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애정행각을 스스럼없이 하는 두 사람을 보며 다들 어이가 없어졌다.백지연에게 강렬한 느낌을 받지 못했으나 앞으로 일어날 일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하는 이태호의 말도 일리고 있고, 그 또한 사실이니 어르신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우리 지연 아가씨가 더 노력해야 겠구만, 이태호가 지연 아가씨에 대해 얘기할 때 딱히 싫어하는 눈치도 아니고 아주 괜찮은 여자로 여기고 있으니 아직 기회는 충분히 있겠네, 언제 한 번 아가씨에게 귀띔을 해 줘야 할 텐데."어르신은 속으로 대책을 생각하고 있었다."도련님, 도련님, 도련님하고 가주님이 엄청 유명해졌어요."신민석은 알콩달콩 연애질 하는 두 사람때문에 심기가 불편하던 바로 그 때 어린 하녀가 신민석 앞으로 허겁지겁 흥분해하며 달려와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그런 그녀가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여긴 신민석은 안색이 어두워졌다."무슨 일인데 호들갑 떠는 거야?""도련님하고 가주님이 지금 인터넷에서 장난 아니에요, 전에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셨던 거 기억 나세요? 구경하던 사람들이 그걸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는데 순식간에 빵 터진 거예요, 하루 이틀 사이에 도련님 틱톡 팬수가 사백만에 도달했어요."그 하녀는 격분해하며 말을 이었다."가주님은 틱톡 아이디가 없으니 아쉽긴 한데 도련님은 제대로 유명해지셨어요. 그리고 도련님이 달리기 할 때의 모습이 익살스럽다며 댓글이 많이 달렸어요.""익살스럽다고!?"어이가 없었던 신민석은 표정이 어두워졌지만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꺼내 틱톡 어플에 들어가 보았다."정말 짜증나게 팬이 사백만을 넘었네,"전에 총지배인이었을 땐 미녀들과 수영을 하고 술집에서 놀던 영상물들을 올려 온갖 허세를 부렸었는데신수민이 총지배인으로 임명되고 나서부터는 주머니에 돈도 별로 없고 해서 한동안은 동영상을 올리지도 않고 잠잠하게 지냈었다.그런데 이태호와의 내기에서 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버지와 같이 알몸으로 뛰는 동영상이 일파만파로 퍼져 팬이 만명밖에 안 됐던 그의
신민석은 나서서 해명했다."할머니, 저하고 아버지가 인터넷에서 많이 유명해졌으니 이젠 인플루언서예요, 동영상에는 전체 알몸도 아니고 천쪼가리 하나는 걸쳤잖아요, 이건 잘 된 일이에요, 인터넷 스타가 되는게 얼마나 힘들 일인데요.""풉!"어르신은 피를 토할 정도로 열불이 났다."잘 된 일이라고? 쪽팔려 죽겠는데 뭐가 잘 됐다는 거야?""할머니, 인플루언서들이 돈을 왕창 잘 벌어요, 광고 제의도 받고 회사에서 컨셉을 잡아 주고 서포트만 잘 해줘도 일년에 몇 백억은 손쉽게 벌어 들일 수 있거든요, 그보다 더 잘 버는 사람들도 있는 걸요."그 하녀도 옆에서 함께 해명해 주었다."어르신, 도련님 말씀이 사실이에요, 틱톡 같은 동영상을 올리는 어플들을 요즘 청년들이 얼마나 즐겨 보는데요, 도련님이 이젠 인플루언서가 되었으니 돈을 버는 건 시간 문제예요, 게다가 전에 대문 입구에서 새로 개업한 레스토랑도 홍보했었잖아요, 아마 이제부턴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질 않을 걸요."신수민도 놀란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그러게 어제부터 해피 레스토랑에 손님들이 꽉 찼더라니, 더 놀라운 건 입구부터 시작해 길거리 끝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고, 갑자기 왜 손님이 이토록 많아졌나 했더니 그 이유 때문이었구나.""정말이야?"어르신은 눈을 동그랗게 하고 물었다."며칠 뒤에 일손이 부족하면 어떡하지?"신수민은 어르신의 뜻을 알아차렸다."옆에다 일단 분점을 하나 더 내고 알바를 좀 더 구하면 돼요,"어르신은 신민석과 신승민을 향해 지시했다."너희들은 시간 내서 레스토랑에 자주 들르도록 해, 동영상도 많이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레스토랑을 홍보해야지."신민석은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그거야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인데요, 저희한테 이득이 없을까요? 이젠 어찌보면 인터넷 스타라 몸값도 올랐으니 출연료 같은 거 안 줘요? 요즘 술집 갈 돈도 없고 유명인사도 됐는데 내놓으라 할 자동차도 없는 걸요."어르신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레스토랑을 너희들이 관리
