서 허공을 향해 큰 소리를 질렀다.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늘로 솟아오르고 초록색 독안개를 꿰뚫었으며 손에서 영광을 내뿜었다.다음 순간, 그는 이태호가 있는 쪽을 향해 손을 내밀고 주먹을 쥐었다.촤르륵!주먹 빛이 나타난 순간 주변의 공간이 모두 부서졌고 주변의 독안개가 찌글거리면서 연기처럼 사라졌다.다른 한편으로 산골짜기 내에서 사인과 싸우고 있는 조광학 등도 같이 모여서 경계를 하였다.다른 성자급 장로는 바로 손을 써서 사인에게 중상을 입힌 후 더 이상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조광학의 곁으로 돌아갔다. 그는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신식을 밖으로 방출하고 고공의 움직임을 살펴보았다.조명곤이 다짜고짜 신통 무기를 사용해서 공격한 것을 보자 숨어 있는 이태호도 할 수 없이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그는 손을 들어 내리 찍자 날카로운 검기가 조명곤의 공격을 무너뜨렸다.그러고 나서 이태호는 더 이상 숨지 않고 고공에서 산골짜기의 상공으로 내려갔다.경계가 가득 찬 조명곤을 바라보면서 이태호는 무표정하게 말했다.“조씨 가문의 살기가 대단하군! 그냥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한테 신통의 공격을 마구 날리네!”조명곤은 이태호가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는 이태호의 내공을 알아볼 수 없어서 미간이 불시에 찌푸려졌다.상대방이 기운을 은닉할 수 있는 법술을 알고 있거나 상대방의 내공이 자기보다 높을 때 상대방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다.어느 경우이든 조명곤은 시비를 걸고 싶지 않았다.특히 그들은 임무가 있어서 의외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지금 그들은 백수산맥의 깊숙한 곳에 있어서 상대방과 싸우다가 자칫하면 숙면 중인 성자급 흉수나 성왕급 수왕을 깨울 수 있기 때문
...이와 동시에.백 리 떨어진 거리에 있는 이태호는 지금 지도를 들고 지도 위에 표시된 경로를 따라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도중에서 그는 인간의 9급 존황급 수사와 필적한 흉수들을 많이 만났지만 자신의 강한 실력으로 모두 격살해 버렸다.백수산맥은 천남의 위험한 금지 구역으로 갈 곳이 없고 궁지에 빠진 산수 외에 살인을 저지른 악당들만 위험을 무릅쓰고 산맥의 깊숙한 곳에 들어가게 된다. 보통 수사들은 절대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대체로 외곽을 돌면서 영약 등을 채집했다.왜냐하면 산맥의 깊숙한 곳에 들어갈수록 독장의 독이 더욱 강렬해졌고 심지어 실력이 성자급 수사와 비견할 수 있는 수왕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백수산맥을 지나면 중주에 이를 수 있지만 아직은 그렇게 하는 사람이 없었다.지금 모두 대형 전송 진법을 사용하는데, 공간의 노드를 통해 바로 중주로 전송될 수 있다.이태호가 지도 위에 있는 종착점까지 점점 가까워진 것을 보자 속으로 기뻐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 왔네.”지금 그는 2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지만 백수산맥에서 여전히 간담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산맥의 깊은 곳에 성왕 경지의 흉수왕이 도사리고 있으니 부주의로 이런 수왕과 마주치면 이태호일지라도 황급히 도망쳐야 할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신식을 수십 리까지 방출해서 시시각각 주변을 경계했다.백 리는 지금의 이태호에게 있어서 매우 짧은 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거리였다.이윽고 푸른색 독안개에 뒤덮인 산골짜기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산골짜기는 매우 드넓었고 마치 가파른 협곡처럼 생겼다. 계곡이 종횡으로 뻗어져 있었고 절벽이 가파른 것이 대지가 드러난 상처처럼 보였다.천지의 영화가 있을 만한 곳을 찾은 후 고공에서 비행 중인 이태호가 내려오려고 할 때 갑자기 산골짜기에서 퍼져 나오는 전투의 여파를 감지했다.곧이어 분노에 차 있고 귀청을 째지는 듯한 포효소리가 들렸다.“으르렁!!”하늘을 찌르는 듯한 이 포효소리는 산골짜기의 상공을 뒤덮은 푸른색 독안개가
백수산맥에서 조광학은 주변에서 파란색과 푸른색이 섞여 있는 독장, 발밑에 깔린 수많은 독충, 뱀, 전갈을 바라보면서 혐오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번에 온 목적을 생각하면서 조광학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묵묵히 장로의 뒤를 따랐다.오른쪽 팔의 상처에서 은근히 전해지는 아픔, 그리고 뼈에 남은 날카로운 검의를 느끼면서 조광학의 눈빛은 음침하고 싸늘하게 변했다.‘이태호!!!’조광학은 마음속으로 노호하였다. 그는 이태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지난번에 창망산맥에서 이태호에게 팔이 잘린 후, 그는 꽁무니를 빼고 도망쳤다. 그 후부터 그는 온 천남 지역의 웃음거리로 되었고 체면이 완전히 구겨졌다.그뿐만 아니라 이태호의 잔여 검의는 수시로 그를 괴롭혔고 그가 잘린 팔을 이을 수 없게 하였다. 팔을 이어도 그가 이후에 성자 경지로 돌파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었다.어쩔 수 없이 가문에 있는 옛 서적을 뒤적거려서 방법을 찾았다.그렇지 않으면 조광학의 자질에다 조씨 가문의 각종 수행 자원까지 합쳐서 그는 벌써 성자 경지로 돌파했을 것이다.수행의 길은 원래 한 발짝 느리면 계속 뒤처지게 된다.