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연은 봉현수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얼굴이 더 빨개졌다. “손님 계시잖아요. 얼른 놓아줘요.” 유강후는 그제야 봉현수 옆에 있는 지예솔을 발견하고선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6개월 만에 찾은 건가요? 생각보다 능력이 별로네요.” 봉현수의 잘생긴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형수랑 아이 보려고 선물까지 챙겨 왔는데 너무 푸대접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절 평가할 짬이 아닌 것 같은데...” 형수라는 호칭에 온다연은 귀까지 빨개졌다. 그녀는 유강후의 손을 놓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손님 오셨으니까 나가서 차 준비해 올게요.” “예솔 씨랑 잠깐 얘기 나누고 있어. 난 봉 대표랑 상의할 일이 있어서.” 거실. 온다연은 지예솔을 바라봤다. 단정한 앞머리와 긴 생머리에 아름다운 외모가 더해지니 인형이 따로 없다. 온다연은 지금껏 만나봤던 사람들 중에 단언컨대 지예솔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다. 다만 지난번보다 훨씬 야위었고 피부는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듯 창백하고 병적인 모습이었다. 온다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발견된 거예요?” 지예솔은 소파에 앉아 갓 내린 차 한 모금을 마시며 지친 목소리로 답했다. “엄마 기일이었어요. 직접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사람을 구했거든요? 어떻게 알았는지 그곳까지 찾아갔더라고요. 전화번호 내려놓으라고 그 사람한테 협박을 한 모양이에요. 그러다가 절 찾게 된 거죠.” 말하는 동안 그녀의 야윈 손목이 드러났는데, 거기에는 선명한 흉터와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온다연은 깜짝 놀라 그녀의 손을 잡고 옷소매를 걷어올렸다. 팔 전체가 상처로 뒤덮인 충격적인 모습에 온다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동정 어린 눈빛을 본 지예솔은 불편함을 느끼며 재빨리 팔을 거두었다. “예전에 생긴 흉터예요.” 온다연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또 감금했어요?” 지예솔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더 큰 체인으로 바꿨어요... 그래도 다연 씨 덕분에 이렇게 바깥공기를
흑요석 구슬로 만든 팔찌는 정교한 기술과 뛰어난 재질로 만들어졌기에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예솔은 그 팔찌가 얼마 전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된 것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인공적으로 합성한 호박석이 추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예솔은 팔찌를 가리키며 물었다. “유 대표님이 경매에서 팔찌를 낙찰하셨나 봐요? 2개 모두 법사님 손에서 나온 거라 당시 20억 정도의 가격까지 올라서 인상이 깊었거든요.” 온다연은 팔찌가 마음에 드는 듯 시도 때도 없이 호박석을 어루만졌다. “법사님한테 부탁했다고 들었어요. 자세한 건 저도 잘...” “이거 맞아요. 제가 정확하게 기억하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인공적으로 만든 호박석을 왜 추가했는지 모르겠네요. 유 대표님이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나 봐요.” ‘인공적으로 만든 호박석이라고?’ ‘아저씨가 분명히 희귀한 천연 호박석이라고 했는데?’ 온다연이 답하기도 전에 지예솔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호박석을 자세히 관찰했다. “합성된 게 맞아요. 그리고 이 안에 들어있는 건 태아의 머리카락인 것 같네요.” “제가 예전에 주얼리 디자인했었는데, 태아의 머리카락을 넣는 손님들이 꽤 있었어요.” 지예솔은 온다연의 손을 놓더니 서운한 기색을 드러냈다. “유 대표님은 아이를 무척이나 아끼시나 봐요.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걸 보면...” 그 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만지작거리더니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때 장화연이 디저트를 가지고 다가왔다. 지예솔이 온다연의 팔찌를 유심히 구경하는 모습까지 지켜본 장화연은 조용히 디저트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예솔 씨, 주얼리에 대해 잘 아시나 봐요?” “네. 예전에 주얼리 디자인을 담당했거든요.” “그러시군요. 방금 만든 디저트인데 한번 맛보세요.” 말을 하던 장화연은 담요 꺼내 온다연에게 덮어주었다. “약 준비됐습니다. 손님이 계시니 저쪽으로 가서 드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후 온다연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기만 해봐. 내가 너 죽여버릴 거니까.” “지예솔, 네가 아이를 좋아하는 거 알아. 다연 씨를 부러워하는 것도 눈에 보이고. 하지만 부러워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다연 씨도 아이가 없거든.” “그러니까 딸 하나만 낳아줘. 그럼 내가 너 풀어줄게.” ... 순간 큰손 하나가 나타나 온다연을 끌어당겼고 곧이어 그녀는 따뜻하고 넓은 품속으로 들어갔다. 머리 위로 유강후의 굵은 목소리가 울렸다. “숨어서 다른 사람 대화를 엿듣걸 좋아하나 봐?” 말을 마치고 그는 온다연을 안아 집으로 들어갔다. 한편 온다연의 머릿속에는 지예솔과 봉현수가 나눴던 대화로 가득 찼다. 정교하게 포장된 선물상자를 손에 든 온다연은 식겁할 정도로 얼굴이 창백했다. “현수 씨가 방금 나한테 아이가 없다고 했어요. 무슨 뜻일까요? 이건 우리의 아이를 저주하는 거잖아요. 도대체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죠?” 유강후는 착잡한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했다. “신경 쓰지 마. 예솔 씨가 아이를 잃었으니까 위로 차원에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한 거야.” 유강후는 당장 달려 나가 봉현수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매번 지예솔과 연관되면 이성 잃고 입을 함부로 놀리니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다. 온다연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지금 당장 전화해서 우리한테 아이가 있으니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고 경고해요. 이런 말 계속하면 아이한테도 안 좋아요.” 유강후는 재빨리 타일렀다. “알겠어. 나중에 전화할게. 봐봐, 밖에 오래 있으니까 손이 빨갛게 얼었잖아. 얼른 따뜻한 거 좀 마시자.” 그렇게 말하면서 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잡으려고 팔을 뻗었다. “손에 든 건 얼른 내려놔.” 온다연은 꼼짝하지 않고 집요하게 그를 바라봤다. “지금 당장 전화해요. 저런 말 듣는 게 싫다고요. 아이도 싫어할 거예요.” 온다연의 반응에 유강후는 가슴이 미어졌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나중에 전화할게. 너도 봤다시피 지금 통화할 상황이 아니잖아.”
