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린은 말을 멈추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넌 이런 내가 창피하지 않아?”온다연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혜린은 온다연의 유일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거의 모든 이야기를 공유하는 사이였지만 서로의 가정사에 대해서는 묻지 않기로 암묵적인 약속을 했다.그 때문에 임혜린의 과거 이야기는 온다연도 처음 듣게 되었다.온다연은 한때 임다연을 부러워했다. 그녀를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외동딸로 여기고 부유하진 않더라도 먹고 살 걱정 없이 사랑받으며 살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의 현실은 온다연의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온다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임혜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돈 버는 게 뭐가 창피해?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그녀는 고개를 돌려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실 난 말이야, 유 대표님께서 널 괴롭힌다고 생각하진 않아. 이준 씨한테서 들었는데 대표님이 예전에 너 괴롭히던 사람들 하나하나 다 찾아내서 감옥으로 보냈대. 그중 몇 명은 정체 모를 죽임을 당했다고도 하고.”온다연이 임혜린의 말을 끊었다.“설마 너도 날 설득하려는 거야? 만약 내가 너한테, 나도 너 같은 대타에 불과하다고 얘기하면, 그래도 넌 날 설득할 수 있어?”임혜린의 눈빛이 쓸쓸해지더니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한참이나 침묵을 유지하던 그녀가 겨우 입을 열었다.“아직도 주희 못 잊은 거야?”온다연은 생각에 잠긴 듯 멍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임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그럴 만도 해. 목숨 걸고 널 지켜준 사람인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그녀는 잠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이 얘긴 이제 그만하자. 은행루 예약해뒀으니까 점심은 거기 가서 먹자. 네가 좋아하는 요리들로만 부탁해놨어. 얼른 가자. 예전에 우리 학교 다닐 때, 매일 은행루 앞을 지나가면서 외제 차들 줄지어 있는 거 보고 세상에서 제일 비싼 레스토랑인 줄 알았잖아. 그때 우리 돈 많이 벌면 꼭 한번 가보자고 했었던 거
두 사람의 모습은 영원히 얽히고설킬 운명처럼 느껴졌다.서로를 힘껏 껴안고 진한 입맞춤을 나누는 두 사람의 뒤에는 주희가 서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희의 손발은 얼어붙을 듯 차가워졌고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끓어오르는 엄청난 질투심에 주희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는 오랫동안 참고 기다리며 자신과 온다연 사이에 놓인 수많은 장애물들을 제거해왔다.하지만 그런 주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다연은 결국 다른 사람과 진한 입맞춤을 나누고 있다.도대체 왜!온다연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것이어야 했다. 오직 주희의 것이어야만 했다. 그녀가 망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주희는 갈색 봉투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천천히 걸어가 낮게 깔린 음성으로 말했다.“두 사람 정말 애정이 넘쳐 보이네요, 누나. 이런 데서까지 서로한테 푹 빠져 키스를 할 정도라니.”유강후의 폭풍 같은 입맞춤에 금방이라도 다리가 풀릴 것 같던 온다연은 뒤에서 들려오는 주희의 목소리에 온몸이 빳빳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그녀는 다급히 유강후를 밀어내고 창백해진 얼굴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주희를 바라보았다.주한과 꼭 닮은 그 얼굴과 두 눈을 마주하자 온다연은 갑자기 주위의 공기가 무겁게만 느껴졌다. 수많은 손가락들이 그녀를 가리키며 “배신자”, “더러운 여자”, “몸이나 파는 하찮은 창녀”라며 저주를 퍼붓는 것만 같았다.온다연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감싸며 입술을 옅게 떨었다.“너, 네가 왜 여기 있어?”주희는 그녀의 불룩한 배를 보자마자 이성을 잃은 듯 핏발이 가득 선 눈빛으로 소리 죽여 웃기 시작했다.“그럼 제가 어디에 있어야 할까요, 누나? 우리 형 묘라도 찾아가서 무릎 꿇고 울고 있어야 할까요? 우리 형 정말 불쌍하죠.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는데, 형이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여자는 원수의 아이나 임신하고 이렇게 고급스러운 호텔에서 그 원수 놈이랑 키스나 하고 있으니.”주희의 말을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온다연의 가슴
