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강해숙이 다시 방에 들어왔다. 그녀는 잠시 아들을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나와 보겠니?” 유강후는 온다연을 조심스럽게 옆에 눕히고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녀가 여전히 손에 꼭 쥐고 있는 세뱃돈을 빼내려 했으나 온다연이 너무나 단단히 쥐고 있어서 몇 번을 시도해도 안 되자 결국 포기했다. 아들이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온다연을 쳐다보는 모습을 본 강해숙은 가늘게 한숨을 쉬며 조용히 말했다. “여기서 얘기하자.” “아이의 일은 언제 온다연에게 말할 생각이니?” 유강후는 온다연을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그녀의 뺨을 쓸어내리며 아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번 생엔 절대 알지 못할 거예요.” 강해숙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양준구의 일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말아라. 그쪽은 상황이 복잡해서 한 번 발을 들이면 무사히 빠져나오기가 힘들어.” 유강후는 담담하게 답했다. “저는 제 선을 지킬 겁니다.” 강해숙은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네가 뭘 하든 내가 간섭할 순 없지만 절대로 강 씨 가문을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다. 네 외할아버지도 이젠 연세가 꽤 되셔서 너더러 빨리 손주를 안겨달라고 하시니...” 그녀는 잠들어 있는 온다연을 한번 흘끗 바라보고는 말을 멈췄다. 한참 침묵이 흘렀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다시 물었다. “결혼 날짜는 정해졌니?” 유강후는 짧게 답했다. “다연이가 퇴원하면 바로 혼인신고를 하고 이후에 결혼식을 할 예정입니다.” 강해숙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녀는 소파 쪽으로 가더니 길고 가느다란 담배를 한 개비 꺼내어 불을 붙였다. 한참 후, 그녀는 낮게 속삭였다. “미래 그룹 본사를 북아메리카로 옮기고 싶어 한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유강후는 대답하지 않고 온다연의 등을 천천히 두드려 주었다. 강해숙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건 간단한 일이 아니야. 네가 정말로 그렇게 할 생각이라면 서둘러 계획해야 해. 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너를 많이 도와줄 수는 없
온다연은 한참 동안 말없이 그를 안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조용히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그 강한 심장 박동 소리를 들었다. 이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저씨, 이게 정말인가요?”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난 모든 일이 마치 꿈같이 느껴졌다. 얼음 같은 세상에 오래 머물다가 갑자기 따뜻한 방으로 들어와 따끈한 음식을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 외로움에 익숙해져 있던 그녀에겐 마치 한낱 환상처럼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부드러운 손으로 유강후의 허리를 감싸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정말 오랫동안 누구와 함께 새해를 보내본 적도 같이 불꽃놀이를 본 적도 없어요. 설날에 세뱃돈을 받아본 것도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이 안 나요. 마지막으로 받은 건 아마도 주...” “아저씨, 저 정말 행복해요. 오늘이 참 좋아요.” 그녀의 말은 마치 작은 바늘들이 그의 가슴에 하나씩 박히는 것처럼 아프게 다가왔다. 그는 온다연에게 자유로운 삶을 준다고 생각했었지만 오히려 그 자신이 그녀를 지독한 악몽 속으로 떠밀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그녀의 곁에 머물러 준 사람은 다름 아닌 다른 남자였다. 그 남자는 그녀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아 유강후조차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는 온다연을 더 강하게 끌어안고는 그녀를 꼭 안은 채 다급하게 입을 맞추고 싶어졌다. 마치 그렇게 해야만 그녀가 자신의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온다연은 손을 입술 위에 대며 막았다. “안 돼요. 양치도 안 했는데!” 그때, 밖에서 또다시 불꽃놀이가 시작되는 소리가 들렸다. 온다연이 고개를 들어 다시 불꽃을 보려 하자 유강후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만 봐. 우리 방에 가자.” 그는 불꽃놀이 따위는 이제 보이지 않길 바랐다. 더 이상 주한이라는 이름이 떠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안 돼요, 조금만 더 보고 싶어요!” “안 돼. 착하지. 방에 가서 양치하자!” “아저씨, 안 돼요..
