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자 주위의 편백나무 잎사귀가 그의 슬픔에 화답하는 듯 바스락 소리를 냈고 애절하고 쓸쓸한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강후는 고개를 숙이더니 상자에 가볍게 입맞춤하고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야, 넌 영원히 엄마 아빠의 아이야. 영원히.” 그 후 미리 준비한 자신과 온다연의 머리카락을 엮어 안에 넣고선 상자를 닫았다. 이때 비서가 묘비 위쪽의 작은 구멍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표님, 이제 보내줄 때가 됐습니다.” 유강후는 앞으로 나서서 상자를 넣었다. 그는 상자가 천천히 가라앉고 작은 구멍이 서서히 닫히는걸 두 눈으로 지켜봤다. 유강후는 넋을 잃고 그 자리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정오가 되어서야 차는 정원을 빠져나와 눈에 띄지 않은 작은 사찰로 향했다. 이때 장화연이 전화를 걸었다. “다연 씨 깨어났습니다. 도련님께서 어디로 가셨는지 여쭤보시는데...” 줄곧 찌푸리고 있던 미간이 그제야 풀리기 시작했다. “회사라고 얘기해 줘. 오후에 들어갈 거야.” “방금 일어났어? 또 아무것도 안 먹었겠네?” “조금 드셨습니다.” “뭐 먹었어?” “계란찜이랑 제비집 몇 입 드시고선 화방에 그림 그리러 가셨습니다.” “또 신발 안 신고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옆에서 잘 지켜봐. 찬 음식은 절대로 주지 말고.” “알겠습니다. 도련님.” 통화를 마친 유강후는 다시 싸늘한 표정으로 돌변해 이권을 바라봤다. “뭘 봐? 한동안 가만히 있으니까 맞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나 봐?” 이권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전 단지 도련님이 다연 씨를 무척이나 아끼시는 것 같아서...” 유강후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 “당연히 아껴야지.” 이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끼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밥은 그렇다 치고, 신발 신는 것까지 신경 쓰는 건 참...’곧 차는 고풍스러운 사찰 앞에 멈춰 섰다. 이권은 유강후의 뒤를 따르며 나지막하게 속사였다. “법사님께서 내일 바로 돌
팔을 뻗어 그림을 만져보니 손에 물감이 묻었다. 유강후는 그림을 떼어내 장화연에게 주었다. “액자에 넣어서 사무실에 걸어줘.” 장화연은 그림을 들고나갔다. 소파로 걸어간 유강후는 온다연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그의 차디찬 손끝이 부드러운 볼에 닿자 온다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졸음이 가득한 눈빛은 매우 흐릿해 보였고 목소리마저 가냘팠다. “아저씨...” 유강후는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그녀의 몸 양쪽에 뻗은 채 나지막하게 물었다. “하루종일 잤어?” 온다연은 그의 손에 얼굴을 비볐다. “계속 졸려요...” “어젯밤에 너무 늦게 자서 그런가 봐요. 잠이 안 왔어요...” 유강후는 잠꼬대를 하는 온다연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 “혼자 자면 더 잘 잔다며? 잠이 안 왔어?” 정말 이상하게 자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가도 옆에 유강후가 있으면 마치 잠꾸러기로 빙의되듯 바로 졸음이 밀려왔다. 그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할 수 없었던 온다연은 그저 말없이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 유강후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비쳤고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온다연의 입술은 유난히 촉촉했는데 부드럽고 키스하기 좋아 보였다. 유강후는 눈을 감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격렬하면서도 유연한 움직임에 온다연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가느다란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신음이 나왔고 팔로 유강후의 목을 꽉 감싸 안은채 결코 놓지 않았다. 이성을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그녀의 부드러운 몸은 계속하여 유강후에게 달라붙었고 목소리에서는 애틋함이 느껴졌다. “아저씨...” “느낌이 이상해요...” 유강후도 거의 통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저 가볍게 키스하고 싶었을 뿐인데 온다연은 사람이 바뀐 것처럼 그의 입술을 물어뜯거나 깨물면서 손으로 몸 곳곳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길이 몸에 닿으니 유강후도 흥분되기는 마찬가지다.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망정이지 그렇지