“아저씨…”배에서 몰려오는 강렬한 통증과 출혈로 온다연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머릿속이 하얘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낮게 유강후를 불렀다.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를 발견한 유강후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했다.피가 너무 많이 흐르고 있었다.지나칠 정도로 많았다.왜 이렇게까지 많은 피가 흐르는 걸까?유강후는 심장을 얻어맞은 듯 정신이 멍해지더니 숨까지 멈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연아!”그는 떨리는 손으로 온다연을 안아 들고 미친 듯이 밖으로 뛰어나갔다.피가 그의 발걸음 뒤로 계속 떨어져 빨간 뱀 같은 자국을 남겼다.깜짝 놀란 주희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잠시 후, 뒤늦게 정신이 돌아온 주희는 다급히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마침 룸에서 나온 한이준과 임혜린도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깜짝 놀라 급히 두 사람을 따라갔다.다행히 병원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차는 병원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렸다.눈시울이 빨개진 유강후는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10분 정도 달려 온다연은 응급실에 도착했다.의사와 간호사들도 온다연의 상태에 크게 놀란 듯했다.기다리는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 같았다.기다리는 1분 1초가 너무 고통스러웠고 심장이 찢어질 듯한 끝없는 아픔과 고통만이 유강후를 삼켰다.유강후는 동물원에 갇혀버린 맹수처럼 응급실 밖을 이리저리 서성이며 안절부절못했다.그의 뒷모습은 잔뜩 긴장한 듯 보였고 두 주먹을 꽉 쥔 채 눈가에는 모든 것을 없애버릴 듯한 살기를 머금고 있었다.그의 주위에는 이권과 장화연을 포함한 보디가드와 비서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들 중 아무도 감히 말을 꺼낼 수 없었다.한이준과 임혜린, 그리고 주희가 뒤늦게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 침묵이 계속되었다.병원에 도착한 임혜린은 유강후를 발견하자마자 무어라 말을 꺼내려 했지만 한이준이 다급히 그녀를 막아섰다.“지금은 말 걸지 마. 지금 저 자식 제정신 아니야. 괜히 건드렸다가는 너만 다쳐.”하지만 그 반면에 주희
“쿵!”곧이어 한이준이 유강후의 힘에 밀려 벽에 내동댕이쳐졌다.그는 한숨을 축 내쉬고는 옆에 있던 보디가드들에게 손짓했다.“당장 쟤 떼어내!”보디가드들은 폭주 중인 유강후의 모습을 보고 망설이다가 다급한 한이준의 명령에 마지못해 느릿느릿 걸음을 움직였다. 그 사이, 유강후는 주희를 짓밟기 위해 발을 들어 올렸다.그 모습에 한이준이 더 다급하게 소리쳤다.“당장 저 자식 말리라고! 사람 하나 죽는 꼴 보고만 있을 거야!”보디가드들이 급히 달려들어 유강후를 강제로 주희에게서 떼어 놓았다. 하지만 유강후는 여전히 주희를 노려보며 분노와 살기가 서린 눈빛으로 주희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주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피 섞인 침을 뱉더니 악의만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유강후를 응시하며 말했다.“역시 절 못 죽이셨군요. 당신 따위는 절대 절 죽일 수 없을 거예요. 겁쟁이니까!”한이준이 급히 소리쳤다.“입 닥쳐! 얘가 정말 너 하나 못 죽일 거라고 생각해!”주희는 피가 흐르는 입술을 손등으로 쓱 닦으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제가 그딴 걸 신경이나 쓸 것 같아요?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저한테는. 사는 게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그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유강후를 향해 중지를 치켜세웠다.유강후의 눈에는 여전히 살기가 감돌았다. 그는 자신을 붙잡던 보디가드 두 명을 뿌리치고 다시 주희에게 달려들었다.그 순간, 응급실의 문이 열리더니 땀에 젖은 의사 두 명이 나왔다.“대표님, 죄송합니다만 아이는 지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산모 역시 큰 충격을 받은 탓에 대량의 출혈이 있었습니다. 산모의 상황 역시 좋지 않습니다…”유강후의 머릿속이 윙윙대며 울렸다. 그 소리는 마치 자신의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 같았다.극심한 고통이 순식간에 몰려와 유강후를 휘감았다.정신이 아득해져 아무 생각도 못 하던 유강후는 의사들을 밀쳐내고 비틀거리며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수술대 위에는 온다연이 누워 있었고 그녀의 밑에 깔린 수술 천은