자그만거에도 만족을 하며 좋아하는 신민석의 모습에 신수민과 이태호는 눈빛을 교환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 두 부자도 이제는 돈버리가 생겼으니 다행인 것이다."자, 다들 준비한 선물들 잘 챙겨서 연회에 참석하러 갑시다."어르신도 웃으며 입을 열었다.곧이어 신씨네 가족들은 선물을 들고 성주부로 향했다.같은 시각 서의당의 전창민은 몇몇 장로들을 거늘고 혈인당에 도착해 피도둑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의 얘기를 듣고 피도둑은 이마를 찌푸렸다."감히 네 딸을 납치하고 너한테 협박까지 했다는 거야? 이태호 그 놈 간땡이가 많이 부었네?"대장로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삼급 기사인 서의당의 나씨 아줌마도 상대가 안 되는 걸 보니 이태호의 내공이 꽤 높은 가 보네."나장로 왕몽은 수심에 잠겨 있었다."난 왜 이 놈이 좀 수상한 것 같아 보이지? 전다민하고 나씨 아줌마 둘 다 이태호의 목숨줄 끊으려고 덥친 건데 나씨 아줌마를 풀어 준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설령 납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해서 아줌마를 풀어 줬다 해도 소식을 다 전했으니 이용가치도 없을 텐데 그럼 죽여야 마땅한 거잖아요?"꼼꼼하고 세심한 왕몽은 이상하다는 낌새를 직감하고 있었다.그러자 전창민은 욱해졌다."지금 나장로님의 말씀은 우리 서의당의 나씨 아줌마가 꼭 죽어야 한다는 뜻처럼 들리네요? 어쩌면 상대가 아줌마보다 실력이 그저 조금 나은 걸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상처를 입은 아줌마가 그 놈과 멀리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면 도망가는 건 쉬운 일 아닌가요."눈에 핏발이 선 채 감정이 격앙된 전창민을 보며 피도둑이 중재를 나섰다."나장로님, 함부로 그렇게 넘겨집지 마세요, 젊은이들의 실력이란게 원래 오르락내리락 짐작이 잘 안가요,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으면 함께 따라가 보시는 게 어떨까요?"왕몽은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그것도 좋겠네요, 저도 이태호가 능력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전다민을 납치한 것도 모자라 우리를 도발하며 건방지게 구는지 궁금하던 찰나였어요."
"자네 내가 도와 주겠다는데 왜 싫다고 하는 건가?"왕몽은 전창민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전창민이 답했다."제 두 손으로 그 놈을 죽이고 싶어서요, 내 딸을 막 납치한 이태호를 갈기갈기 찢어버려도 시원찮을 것 같습니다, 제 원수를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제 손으로 직접 처치하고 싶습니다."그러나 의심이 많기로 타고난 왕몽은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을 기어코 하는 심성이라는 걸 전창민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왕몽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직접 나서진 않고 그냥 옆에서 지켜만 보도록 할 게요, 무슨 배짱으로 당주님의 딸을 납치했는지, 그 놈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제 눈으로 똑똑히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네요."피도둑도 고개를 끄덕였다."나장로님과 같이 가도록 하세요, 이태호를 죽이고 나서 용의당을 없애 버릴 대책도 세우려면 나장로가 태성시에 간 김에 그쪽 형세도 좀 파악해야 되기도 하고요, 제일 중요한 건 추후 태성시의 어둠의 세력들을 우리 손아귀에 장악해야 돼요, 게다가 오늘 서전왕 급의 인물이 태성시에 도착했으니 꽤 시끌벅적할 겁니다."피도둑은 고민을 하다 말을 이었다."이태호가 택한 무덤의 장소가 아주 마음에 드네요, 성밖에 숲속이라니, 거기에서 죽으면 바로 땅파서 시체를 처리하면 되니 편리하기 그지 없으니 말이에요, 도성 안에서 살인이 일어나는 날엔 서전왕이 제대로 조사를 할 수도 있으니 엄청 골치 아플 수도 있는거니까요."왕몽이 즉시 입을 열었다."당주님도 참, 설마 서정왕이 이런 사소한 일에 참견하겠어요? 기껏해야 두 도성사이에 일어난 작은 다툼일 뿐인데 그저 눈 감아 주시겠죠."피도둑은 천천히 머리를 끄덕거렸다."그렇긴 한데 서전왕이 태성시 같은 작은 곳에 방문했다는 게 너무 의외이기는 해, 굳이 만나야 될 사람이 없다면 거기까지 행차했을 이유가 없으니 말이야."왕몽은 비웃으며 말했다."태성시에 건드려서는 안 될 거물이라도 있다는 거예요? 혹시 당주님 이태호가 두려우신 거예요?"왕몽은 아주 확신에 찬 듯 말을 이었다."하,
