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유강후의 눈에 다시 살기가 감돌았다.“저는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냐 물었지, 그런 사례가 있는지 없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의사가 한숨을 푹 내쉬며 조용히 말했다.“지금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는 유럽 출신의 그웬이라는 박사입니다. 며칠 전에 동양국 학술회의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을 만나실 수만 있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분은 괴짜로 유명하신 분이라 돈으로는 절대 설득이 안 될 겁니다. 지금 그웬 박사님의 거처를 알고 있습니다. 아직 동양국에 계실 테니까, 유 대표님께서 직접 가신다면 데려올 수 있을지도 모르죠.”그때, 옆에 있던 간호사가 갑자기 새된 비명을 질렀다.“큰일 났습니다! 출혈이에요! 산모가 대량의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얼른 이쪽으로 와주세요!”“얼른 수술 준비해!”“혈액 팩 준비됐어?”그 순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국내 최고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온다연을, 그리고 다른 한 팀은 아직 제대로 발달도 안 된 아이의 생명을 어떻게든 연장해보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유강후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모든 것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온다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다연아, 내가 어떻게든 그 의사를 찾아볼게. 네가 없으면, 나도 아이 필요 없어.”말을 마친 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힘껏 쥐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날 오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다는 산부인과 의사 그웬은 동양국의 호텔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열 명이 넘는 무장 군인들이 그가 묵고 있던 호텔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그중 한 명은 아주 강한 기세를 머금은 젊은 동양인 남자였다. 남자는 그웬에게 총구를 겨누며 옥상에 대기시켜둔 헬리콥터 안으로 몰아넣었다.그웬은 정말 정신이 나갈 뻔했다. 헬기까지 가는 동안 그는 자신이 동양의 폭력 조직을 건드렸던 일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하지만 병원에 도착하고 보니 자신이
그웬을 죽이거나 그의 가족을 죽여도 아이를 살릴 수는 없었다.그 순간, 수술실은 절망에 빠졌다.한편, 유강후는 병실에서 온다연의 곁을 지키며 조용히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의사를 데리고 왔으니까 아이는 문제없을 거야.”하지만 온다연의 얼굴에는 생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수술 후, 그녀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진정제를 맞았음에도 전혀 눈을 감지 못했다.그녀는 지금까지 유강후가 그 능력 좋다는 의사를 데려온다는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러면서도 온다연 역시 이 세상에 기적이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약 정말 기적이 있었다면 그녀의 어머니가 죽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주한도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녀의 영혼은 지금 고통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핏기 하나 없는 얼굴을 어루만지며 낮게 말했다.“괜찮을 거야. 나만 믿어.”하지만 그 말에도 온다연의 눈에는 전혀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힘없이 유강후의 말을 따라 중얼거렸다.“괜찮을 거야.”하지만 이 말은 직접 내뱉은 자신들조차 확신이 없었다. 병실에는 쥐 죽은 듯한 침묵이 다시 찾아왔다.얼마나 지났을까. 의사가 다급히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그의 이마는 땀으로 흥건했다. 의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강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의사가 헛숨을 들이쉬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대표님, 그웬 박사님께서 긴히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는데요.”유강후가 자리를 뜨려 하자 온다연이 다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다.“아기가 죽은 거예요?”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부드럽게 다독이며 말했다.“아니야. 긴히 할 얘기가 있는 거지, 아이한테는 아무 문제 없어.”유강후는 온다연을 안심시키려는 듯 이불을 잘 덮어주고는 병실은 나섰다.병실 문을 닫자마자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대표님, 정말 아무 방법이 없습니다. 아이가… 직접 가서 확인하시죠.”엄청난 절망과 차가운 공포가 유강후를 휘감았다.