그 말을 들은 유강후의 눈에 다시 살기가 감돌았다.“저는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냐 물었지, 그런 사례가 있는지 없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의사가 한숨을 푹 내쉬며 조용히 말했다.“지금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는 유럽 출신의 그웬이라는 박사입니다. 며칠 전에 동양국 학술회의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을 만나실 수만 있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분은 괴짜로 유명하신 분이라 돈으로는 절대 설득이 안 될 겁니다. 지금 그웬 박사님의 거처를 알고 있습니다. 아직 동양국에 계실 테니까, 유 대표님께서 직접 가신다면 데려올 수 있을지도 모르죠.”그때, 옆에 있던 간호사가 갑자기 새된 비명을 질렀다.“큰일 났습니다! 출혈이에요! 산모가 대량의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얼른 이쪽으로 와주세요!”“얼른 수술 준비해!”“혈액 팩 준비됐어?”그 순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국내 최고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온다연을, 그리고 다른 한 팀은 아직 제대로 발달도 안 된 아이의 생명을 어떻게든 연장해보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유강후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모든 것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온다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다연아, 내가 어떻게든 그 의사를 찾아볼게. 네가 없으면, 나도 아이 필요 없어.”말을 마친 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힘껏 쥐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날 오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다는 산부인과 의사 그웬은 동양국의 호텔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열 명이 넘는 무장 군인들이 그가 묵고 있던 호텔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그중 한 명은 아주 강한 기세를 머금은 젊은 동양인 남자였다. 남자는 그웬에게 총구를 겨누며 옥상에 대기시켜둔 헬리콥터 안으로 몰아넣었다.그웬은 정말 정신이 나갈 뻔했다. 헬기까지 가는 동안 그는 자신이 동양의 폭력 조직을 건드렸던 일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하지만 병원에 도착하고 보니 자신이
그웬을 죽이거나 그의 가족을 죽여도 아이를 살릴 수는 없었다.그 순간, 수술실은 절망에 빠졌다.한편, 유강후는 병실에서 온다연의 곁을 지키며 조용히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의사를 데리고 왔으니까 아이는 문제없을 거야.”하지만 온다연의 얼굴에는 생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수술 후, 그녀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진정제를 맞았음에도 전혀 눈을 감지 못했다.그녀는 지금까지 유강후가 그 능력 좋다는 의사를 데려온다는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러면서도 온다연 역시 이 세상에 기적이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약 정말 기적이 있었다면 그녀의 어머니가 죽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주한도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녀의 영혼은 지금 고통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핏기 하나 없는 얼굴을 어루만지며 낮게 말했다.“괜찮을 거야. 나만 믿어.”하지만 그 말에도 온다연의 눈에는 전혀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힘없이 유강후의 말을 따라 중얼거렸다.“괜찮을 거야.”하지만 이 말은 직접 내뱉은 자신들조차 확신이 없었다. 병실에는 쥐 죽은 듯한 침묵이 다시 찾아왔다.얼마나 지났을까. 의사가 다급히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그의 이마는 땀으로 흥건했다. 의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강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의사가 헛숨을 들이쉬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대표님, 그웬 박사님께서 긴히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는데요.”유강후가 자리를 뜨려 하자 온다연이 다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다.“아기가 죽은 거예요?”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부드럽게 다독이며 말했다.“아니야. 긴히 할 얘기가 있는 거지, 아이한테는 아무 문제 없어.”유강후는 온다연을 안심시키려는 듯 이불을 잘 덮어주고는 병실은 나섰다.병실 문을 닫자마자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대표님, 정말 아무 방법이 없습니다. 아이가… 직접 가서 확인하시죠.”엄청난 절망과 차가운 공포가 유강후를 휘감았다.