이때 온다연의 다른 손도 그의 허리에 닿았다. “아저씨...”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애교와 간절함이 묻어나 뭔가를 원하는듯했다. 유강후는 그녀를 쳐다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고 목이 점점 메어왔다. “ 잠깐 나갔다가 올게...” 유강후는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수가 없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냉장고를 열어 얼음물 두 병을 연거푸 마시고 나서야 마음속의 욕구를 가까스로 누그러뜨렸다. 온다연이 마음먹고 달려드는 순간 유강후는 꼼짝없이 넘어가게 되어있다. 노골적인 행동이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조금만 반응을 보이면 유강후는 통제력을 잃기 십상이다. 유강후는 온다연이 야릿한 옷을 입고 그에게 애교를 부리며 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욕구가 밀려오는지 한겨울에 욕실로 들어가 찬물에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는 온다연은 안고 서재로 데려갔다. 그 후 작은 상자에서 정교한 팔찌 두 개를 꺼냈다. 팔찌는 세심하게 연마된 흑요석 구슬로 만들어졌으며 그 위에는 난해한 문자가 가득 새어져 있었고 가운데는 투명한 물방울 모양의 호박석이 있었다. 호박석의 중앙에는 머리카락 같은 것이 보였다. 온다연은 호박석을 만지며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졌다. “안에 있는 건 뭐예요? 벌레?” 유강후의 눈에 고통이 번쩍였다. 그는 팔찌를 온다연에게 채워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일종의 식물인데... 똑같은 게 나타날 확률은 아주 드물거든? 우연히 발견했는데 마침 법사님도 경원에 계셔서 특별히 부탁했지. 안전과 건강을 빌어주는 작용을 한달까?” 온다연은 다른 팔찌도 살펴보았다. 유강후의 팔찌는 구슬이 조금 클 뿐 가운데 호박석과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것도 똑같이 들어있었다. 아마 커플용인듯싶다. 유강후에게 커플템을 선물 받는 게 처음이었던 온다연은 기분이 좋은지 웃음을 머금고 재빨리 팔찌를 그에게 채워줬다. 그러고선 애정 어린 눈빛으로 호박석을 어루만지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호박석이 둘도 없는 존재라고
온다연은 봉현수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얼굴이 더 빨개졌다. “손님 계시잖아요. 얼른 놓아줘요.” 유강후는 그제야 봉현수 옆에 있는 지예솔을 발견하고선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6개월 만에 찾은 건가요? 생각보다 능력이 별로네요.” 봉현수의 잘생긴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형수랑 아이 보려고 선물까지 챙겨 왔는데 너무 푸대접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절 평가할 짬이 아닌 것 같은데...” 형수라는 호칭에 온다연은 귀까지 빨개졌다. 그녀는 유강후의 손을 놓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손님 오셨으니까 나가서 차 준비해 올게요.” “예솔 씨랑 잠깐 얘기 나누고 있어. 난 봉 대표랑 상의할 일이 있어서.” 거실. 온다연은 지예솔을 바라봤다. 단정한 앞머리와 긴 생머리에 아름다운 외모가 더해지니 인형이 따로 없다. 온다연은 지금껏 만나봤던 사람들 중에 단언컨대 지예솔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다. 다만 지난번보다 훨씬 야위었고 피부는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듯 창백하고 병적인 모습이었다. 온다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발견된 거예요?” 지예솔은 소파에 앉아 갓 내린 차 한 모금을 마시며 지친 목소리로 답했다. “엄마 기일이었어요. 직접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사람을 구했거든요? 어떻게 알았는지 그곳까지 찾아갔더라고요. 전화번호 내려놓으라고 그 사람한테 협박을 한 모양이에요. 그러다가 절 찾게 된 거죠.” 말하는 동안 그녀의 야윈 손목이 드러났는데, 거기에는 선명한 흉터와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온다연은 깜짝 놀라 그녀의 손을 잡고 옷소매를 걷어올렸다. 팔 전체가 상처로 뒤덮인 충격적인 모습에 온다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동정 어린 눈빛을 본 지예솔은 불편함을 느끼며 재빨리 팔을 거두었다. “예전에 생긴 흉터예요.” 온다연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또 감금했어요?” 지예솔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더 큰 체인으로 바꿨어요... 그래도 다연 씨 덕분에 이렇게 바깥공기를
