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레 얘기를 나누자는 이 노인을 보며 백지연은 이마를 찌푸리곤곧장 어르신을 따라 아무도 없는 장소로 이동했다.그제야 어르신은 백지연의 팔목을 놓아 주었다."아가씨, 저희 다 알아요, 이태호를 많이 좋아하고 있죠?"어제 술김에 내뱉은 속심말을 술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자 백지연은 땅틈이라도 파고 들어가서 숨고 싶을 정도로 쑥스러워 볼색이 후끈 달아 올랐다.그녀는 이내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하루만 못 봐도 자꾸 생각나서 미치겠어요, 좋아 죽겠는데 오빠는 저하고 거리를 두려고 해요, 딱마치 좋아해 주는 남자가 없어서 고독해 빠진 여자마냥 오빠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만 있으니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잘 모르겠어요."백지연의 마음을 확인하자 흐뭇해진 어르신이 말을 이었다."오늘 오전에 수민이한테 아가씨가 시집을 오게 되면 동의할 거냐고 물어봤었거든요.""네? 그런 질문을 하셨어요?"이러한 물음을 직설적으로 던졌다니, 신씨네 집안 사람들 성격이 시원시원하네!하긴 방금 이태호한테 마음이 있냐고 물을 때부터 어르신이 단도직입적이더라니! 백지연은 아름다운 두 눈을 번쩍 뜨며 묻고 있었다."그래서 언니가 뭐라고 했는데요?"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지연은 가슴이 쿵쾅거렸다.함께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태호와 신수민이 서로 애틋하게 사랑한 다는 건 눈에 훤히 보이는 사실이었다.그런 둘 사이에서 신수민이 심하게 소란을 피우며 거절의 의사를 표한다면 이태호도 그런 아내의 심정을 고려해 그녀와 선을 확실히 끊게 될 텐데 그러면 기회조차 없을 것이니 백지연은 불안해졌던것이다."수민이는 아가씨가 좋은 여인이라며 칭찬을 했었어요."어르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근데 딱 한가지 요구가 있대요, 시집을 와도 자신이 정부인을 할 것이고 아가씨는 섭섭할 지언정 첩으로 들어와야 된다고요, 이 제안 괜찮겠어요?"백지연은 그 말에 펑펑 뛰며 기뻐하고 있었다."진짜요? 이태호와 결혼만 할 수 있다면 명분
"저한테 어느 정도는 감정이 있다는 말씀이세요?"백지연은 실오리 같은 희망이 눈앞에 보였다.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옛말에 백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지금 이태호가 아가씨에 대한 감정이 나쁘진 않으니 아가씨가 견지만 하면 이태호도 마음을 열 거예요."백지연은 문득 깨우쳤다."어르신 말씀은 이태호한테 계속 달라붙으라는 거예요?"어르신이 웃으며 답했다."맞아요, 충동적으로 아내를 들일 정도의 호감은 아니여도 이태호의 지금 마음속에 있는 좋은 감정들을 끊임없이 강화하고 확대시키면 반드시 성공할겁니다."어르신의 확신에 백지연은 다시금 흥분해졌다."어르신의 말씀을 들으니 자신감이 충만됐어요, 고마워요."말을 마치고 백지연은 이태호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백지연을 확인하자 듣지 말아야 할 얘기들이 누설될까 소전은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누구네 집 경호원이 내 남자 옆에 서 있는 거야? 태호 오빠와 얘기해야 되니까 방해하지 말고 딴 곳으로 비키지 그래?"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경호원이 눈에 거슬렸던 백지연은 큰 소리로 그를 내쫓았다.백지연이 감히 명성 높은 사대 군신인 소전에게 이따위로 말을 하다니? 상대가 군신이란 걸 알았어도 이리 무례했을까? 놀라서 기절했을 수도 있겠네,이태호는 괴이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난생 처음 이런 말을 들어 본 소전도 땀이 삐질 흘렀다.다만 백지연의 말에 섞인 단어들을 회상하며 소전은 이태호에게 말을 건넸다."어머, 태호 형한테 이렇게 예쁜 여사친도 있었네."이태호는 급급히 해명했다."저 계집애 말에 신경 쓰지 마,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백지연도 질세라 말을 덧붙였다."아무 사이도 아니라니요? 마음이 흔들린 적 없었다고 백프로 보장할 수 있어요? 돌맹이가 아닌 이상 나한테 설레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말을 마친 백지연은 치맛자락을 조심스레 끌어당기더니 한 바퀴 휙 돌고는 이태호에게 질문했다."오빠, 이거 아까 갈아입은 치만데 내가 입으니까 유별나게 아름답지 않아요?
