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지고 있는 공법과 영보는 충분하지만 대현황경금 검결이 이제 입문해서 아쉽네.’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도 어쩔 수가 없었다.그 전에 단도의 경지를 높이느라 정신없이 바빠서 무기(武技)나 신통을 수련할 시간이 없었다.더구나 이 대현황경금 검결은 수련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수많은 경금의 기운이 있어야 소성을 할 수 있고 대성을 하려면 현황의 기운까지 정련해야 한다.경금의 기운은 제7봉의 검총 내에 적지 않게 보존되어 있어서 구할 수는 있다.그러나 현황의 기운은 오직 구천에 가서야 구할 수 있는 것이다.현황의 기운은 한 줄기가 만근에 달하다고 한다. 자칫하면 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메울 수 있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그의 방어성 영보 현황종에는 현황의 기운이 들어있지만 이 신통을 수련하기 위해 중급 영보 하나를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됐어. 현황의 기운은 생각하지 말자. 우선 제7봉의 검총에 가서 경금의 기운을 흡수해서 이 신통을 소성으로 올리고 나서 보자.’이태호는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그는 남두식과 대장로 등에게 인사를 한 후 바로 돌아섰다.그는 제7봉의 검총에 가서 그곳에 있는 경금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연공방에 돌아가서 단약들을 충분히 준비한 후 그는 제7봉으로 떠났다.제7봉은 요광섬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직선거리로 계산하면 30리밖에 되지 않았다.지금 이태호의 실력으로 호흡을 몇 번 하는 사이에 바로 날아갈 수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눈 앞에 수려한 산봉우리가 나타났다.이 산봉우리는 높이가 천 길 남짓 되고 절벽이 곧게 뻗어 있는 것이 멀리서 보면 땅에 꽂힌 장검과 같았다.그뿐만 아니라 이태호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제7봉에서 내뿜은 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맹 봉주님은 계실까?’이태호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산꼭대기로 날아갔다.산꼭대기에 도착한 후 그는 제7봉이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을 느꼈다. 제자들이 제7봉에 들어갈 때 도착한 광장만 해도 몇 리 정도 넓었다.제7
하수빈의 앞가슴에 수놓은 작은 검과 상대방이 한 말이 생각나자 이태호는 의아해서 물었다.“제7봉의 제자이셨어요?”요광섬에 들어간 후 이태호는 계속 폐관 수련만 해서 하수빈이 어느 산봉우리의 제자인지 몰라서 거의 연락하지 못했다.이에 하수빈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었다.“네, 사형. 저는 제7봉의 제자예요.”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우린 인연이 있나 봐요.”하수빈은 종문의 대소사, 심지어 여러 장로의 취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정보통이라고 불려 이태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사형은 어인 일로 저희 제7봉에 오셨나요?”하수빈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헤벌쭉 웃었다.잠시나마 회포를 풀었지만 이태호는 자신이 제7봉에 온 목적을 잊지 않았다.“이번에 제7봉에 온 것은 경금의 기운을 찾기 위해 검총에 가려고요.”하수빈은 이를 듣고 얼굴에 순식간에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경금의 기운이요? 설마 사형은 대현황경금 검기를 수련하셨어요?”하수빈의 엄청나게 놀라운 표정에 이태호는 어리둥절했지만, 고개를 끄덕이었다.그가 대현황경금 검기를 수련하고 있는 사실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도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시 단탑 광장에서 이태호에게 제7봉에 자주 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이태호가 인정을 하자 하수빈은 무척 부러워했다.대현황경금 검기는 천품 무기이고 신통 술법이라고도 불렸다. 종문을 통틀어서 이 술법을 수련할 자격이 있는 제자는 보기 드물었다.하수빈은 정예 제자이지만 이보다 등급이 낮은 경금 검결을 수련할 수밖에 없다.다른 것은 몰라도 위력만 보더라도 대현황경금 검기가 소성을 이루면 검으로 천문을 열 수 있고 산을 무너뜨릴 수 있으며 공간을 무시하고 만물을 가루로 만들 수 있다.경금 검결은 간단하게 말하면 등급이 조금 높은 무기(武技)에 불과하다.무기와 신통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기는 영기와 법결을 사용해야 시전할 수 있지만 신통은 결인 같은 동작을 취할 필요도 없이 생각하는 즉시 바로 발동할 수 있는 것이다.수사 간에 싸울