흑요석 구슬로 만든 팔찌는 정교한 기술과 뛰어난 재질로 만들어졌기에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예솔은 그 팔찌가 얼마 전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된 것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인공적으로 합성한 호박석이 추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예솔은 팔찌를 가리키며 물었다. “유 대표님이 경매에서 팔찌를 낙찰하셨나 봐요? 2개 모두 법사님 손에서 나온 거라 당시 20억 정도의 가격까지 올라서 인상이 깊었거든요.” 온다연은 팔찌가 마음에 드는 듯 시도 때도 없이 호박석을 어루만졌다. “법사님한테 부탁했다고 들었어요. 자세한 건 저도 잘...” “이거 맞아요. 제가 정확하게 기억하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인공적으로 만든 호박석을 왜 추가했는지 모르겠네요. 유 대표님이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나 봐요.” ‘인공적으로 만든 호박석이라고?’ ‘아저씨가 분명히 희귀한 천연 호박석이라고 했는데?’ 온다연이 답하기도 전에 지예솔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호박석을 자세히 관찰했다. “합성된 게 맞아요. 그리고 이 안에 들어있는 건 태아의 머리카락인 것 같네요.” “제가 예전에 주얼리 디자인했었는데, 태아의 머리카락을 넣는 손님들이 꽤 있었어요.” 지예솔은 온다연의 손을 놓더니 서운한 기색을 드러냈다. “유 대표님은 아이를 무척이나 아끼시나 봐요.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걸 보면...” 그 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만지작거리더니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때 장화연이 디저트를 가지고 다가왔다. 지예솔이 온다연의 팔찌를 유심히 구경하는 모습까지 지켜본 장화연은 조용히 디저트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예솔 씨, 주얼리에 대해 잘 아시나 봐요?” “네. 예전에 주얼리 디자인을 담당했거든요.” “그러시군요. 방금 만든 디저트인데 한번 맛보세요.” 말을 하던 장화연은 담요 꺼내 온다연에게 덮어주었다. “약 준비됐습니다. 손님이 계시니 저쪽으로 가서 드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후 온다연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기만 해봐. 내가 너 죽여버릴 거니까.” “지예솔, 네가 아이를 좋아하는 거 알아. 다연 씨를 부러워하는 것도 눈에 보이고. 하지만 부러워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다연 씨도 아이가 없거든.” “그러니까 딸 하나만 낳아줘. 그럼 내가 너 풀어줄게.” ... 순간 큰손 하나가 나타나 온다연을 끌어당겼고 곧이어 그녀는 따뜻하고 넓은 품속으로 들어갔다. 머리 위로 유강후의 굵은 목소리가 울렸다. “숨어서 다른 사람 대화를 엿듣걸 좋아하나 봐?” 말을 마치고 그는 온다연을 안아 집으로 들어갔다. 한편 온다연의 머릿속에는 지예솔과 봉현수가 나눴던 대화로 가득 찼다. 정교하게 포장된 선물상자를 손에 든 온다연은 식겁할 정도로 얼굴이 창백했다. “현수 씨가 방금 나한테 아이가 없다고 했어요. 무슨 뜻일까요? 이건 우리의 아이를 저주하는 거잖아요. 도대체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죠?” 유강후는 착잡한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했다. “신경 쓰지 마. 예솔 씨가 아이를 잃었으니까 위로 차원에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한 거야.” 유강후는 당장 달려 나가 봉현수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매번 지예솔과 연관되면 이성 잃고 입을 함부로 놀리니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다. 온다연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지금 당장 전화해서 우리한테 아이가 있으니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고 경고해요. 이런 말 계속하면 아이한테도 안 좋아요.” 유강후는 재빨리 타일렀다. “알겠어. 나중에 전화할게. 봐봐, 밖에 오래 있으니까 손이 빨갛게 얼었잖아. 얼른 따뜻한 거 좀 마시자.” 그렇게 말하면서 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잡으려고 팔을 뻗었다. “손에 든 건 얼른 내려놔.” 온다연은 꼼짝하지 않고 집요하게 그를 바라봤다. “지금 당장 전화해요. 저런 말 듣는 게 싫다고요. 아이도 싫어할 거예요.” 온다연의 반응에 유강후는 가슴이 미어졌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나중에 전화할게. 너도 봤다시피 지금 통화할 상황이 아니잖아.”