이태호가 백지연에게 말을 건넸다."아가씨, 저 사람 서전왕을 호위하는 경호원인 것 같던데 그냥 가라고 하면 어떡해요? 공항에서 보니까 서전왕과 가까이에서 친밀하게 대화가 오가던데 일반 경호원 느낌이 전혀 아니었어요, 그렇게 무례하게 저 분을 쫓아냈으니 기분이라도 상했으면 어쩌려고 그래요.""서전왕의 경호원이라고요?"경호원을 워낙 안중에 두지 않는 백지연은 소리를 내질렀던 사람이 서전왕의 경호원이라는 이태호의 말을 듣자 후폭풍이 밀려 올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불안한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태호에게 물었다."그냥 경호원일텐데 별일이야 있겠어요?""글쎄요, 서전왕의 바로 옆에서 하루종일 붙어 다니며 호위를 하는 사람이니 서전왕이 마음 놓고 믿을 수 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방금 아가씨의 태도에 기분이 언짢아져 서전왕에게 백씨네에 대한 험담을 털어 놓기라도 하면 그 후과를 감당하실 자신 있으세요?"이태호는 자세하게 백지연에게 상황을 분석해 주자그의 말에 더욱 두려워진 백지연은 해결책을 묻고 있었다."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떡해요? 전 그냥 어느 별볼일 없는 집안의 경호원인 줄로만 알았지 서전왕의 수행 경호원인줄은 꿈에도 몰랐단 말이에요, 겁도 없이 실례를 범했으니 되돌릴 방법 없을까요?"왔다갔다하며 조급해하는 백지연의 모습이 너무 웃스러웠던 이태호가 방법 하나를 제시해 주었다."되돌리는 방법이야 있죠, 저 분한테 사과도 할 겸 가서 얘기를 나눠 봐요, 서전왕을 호위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느지, 보람을 느낀 적은 있었는지 등등 화제를 찾아 가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친해질 수 있잖아요, 그래야 고자질하지 않죠, 안 그래요?""그래야 되겠어요!"백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휴, 미리 좀 귀띔이라도 해 주지, 짜증나게 시간 내서 경호원이랑 친해져야 하잖아요."그 계집애는 말은 귀찮다는 듯이 해도 여전히 소전쪽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한쪽으로 가서 한가하게 정원의 꽃과 풀들을 감상하고 있던 소전은 백지연을 보자 의아스러웠다."뭐예요
"어머, 나를 놀래킬 까봐 안 벗는다고요? 혹시 잘 생긴게 아니라 너무 못나서 제가 놀랠까봐 걱정인 거 아니에요?"본인이 친해지려고 왔다는 걸 완전히 까먹은 백지연은 두 손을 교차하고 고의적으로 상대를 도발하고 있었다.필경 백지연은 숨기면 숨길 수록 어떻게 생겼는지를 꼭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그러니 현재의 옷차림과 쭉뻗은 키로 봤을 때 풍기는 이미지가 이토록 멋스러운 그의 선글라스 아래에 감춰진 모습이 너무나 알고 싶었던 것이다."하하, 그냥 못났다고 생각하세요, 아무튼 보여드리진 않을 거거든요."소전은 속임수에 당하지 않고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너..."짜증이 확 난 백지연은 재차 손을 뻗어 상대의 선글라스를 벗기려고 하자소전은 신속히 움직여 뒤로 후퇴했다."아이고"백지연은 발이 미끄러져 우연찮게 소전의 품으로 넘어져 버렸다.피하게 되면 바로 땅에 철퍼덕 넘어질 백지연이 걱정 되어소전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게 되었다.얼굴이 붉어진 백지연은 즉시 일어서더니 욕설을 퍼부었다."감히 내 허리를 감싸다니! 완전 변태였구만."소전은 어이가 없었다."말은 똑바로 하셔야죠, 치마를 입어 놓고 땅에 넘어지기라도 해서 치마 안에 뭘 입었는지 여기 있는 사람들 눈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매우 난처하고 창피하게 되는 상황 아닌가요? 그래서 두 손 벌려 받아줬더만 고마워하지는 않을 망정 욕을 하고 계세요?"제멋대로인 성격에 사과할 리가 없는 그녀는 비록 소전의 말에 일리가 있는 걸 알고는 있어도 여전히 욕을 퍼붓고 있었다."아무튼 넌 변태야."소전은 명색의 군신이 한 계집애한테 변태라고 욕을 얻어 먹었다는게 황당하기만 했지만더 이상 변명하기도 귀찮아 그저 콧방귀를 뀌고 넘어갔다."태호형이 왜 싫다고 하는지 이제야 알겠다.""그게 뭔데?"이태호를 입에 올리자 백지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소전은 썩소를 지었다."아가씨처럼 귀하게 자라신 여자는 마음 내키는대로, 하고 싶은대로 생떼나 부리니 누가 좋아하겠어요.""하, 생