유강후는 온다연이 도망칠 틈을 절대 주지 않았다. 그녀를 단단히 무릎 위에 고정하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다시 한번 깊게 물었다. 고통에 온다연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으... 조금만 부드럽게... 너무 아파요…” 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허리를 힘껏 감싸며 가빠진 숨소리로 속삭였다. “다연아, 내가 누군지 말해봐.” 그의 단단한 손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깊은 눈빛이 그녀를 사로잡고 있었다. 온다연은 그의 강렬한 시선과 동작에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숨이 가빴다. 그녀는 입을 열어 힘겹게 대답했다. “유강후... 아저씨 유강후잖아요...” 그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손에 얹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다른 사람은 절대 생각하지 마. 오직 나만 생각해, 알겠어?” 온다연은 그의 강한 손길에 놀라 손을 재빨리 빼려 했지만 그는 놓아주지 않고 부드럽게 그녀의 귀를 물었다. “다연아, 내가 누구라고?” 몸이 자연스레 떨리며 온다연은 대답했다. “유강후!” “틀렸어!” 하지만 그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그녀의 귓불을 살짝 물고 속삭였다. “그게 아니야. 넌 ‘내 남자’라고 해야지.” “다시 대답해 봐. 내가 누구라고?” 그녀는 그 몇 글자가 입에서 떨어지지 않아 입술을 세게 물었다. 유강후의 손아귀 힘은 더욱 거세졌고 그녀의 허리를 잡아 아래로 눌렀다. 몸에 닿는 온도에 그녀는 두려워졌고 유강후에게 애원했다. “안돼요. 아저씨, 이러지 마요.” 그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착하지? 얼른 얘기해 봐, 내가 네 남자라고. 말하면 안 할게.” 그녀는 차마 그 말을 입에 담을 수 없었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눈앞이 흐릿한 게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유강후는 그녀의 표정에 잠시 흔들렸지만 이 순간을 놓칠 수 없었다. 그때, 온다연은 저항을 포기하고 그를 받아들였다. 유강후는 온다연의 마음속에 자신의 존재를 깊이 새기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자신의 것이라는 걸 인지할 수
그는 해열제를 가져와 그녀에게 먹이고 뜨거운 물과 우유도 마시게 했다. 그녀의 얼굴은 열이 올라 분홍빛이 돌았고 눈빛은 흐릿했지만 그는 결코 그녀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를 아래에 눕히고 나직하게 계속 그녀에게 물었다. “다연아, 내가 누구라고?” 온다연은 열로 인해 몸이 불편하고 졸리기도 했지만 그가 계속 강요하는 바람에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몇 마디 말도 여러 번 반복하니 점점 더 쉽게 대답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녀는 희미한 의식으로 답했다. “유강후...” 그는 그녀의 귀를 살짝 깨물며 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 유강후는 누구지? 너한테 어떤 사람이야?” 온다연은 몸을 살짝 떨며 대답했다. “남자... 내 남자…” 그러나 유강후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녀를 유혹했다. “너의 남자는 누구야?” 온다연은 반사적으로 그에게 답했다. “유강후…” 유강후는 마치 보상이라도 하듯 그녀에게 가볍게 입 맞추며 말했다. “다시 말해봐. 너의 남자는 누구야?” “유강후…” 마치 의도적인 훈련처럼 여러 번 반복하며 연습을 계속했다. 결국 그 답이 그녀의 영혼에 각인된 듯이 익숙하게 되었다. 밤이 거의 밝을 때까지 유강후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온다연은 오후까지 푹 잠을 자고 나서 전날 밤의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유강후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가 다가오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고개를 숙이며 한쪽으로 숨기 바빴다. 정면으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대답하지 않았다. 정말 그가 너무 몰아붙일 때만 방으로 숨어버렸다. 유강후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전날 밤에 너무 강하게 몰아붙여서 이런 반응이 나온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녀가 여전히 주한을 마음속에 담아두는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의 몸과 마음은 그의 흔적만으로 가득 채워지고 그의 낙인이 찍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 밤 같은 훈련을 반복해서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녀의 영혼