이태호는 이 광경을 보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지금 그는 7급 존황의 경지이고 신식을 방출하면 백 리 내의 물건을 모두 볼 수 있다. 적어도 수십 리 내에서 바람이 풀잎에 스치기만 해도 알 수 있다.그러나 방금 제7봉으로 날아올 때 산기슭 아래에 있는 검총을 감지하지 못했다.검총에서 시선을 거둔 후 그는 생각에 잠겼다.‘듣던 대로 검총이군.’이때, 하수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산기슭으로 뛰어내렸다.“태호 사형, 따라오시죠. 제가 안내해드릴 게요.”이에 이태호는 주저하지 않고 따라서 만 길이나 되는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귓전을 윙윙거리며 스쳐 지나가는 광풍과 함께 골짜기 밑으로 내려갈수록, 이태호는 사나운 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잠시 후.두 사람이 산기슭 밑으로 도착하자 이태호는 검총을 보게 되었다.검총은 전반적으로 수십 리나 넓어 보였고, 안에는 무수히 많은 절단된 검들이 매장되어 있다.이 절단된 검들은 미약하고 혼란스러운 검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다. 수많은 강하거나 약한 검의 기운들이 서로 얽혀서 이곳에서 신식을 차단할 수 있는 장벽을 형성하였다.이태호처럼 7급 존황의 내공을 가진 자도 원래 수백 리를 탐사할 수 있는 신식은 이 검총의 차단을 받아서 십 리까지 볼 수밖에 없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이제서야 바로 제7봉의 산기슭 아래에 있는 검총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를 알아챘다.이때 옆에 있는 하수빈은 손가락으로 검총의 중심을 가리키면서 말했다.“태호 사형, 이곳이 바로 검총입니다. 검총은 태일종이 창건된 후 만 년이 흐르는 시간에형성된 것인데 무수히 많은 절단된 검들이 매장되어 있고 수많은 검의 기운이 있어요. 어쨌든 근 만년에 이곳의 흉악한 기운이 엄청나게 응집되어 있어서 저 같은 정예 제자도 오래 머물 수 없어요!”하수빈은 두려운 표정으로 이태호에게 이 검총의 유래를 설명해 주었다.이태호의 말처럼 이 검총 내의 흉악한 기운이 확실히 너무 강했다.지금 이태호는 7급 존황의 실력자이고 육신을
하수빈은 이태호가 자아낸 감탄을 듣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이곳은 위험하지만 존황 수사들이 오래 머무르지 않고 수련할 때 조심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이태호를 데리고 검총의 중심부를 향해 걸어갔다.하수빈은 주변에서 가부좌 자세로 무덤 같은 곳의 근처에 앉아 있는 동문 제자들을 가리키면서 이태호에게 말했다.“사형, 검총 내에 검도 랭킹이 있어요. 무릇 검총 내에서 어떤 검의(剑意)를 깨달은 제자라면 모두 랭킹에 이름이 올라가요.”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멀지 않은 하늘에서 단탑 광장 앞에 놓인 비석과 비슷한 것이 떠 있다.이 검은색 비석은 흉악한 기운을 감당할 수 있는 비범한 재질로 만들어졌다.이태호는 그 비석의 아래서 위로 살펴보니 띄엄띄엄 열 몇 개의 이름이 새겨 있다.이 이름들은 예리한 것으로 새긴 것인지 날카로운 검의를 뿜어내고 있다. 마치 남들이 보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 같았으며 현재 이태호의 내공으로도 똑똑히 볼 수 없었다.이에 이태호는 영력을 두 눈에 불어넣고 천안술을 시전하였다. 그러자 영태(靈臺)가 밝아지면서 그는 비석 위의 이름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는 곧바로 그 이름 중에서 익숙한 이름인 맹동석을 보았다. 랭킹 9위이고 경금 검의라고 씌어 있다.이를 본 이태호는 속으로 놀라워했다.‘맹동석 봉주가 고작 9위라고?’맹동석은 9급 성자의 내공을 가지고 있는 제7봉의 봉주이다. 그의 실력은 태일종 내에서도 정상급에 속한다.그런데 검도 랭킹에서 겨우 9위라고?이태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태호의 이런 놀라운 모습을 보자 하수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태호 사형, 절대로 이 검도 랭킹을 얕잡아보지 마세요. 오직 검의를 깨달은 검도의 천교만이 랭킹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요. 지금 제7봉에서 검도 일인자, 종문 천교 랭킹에서 7위인 서호영도 아직 랭킹에 올라가지 못했어요.”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하수빈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이 검도 랭킹과 단탑의 랭킹은 같은 시기에