전창민이 출발했을 시각 이태호와 신씨네 가족들은 백씨네 집에 들어섰다.백씨네 넓은 마당에는 수십 개의 상이 차려져 있었고 값진 선물들을 손에 들고 축하하러 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서고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씨네가 준비한 귀중하다 못해 기품이 좔좔 흐르는 고화를 보자 손님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런 건 복제가 안 되는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보물이니 말이다."어머, 어르신, 점점 더 젊어지시는 것 같네요, 요즘 신씨네 사업이 월등하게 발전하고 있던데 너무 축하 드려요."몇몇 사업가들은 어르신에게 다가와 신씨네 발전 앞날을 칭찬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엇다.그렇게 어르신과 다른 가족들은 손님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이태호는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혼자 담배를 피우던 그때선글라스를 낀 중년 남성이 걸어왔다.그는 꼿꼿한 자세로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왕좌의 자태를 감추진 못했다.이태호는 다가오는 그를 보자 담담하게 웃고 있었다."자식, 감히 몰래 도망을 나와?""헤헤, 심심하기도 하고 사부님이 너무 그리워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요."소전은 히죽히죽 웃더니 휴대폰을 꺼내 이태호와 사진을 찍고 나서 말을 이었다."사부님, 애들이 이 사진을 보면 부러워서 미치겠죠?"어이가 없어진 이태호는 소전에게 일깨워 주었다."사진은 괜찮은데 유출되면 안 되니까 조심해야 돼, 명성이 자자한 군신과 찍은 사진이 다른 사람 눈에 들어가면 내 신분을 의심하게 될 테니까."소전은 싱글벌글 웃고 있었다."명성이 자자하다니요? 사부님이 없었으면 소전이란 사람도 없었을 건데요? 근데요, 어느 분이 사모님이세요? 몰래 사진 한 장 찍고 다른 군신들한테 자랑 좀 하게요."이태호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내 신수민을 가르켜 주었다."저기 흰색 치마를 입은 분이셔.""사모님 미인이시네요."소전은 또 한 번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고 있었다."솔직히 저는 사부님이 너무 부러워요.""나를? 높은 지위에 있고 모든 사람들의 존중을 받는 너가 왜 나를 부러워해?"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넷은 사부님 축하주를 꼭 마실 거니까 결혼식을 비밀리에 할 생각은 접어두시는 게 좋을 거예요."소전은 생글생글 미소를 지었다.의외로 이태호는 반대를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수민이가 나 때문에 몇 년동안 수많은 빈정거림을 당하며 힘들게 버텨 왔으니 제대로 보상해 주고 싶어, 그러니 너희들이 꼭 와야 돼, 남군 전체가 부러워할 여자로 결혼식을 성대하게 준비할 계획이야.""하하, 그거 좋네요, 날짜를 미리 저희에게 전해 주시면 바로 달려오도록 할 게요."소전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언니, 저기 선글라스를 낀 남자 있잖아, 너무 멋스럽지 않아? 문제는 선글라스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쿨하기까지 하잖아."신수민과 담화를 나누던 신수연은 이태호 옆에 있는 남자를 보며 신수민에게 묻고 있었다.신수민도 힐끔 쳐다보곤 멍해졌다."그러게, 어떻게 묘사해야 될 진 모르겠으나 서 있는 자태만 봐도 범잡을 수 없는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 같아.""서전왕의 경호원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장군일 수도 있겠네."신수연은 그의 신분을 추측하고 있었다.한켠에 있던 서전왕은 여러 명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잠시 마음을 추스린 그는 소전이 있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자 옆에 서 있는 스무여댓 돼 보이는 젊은이가 소전의 사부라는 걸 눈치챘다."저 사람이 바로 군신들이 언급했던 사부였구나? 이렇게나 젊으신 분이었다니? 꽤 나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참으로 별난 괴짜일세."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태호를 자세히 살펴보곤 서전왕은 감개무량해졌다.은근 낮가리는 성격만 아니었어도 그는 당장이라도 이태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고 싶은 심정이었다.곧 술자리가 마련되었다.서전왕은 자연스레 백진수, 백진운을 포함한 일류 명문 집안의 가주님들과 한 자리에 앉게 되고신씨네 가족들은 다른 술상에 배치되었다.한참이 지나서 서규산은 백진수의 귓가에 대고 수근거리더니 백진수는 빈번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그러곤 백진수는 자