그녀는 주변에서 이태호를 찾아보았지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다. 백진수 등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이미 신씨집안사람들과 함께 돌아갔다고 한다."참 빨리도 돌아갔지, 우리 집에 더 머물다 갔으면 얼마나 좋겠어!"백지연은 저도 모르게 입을 삐죽거리며 성난 어투로 중얼거렸다.이태호가 집에 돌아왔을 즈음에는 이미 오후 네시가 넘었을 때였다.바로 이때 그는 별장 밖의 도로변에 서 있는 한 명의 미녀를 보았다."자기야, 나 저녁에 일이 있어 잠깐 나갔다 올게!"이태호는 잠간 생각하더니 신수민을 보고 말했다."그래, 너무 늦지는 말고 일찍 들어와 쉬어. 내일 서전왕이 우리 집에 온다잖아. 할머니께서 손님들이 많을 거 같다며 우리 보고 아침 일찍 가서 손님 접대하는 걸 도와주래!"신수민은 이태민을 보고 말했다.이태호는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아침 일찍 가는 건 문제없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나 부유 상인들을 잘 몰라서 간대도 별로 도움이 안 될 거 같아. 아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을 것 같아!" "알았어. 당신은 이런 일에 관심 없어 할 줄 알았어!"신수민은 이태호를 한번 흘겨보더니 물었다. "맞다. 자기 우리 혼례식을 다시 치르게 해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있어?"이태호는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자기야, 곧 8월 15일 추석이잖아? 나 요즘 일이 많아서 그러는데 이제 추석을 다 보내고 날짜 잡는 게 어때?""그래, 자기 생각대로 해. 그러지 않고 내가 자꾸 재촉하면 결혼식을 빨리 다시 치러 달라고 당신한테 매달리는 줄 알겠어!"신수민은 약간 성난 모습으로 다시 한번 이태호를 흘겨보았다.하지만 이태호는 신수민의 얼굴에 뽀뽀를 하고는 말했다."자기야, 걱정 마, 그때 가면 자기한테 혼례식 다시 올리는 일, 태성시 뿐이겠어? 아예 남쪽 지방 도시까지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다 놀랄 거야 !"말을 마친 이태호는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신수민은 이태호의 뒷모습을 보며 절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혈인당의 둘째 장로요?"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맞아요. 그 놈은 노인이에요. 수련도 저희 아빠랑 똑같은 7급 기사 수련이죠. 하지만 전투력은 아빠보다 조금 강해요. 그리고 늙다리 변태이기도 한데 이름은 왕몽이라 하죠!"전다민은 늙다리 변태라고 말할 때 화난 표정을 지으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이태호는 전다민의 약간 성난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동해 물었다."왜 그놈을 늙다리 변태라고 하죠?"` 전다민은 그제야 사실을 말했다."흥, 저놈은 말이죠, 만약 우리 서의당이 쉽게 건드려도 되는 조직이고 아빠가 당주가 아니라면 벌써 저한테 집적거렸을 거예요. 매번 저를 볼 때 두 눈에 음흉한 빛으로 가득해서 저의 몸을 훑어보곤 했어요!"이태호는 저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그놈이 온 게 분명하면 오늘 저녁은 그놈의 제삿날이네요!""주인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너무 기뻐요. 아마도 조금 있으면 저희 아빠가 올 거예요!"이태호가 직접 나서서 왕몽을 죽이겠다고 하니 전다민은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아직 시간도 이르니 제가 훠궈 한턱내는 게 어때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도시 외곽으로 가도 돼요!"이태호는 전다민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어찌 신전 주인님 보고 저한테 한턱내게 해요? 제 생각이긴 한데 제가 한턱내는 게 낫겠어요!"전다민은 순간 총애를 받은 듯하여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필경 이 사람은 드래곤 신전의 주인이 아닌가? 그런데 자신한테 한턱 쏜다고 하니 자연히 몸 둘 바를 몰라 했던 것이다.이태호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아가씨는 그만 사양해요. 남자로써 어찌 여자보고 한 턱 쏘라고 해요? 게다가 어제는 조심하지 않아 아가씨를 상처나게 했는데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러는 거죠!"전다민은 즉시 말을 이었다."안 돼요. 안 돼요. 전 어제 신전 주인님인 걸 알아보지 못해 주인님을 죽이려고 들었는데 제가 사죄하는 게 맞아요!""하하, 저도 어제 아가씨가 서의당의 사람인 줄 몰랐어요. 난 또 누
