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하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었지만 그녀는 이를 억지로 참으며 떨어뜨리지 않았다. “주희야, 나한테 말해 줘...” ‘나한테 말해 줘. 혹시 계속 날 이용하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그 말은 결국 그녀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그녀와 주희는 완전히 끝날 것이다. 이 사랑에서 그녀는 언제나 스스로를 낮추며 사랑한 쪽이었다. 처음부터 그녀는 주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꺼이 그를 사랑했다. 그녀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날 밤 술에 만취한 소년이 그녀를 껴안고 누나라고 부르며 한 번 또 한 번 애절하게 속삭이던 그 순간을. 그 속에 담긴 깊고 무거운 감정은 그녀가 평생 본 적 없는 것이었다. 소년의 눈에는 그 빛과 집착이 깃들어 있었고 그것은 그녀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켰다. 그 한 번의 눈 맞춤만으로도 그녀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물론 그녀는 그가 부르는 누나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충분히 잘해주면 그도 언젠가는 마음을 열어주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원래 깨끗하고 순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누나처럼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연출했고 진한 화장도 했다. 그녀는 주희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맞추어주며 순응했다. 그가 조기 졸업을 원하자 그녀는 바로 조기 졸업을 처리해 주었고 경원시의 유명 대학에도 연락을 취해 주었다. 그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그녀는 그를 위해 모든 수단과 인맥을 동원해 그를 띄웠다. 그녀는 주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언젠가는 주희의 눈에 자신만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을 떠올리며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조용히 말했다. “나랑 같이 돌아가. 며칠 전의 상처도 아직 낫지 않았잖아. 지금 또 이렇게 다치면 버틸 수 없어. 가서 같이 치료하고 모든
주희는 맞은 곳을 만졌고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저는 누나의 유일한 가족이에요. 누나는 다른 가족이 필요 없어요!” 임혜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막 욕을 하려던 찰나 한이준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만해. 이런 인간에게 말해봤자 시간 낭비야. 주희는 아무것도 들을 생각이 없어.” “그리고 때리지 마. 네 손만 다칠 테니까.” 그때 밖에서 간호사가 급히 달려와 말했다. “유 대표님, 온 아가씨가 꼭 침대에서 내려가겠다고 하십니다. 강하게 고집하셔서 저희가 막을 수가 없습니다. 어서 가서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유강후는 이 말을 듣자마자 바로 온다연의 병실로 향했다. 주희도 따라가려 했지만 문 앞에서 경호원들이 막아섰다. 그는 화가 나 욕설을 퍼부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유강후는 금세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온다연의 병실에 다다르기 전에 안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켜! 너희가 무슨 권리로 날 막는 거야!” “놔! 잡지 마!” “온 아가씨, 지금은 침대에서 내려가시면 안 됩니다. 아직 회복할 시간이 필요해요. 걷는 건 무리입니다!” “비켜! 놔! 잡지 말라고!” 그리고 다시 한 번 무언가 쓸려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병실 앞에는 몇 명의 간호사와 의사들이 서 있었고 그들은 모두 난처한 표정으로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강후가 오자 그들은 마치 구세주를 본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유 대표님, 드디어 오셨군요!” “어서 온 아가씨를 말려 주세요!” 유강후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는 깨진 유리 조각과 도자기 파편이 바닥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몇 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온다연을 침대에서 못 내려가게 붙잡고 있었다. 온다연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얼굴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유강후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쪽으로 물러섰다. 온다연은 곧바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그녀가 막 침대에서 내리자마자 유강후는 그녀를 번쩍 들어 다시 침
온다연은 여전히 그 꿈에 사로잡혀 울며 말했다. “안 믿어요. 아저씨는 저를 속이고 있어요. 제가 직접 봐야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유강후는 의료진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의료진은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즉시 병실 밖으로 나갔다. 유강후는 손가락으로 온다연의 눈물을 닦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널 속이지 않았어. 아기는 무균실에 있어. 아직 너무 작아서 발육이 덜 되었기 때문에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해. 나도 들어갈 수 없어.” 온다연은 울며 말했다. “그냥 밖에서 한 번만 보면 돼요. 딱 한 번만요.” 유강후는 마음이 아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달래며 말했다. “안 돼. 아기는 아직 너무 작아서 장기가 발달하지 않았어. 문을 열면 세균이 들어갈 수 있어. 그건 위험한 일이야.” 온다연은 눈물을 닦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정말 딱 한 번만 문을 살짝만 열어서 1초만 보고 바로 닫으면 안 될까요?” 유강후는 오늘 아기를 안 보여주면 그녀가 계속해서 불안해할 것을 알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너는 지금 울고 있잖아. 아기가 네 울음소리를 들으면 그도 불안해할 거야. 그러니 네가 울음을 그치면 생각해 보자.” 그는 문 앞에 서 있던 간호사에게 말했다. “그웬 박사에게 가서 무균실의 문을 살짝만 열게 해 달라고 말해 줘요. 우리가 한 번만 보러 갈 거라고요.” 간호사는 온다연의 처지를 보고 마음이 아팠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서 말씀드릴게요.” 온다연은 서둘러 눈물을 닦고 조용히 말했다. “문을 너무 오래 열면 안 돼요. 우리가 가면 그때 열고 2초 3초 정도만 열어야 해요. 감염될까 봐 걱정돼요.” 온다연은 울어서 얼굴이 약간 번졌고 머리카락도 약간 흐트러져 있었다. 코끝은 빨갛게 변해 그녀는 더욱더 순진하고 가련해 보였다. 유강후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앞으로 마주해야 할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몹시 아팠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따뜻한 물수건으로 천