그러나 그는 여전히 부드럽게 달래며 말했다. “다연아, 착하지?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면 데리러 갈게.” 온다연은 여전히 침묵했다. 유강후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온다연, 벌써 저녁이야. 어디에 있는지 말해줘. 데리러 갈게.” 드디어 저편에서 온다연의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는 항상 저를 강요해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 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었고 다시 전화를 걸자 이미 꺼져 있었다. 이때 개를 산책시키는 이웃 아주머니 두 분이 지나갔다. 그중 한 분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옆 단지에서 어제 사람이 죽었대요. 어떤 어린 아가씨가 남자친구랑 싸웠는데 화가 나서 싸우고 나서 바로 뛰쳐나갔대요. 남자는 화가 나서 쫓아가지 않았다잖아요. 그 아가씨는 아픈 와중에 얇게 입고 나갔는데 결국 단지 뒷문에서 쓰러졌대요.” “요 며칠 날씨가 추웠잖아요. 밤에는 나가는 사람도 없으니 쓰러진 아가씨를 아무도 못 봤던 거지. 하룻밤 동안 그렇게 있었다가 얼어 죽었대요. 남자는 그걸 보고 후회해서 바로 기절하고 정신을 차려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 기절하고...” 골목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에 유강후의 가슴이 싸늘해졌고 손발까지 점점 차가워졌다. 그는 즉시 이권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이권, 온다연의 휴대폰 위치를 확인해 줘.” “온다연 씨는 병원에 있어요. 왜 위치를 확인하려고 하시죠?” 유강후는 그제야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온다연을 잘 지켜봐. 밖에 못 나가게 해. 바로 갈게.” 병원에 도착한 그는 온다연을 찾으려 이곳저곳 돌아다닌 끝에 아기 병실 옆에 있는 장비 보관실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유강후를 보자마자 그녀는 일어서서 문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그의 품에 붙잡혔다. 그녀의 눈이 빨갛게 부어있는 것을 본 유강후는 살짝 가슴이 아팠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기를 보러 오려면 나에게 말해줘야지. 밖은 이렇게 추운데 혼자 걸어온 거야?” 온다연은 얼굴이 붉어지며 전날 밤
어두운 골목.가로등 하나가 깜빡거리고 있었다.온다연은 골목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갑자기 누군가에게 잡아당겨져 어두운 구석으로 끌려 들어갔다.벽 앞에는 술 냄새를 풍기는 취한 남자 두 명이 서 있었고 그들은 온다연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그녀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코를 찌르는 알콜 냄새와 남자들의 거친 움직임에 온다연은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그들 중 한 남자는 즉시 온다연의 뺨을 세게 때렸다.“감히 소리쳐? 뭘 잘했다고 소리치는 거야!”“오늘 네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가만히 있어. 이 오빠가 기쁘게 해줄 테니까.”...이때 갑자기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골목을 가로질러 왔고 차창이 천천히 내리자 차갑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드러나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 행위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옆에 있는 운전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나가서 말릴까요?”도련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그냥 가!”이때 온다연은 이미 옷이 찢어진 상태였고 갑자기 나타난 차량 때문에 그녀는 더욱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술 취한 남자는 온다연에게 아직도 도움을 청할 힘이 남아있는 것을 보자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두 번 더 때렸다. 또한 온다연의 몸을 잡고 있는 손에도 더욱 힘을 주어 치마를 벗기려고 했다.온다연이 절망하려고 할 때 이미 시동을 걸었던 차가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차 문이 열리더니 키 큰 남자 두 명이 내려왔다.앞에 선 남자는 마른 체격에 브랜드 로고가 없는 흰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차갑고 위엄이 있어 어두운 밤에도 빛나는 것 같았다.그는 구석에서 무자비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온다연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불빛이 너무 어두워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낮은 울음소리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남자의 기억 속 목소리와 다소 비슷했다.남자는 차갑고