이태호는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할 처지에 놓였다고 생각했다. 애초 미친 어르신이 링을 가진 자가 신전 주인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고 이 커다란 세력을 이끄는 것도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 필경 미친 어르신이 만든 세력은 또 12개의 작은 세력으로 나누어졌고 파벌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도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호호, 주인님 말씀이 참 유머러스 하네요!"전다민은 곁에 앉아서 기분좋게 호호 웃기 시작했다.얼마 안 지나 두 사람은 근처의 꽤 유명한 훠궈집에 도착해서 주차 해놓고 식사하러 들어가려고 서둘렀다."아이고, 이태호야, 오랜만이야, 참 공교롭게도 여기서 보다니!"이태호와 전다민이 훠궈집에 발을 들여놓는 참에 생각지도 못하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태호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뒤 돌아 서건우의 팔짱을 끼고 있는 정주희를 보았다."허허, 정주희, 서건우, 너희들도 여기 있었구나!"정주희가 서건우의 팔짱을 끼고 서건우가 정주희의 허리를 감싸 안은 것을 보고 이태호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이지 정주희 같은 여자는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생각했다. 그날에 자신이 잘못했다는 둥 이태호와의 감정을 다시 되살려내겠다는 둥 하는 소리가 다 헛소리에 불과했으니 말이다.만약 이태호가 돈 많은 남자가 아니라면 정주희란 여자가 그를 찾아와 그런 말을 할 리 있을까?지금 보면 정주희는 이태호한테 거절당한 후 닁큼 서건우한테 붙어먹고 있었다.이런 정주희를 보니 이태호는 속이 역겨워 났다."허허, 옛 동창이여 정말 공교롭네. 어제저녁에 자네는 정말 의리가 있었어. 우리 돈을 받지도 않고 많은 와인까지 더 가져다 줘서 마시게 했으니!"서건우는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사실 이태호의 어제저녁 행동만 보면 서건우는 이태호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갔다. 정주희가 이 자식을 원망하지만 않는다면 정말 이태호랑 얼굴 붉힐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곁에 있던 정주희는 이내 그의 말을 가로챘다."너 무슨 헛소리하는 거야? 태호가 널 욕 보이려는
이태호는 면전에 있는 살덩어리를 보고 한마디 권유했다."서건우야. 네가 외국에서 몇 년간 있으면서 주희가 어떤 여자인지 모르는가 본데, 쟤는 그냥 돈만 보면 달려들고 자기 이득만 챙기는 여자야. 너랑 같이 있는 게 너를 사랑해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쟤는 그냥 네 돈만을 바라본 거야! 그러니 생각을 똑바로 하고 다녀!"여기까지 말한 이태호는 한숨 돌리더니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너 쟤랑 같이 있으면 꼭 후회하게 될 거야!"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서건우는 과격한 성격인지라 되레 이태호를 비웃으며 말했다."후회? 난 후회 같은 건 안 해! 허허, 나도 주희가 지금 내 돈을 보고 사랑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난 괜찮아. 지금 내 돈으로 주희의 허영심을 만족시킬 수 있으니까!"여기까지 말한 서건우는 약간 득의양양해하며 말을 이었다."이전에 주희의 마음을 가지지 못한 건 내가 잘생긴 것도 아니고 돈도 없고 그런 거야. 하지만 지금은 달라. 나 아직도 잘생긴 건 아니지만 돈은 있어. 그러니 주희 마음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난 그런 것에 만족해! 적어도 어제저녁에 난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생각해!"이태호는 아예 어이 상실하여 중얼거렸다."정말이지, 끼리끼리 논다더니. 보아하니 정말 너를 낮게 평가했어. 너희들이 정말 죽이 맞는다면 축복해 줄게!"말을 마친 이태호는 더이상 말하기가 귀찮아서 전다민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짜증 나, 저, 저 자식이 우리 둘 보고 끼리끼리 놀고 죽이 맞는다고 해? 돌아버리겠네. 나쁜 놈. 꼭 저놈을 죽여버려야 성이 찰 거 같아!"정주희는 이태호의 뒷모습을 보며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이전에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가난뱅이 녀석이 지금은 그녀의 머리 위에서 그녀를 욕보이게 하다니. 정주희의 속은 불쾌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서건우는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저놈을 죽이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야. 하지만 내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어. 저놈을 죽이는데 내 손에 피를 묻힐 필요가 있겠어?"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