그웬은 안에서 유강후가 다가오자 문을 조금 열고 서투른 한국어로 말했다. “여기 멀리서 한 번만 보세요.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그 작은 틈새를 통해 온다연은 안에 있는 인큐베이터를 보았다. 인큐베이터 안에는 온몸에 여러 관이 연결된 아주 작은 생명체가 있었다.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손바닥보다도 작은, 아주 작은 아이인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아이의 몸은 아직도 붉었고 살짝 움직이는 듯했다. 온다연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감정에 휩싸였다. 더 보고 싶어 문을 잡으려는 순간 그웬은 문을 닫았다. “죄송합니다. 시간이 다 됐습니다. 문을 너무 오래 열어 두면 세균이 들어가 태아가 감염될 위험이 있습니다.” 온다연은 그저 눈앞에서 문이 닫히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간절한 눈빛으로 문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몇 달만 지나면 아이가 건강해져서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온다연은 시선을 거두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저씨, 저한테 거짓말하고 있는 거죠? 이렇게 작은 아이는 살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가장 일찍 태어난 아이는 5개월 2주 만에 태어난 아이였어요...” 유강후는 그녀를 꼭 안아주며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너도 봤잖아, 어떻게 거짓말이겠어? 아기는 아직 너무 작아서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해. 마치 자궁 안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서 지금은 그 안에 있어야만 해.” 그는 잠시 멈춘 뒤 다시 말했다. “다연아, 너도 알잖아. 이 아이는 너무 작아서 최소 몇 달은 여기 있어야 해. 그동안은 안으로 들어가서 볼 수 없을 거야...” “알아요!” 온다연은 그의 말을 끊었다. 아까까지 절망으로 가득 찼던 그녀의 눈에는 다시 한 가닥 희망의 빛이 피어올랐다. 얼굴에도 조금의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 꿈이 떠오르며 그녀는 잃었던 것을 되찾은 듯한 충격과 희망을 느꼈다. 온다연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저씨, 아까 꿈에서 아기를 봤
임혜린은 자신이 온다연과 친하다고 생각했고 온다연의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온다연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최근에 한이준에게서 유강후가 온다연 때문에 유 씨 가문과 거의 인연을 끊을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는 비로소 온다연이 지난 10년간 얼마나 끔찍한 괴롭힘을 당해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임혜린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온다연이 그토록 긴 세월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 게다가 온다연이 매번 저항한 후에는 더 무서운 벌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온다연은 오랜 세월 동안 극도로 참을성과 절제를 키우게 되었다. 아무리 죽을 듯이 아파도 소리 한 번 지르지 않고 참을 수 있었다. 임혜린은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화가 나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악랄할 수 있단 말인가! 온다연은 임혜린의 이런 생각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병실 문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분명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임혜린은 앞으로 나아가 온다연의 손을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긴 바람이 불어. 우리 방으로 들어가자. 네 몸이 너무 약해.” 그러면서 그녀는 유강후를 노려보며 말했다. “여기 바람이 부는 걸 못 느꼈어요? 왜 여기서 멍하니 서 있는 거예요? 방으로 돌아가요.” 처음으로 유강후는 임혜린이 그렇게 성가시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온다연을 안고 병실로 들어갔다. 온다연이 임혜린과 함께 있을 때 정신 상태가 조금 나아 보이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밖으로 나갔다. 임시로 마련된 사무실에는 이미 이권과 한이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강후의 피곤한 눈빛을 본 한이준은 한숨을 쉬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어. 앞으로 더 나아지기를 바라. 앞으로도 아이는 있을 테니까.” 유강후는 말없이 책상 위의 담배를 집어 들었다. 온다연이 임신한 후로 그는 담배를 끊었지만 지금은