손끝에서 전달되는 온기에 유강후가 재빨리 고개를 들어 외쳤다.“애 아직 살아있어! 아직 따뜻하다고, 아직 살아있단 말이야!”주위의 모두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오직 그웬만이 서투른 한국어로 유강후의 말에 대답했다.“아이의 심장은 이미 멈췄고, 장기들도 기능을 멈췄습니다. 아이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이유는 아이가 인큐베이터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표님, 우린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태아가 산모의 몸을 떠나 지금까지 살아있었던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입니다…”“나가! 다 나가라고!”유강후가 낮은 목소리로 포효했다.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짐승과도 같은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에 곁에 있던 사람들 모두 섬뜩함을 느꼈다.그 아무도 감히 유강후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조용히 물러났다.오직 장화연만이 문가에서 슬픔과 연민 섞인 눈빛으로 유강후를 지켜보고 있었다.유강후는 이미 목숨을 잃은 작은 아이를 손에 올렸다.정말이지 너무 작았다. 지나치게 가벼운 아이의 무게는 백 그램도 덜된 것 같았다. 정말 의사들의 말대로 엄마의 뱃속에서 완전히 발달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어제까지만 해도 온다연의 뱃속에서 평화롭게 잘 자라고 있던 아이는 지금 목숨을 잃고 말았다. 유강후는 점점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는 운명에 갑갑함을 느꼈다.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예상하였지만, 그는 저도 모르게 이 아이에게 엄청난 희망을 품고 있었다.하지만 아이는 하루 만에 이런 끔찍한 방식으로 세상을 떴다. 그리고 유강후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여전히 모든 것이 꿈 같았다.꿈에서 깨어난다면 온다연은 여전히 그의 곁에 누워있을 것이고, 아이 역시 그녀의 배 속에서 평화롭게 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잔혹하게도 그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자각시켰다.이 모든 것은 현실이었다.아이는 정말로 이 세상에 없었다.유강후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온다연과 자신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도 알 수
그녀는 지금 유강후가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장화연은 유강후의 커다란 등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손을 내밀며 낮게 말했다. “그 아이를 저에게 주세요. 제가 처리할게요.” 유강후는 아이를 놓지 않고 낮게 말했다. “장 집사, 이 아이는 나와 온다연의 첫아이야.” 장화연은 어린 시절처럼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요. 하지만 온 아가씨와 도련님은 또 아이를 가질 수 있어요. 온 아가씨의 몸이 회복되면 앞으로 더 많은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 유강후의 눈빛에서 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혼란스러운 감정이 비쳤다. “그럴 수 있을까?” 장화연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있을 겁니다. 그땐 제가 직접 돌봐줄게요. 셋째 도련님이 어렸을 때 돌봐줬던 것처럼 잘 돌봐줄게요. 그러니 걱정 말고 그 아이들을 저에게 맡겨도 돼요.” 유강후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장 집사, 나 너무 고통스러워.” 그는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이내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장화연은 어린 시절처럼 그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그의 슬픔을 함께 나누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유강후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낮게 말했다. “장 집사, 그 아이를 데리고 가줘. 화장은 하지 말아 줘. 너무 어리잖아. 몇 천 도의 열을 견딜 수 없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좋은 상자를 찾아서 그 아이를 넣어줘. 그리고 내가 준비한 나중에 온다연과 함께 묻힐 관을 열어 아이를 그 안에 넣어줘.”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다루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숨이 끊긴 작은 태아를 장화연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장화연은 다시 인큐베이터에 그 아이를 넣고 흰 천으로 감쌌다. 유강후는 그녀가 모든 것을 끝낸 것을 보고 눈을 감으며 낮게 말했다. “그 아이를 데리고 가. 소식을 전하지 말고 아이가 인큐베이터에
장화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돼요.” 유강후의 목소리에는 온통 분노가 가득했다. “왜? 내 아이는 그냥 그렇게 헛되이 없어져야 한다는 거야?” 장화연은 그의 등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온 아가씨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에요. 이런 사람들은 마음을 열지 않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너무 깊이 사랑에 빠지죠. 도련님이 온 아가씨가 보호하고 싶은 사람을 다치게 하면 도련님은 아마 온 아가씨의 원수가 될 거예요.” “주희 씨를 처리하려 해도 지금은 아니에요.” 유강후는 주먹을 꽉 쥐었고 뼈의 마찰음이 들렸다. 그는 천천히 밖으로 나가서 곧바로 주희가 입원해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주희는 심하게 맞아 갈비뼈가 약간 부러져 침대에 기대어 링거를 맞고 있었다. 유강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주희는 미소를 띠며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 유강후는 그런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사진 속의 사람과 어느 정도 닮아 있었다. 그에게는 소년 특유의 밝고 깨끗한 분위기가 있었다. 온다연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정말 잘 어울릴 만했다. 온다연과 그 주한이라는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들을 생각할 때마다 유강후는 겨우 억누르고 있던 분노가 다시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유강후는 주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한이 당신 형입니까?” 주희는 비웃듯 낮게 웃으며 말했다. “전지전능한 유 대표님이 그것조차 알아내지 못했나 보네.” 그는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짓고 천천히 말했다. “내 형과 누나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야. 10년이 넘었지. 그런데 유 대표님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군. 누가 이 정보를 숨긴 건지 알아보는 게 좋겠어.” 유강후는 질투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몇 살 안되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니! 어릴 때부터 함께 있었다니! 온다연의 기억 속에는 온통 그 주한이라는 소년뿐이었다! 그럼 자신은 뭐지? 그의 손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고 위로 솟아오른 핏줄과 함께 그의 눈은