온다연의 위치에서 보면 인큐베이터 안에 얌전히 누워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한참 동안 지켜봤지만 아이가 움직이지 않자 불안함이 밀려온 온다연은 다급하게 물었다. “왜 움직이지 않는 거죠?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그웬이 답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는 자고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기에 움직이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온다연은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병균을 가지고 들어갈까 봐 마지못해 참았다. 그렇게 또 한참 동안 지켜보니 아이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온다연이 한숨 돌린 사이에 어느덧 규정한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지 무균실밖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새벽이 되어가는 시간이라 유강후는 한시라도 빨리 온다연과 함께 돌아가고 싶었지만 온다연은 문틀을 붙잡고 떠나기를 거부했다. 어쩔 수 없이 유강후는 침착하게 그녀를 달랬다. “지금은 어차피 아무것도 안 보여. 그러니까 다음에 와서 다시 보자. 너도 몸이 회복된 게 아니니까 얼른 들어가서 쉬어야지. 그래야 아이 퇴원했을 때 잘 돌보지 않겠어?” 온다연은 그의 옷을 꽉 잡은 채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아이 정말 괜찮은 거 맞죠?” 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답했다. “너도 봤잖아. 아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조명아래 비친 온다연의 창백한 얼굴에 피곤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솔직히 너무 무서워요. 불안해서 잠도 잘 못 자요.” “계속 아이가 사라지는 꿈을 꾸거든요.” 그 말에 얼어붙은 유강후는 가슴에 커다란 돌이 내려앉은 듯 숨이 막혀왔다.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온다연을 품에 안고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건 꿈이잖아. 너도 봤다시피 아닌 건강해.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 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봤는데 저렇게 작은 아이는 살아남을 확률이 없대요. 지금 나한테 거짓말하는 건 아니죠?” 유강후는 흠칫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숨 막히는 강렬한 키스가 끝난 후 유강후는 빨갛게 부어오른 온다연의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온다연, 내가 정말 아이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 온다연은 턱이 잡혔음에도 차마 유강후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자 유강후는 더욱 옥죄여왔다. “내 눈 똑바로 쳐다보고 답해.” 사실 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의 행동이 예상이 가서 그런지 당황함에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아저씨, 그만해요...” 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연아, 내가 가장 갖고 싶은 건 너야.” 어두운 불빛과 서늘한 눈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조차도 차 안의 설레는 분위기를 가리지 못했다. 유강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진심이 느껴진 온다연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약간의 기대도 밀려왔지만 그 말에 또 다른 뜻이 숨겨있을 수도 있으니 더 깊이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온다연은 늘 자신을 초라하다고 생각했고 그녀에게 있어 유강후는 범점 할 수 없는 높은 곳에 있는 존재였다. 그런 사람이 자존심 내려놓고 무언가를 ‘원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했으니 믿기지 않기도 했다. 온다연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아저씨, 전 별 볼 것없는 존재인데...” 자존감이 바닥 친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이었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유강후는 어두운 눈빛으로 답했다. “다연이가 나를 버리면 정말 못 버틸지도 몰라.” 귀까지 빨개진 온다연은 감히 유강후를 쳐다보지도, 말을 하지도 못한 채 그저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유강후는 그녀의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애원하듯 속삭였다. “다연아,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날 만나지 않겠다는 그런 얘기하지 마.” 그는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살면서 누구한테 비는 건 처음이야. 다연아, 그러니까 대답해 줘. 다시는 안 보겠다는 그런 말 하지 않기로.” 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꼭
온다연은 여전히 그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공간이 좁은 데다가 유강후가 바로 눈앞에 있으니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걸 알았지만 머리와 마음이 너무 복잡해져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심지어 유강후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판단하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도 확신할 수 있는 건 아이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그의 곁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온다연은 유강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곁에 있을게요.” 온다연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만큼은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했다. 게다가 그녀는 유강후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자기고 있다. 유강후는 온다연을 세게 껴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또 떠나느니 마느니 그런 말을 하면 정말 화낼 거야.” 