지금의 그는 7급 존황의 내공만 가지고 있지만 전력을 다하면 9급 존황의 경지인 수사도 한을 품고 죽을 것이다. 심지어 막 성자로 돌파한 수사도 그는 대결할 자신이 있다.비석에서 시선을 거둔 후 이태호는 더 이상 검도 랭킹 위의 이름을 보지 않고 계속 검총의 중심부를 향해 걸어갔다.이윽고 그는 검총의 중심부에 도착했다. 자리를 고른 후에 그는 바로 가부좌 자세로 앉았다.이태호는 경금의 기운을 수집하기 위해 검총에 들어온 목적을 잊지 않았다.가부좌 자세로 앉은 후, 그는 바로 신식을 방출해서 사방 십여 리 범위에서 경금의 기운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잠깐 후에 이태호는 눈을 떴다. 그는 눈썹을 찌푸렸고 안색이 어두워졌다.검총 내의 경금의 기운은 맹동석이 그에게 준 것처럼 덩어리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흉악한 기운, 이른바 살기(煞氣)에 섞여 있고 양도 아주 적었다.이태호의 예측에 따르면 사방 십 리 내의 살기를 모으고 정화하면 아마 한 덩어리 경금의 기운을 얻을 수 있다.“휴...보아하니 우선 살기를 정화해야겠네.”이태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검총 내의 살기는 원래 사나워서 존황 수사일지라도 닿으면 다치게 된다.하지만 경금의 기운을 정련하려면 오직 이 방법밖에 없었다.이태호는 영단 한 개를 삼킨 후 공법을 조종하면서 단전 내의 영력을 발동시켜서 사방의 살기를 모으기 시작했다.순식간에 사방의 살기는 살아난 듯이 세차게 이태호를 향해 덮쳐왔다. 그의 주변에 눈 깜짝할 사이에 수 척이나 되는 핏빛을 발산하는 고치를 틀었다.이런 이상 현상은 바로 검총 내에 있는 다른 제자들의 주목을 받았다.“쯧... 검총 내에서 대규모로 살기를 흡수하는 무모한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누구야? 검총 내에서 공법을 운행하면 안 되는 걸 몰라?”“우리 제7봉의 제자가 아닌 것 같아. 다른 산봉우리에서 왔나 봐.”“7급 존황의 내공을 가진 걸 봐서는 실력은 약하지 않네. 근데 8급 존황 경지인 서호영 사형도 검총 내에서 살기를 건드리지
서호영의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띠었다.그가 보기에 이태호는 검총 내에서 흉악한 기운, 즉 살기의 폭동을 일어나게 하여 죽음을 자초하는 멍청이였다.검총 내의 흉악한 기운은 끝없는 전투력으로 가득 찼고 모두 근 만 년의 세월에 남은 부러진 검에서 나온 잔존한 검의가 응집되어 형성된 것이다.제7봉의 검도 천재라고 불리는 자신도 검총 내에서 신중하게 잔존한 검의를 깨달아야 했고 감히 이태호처럼 대규모로 살기를 끌어내지 못했다.더구나 기타 제7봉의 제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모두 검총의 중심부에 접근하지 못했다. 살기를 건드려서 체내의 영기가 폭동을 일으킬까 봐 두려워했다.그런데 지금 어떤 멍청이가 검총 내에서 이렇게 난폭하게 수련하다니!서호영은 이태호가 일으킨 살기의 폭동으로 인해 수련을 중단했지만 화나지 않았다. 그는 흥미진진하게 핏빛 어린 살기에 에워싼 이태호를 바라본 후 시선을 거두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같은 시각에.이태호와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진 하수빈은 주변의 살기가 폭동하기 시작하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태호 사형은 정말 배짱이 두둑해. 검총에 들어가기 전에 절대로 살기의 폭동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알려줬는데...”하수빈은 이태호와 대체로 백 미터 정도 떨어져 있기에 그는 살기가 폭동을 일으키는 정도를 가장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살기가 주변으로 퍼졌고 수많은 잔존한 검의는 살기의 교란으로 보이지 않는 칼날을 형성하여 공기를 자르고 날카롭고 다급한 웡웡거리는 소리를 냈다. 하수빈은 지금 2급 존황의 내공을 가졌지만 이렇게 무서운 바람 칼날을 마주하니 아연실색하고 사신이 강림할 것 같았다.그래서 하수빈은 오래 머물지 않고 체내의 영기를 발산해서 보호막을 형성하여 자기를 보호하면서 검총 밖으로 뛰어갔다.이태호와 십여 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 도착한 하수빈은 그제야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휴, 태호 사형 너무 무모했어. 검총 내에 살기가 많아서 9급 존황의 내공을 가진 수사일지라도 조