그때의 일이 떠올리자 유강후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주희는 그를 주시하며 계속 말했다. “사실 유 씨 가문에서는 당시에 체면을 위해 우리에게 보상금을 줬어. 6억! 내 형의 목숨 값이 6억이야!”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우린 그 돈을 받지 못했어. 그 6억조차 유하령이 사람을 시켜 한 푼도 남김없이 전부 가져갔지!” “유강후, 우리 가족이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아? 우리가 그때 어떻게 버텼는지 알아?” “우린 거의 살아남지 못할 뻔했어. 그런데도 유하령의 친구들은 온다연을 놔주지 않고 학교에서 온갖 방법으로 괴롭히고 음해까지 했어!” 그때를 떠올리자 주희는 주먹을 꽉 쥐었고 눈에는 피에 굶주린 듯한 광기가 스쳤다. “난 너무 증오해! 나 자신이 강하지 않은걸, 나 자신이 병에 걸린 걸 증오해! 그때 나는 병이 도졌고 약 값을 벌기 위해 누나는 하루에 서너 가지 일을 했어. 누나는 몇 년 동안 같은 패딩을 입고 다녔고 그 옷은 헐어서 솜도 빠져나갔지!” “우린 생활비와 약 값을 위해 필사적으로 버텼는데 유하령과 너 같은 살인자는 내 형의 목숨 값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했지!” “당신도 말해봐. 누나가 당신을 용서할 것 같아? 너는 유하령과 공범이야. 유하령의 친 삼촌이잖아!” 주희가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유강후의 마음은 점점 더 얼어붙었다. 그때 그는 온다연을 데려오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 온다연은 아직 성인이 아니었고 그는 온다연에 대한 통제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손을 쓰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온다연의 상황을 더 알아보는 것도 두려워했다. 그는 심미진이 온다연의 친 이모니까 최소한 굶어 죽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의 이기적인 마음은 온다연이 본가에서 최대한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랐고 나중에 온다연을 데려가 새로운 신분으로 함께할 수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이 손을 놓은 그 세월 동안 온다연은 계속 괴롭힘을 당했고 그의
‘쾅!’순식간에 주희는 유강후에게 옷깃을 붙잡힌 채 쓰레기처럼 침대 아래로 내던져졌다. 주희는 이미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에 바닥에 내팽개쳐지자마자 입에서 피를 한가득 쏟아냈다. 유강후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와 위에서 아래로 주희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죽어가는 벌레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주희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입가의 피를 닦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후, 너 온다연을 좋아하지? 하지만 누나는 널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괴로운 거지?” “하지만 넌 겁쟁이야. 누나를 좋아할 자격조차 없어!” “너는 이렇게 많은 권력을 가지고도 네가 좋아하는 사람조차 지키지 못해. 내 형처럼 누나를 목숨 걸고 지킨 것도 아니잖아. 넌 평생 내 형을 이기지 못해. 뭘로 이길 건데? 유 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신분으로? 아니면 유하령의 친 삼촌이라는 신분으로?” “하하하. 너는 누나가 그 아이를 정말로 좋아한다고 생각해? 유 씨 가문의 피를 이은 그 저주받은 아이를? 확실히 누나가 그 아이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 “어쩌면 누나는 그 아이를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 복수를 끝내고 떠날 생각이었을지도 모르지!” “너 역시 마찬가지야. 너도 누나에게는 복수의 도구일 뿐이야. 그저 도구일 뿐!” 주희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유강후의 가슴에 깊게 박혔다. 비록 주희가 미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지만 그 단어들은 유강후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는 주희의 입을 꿰매고 싶었다. 그 입에서 더 이상 그 어떤 추한 말도 나오지 않게 하고 싶었다. 주희가 다시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유강후는 발을 들어 그의 가슴을 짓밟았다. 거칠게 짓밟았다! 주희는 또다시 피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도 유강후를 자극했다. “내 형과 누나의 사진이 아주 많아. 이메일에 보관되어 있어. 수천 통의 메일 속에는 그들이 함께 자라며 겪은 일들이 담겨 있지. 질투 나지? 거의 미칠 지경이지?” 유강후는 수많
남하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었지만 그녀는 이를 억지로 참으며 떨어뜨리지 않았다. “주희야, 나한테 말해 줘...” ‘나한테 말해 줘. 혹시 계속 날 이용하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그 말은 결국 그녀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그녀와 주희는 완전히 끝날 것이다. 이 사랑에서 그녀는 언제나 스스로를 낮추며 사랑한 쪽이었다. 처음부터 그녀는 주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꺼이 그를 사랑했다. 그녀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날 밤 술에 만취한 소년이 그녀를 껴안고 누나라고 부르며 한 번 또 한 번 애절하게 속삭이던 그 순간을. 그 속에 담긴 깊고 무거운 감정은 그녀가 평생 본 적 없는 것이었다. 소년의 눈에는 그 빛과 집착이 깃들어 있었고 그것은 그녀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켰다. 그 한 번의 눈 맞춤만으로도 그녀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물론 그녀는 그가 부르는 누나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충분히 잘해주면 그도 언젠가는 마음을 열어주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원래 깨끗하고 순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누나처럼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연출했고 진한 화장도 했다. 그녀는 주희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맞추어주며 순응했다. 그가 조기 졸업을 원하자 그녀는 바로 조기 졸업을 처리해 주었고 경원시의 유명 대학에도 연락을 취해 주었다. 그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그녀는 그를 위해 모든 수단과 인맥을 동원해 그를 띄웠다. 그녀는 주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언젠가는 주희의 눈에 자신만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을 떠올리며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조용히 말했다. “나랑 같이 돌아가. 며칠 전의 상처도 아직 낫지 않았잖아. 지금 또 이렇게 다치면 버틸 수 없어. 가서 같이 치료하고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