온다연의 위치에서 보면 인큐베이터 안에 얌전히 누워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한참 동안 지켜봤지만 아이가 움직이지 않자 불안함이 밀려온 온다연은 다급하게 물었다. “왜 움직이지 않는 거죠?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그웬이 답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는 자고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기에 움직이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온다연은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병균을 가지고 들어갈까 봐 마지못해 참았다. 그렇게 또 한참 동안 지켜보니 아이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온다연이 한숨 돌린 사이에 어느덧 규정한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지 무균실밖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새벽이 되어가는 시간이라 유강후는 한시라도 빨리 온다연과 함께 돌아가고 싶었지만 온다연은 문틀을 붙잡고 떠나기를 거부했다. 어쩔 수 없이 유강후는 침착하게 그녀를 달랬다. “지금은 어차피 아무것도 안 보여. 그러니까 다음에 와서 다시 보자. 너도 몸이 회복된 게 아니니까 얼른 들어가서 쉬어야지. 그래야 아이 퇴원했을 때 잘 돌보지 않겠어?” 온다연은 그의 옷을 꽉 잡은 채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아이 정말 괜찮은 거 맞죠?” 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답했다. “너도 봤잖아. 아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조명아래 비친 온다연의 창백한 얼굴에 피곤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솔직히 너무 무서워요. 불안해서 잠도 잘 못 자요.” “계속 아이가 사라지는 꿈을 꾸거든요.” 그 말에 얼어붙은 유강후는 가슴에 커다란 돌이 내려앉은 듯 숨이 막혀왔다.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온다연을 품에 안고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건 꿈이잖아. 너도 봤다시피 아닌 건강해.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 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봤는데 저렇게 작은 아이는 살아남을 확률이 없대요. 지금 나한테 거짓말하는 건 아니죠?” 유강후는 흠칫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숨 막히는 강렬한 키스가 끝난 후 유강후는 빨갛게 부어오른 온다연의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온다연, 내가 정말 아이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 온다연은 턱이 잡혔음에도 차마 유강후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자 유강후는 더욱 옥죄여왔다. “내 눈 똑바로 쳐다보고 답해.” 사실 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의 행동이 예상이 가서 그런지 당황함에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아저씨, 그만해요...” 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연아, 내가 가장 갖고 싶은 건 너야.” 어두운 불빛과 서늘한 눈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조차도 차 안의 설레는 분위기를 가리지 못했다. 유강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진심이 느껴진 온다연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약간의 기대도 밀려왔지만 그 말에 또 다른 뜻이 숨겨있을 수도 있으니 더 깊이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온다연은 늘 자신을 초라하다고 생각했고 그녀에게 있어 유강후는 범점 할 수 없는 높은 곳에 있는 존재였다. 그런 사람이 자존심 내려놓고 무언가를 ‘원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했으니 믿기지 않기도 했다. 온다연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아저씨, 전 별 볼 것없는 존재인데...” 자존감이 바닥 친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이었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유강후는 어두운 눈빛으로 답했다. “다연이가 나를 버리면 정말 못 버틸지도 몰라.” 귀까지 빨개진 온다연은 감히 유강후를 쳐다보지도, 말을 하지도 못한 채 그저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유강후는 그녀의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애원하듯 속삭였다. “다연아,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날 만나지 않겠다는 그런 얘기하지 마.” 그는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살면서 누구한테 비는 건 처음이야. 다연아, 그러니까 대답해 줘. 다시는 안 보겠다는 그런 말 하지 않기로.” 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