그때도 지금과 같은 매미가 울어대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소녀의 수줍은 눈빛과 땀에 젖은 옆머리가 그날 오후와 겹쳐졌다.그 모습이 지난 3년 동안 매일 밤 꿈속으로 들어와 밤마다 유강후를 뒤흔들었다.유강후는 방금 온다연의 손길이 닿은 곳이 화끈거려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이 순간 공기마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러나 유강후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며 여전히 차갑고 고상한 표정으로 말했다.“들어가.”온다연은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치 사면받은 사람처럼 도망치듯 떠났다. 물론 온다연은 차에 탄 유강후의 맹수 같은 약탈적인 눈빛을 보지 못했다.온다연은 유씨 가문 저택에 들어선 후에야 유씨 가문 식구들뿐만 아니라 유강후의 옛 친구들도 모두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 도련님들은 모두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중에서도 최고였다.온다연은 전에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여러 번 목격했었기 때문에 그들을 피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하지만 안주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심미진은 온다연을 놓아주지 않았다.“나 시간 없으니까 네가 이 술을 네 작은 삼촌에게 갖다줘.”온다연은 거절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은 화려했고 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온다연은 가시 장미에 섞인 새하얀 장미처럼 눈길을 사로잡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온다연의 검은 머리와 붉은 입술, 매력적인 골격,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특히 하늘색 치마 밑의 하얀 피부는 사람을 유혹할 정도로 하얗게 빛났다.잠시 동안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도련님, 유씨 가문의 양딸을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그새 잘 자랐네요.”유강후 역시 온다연이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었다.“몇 년 동안 유씨 집안에서 먹여준 건 맞지만 양딸이라고 할 순
온다연은 고개를 숙였다. 마치 사나운 짐승에게 겨냥당한 듯 숨이 막힐 것 같았다.온다연은 문에 한껏 기대어 최대한 유강후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하지만 유강후는 바로 앞에 있고 공간이 좁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유강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느꼈다.맑은 솔방울 같은 냄새에 은은한 술 냄새가 섞여 온다연의 피부에 다가왔다. 그러자 온다연은 갑자기 3년 전의 점심에도 이렇게 더웠는데 술에 취한 유강후가 방에 쳐들어와 통제를 잃고 폭력적으로 행동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런 기억이 떠오르자 온다연은 혼란스러워서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 유강후와의 거리를 벌렸다.하지만 너무 가까운 탓에 유강후의 옆을 지나가려 할 때 온다연의 팔은 유강후의 손에 닿을 수밖에 없었다.닿은 곳은 살짝 화끈거리며 유강후의 기운이 남았다.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유씨 가문 저택은 학교에서 너무 멀어서 기숙사에 살고 있어요.”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온다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낮아서 유강후는 그녀를 혼내고 싶었다.게다가 이 3년 동안 거짓말하는 것도 배웠다니.하지만 유강후는 아직 온다연을 까발릴 생각이 없었다. 이 정도는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내 번호 차단했어?”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번호 바꿨어요. 예전에 쓰던 휴대폰이 고장 나서 모든 번호가 사라졌거든요.”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유씨 가문 사람들 중 이모 심미진의 번호만 저장했다.“휴대폰 줘 봐.”온다연은 순순히 휴대폰을 건넸다.살짝 낡은 휴대폰이었는데 스크린은 손상된 정도가 심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 자신의 휴대폰으로도 온다연의 카카오톡 QR코드를 스캔해 추가했다.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돌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아까는...”“알아요.”온다연은 유강후의 말을 잘랐다.“그분들 다 삼촌 친구들이잖아요. 농담한 거 알아요. 괜찮아요.”온다연은 유씨 가문에 오래 머물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