"잠깐만, 오전에 간다고? 점심, 저녁에다 하룻밤을 묵기까지? 그러니까 내일 하루 동안을 신씨네에서 지내겠다는 건가?"서전왕의 일정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크게 한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서전왕이 내일 신씨네로 간다니! 신씨네는 대체 무슨 운빨이 저렇게 좋은 거야?"서문옥은 분노가 치밀어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이게 말이 돼? 서전왕이 거의 점심시간이 다 됐을 때 백씨네로 왔었는데 내일은 이보다 더 일찍 신씨네로 도착한다는 거잖아? 그럼 백씨네보다 신씨네에 있는 시간이 더 길텐데.""그러니까 말이야, 아침을 마치자마자 신씨네로 바로 발걸음을 옮기겠다는거네."몇몇 누리꾼들도 경악하고 있었다."저희 집으로 방문해 주신다니 참으로 신씨네 집안 영광입니다, 내일 성심성의껏 모시도록 하겠습니다."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어르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전왕을 향해 두 손 모아 경의를 표했다.백진수가 멈칫거리다 말을 이었다."자, 다음의 일정입니다, 서전왕님께서 모레 점심에 용씨네 집으로 향해 식사를 하기로 결정하시고 오후에는 비행기로 태성시를 떠나실 겁니다."서전왕의 일정에 본인들의 집안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에 용우진과 용건우를 비롯한 용씨 집안 가족들은 열광의 빛이 여려 있었다.반면 서전왕의 선택을 받지 못한 같은 일류 명문 집안인 방씨네와 제갈씨네는 실망스러움과 불쾌한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고방문장을 건네 줬지만 기회조차 없을 거란걸 미리 예측했던 다른 집안 사람들의 탄식도 끊이질 않았다.그렇게 분위기가 우울하던 때 서규산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여러분들, 우리가 사무가 다망하다 보니 이번에 시간을 촉박하게 잡고 태성시를 들르게 됐네요, 그러니 아쉽게도 몇몇 분들의 방문장을 받고도 일일이 찾아뵐 수가 없게 되어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다만 이번의 계기로 태성시 주민들의 열정을 몸소 느끼게 되어 아주 뜻깊은 추억이 될 듯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제대로 시간을 널리 잡고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명성이 혁혁하고 대중의 존중을
비밀스레 얘기를 나누자는 이 노인을 보며 백지연은 이마를 찌푸리곤곧장 어르신을 따라 아무도 없는 장소로 이동했다.그제야 어르신은 백지연의 팔목을 놓아 주었다."아가씨, 저희 다 알아요, 이태호를 많이 좋아하고 있죠?"어제 술김에 내뱉은 속심말을 술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자 백지연은 땅틈이라도 파고 들어가서 숨고 싶을 정도로 쑥스러워 볼색이 후끈 달아 올랐다.그녀는 이내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하루만 못 봐도 자꾸 생각나서 미치겠어요, 좋아 죽겠는데 오빠는 저하고 거리를 두려고 해요, 딱마치 좋아해 주는 남자가 없어서 고독해 빠진 여자마냥 오빠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만 있으니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잘 모르겠어요."백지연의 마음을 확인하자 흐뭇해진 어르신이 말을 이었다."오늘 오전에 수민이한테 아가씨가 시집을 오게 되면 동의할 거냐고 물어봤었거든요.""네? 그런 질문을 하셨어요?"이러한 물음을 직설적으로 던졌다니, 신씨네 집안 사람들 성격이 시원시원하네!하긴 방금 이태호한테 마음이 있냐고 물을 때부터 어르신이 단도직입적이더라니! 백지연은 아름다운 두 눈을 번쩍 뜨며 묻고 있었다."그래서 언니가 뭐라고 했는데요?"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지연은 가슴이 쿵쾅거렸다.함께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태호와 신수민이 서로 애틋하게 사랑한 다는 건 눈에 훤히 보이는 사실이었다.그런 둘 사이에서 신수민이 심하게 소란을 피우며 거절의 의사를 표한다면 이태호도 그런 아내의 심정을 고려해 그녀와 선을 확실히 끊게 될 텐데 그러면 기회조차 없을 것이니 백지연은 불안해졌던것이다."수민이는 아가씨가 좋은 여인이라며 칭찬을 했었어요."어르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근데 딱 한가지 요구가 있대요, 시집을 와도 자신이 정부인을 할 것이고 아가씨는 섭섭할 지언정 첩으로 들어와야 된다고요, 이 제안 괜찮겠어요?"백지연은 그 말에 펑펑 뛰며 기뻐하고 있었다."진짜요? 이태호와 결혼만 할 수 있다면 명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