얌전히 그의 품에 안긴 온다연은 자신의 심장박동이 빨라지는걸 다시 한번 느꼈다. 해가 지나니 날씨도 점차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비록 여전히 영하권이지만 보름도 안되어 바깥 나무에 새 가지가 돋아났고 봄기운이 물씬 풍겼다. 마치 그날 밤 이후 새로운 관계를 맞이한 유강후와 온다연과 꼭 닮았다. 온다연은 처음 느껴보는 어색함에 유강후를 보기만 해도 얼굴이 빨개졌고 심장이 빨리 뛰어 파하기 급급했다. 하지만 피한다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거니와 유강후는 피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온다연이 피할 때마다 그는 강제로 키스를 했고 불과 며칠 사이에 입술이 찢어질 정도였다. 밤에 피하면 유강후의 처벌은 심해졌다. 입에 담기 수치스러운 말을 할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고 온다연이 울면서 반항도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유강후는 이번 기회를 통해 온다연이 그들의 관계와 감정을 직시하게 만들고 싶었다. 나날이 반복되자 온다연은 점차 익숙해졌다. 하지만 산후조리가 끝나갈 무렵 온다연은 또다시 유강후를 피하기 시작했다. 유강후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챘다. 지난 며칠간의 훈련으로 인해 온다연은 그가 집에 돌아올 때마다 먼저
어두운 골목.가로등 하나가 깜빡거리고 있었다.온다연은 골목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갑자기 누군가에게 잡아당겨져 어두운 구석으로 끌려 들어갔다.벽 앞에는 술 냄새를 풍기는 취한 남자 두 명이 서 있었고 그들은 온다연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그녀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코를 찌르는 알콜 냄새와 남자들의 거친 움직임에 온다연은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그들 중 한 남자는 즉시 온다연의 뺨을 세게 때렸다.“감히 소리쳐? 뭘 잘했다고 소리치는 거야!”“오늘 네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가만히 있어. 이 오빠가 기쁘게 해줄 테니까.”...이때 갑자기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골목을 가로질러 왔고 차창이 천천히 내리자 차갑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드러나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 행위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옆에 있는 운전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나가서 말릴까요?”도련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그냥 가!”이때 온다연은 이미 옷이 찢어진 상태였고 갑자기 나타난 차량 때문에 그녀는 더욱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술 취한 남자는 온다연에게 아직도 도움을 청할 힘이 남아있는 것을 보자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두 번 더 때렸다. 또한 온다연의 몸을 잡고 있는 손에도 더욱 힘을 주어 치마를 벗기려고 했다.온다연이 절망하려고 할 때 이미 시동을 걸었던 차가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차 문이 열리더니 키 큰 남자 두 명이 내려왔다.앞에 선 남자는 마른 체격에 브랜드 로고가 없는 흰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차갑고 위엄이 있어 어두운 밤에도 빛나는 것 같았다.그는 구석에서 무자비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온다연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불빛이 너무 어두워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낮은 울음소리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남자의 기억 속 목소리와 다소 비슷했다.남자는 차갑고
그때도 지금과 같은 매미가 울어대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소녀의 수줍은 눈빛과 땀에 젖은 옆머리가 그날 오후와 겹쳐졌다.그 모습이 지난 3년 동안 매일 밤 꿈속으로 들어와 밤마다 유강후를 뒤흔들었다.유강후는 방금 온다연의 손길이 닿은 곳이 화끈거려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이 순간 공기마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러나 유강후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며 여전히 차갑고 고상한 표정으로 말했다.“들어가.”온다연은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치 사면받은 사람처럼 도망치듯 떠났다. 물론 온다연은 차에 탄 유강후의 맹수 같은 약탈적인 눈빛을 보지 못했다.온다연은 유씨 가문 저택에 들어선 후에야 유씨 가문 식구들뿐만 아니라 유강후의 옛 친구들도 모두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 도련님들은 모두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중에서도 최고였다.온다연은 전에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여러 번 목격했었기 때문에 그들을 피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하지만 안주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심미진은 온다연을 놓아주지 않았다.“나 시간 없으니까 네가 이 술을 네 작은 삼촌에게 갖다줘.”온다연은 거절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은 화려했고 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온다연은 가시 장미에 섞인 새하얀 장미처럼 눈길을 사로잡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온다연의 검은 머리와 붉은 입술, 매력적인 골격,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특히 하늘색 치마 밑의 하얀 피부는 사람을 유혹할 정도로 하얗게 빛났다.잠시 동안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도련님, 유씨 가문의 양딸을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그새 잘 자랐네요.”유강후 역시 온다연이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었다.“몇 년 동안 유씨 집안에서 먹여준 건 맞지만 양딸이라고 할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