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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바람이 불자 주위의 편백나무 잎사귀가 그의 슬픔에 화답하는 듯 바스락 소리를 냈고 애절하고 쓸쓸한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강후는 고개를 숙이더니 상자에 가볍게 입맞춤하고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야, 넌 영원히 엄마 아빠의 아이야. 영원히.”

그 후 미리 준비한 자신과 온다연의 머리카락을 엮어 안에 넣고선 상자를 닫았다.

이때 비서가 묘비 위쪽의 작은 구멍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표님, 이제 보내줄 때가 됐습니다.”

유강후는 앞으로 나서서 상자를 넣었다.

그는 상자가 천천히 가라앉고 작은 구멍이 서서히 닫히는걸 두 눈으로 지켜봤다.

유강후는 넋을 잃고 그 자리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정오가 되어서야 차는 정원을 빠져나와 눈에 띄지 않은 작은 사찰로 향했다.

이때 장화연이 전화를 걸었다.

“다연 씨 깨어났습니다. 도련님께서 어디로 가셨는지 여쭤보시는데...”

줄곧 찌푸리고 있던 미간이 그제야 풀리기 시작했다.

“회사라고 얘기해 줘. 오후에 들어갈 거야.”

“방금 일어났어? 또 아무것도 안 먹었겠네?”

“조금 드셨습니다.”

“뭐 먹었어?”

“계란찜이랑 제비집 몇 입 드시고선 화방에 그림 그리러 가셨습니다.”

“또 신발 안 신고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옆에서 잘 지켜봐. 찬 음식은 절대로 주지 말고.”

“알겠습니다. 도련님.”

통화를 마친 유강후는 다시 싸늘한 표정으로 돌변해 이권을 바라봤다.

“뭘 봐? 한동안 가만히 있으니까 맞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나 봐?”

이권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전 단지 도련님이 다연 씨를 무척이나 아끼시는 것 같아서...”

유강후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

“당연히 아껴야지.”

이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끼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밥은 그렇다 치고, 신발 신는 것까지 신경 쓰는 건 참...’

곧 차는 고풍스러운 사찰 앞에 멈춰 섰다.

이권은 유강후의 뒤를 따르며 나지막하게 속사였다.

“법사님께서 내일 바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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