이때의 이태호는 점점 많은 흉악한 기운, 즉 살기를 응집한 후 무표정한 얼굴에 드디어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그는 이 핏빛 어린 살기에서 적지 않는 경금의 기운을 느꼈다.이 경금의 기운과 살기를 분리하면 그는 대현황경금 검기를 소성의 경지까지 수련할 수 있다.그때 되면 검을 내려찍을 때 천문을 열거나 해나 달을 잘라버리지는 못하더라도 산과 바다를 가를 수 있고 같은 경지의 수사를 순식간에 처치하는 것은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은근히 흥분하기 시작했다. 대현황경금 검기를 소성의 경지까지 수련하고 또 그가 가진 영보, 강인한 육신의 힘까지 합치면 성자 경지 아래는 그의 상대가 없을 것이고 성자 경지라 해도 1대1로 대결할 수 있을 것이다.현재 이태호의 내공은 고작 7급 존황에 불과하지만, 그가 9급 존황의 경지로 돌파하면 성자 경지의 수사와 1대1의 대결을 하는 것보다 더 강한 실력을 갖추게 된다.그러니 어찌 기쁘게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마음속의 기쁨을 가라앉힌 후, 이태호는 신식을 조종해서 자기의 넘쳐흐르는 영력이 주변에 있는 그 핏빛 고치처럼 응집한 살기를 감싸게 하였다.동시에, 이태호는 양손으로 빠르게 결인을 하고 온몸의 뚫은 혈자리를 활성화시켜서 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솟아 나오게 하였다. 그리고 신식으로 이런 천지의 영기를 조종해서 민첩하고 솜씨가 좋은 손가락처럼 살기 내의 경금의 기운을 조심스레 분리하였다.잠시 후에 한 오리의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온통 금빛을 발산하는 경금 속성의 실오리 상태의 물건이 점차 이태호의 시야에 나타났다.첫 번째 경검의 기운이 분리된 것을 보자 이태호는 매우 기뻐했다.그는 두말없이 바로 대현황경금 검기의 구결을 운행하고 경금의 기운을 흡수해서 정련시켰다.곧이어 두 번째, 세 번째 경금의 기운을 분리시켰다.많은 경금의 기운이 나타나자 이태호가 수련하는 대현황경금 검기의 내공도 천천히 돌파하고 있다.반나절도 안 되어 원래의 입문 경지에서 소성 경지로 이르렀다.이태호가 소성 경지로
이런 괴이한 광경을 만든 장본인인 이태호는 다른 제자들을 놀라게 하는 것을 몰랐다. 그는 대현황경금 검기를 소성 경지로 수련한 후 검도에 대한 이해가 점점 깊어졌다.지금의 그는 마치 칼집에서 뽑아낸 날카로운 칼처럼 위풍당당해 보였다.그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검의도 점점 강렬해졌고, 그의 주변에 둘러싸인 살기도 이 순간에 강렬한 검의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그 작은 산만 한 고치 모양의 핏빛 어린 살기는 마치 어떤 공격을 받은 것처럼 순식간에 갈라졌다.그 갈라진 틈을 따라서 이태호의 검의에 이끌려 온 검총 내의 잔존한 검의들은 마치 유출구를 찾은 것처럼 이태호를 향해 덮쳐왔다.검도 수사는 늘 검을 목숨으로 삼았고 검이 있으면 사람이 살아있다고 한다.사람이 죽고 검이 부러졌어도 남아있는 검의는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고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조금씩 하늘이나 땅으로 사라지게 된다.근 만 년 동안 검총에 얼마나 많은 검도 수사들의 부러진 검들이 묻어 있는지 모르지만 거기에 잔존한 검의는 더욱 강렬했다.세월이 흘러가면서 이 검의들의 강도는 예전보다 훨씬 약해졌지만 수많은 검의가 덮쳐오니 이태호는 여전히 벼랑에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이러한 검의의 충격으로 원래 수 리 밖으로 방출한 신식이 바로 산산조각으로 잘렸다.신식이 파손되자 주체인 이태호도 당연히 괴로웠다. 그의 머리는 누군가 망치로 세게 때린 것처럼 아팠고 시선도 점점 흐려졌으며 눈앞에 캄캄해졌다.바로 이때 이태호의 몸에 있는 검의가 굉음을 내면서 주인을 보호하려는 듯이 밖에서 덮쳐온 검의를 막아버렸다. 이제서야 이태호는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서둘러서 영력을 증가해서 보호막의 강도를 높였다.이런 것을 하고 나서 이태호는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다. 그는 이마에 난 식은땀을 닦아낸 후 심장이 두근거렸다.“그래서 이곳이 제7봉 검수의 검도 성지로 된 거구나. 이곳에 남은 검의는 정말 너무 많아.”이태호가 느낀 검의만 해도 수십 가지가 되었다. 무척 날카로운 경금 검의가 있고 흙처럼 무거운 무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