손끝에서 전달되는 온기에 유강후가 재빨리 고개를 들어 외쳤다.“애 아직 살아있어! 아직 따뜻하다고, 아직 살아있단 말이야!”주위의 모두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오직 그웬만이 서투른 한국어로 유강후의 말에 대답했다.“아이의 심장은 이미 멈췄고, 장기들도 기능을 멈췄습니다. 아이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이유는 아이가 인큐베이터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표님, 우린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태아가 산모의 몸을 떠나 지금까지 살아있었던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입니다…”“나가! 다 나가라고!”유강후가 낮은 목소리로 포효했다.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짐승과도 같은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에 곁에 있던 사람들 모두 섬뜩함을 느꼈다.그 아무도 감히 유강후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조용히 물러났다.오직 장화연만이 문가에서 슬픔과 연민 섞인 눈빛으로 유강후를 지켜보고 있었다.유강후는 이미 목숨을 잃은 작은 아이를 손에 올렸다.정말이지 너무 작았다. 지나치게 가벼운 아이의 무게는 백 그램도 덜된 것 같았다. 정말 의사들의 말대로 엄마의 뱃속에서 완전히 발달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어제까지만 해도 온다연의 뱃속에서 평화롭게 잘 자라고 있던 아이는 지금 목숨을 잃고 말았다. 유강후는 점점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는 운명에 갑갑함을 느꼈다.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예상하였지만, 그는 저도 모르게 이 아이에게 엄청난 희망을 품고 있었다.하지만 아이는 하루 만에 이런 끔찍한 방식으로 세상을 떴다. 그리고 유강후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여전히 모든 것이 꿈 같았다.꿈에서 깨어난다면 온다연은 여전히 그의 곁에 누워있을 것이고, 아이 역시 그녀의 배 속에서 평화롭게 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잔혹하게도 그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자각시켰다.이 모든 것은 현실이었다.아이는 정말로 이 세상에 없었다.유강후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온다연과 자신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도 알 수
그녀는 지금 유강후가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장화연은 유강후의 커다란 등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손을 내밀며 낮게 말했다. “그 아이를 저에게 주세요. 제가 처리할게요.” 유강후는 아이를 놓지 않고 낮게 말했다. “장 집사, 이 아이는 나와 온다연의 첫아이야.” 장화연은 어린 시절처럼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요. 하지만 온 아가씨와 도련님은 또 아이를 가질 수 있어요. 온 아가씨의 몸이 회복되면 앞으로 더 많은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 유강후의 눈빛에서 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혼란스러운 감정이 비쳤다. “그럴 수 있을까?” 장화연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있을 겁니다. 그땐 제가 직접 돌봐줄게요. 셋째 도련님이 어렸을 때 돌봐줬던 것처럼 잘 돌봐줄게요. 그러니 걱정 말고 그 아이들을 저에게 맡겨도 돼요.” 유강후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장 집사, 나 너무 고통스러워.” 그는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이내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장화연은 어린 시절처럼 그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그의 슬픔을 함께 나누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유강후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낮게 말했다. “장 집사, 그 아이를 데리고 가줘. 화장은 하지 말아 줘. 너무 어리잖아. 몇 천 도의 열을 견딜 수 없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좋은 상자를 찾아서 그 아이를 넣어줘. 그리고 내가 준비한 나중에 온다연과 함께 묻힐 관을 열어 아이를 그 안에 넣어줘.”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다루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숨이 끊긴 작은 태아를 장화연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장화연은 다시 인큐베이터에 그 아이를 넣고 흰 천으로 감쌌다. 유강후는 그녀가 모든 것을 끝낸 것을 보고 눈을 감으며 낮게 말했다. “그 아이를 데리고 가. 소식을 전하지 말고 아이가 인큐베이터에