한이준은 유강후의 이런 행동에 동의하지 않았다. “족보에서 이름을 빼는 건 네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이건 큰일이니 나중에 다시 얘기해 보자. 지금 가장 어려운 건 어떻게 온다연에게 이 사실을 숨길 것인 가야.” 유강후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최근의 일들이 그의 에너지를 거의 다 소진시켰고 지금도 겨우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온다연과 관련된 일은 이미 가장 세심하게 계획해두었다. “이미 그녀에게 말했어. 아기는 무균실에 몇 달 동안 있을 거라 당분간은 만날 수 없다고...” 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이 기간 동안 각지의 고아원에서 새로 들어온 아기들을 살펴봐야겠어...” “안 돼!” 한이준은 그의 말을 곧바로 끊었다. “이 일은 언젠가 온다연이 알게 될 거야. 네가 계속 온다연을 속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아이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 온다연은 너를 더 미워하게 될 거야.” 유강후의 눈에는 어둠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지금 당장 큰일이 터질 거야.” 온다연의 몸 상태가 좀 더 나아지면 그들은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온다연이 사실을 알아도 상황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때 유강후의 비서가 들어왔다. “유 대표님, 병원 밖에 한 여자가 왔는데 성이 진 씨라고 하면서 꼭 대표님을 만나겠다고 합니다!” “우리가 무시했더니 병원 밖 도로에서 무릎을 꿇고 몇 시간째 있었습니다. 차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사고라도 나면 그 여자가 임신 중이라 처리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권은 조금 화가 나서 말했다. “셋째 도련님이 누구인지 모르는 건가? 그 여자가 만나고 싶다고 하면 다 만나주는 줄 알아?” 유강후의 눈빛에 미세한 아이디어가 스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신 중이라고?” “네, 그리고 그 여자는 예전에 유 씨 가문에서 일했던 가정부의 딸이라고 하면서 꼭 대표님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유강후는 고개를 끄덕
어두운 골목.가로등 하나가 깜빡거리고 있었다.온다연은 골목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갑자기 누군가에게 잡아당겨져 어두운 구석으로 끌려 들어갔다.벽 앞에는 술 냄새를 풍기는 취한 남자 두 명이 서 있었고 그들은 온다연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그녀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코를 찌르는 알콜 냄새와 남자들의 거친 움직임에 온다연은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그들 중 한 남자는 즉시 온다연의 뺨을 세게 때렸다.“감히 소리쳐? 뭘 잘했다고 소리치는 거야!”“오늘 네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가만히 있어. 이 오빠가 기쁘게 해줄 테니까.”...이때 갑자기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골목을 가로질러 왔고 차창이 천천히 내리자 차갑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드러나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 행위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옆에 있는 운전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나가서 말릴까요?”도련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그냥 가!”이때 온다연은 이미 옷이 찢어진 상태였고 갑자기 나타난 차량 때문에 그녀는 더욱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술 취한 남자는 온다연에게 아직도 도움을 청할 힘이 남아있는 것을 보자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두 번 더 때렸다. 또한 온다연의 몸을 잡고 있는 손에도 더욱 힘을 주어 치마를 벗기려고 했다.온다연이 절망하려고 할 때 이미 시동을 걸었던 차가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차 문이 열리더니 키 큰 남자 두 명이 내려왔다.앞에 선 남자는 마른 체격에 브랜드 로고가 없는 흰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차갑고 위엄이 있어 어두운 밤에도 빛나는 것 같았다.그는 구석에서 무자비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온다연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불빛이 너무 어두워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낮은 울음소리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남자의 기억 속 목소리와 다소 비슷했다.남자는 차갑고
그때도 지금과 같은 매미가 울어대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소녀의 수줍은 눈빛과 땀에 젖은 옆머리가 그날 오후와 겹쳐졌다.그 모습이 지난 3년 동안 매일 밤 꿈속으로 들어와 밤마다 유강후를 뒤흔들었다.유강후는 방금 온다연의 손길이 닿은 곳이 화끈거려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이 순간 공기마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러나 유강후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며 여전히 차갑고 고상한 표정으로 말했다.“들어가.”온다연은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치 사면받은 사람처럼 도망치듯 떠났다. 물론 온다연은 차에 탄 유강후의 맹수 같은 약탈적인 눈빛을 보지 못했다.온다연은 유씨 가문 저택에 들어선 후에야 유씨 가문 식구들뿐만 아니라 유강후의 옛 친구들도 모두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 도련님들은 모두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중에서도 최고였다.온다연은 전에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여러 번 목격했었기 때문에 그들을 피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하지만 안주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심미진은 온다연을 놓아주지 않았다.“나 시간 없으니까 네가 이 술을 네 작은 삼촌에게 갖다줘.”온다연은 거절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은 화려했고 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온다연은 가시 장미에 섞인 새하얀 장미처럼 눈길을 사로잡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온다연의 검은 머리와 붉은 입술, 매력적인 골격,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특히 하늘색 치마 밑의 하얀 피부는 사람을 유혹할 정도로 하얗게 빛났다.잠시 동안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도련님, 유씨 가문의 양딸을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그새 잘 자랐네요.”유강후 역시 온다연이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었다.“몇 년 동안 유씨 집안에서 먹여준 건 맞지만 양딸이라고 할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