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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임혜린은 말을 멈추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넌 이런 내가 창피하지 않아?”

온다연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혜린은 온다연의 유일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거의 모든 이야기를 공유하는 사이였지만 서로의 가정사에 대해서는 묻지 않기로 암묵적인 약속을 했다.

그 때문에 임혜린의 과거 이야기는 온다연도 처음 듣게 되었다.

온다연은 한때 임다연을 부러워했다. 그녀를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외동딸로 여기고 부유하진 않더라도 먹고 살 걱정 없이 사랑받으며 살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현실은 온다연의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온다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임혜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돈 버는 게 뭐가 창피해?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난 말이야, 유 대표님께서 널 괴롭힌다고 생각하진 않아. 이준 씨한테서 들었는데 대표님이 예전에 너 괴롭히던 사람들 하나하나 다 찾아내서 감옥으로 보냈대. 그중 몇 명은 정체 모를 죽임을 당했다고도 하고.”

온다연이 임혜린의 말을 끊었다.

“설마 너도 날 설득하려는 거야? 만약 내가 너한테, 나도 너 같은 대타에 불과하다고 얘기하면, 그래도 넌 날 설득할 수 있어?”

임혜린의 눈빛이 쓸쓸해지더니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한참이나 침묵을 유지하던 그녀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직도 주희 못 잊은 거야?”

온다연은 생각에 잠긴 듯 멍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임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럴 만도 해. 목숨 걸고 널 지켜준 사람인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

그녀는 잠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 얘긴 이제 그만하자. 은행루 예약해뒀으니까 점심은 거기 가서 먹자. 네가 좋아하는 요리들로만 부탁해놨어. 얼른 가자. 예전에 우리 학교 다닐 때, 매일 은행루 앞을 지나가면서 외제 차들 줄지어 있는 거 보고 세상에서 제일 비싼 레스토랑인 줄 알았잖아. 그때 우리 돈 많이 벌면 꼭 한번 가보자고 했었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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