비록 창망산맥에서 나온 지 몇 달 되었지만 조광학은 창망산맥에서 겪은 일을 생각할 때마다 이태호에 대한 증오로 치가 떨렸다.조광학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이태호를 욕하였다. 혼돈 마수를 찾아서 그것을 제련하고 나서 성공 전장에서 이태호로 하여금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조광학은 고개를 들고 옆에 있는 장로에게 물었다.“속도를 내서 빨리 갑시다. 혼돈 마수를 제련한 후 성공 전장에 참가해서 이태호도 팔이 잘린 맛보게 할 것입니다!”장로는 이 말을 듣고 흐뭇한 표정으로 지었다. 지금의 조광학은 전에 없던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창망산맥에서 돌아온 후 조광학은 실패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의기소침해졌고 퇴폐해졌다.그는 온종일 누워서 잠을 자거나 주색에 빠졌고 수련에 열중하지 않았다.후에 파경단을 먹고 9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지만 조광학의
지금 이태호에게 있어서 5급 요단은 별로 귀중한 물건은 아니었다.유명거미 한 마리를 격살한 후 그는 계속 백수산맥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갈수록 주변의 독장이 점점 짙어졌고 나타난 흉수도 점점 강해졌다.8급이나 9급 존황 경지의 흉수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심지어 성자 경지의 흉수도 나타났다.이태호의 표정도 갈수록 정중해졌다. 그는 신식으로 끊임없이 주변의 동정을 살펴보았다....이와 동시에.이태호와 백 리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이곳은 백수산맥의 중심 지역에 속하고 독기의 농도는 극에 달하였다.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발밑에 수많은 독충이 뒹굴고 있었다.검은색 장포를 입고 앞가슴의 옷깃에 ‘조(趙)’ 자를 수놓은 수사 일행이 조심스레 산맥에서 날아가고 있었다.이 무리에 10여 명의 수사가 있는데 선두에 선 사람은 긴 얼굴에 화려한 검은 장포를 입은 청년이었다. 이자는 9급 존황 경지의 기운을 내뿜으면서 주변을 향해 위압을 가하였고 허공마저 비틀어졌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청년 남자의 한쪽 팔은 텅 비어 있었다.이태호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바로 이 남자가 조씨 가문의 천교 조광학이라는 것을 알아봤을 것이다.조광학의 좌우 양측에는 각각 2급 성자 경지의 내공을 가진 노인이 서 있다.지금 독장으로 가득 찬 산맥에서 날아가고 있는 조광학은 초조하고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옆에 있는 가문의 장로에게 물었다.“구숙(九叔), 이 백수산맥의 독장 속에서 며칠이나 날았는데 언제 상고 마수 유적에 도착할 수 있어요?”“거의 다 왔어!”조광학의 짜증 난 표정을 보자 오른쪽에 있는 성자급 조씨 가문의 장로가 위로해 주었다.이에 조광학은 짜증스러운 정서를 억누르고 천천히 백수산맥의 깊은 곳을 탐색하였다.이번에 그는 장로를 비롯한 조씨 가문의 자제들 수십 명을 거느리고 백수산맥에 온 것은 그의 팔을 이을 수 있는 물건을 찾기 위해서였다.지난번에 창맥산맥에서 이태호에게 팔이 잘린 후, 그 잘린 팔에 남아 있는 혼돈 검의는 뼈를 부식하는
잠시 후 이태호는 유 장로에게 인사를 한 다음 백수산맥의 지도를 가지고 종문의 미션궁에서 요광섬으로 돌아왔다.백수산맥은 태일종에서 수천 리나 떨어진 곳에 있고 천남과 중주 사이를 가로막는 험지였다.창망산맥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었다.그래서 가기 전에 이태호는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그는 요광섬으로 돌아가자마자 연단로를 꺼내서 상처 치료용 7급 영단을 많이 제련하였고 또 온몸의 내공을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러고 나서 신수민 등에게 알린 후 하늘로 날아올라서 빛으로 변해서 하늘가로 사라졌다.그가 북쪽으로 수천 리를 날면서 수많은 산천과 범인의 도시, 왕조 나라를 거친 후 드디어 백수산맥 근처에 이르렀다.멀리 지평선 위로 용이 엎드리고 있는 듯한 산맥은 원고 시대의 거대한 흉수처럼 웅장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백수산맥과 가까워질수록 이태호는 이 끝없이 펼쳐진 산맥의 장엄함과 광활함을 느낄 수 있었다.백수산맥이 바로 코앞에 나타나자 그는 비행 속도를 높이고 바로 산맥으로 들어갔다. 동시에 그는 신식을 통해 주변에 흉수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챘다.이런 산맥의 주변에 있는 흉수들의 실력은 일반적으로 무왕, 무황의 경지이며 대체로 실력이 강한 흉수에 의해 안에서 쫓겨나온 것이다.산맥에 들어가서 수백 리 날아가자, 주변은 하늘로 우뚝 솟은 수만 개의 산봉우리들로 겹겹이 둘러싸였다.대량의 독 있는 장기(瘴氣)가 사면팔방으로 퍼져 있어서 파란색과 푸른색이 섞여 있는 독장(毒瘴)을 형성했다.이태호는 신식을 통해 이 독장 속에 수많은 독충이 도사리고 있고 실력이 강한 흉수가 몰래 엿보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이태호가 성자급 수사일지라도 영력의 방어막을 부식할 수 있는 독장을 보자 비행 속도를 점점 늦췄다.주변에 퍼져 있는 파란색과 푸른색이 섞여 있는 장기를 보자 이태호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이 백수산맥은 역시 명불허전하군. 십만 개 산봉우리에 곳곳이 흉수와 독충들이 도사리고 있어.’바로 이때, 앞에서 맹수의 포효소리가 들려왔다.“어흥!”포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